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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홧병 걸릴'…특정종교만 채용?

[혼돈의 직장생활] 채용공고에서부터 특정종교 필수·우대 가능? 불가능?

2021. 05. 20 (목) 15:05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7
"부처님이 와서 다녀도 홧병에 걸릴 회사" 
"부처님도 욕하며 침 뱉을 회사"
"이 회사에 있는 모든 분들은 살아있는 부처님입니다." (잡플래닛 리뷰 중)


잡플래닛에는 '부처님'을 찾는 리뷰들이 적지 않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교리를 실천하려는 듯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부처로 변신시키고 있었다. 아니면 이미 부처가 된 이도 못 참을 '생지옥'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5월19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종교의 이름을 간판에 걸고 운영 중인 기업들을 찾아봤다. 적지 않은 기업들에서 직원의 근로와 신자들의 봉사를 동일시하거나 종교인의 체계적이지 못한 경영 등이 공통된 문제로 발견됐다. 종교와 무관한 사업을 하는 회사 중에서도 상사나 대표가 특정 종교와 종교 행사의 참여를 강요한다는 리뷰가 적지 않았다. 

기업이 채용 단계에서, 채용 공고부터 '특정종교 신자'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거나 우대한다고 하는 경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답은 "NO"다.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종교인의 서류만 받거나 우대하는 채용 공고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정승균 노무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지금까지 일과 관련된 법이 대부분 고용 이후의 문제에 집중돼 있어 고용 단계의 문제는 헌법과 인권위원회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키, 체중, 출신지역, 재산 등의 개인정보 요청과 채용에 관해 부당청탁, 뇌물수수를 금지하는 조항은 2019년 4월에야 신설됐다. 

정 노무사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5조와 '누구든지 종교를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받는 행위'라고 규정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가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종교인만 찾거나 우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향사업체'인 경우에는 가능하다. 경향사업체는 종교 또는 정치적 목적 활동 등을 주로 하는 사업체다. 주로 종교방송, 종교신문과 같은 언론사가 여기에 속한다. 이 경우에는 특정 종교의 지원자를 채용하거나 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채용공고 속 직무가 종교와 무관한 일인 경우에는 타종교 또는 비종교인의 채용 또한 검토해야 한다. 

경향사업체라도 타종교, 비종교 직원이 종교와 무관한 직무로 채용된 뒤 직장에서 종교를 강요당하거나 종교의 유무를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면, 그 사업체는 처벌받을 수 있다. 

경향사업체와는 달리 특정 종교가 설립한 교육 기관에는 인권위의 개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특정 종교가 설립한 대학이 교직원 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할 경우, 이같은 자격 제한을 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상황과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차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다니다 보면 홧병이 걸릴 회사가 아닌, 채용 과정부터 어떠한 종교적, 신체적 차별도 없는 공정한 회사가 많아지기를 꿈꿔본다.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