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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먹방에 SNS까지, 일 벌이는 선생님…왜죠?
[왜 이렇게까지?] <체육복을 읽는 아침> 정선고 이원재 선생님
2023. 05. 02 (화)
딱 받는 만큼만,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퇴사’가 대세랍니다. 회사 밖에서 또 다른 직업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능력있어 보이기도 하고, 재태크에 성공해 하루 빨리 은퇴하기를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회사에 소속된 이상 우리의 본업은 직장인,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직장인으로 회사 일을 하면서 살잖아요.
수많은 직장인들 사이,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월급을 받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이들이 있습니다. 내 일에 진심을 다해 공들여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빛이 나지 않던가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일 잘하기 위해 '나 이렇게까지 해봤다'는 직장인을 찾아봤습니다. 내 일에 진심인 유난스러운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수많은 직장인들 사이,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월급을 받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이들이 있습니다. 내 일에 진심을 다해 공들여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빛이 나지 않던가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일 잘하기 위해 '나 이렇게까지 해봤다'는 직장인을 찾아봤습니다. 내 일에 진심인 유난스러운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일단 뭐라도 좀 먹입니다. 입에 먹을 걸 넣어주면 아이들이 표정부터 여유로워져요. '그래 말해봐라 일단 들어는 볼게'의 표정이 되죠."
빠를 질(疾), 바람 풍(風), 성낼 노(怒), 큰 물결 도(濤). 질풍노도.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라니, 말만 들어도 무섭다. 인간의 생애를 이 질풍노도에 빗대는 시기가 있으니, 사춘기다. 항상 화가 나 있다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물으니 '일단 먹이고 본다'고 말하는 이, 정선고등학교의 이원재 선생님이다.
학생부장이자 국어 교사인 이 선생님은 매일 아침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한다. 가끔은 먹을 것을 차려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처음에는 빵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핫도그, 분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시도 중이다. 그냥은 안 준다. "SNS에는 고운 말 좋은 글만" "너도나도 모두 귀중한 사람" 같은 글을 읽거나 "사랑해"라고 외치며 친구를 안아주는 식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질풍노도의 아이들도 먹을 것 앞에선 순순히 심지어 웃으면서 미션을 클리어 한다!
빠를 질(疾), 바람 풍(風), 성낼 노(怒), 큰 물결 도(濤). 질풍노도.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라니, 말만 들어도 무섭다. 인간의 생애를 이 질풍노도에 빗대는 시기가 있으니, 사춘기다. 항상 화가 나 있다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물으니 '일단 먹이고 본다'고 말하는 이, 정선고등학교의 이원재 선생님이다.
학생부장이자 국어 교사인 이 선생님은 매일 아침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한다. 가끔은 먹을 것을 차려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처음에는 빵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핫도그, 분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시도 중이다. 그냥은 안 준다. "SNS에는 고운 말 좋은 글만" "너도나도 모두 귀중한 사람" 같은 글을 읽거나 "사랑해"라고 외치며 친구를 안아주는 식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질풍노도의 아이들도 먹을 것 앞에선 순순히 심지어 웃으면서 미션을 클리어 한다!

제아무리 질풍노도의 청소년일지라도 떡볶이 한 컵이면 이런 표정이 나온다!
아침부터 챙겨 먹이기 쉽지 않지만, 이 정도 반응이면 할만하다! (사진=이원재 선생님)
"이벤트를 정해두고 하는 건 아니에요. 시기, 메뉴 다 제 마음대로죠. 시험 기간 아이들이 좀 '쩔어' 있다 싶을 때, 교내 분위기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필요하다 싶을 때 합니다. 깜짝 이벤트일 때 더 기분이 좋잖아요."
점심시간에는 SNS '먹방'을 한다. 그날의 급식 메뉴를 알려주고 직접 먹는 모습을 찍어 올린다.
"급식을 정말 정성 들여 준비하거든요. 그런데 메뉴 이름만 보고 안 먹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배는 고프니까 편의점 가서 라면 같은 걸 사 먹고요. 내 아이가 학교에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먹일까 생각하다가 영상으로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남이 먹는 거 보면 맛있어 보이잖아요.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요. 조회수요? 1만 5000까지 찍어봤습니다."
이 정도면 정선고 인플루언서라 할 만하다. 자고로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의 덕목이라면 쌍방향 소통이다. SNS로 아이들과 친구 맺고, 요즘 별일은 없는지, 갈등 관계는 없는지 슬쩍 살펴보고,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을 달며 알은체도 하고, 가끔 생일이면 초코 우유도 보내준단다.
학교 넘어 SNS까지 일터 확장 "온라인 세상에도 네 옆에 선생님이 있단다"
학교 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 요즘,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SNS라는 사이버 공간에도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에게 SNS 라는 공간은 또 다른 근무 공간인 셈인데, 그런데 잠깐. 직장 상사가, 아니 당장 부모님이 SNS 친구 신청을 해도 절대 안 알려 주겠다는 이들 적지 않을 것 같은데, 학생들이 선뜻 선생님, 그것도 학생부장 선생님을 SNS 친구로 허락(?)한 건, 역시나 잘 먹여서일까? 그만큼 진심을 느끼고 믿음이 생겨서일 터다.
260여 명에 달하는 전교생 먹거리 준비부터 매일 켜는 라이브 방송에 SNS까지, 수업과 공문 쓰기 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하다는 교사의 본업(?)에 더해서 하는 일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일 리가 없다. 당장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 아닌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이들 밥 먹이는데 이 정도 진심인 선생님이 다른 일이라고 적당히 넘겼을 리가 없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모아 <체육복을 읽는 아침>이라는 책으로 엮어 냈다.
점심시간에는 SNS '먹방'을 한다. 그날의 급식 메뉴를 알려주고 직접 먹는 모습을 찍어 올린다.
"급식을 정말 정성 들여 준비하거든요. 그런데 메뉴 이름만 보고 안 먹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배는 고프니까 편의점 가서 라면 같은 걸 사 먹고요. 내 아이가 학교에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먹일까 생각하다가 영상으로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남이 먹는 거 보면 맛있어 보이잖아요.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요. 조회수요? 1만 5000까지 찍어봤습니다."
이 정도면 정선고 인플루언서라 할 만하다. 자고로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의 덕목이라면 쌍방향 소통이다. SNS로 아이들과 친구 맺고, 요즘 별일은 없는지, 갈등 관계는 없는지 슬쩍 살펴보고,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을 달며 알은체도 하고, 가끔 생일이면 초코 우유도 보내준단다.
학교 넘어 SNS까지 일터 확장 "온라인 세상에도 네 옆에 선생님이 있단다"
학교 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 요즘,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SNS라는 사이버 공간에도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에게 SNS 라는 공간은 또 다른 근무 공간인 셈인데, 그런데 잠깐. 직장 상사가, 아니 당장 부모님이 SNS 친구 신청을 해도 절대 안 알려 주겠다는 이들 적지 않을 것 같은데, 학생들이 선뜻 선생님, 그것도 학생부장 선생님을 SNS 친구로 허락(?)한 건, 역시나 잘 먹여서일까? 그만큼 진심을 느끼고 믿음이 생겨서일 터다.
260여 명에 달하는 전교생 먹거리 준비부터 매일 켜는 라이브 방송에 SNS까지, 수업과 공문 쓰기 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하다는 교사의 본업(?)에 더해서 하는 일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일 리가 없다. 당장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 아닌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이들 밥 먹이는데 이 정도 진심인 선생님이 다른 일이라고 적당히 넘겼을 리가 없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모아 <체육복을 읽는 아침>이라는 책으로 엮어 냈다.

"지난 13년 동안 선생님으로 살면서 만난 아이들과 저의 성장기에요.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절망이 만연했다고는 해도 결국 희망을 찾을 곳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이야기도요. 참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이야기들이 한 방울씩 한 방울씩 십여 년간 모여 만들어진 종유석 같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이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며 강원도 정선행 고속버스에 올라탈 결심이 선 건 책에 실린 스승의 날 학생이 보냈다는 편지를 보면서다.
"처음엔 그냥 졸업장이나 따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우리를 되는대로 살라고 포기하지 않으시더라고요…사실 선생님도 저러다 금방 포기하시겠지 싶었는데 변함이 없으시더라고요.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실까 싶기도 했지만, 나도 저런 근성이 있을까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해 봤어요."(<체육복을 읽는 아침> 중)
'저러다 포기하겠지' 했던 선생님이 변함없이 열심히 곁을 지켜주니 스스로 변했다는 아이들이 책 속에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정해진 시간 수업을 하고 큰 문제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 할 일은 다 한 셈 아닌가? 그런데 시간을 쪼개 아이들 먹거리를 준비하고, 밥 더 먹이겠다고 ‘먹방’을 찍고, SNS까지 근무 공간을 넓혀 일거리를 만들고, 가끔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서 솔직히 일 벌인다고 월급이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이들 눈에도 보이나 보다. 이 선생님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후회하지 않으려고요. 일 쉽게 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학생을 오토바이 사고로 앞서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요. 우리가 함께 만난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구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고, 축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해야겠구나, 그래야 내가 후회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렇지 못하면 제가 아파요. 한순간 화가 나서 험한 말을 했는데 다음날 상대가 세상을 떠난다면 평생 후회로 남지 않겠어요?
제가 학생부장을 계속 맡고 있는데, 이게 되게 중요한 활동이에요. 한명 한명 개별적인 관심을 주는 일, 같은 집단이라는 소속감을 주는 일, 물리적으로 배를 채워주는 일은 학교폭력과 갈등 예방에 굉장한 효과가 있습니다. 애들이 마음이 누그러지면 싸울 필요가 없죠. 다른 사람 말도 귀에 좀 들리고요. 안 해도 되는 일이라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먹을 거 같이 먹으면서 인사하고 수다 떨고 그러면 기분이 좋잖아요?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좋은 관계였어도 서먹하고 불편합니다.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떤 쪽을 택할지는 저에게는 어렵지 않은 선택인 셈이죠. 그리고 아침에 자기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느끼면 일단 행복하지 않나요? 무언가를 받으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보면 원래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기도 하고요.
학교폭력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난 뒤 해결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 전에 불러다 먹이고, 인사해 주고, 안부를 묻고 이런 것만으로도 다툼이나 갈등이 확연히 적어져요. 냉정하게 일 자체만 두고 봤을 때도 내 일을 덜 힘들게 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해요."
이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며 강원도 정선행 고속버스에 올라탈 결심이 선 건 책에 실린 스승의 날 학생이 보냈다는 편지를 보면서다.
"처음엔 그냥 졸업장이나 따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우리를 되는대로 살라고 포기하지 않으시더라고요…사실 선생님도 저러다 금방 포기하시겠지 싶었는데 변함이 없으시더라고요.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실까 싶기도 했지만, 나도 저런 근성이 있을까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해 봤어요."(<체육복을 읽는 아침> 중)
'저러다 포기하겠지' 했던 선생님이 변함없이 열심히 곁을 지켜주니 스스로 변했다는 아이들이 책 속에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정해진 시간 수업을 하고 큰 문제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 할 일은 다 한 셈 아닌가? 그런데 시간을 쪼개 아이들 먹거리를 준비하고, 밥 더 먹이겠다고 ‘먹방’을 찍고, SNS까지 근무 공간을 넓혀 일거리를 만들고, 가끔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서 솔직히 일 벌인다고 월급이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이들 눈에도 보이나 보다. 이 선생님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후회하지 않으려고요. 일 쉽게 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학생을 오토바이 사고로 앞서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요. 우리가 함께 만난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구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고, 축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해야겠구나, 그래야 내가 후회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렇지 못하면 제가 아파요. 한순간 화가 나서 험한 말을 했는데 다음날 상대가 세상을 떠난다면 평생 후회로 남지 않겠어요?
제가 학생부장을 계속 맡고 있는데, 이게 되게 중요한 활동이에요. 한명 한명 개별적인 관심을 주는 일, 같은 집단이라는 소속감을 주는 일, 물리적으로 배를 채워주는 일은 학교폭력과 갈등 예방에 굉장한 효과가 있습니다. 애들이 마음이 누그러지면 싸울 필요가 없죠. 다른 사람 말도 귀에 좀 들리고요. 안 해도 되는 일이라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먹을 거 같이 먹으면서 인사하고 수다 떨고 그러면 기분이 좋잖아요?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좋은 관계였어도 서먹하고 불편합니다.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떤 쪽을 택할지는 저에게는 어렵지 않은 선택인 셈이죠. 그리고 아침에 자기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느끼면 일단 행복하지 않나요? 무언가를 받으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보면 원래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기도 하고요.
학교폭력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난 뒤 해결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 전에 불러다 먹이고, 인사해 주고, 안부를 묻고 이런 것만으로도 다툼이나 갈등이 확연히 적어져요. 냉정하게 일 자체만 두고 봤을 때도 내 일을 덜 힘들게 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해요."

이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교사가 천직이구나 싶은데, 사실 이 선생님은 어릴 적 검사를 꿈꿨다. 검사 지망생이 교사가 된 건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을 일으키려면 의사나 판검사 뭐 이런 공식이 있었어요. 피 보는 건 무섭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 멋있어서 검사가 돼야겠다 했죠. 그런데 수능을 치고 얼마 안 있다가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어요. 대학은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는데,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사범대를 권하셨어요. 국립대 사범대에 진학하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선생님이 되어서 빨리 집안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면서요. 그렇게 사범대에 진학했어요.
임용고시를 보기 전까지도 일반 회사에 들어갈까, 군대에 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집안 형편을 생각하니 직업적 안정성이 중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기로 했죠. 공부할 때, 첫 발령이 날 때까지도 제가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은 EBS나 사설 학원의 '일타'강사같은 느낌이었어요. 수능에 나오는 거 재미있게 입담 좋게 잘 가르쳐서 대학 잘 보내고 때 되면 제자들이 인사 오고 그런 선생님이요."
"제가 잘 컸다고 아이들이 뿌듯해 합니다"…음?
이런 그가 바뀐 건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첫 발령지로 특성화고등학교를 배정받으면서 그의 생각 범위 밖에 있는 세상을 알게 됐다.
"지금은 뭐 완전히 다르죠. 그 생각은 완전히 반의 반쪽짜리였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절반은 특성화고 다니는 애들이고, 교과 지도(수업하는 거요)뿐만 아니라 생활지도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그땐 몰랐거든요. 이것도 결국은 다 아이들에게 제가 배운 셈이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가 '제자'라는 말을 잘 못 씁니다. 아이들이 제게 배워간 것만큼(사실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정말 무척이나 많거든요. 이번에 책이 나오고 나서 졸업한 아이들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요. 아이들이 저를 보고 '잘 컸다'며 뿌듯해하고들 있어요. 자기들이 절 키웠다면서요."
어느 사회보다 늦게 바뀐다는 곳이 교직 사회다. 남다른(?) 기획력에 누군가는 유난스럽다며 눈총을 보낼 수도 있겠고, 마음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열정 넘치던 선생님들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회의감에 교직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많은 선생님이 응원하고 도와주세요. 덕분에 틀린 방향이 아니구나 힘을 내서 더 할 수 있고요. 사실 유난스럽다는 얘기 들은 적도 있어요. 교육적 가치관이 안 맞는 분들도 있죠. 저 연차 때는 화가 나기도 했는데,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사회잖아요.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면 또 정답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저는 제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거고, 다른 분들은 또 그분 나름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실 거고요. 저마다의 가치관과 역할이 조화를 이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요즘에는 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께서 ‘애들은 결국 애들이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두고 ‘아버지,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라고 하잖아요. 둘을 합치면 '이 철부지들은 지금 지들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이런다'쯤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화날 일도 없더라고요.
하지만 낙숫물에 댓돌 뚫린다고 작은 일들이 이것저것 모이면 쓰러질 만큼 심란해지기도 해요. 이럴 때 저만의 방법이라면 매일 아침 수영을 해요. 물속에서 한 30분쯤 첨벙거리다 보면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나와서 제 마음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고, 내 마음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죠. 과목이 국어인 만큼 좋은 글을 읽고 제 글을 쓰는 것도 이 일을 꾸준히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을 일으키려면 의사나 판검사 뭐 이런 공식이 있었어요. 피 보는 건 무섭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 멋있어서 검사가 돼야겠다 했죠. 그런데 수능을 치고 얼마 안 있다가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어요. 대학은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는데,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사범대를 권하셨어요. 국립대 사범대에 진학하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선생님이 되어서 빨리 집안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면서요. 그렇게 사범대에 진학했어요.
임용고시를 보기 전까지도 일반 회사에 들어갈까, 군대에 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집안 형편을 생각하니 직업적 안정성이 중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기로 했죠. 공부할 때, 첫 발령이 날 때까지도 제가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은 EBS나 사설 학원의 '일타'강사같은 느낌이었어요. 수능에 나오는 거 재미있게 입담 좋게 잘 가르쳐서 대학 잘 보내고 때 되면 제자들이 인사 오고 그런 선생님이요."
"제가 잘 컸다고 아이들이 뿌듯해 합니다"…음?
이런 그가 바뀐 건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첫 발령지로 특성화고등학교를 배정받으면서 그의 생각 범위 밖에 있는 세상을 알게 됐다.
"지금은 뭐 완전히 다르죠. 그 생각은 완전히 반의 반쪽짜리였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절반은 특성화고 다니는 애들이고, 교과 지도(수업하는 거요)뿐만 아니라 생활지도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그땐 몰랐거든요. 이것도 결국은 다 아이들에게 제가 배운 셈이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가 '제자'라는 말을 잘 못 씁니다. 아이들이 제게 배워간 것만큼(사실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정말 무척이나 많거든요. 이번에 책이 나오고 나서 졸업한 아이들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요. 아이들이 저를 보고 '잘 컸다'며 뿌듯해하고들 있어요. 자기들이 절 키웠다면서요."
어느 사회보다 늦게 바뀐다는 곳이 교직 사회다. 남다른(?) 기획력에 누군가는 유난스럽다며 눈총을 보낼 수도 있겠고, 마음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열정 넘치던 선생님들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회의감에 교직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많은 선생님이 응원하고 도와주세요. 덕분에 틀린 방향이 아니구나 힘을 내서 더 할 수 있고요. 사실 유난스럽다는 얘기 들은 적도 있어요. 교육적 가치관이 안 맞는 분들도 있죠. 저 연차 때는 화가 나기도 했는데,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사회잖아요.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면 또 정답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저는 제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거고, 다른 분들은 또 그분 나름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실 거고요. 저마다의 가치관과 역할이 조화를 이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요즘에는 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께서 ‘애들은 결국 애들이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두고 ‘아버지,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라고 하잖아요. 둘을 합치면 '이 철부지들은 지금 지들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이런다'쯤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화날 일도 없더라고요.
하지만 낙숫물에 댓돌 뚫린다고 작은 일들이 이것저것 모이면 쓰러질 만큼 심란해지기도 해요. 이럴 때 저만의 방법이라면 매일 아침 수영을 해요. 물속에서 한 30분쯤 첨벙거리다 보면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나와서 제 마음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고, 내 마음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죠. 과목이 국어인 만큼 좋은 글을 읽고 제 글을 쓰는 것도 이 일을 꾸준히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요."
"그게 교사의 일이니까, 제 일이니까 하는 거죠."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하다 눈물이 날 만큼 번아웃이 온 적도 있단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 해 봤음 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게 교사의 일,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 요즘 자해나 자살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벌어지고 나면 아이가 다치거나 되돌릴 수 없잖아요.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고 마음을 듣고 문제를 빨리 알아보고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게 교사의 일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게 교사의 보람인 거고요. 저는 그래요.
토이 노래 중에 ‘좋은 사람’이라고 있어요. 그 후렴 가사가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거든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게 돼요. 누군가 자기를 환대하는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환대를 나누어 줄 거라고 생각하고요. 제 앞에 있는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해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문학이라는 예방주사를 놓는 일을 그만둘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또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금연은 어른도 힘든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흡연 예방 사업하라고 지원이 나오는데, 포스터 붙이고 금연껌 나눠줘 봐야 효과가 있나 싶어서 차라리 양성화시켜볼까 합니다. 각 반에 대표 흡연자와 야무진 아이들을 멘토로 뽑아서 매칭 시켜줄 계획이에요. 그래서 멘토와 흡연자가 점심시간 한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하는 거죠. 서로 진로나 앞으로의 인생 계획, 학교생활 이야기도 하면서, 흡연자들은 한 시간 동안 담배를 참아 보는 거고요. 멘토는 어려운 친구를 도운 것이니 봉사활동 점수를 올려볼 수 있을 테고요. 멘토와 멘티, 또 이를 본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에요. 애들이 이걸 하겠냐고요? 맛있는 거 먹이면서 하면 또 잘할 겁니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하다 눈물이 날 만큼 번아웃이 온 적도 있단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 해 봤음 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게 교사의 일,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 요즘 자해나 자살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벌어지고 나면 아이가 다치거나 되돌릴 수 없잖아요.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고 마음을 듣고 문제를 빨리 알아보고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게 교사의 일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게 교사의 보람인 거고요. 저는 그래요.
토이 노래 중에 ‘좋은 사람’이라고 있어요. 그 후렴 가사가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거든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게 돼요. 누군가 자기를 환대하는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환대를 나누어 줄 거라고 생각하고요. 제 앞에 있는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해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문학이라는 예방주사를 놓는 일을 그만둘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또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금연은 어른도 힘든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흡연 예방 사업하라고 지원이 나오는데, 포스터 붙이고 금연껌 나눠줘 봐야 효과가 있나 싶어서 차라리 양성화시켜볼까 합니다. 각 반에 대표 흡연자와 야무진 아이들을 멘토로 뽑아서 매칭 시켜줄 계획이에요. 그래서 멘토와 흡연자가 점심시간 한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하는 거죠. 서로 진로나 앞으로의 인생 계획, 학교생활 이야기도 하면서, 흡연자들은 한 시간 동안 담배를 참아 보는 거고요. 멘토는 어려운 친구를 도운 것이니 봉사활동 점수를 올려볼 수 있을 테고요. 멘토와 멘티, 또 이를 본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에요. 애들이 이걸 하겠냐고요? 맛있는 거 먹이면서 하면 또 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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