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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사에 그림 그려 넣는 기자...왜? 재밌으니까!
[왜 이렇게까지?] 윤성중 <월간 산> 기자
2023. 06. 27 (화)

“그림 그리려고 기사 쓰는듯한 기자”
어느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인기글을 발견했다. 제목을 클릭해보니 웬걸, 기사마다 삽입된 그림의 퀄리티가 범상치 않다. 대충 그린 듯하면서도 거침없는 선, 감각적인 색채, 위트있는 장면 구성. 힙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0여 건이 넘게 달린 댓글 역시 ‘귀엽다’, ‘표현력 좋다’ 등 호평 일색이다.
어떤 매체에서 기사에 이런 그림을…? 하고 살펴보니, 또 한번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온다. <월간 산(山)>. 창간한 지 54년 된 산악 잡지에서 이럴 일인가? 싶은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등산복 입은 산꾼들의 모습과 힙한 그림이 제법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그러나 여전히 드는 의문.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기 위해 산 타고, 취재하고, 기사 쓰기에도 정신없을 텐데, 산악 전문지 기자가 대체 왜 그림까지 직접 그리고 있는 걸까. (심지어 잘 그리기까지?)
그림 기사의 주인공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 ‘기자님의 기사가 온라인에서 화제인데, 알고 계신가요? 만나뵙고 싶습니다.’ 머잖아 답장이 도착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쩐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갑자기 10명 늘었어요.’ 그렇게 윤성중 기자와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어느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인기글을 발견했다. 제목을 클릭해보니 웬걸, 기사마다 삽입된 그림의 퀄리티가 범상치 않다. 대충 그린 듯하면서도 거침없는 선, 감각적인 색채, 위트있는 장면 구성. 힙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0여 건이 넘게 달린 댓글 역시 ‘귀엽다’, ‘표현력 좋다’ 등 호평 일색이다.
어떤 매체에서 기사에 이런 그림을…? 하고 살펴보니, 또 한번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온다. <월간 산(山)>. 창간한 지 54년 된 산악 잡지에서 이럴 일인가? 싶은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등산복 입은 산꾼들의 모습과 힙한 그림이 제법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그러나 여전히 드는 의문.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기 위해 산 타고, 취재하고, 기사 쓰기에도 정신없을 텐데, 산악 전문지 기자가 대체 왜 그림까지 직접 그리고 있는 걸까. (심지어 잘 그리기까지?)
그림 기사의 주인공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 ‘기자님의 기사가 온라인에서 화제인데, 알고 계신가요? 만나뵙고 싶습니다.’ 머잖아 답장이 도착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쩐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갑자기 10명 늘었어요.’ 그렇게 윤성중 기자와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사진= 월간 산 기사 캡처)
-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산악·아웃도어 전문 매거진 <월간 산>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윤성중입니다. 이곳에서 일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요. 이전부터 산악 전문지 기자로 일했어요. 대표적인 국내 산악 잡지사가 <사람과 산>, <월간 마운틴>, 그리고 <월간 산> 이렇게 3곳인데요. 앞의 두 매체를 거치고, 광고대행사에도 잠깐 몸담았다가 현 직장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림 그리려고 기사 쓰는듯한 기자’라고 꽤 주목을 받으셨어요. 만나뵙게 되면 이것부터 꼭 질문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았네요! 정말로 그림 그리려고 기사를 쓰시는 건가요?
그게…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죠.(웃음) 그림 그리는 게 즐겁긴 하지만, 그걸 위해 기사를 쓰는 건 아니고요.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림보단 기사 쓰는 게 훨씬 오래 걸립니다. 짧은 분량의 도토리 기사로 예를 들어, 글 쓰는 데 1시간쯤 걸린다고 치면 그림은 20~30분 만에 그렸어요. 많은 고민 없이, 기사 내용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바로바로 떠올려서 그림으로 옮기는 편이에요.
- <월간 산>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기사와는 사뭇 달라요. 언제부터 이렇게 기사에 직접 그린 그림을 넣게 되신 건가요?
시작은 방금 말씀드렸던 그 도토리 기사였어요. 도토리를 허가 없이 줍는 건 불법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글을 다 쓰고나서 관련 사진을 찾아보니까 기사랑 딱 맞는 이미지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기껏 찾아내도 화질이 너무 떨어져서 쓸 수 없거나, 저작권 허가를 받아야 해서 절차가 복잡했어요. ‘이럴 시간에 내가 직접 그리는 게 낫겠다’ 싶었죠.
- 기존의 톤앤매너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을 법도 한데, 내부 반발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편집장님이 이전부터 제 그림을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제가 그린 그림을 기사에 넣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얼마든지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격려해주셨죠. 그렇게 오픈 마인드로 용인해주시지 않았다면 그런 기사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 보통 취재 기자가 쓴 기사는 고참 기자가 검토하고 다듬는 ‘데스킹’ 과정을 반드시 거치잖아요. 기자님이 그린 그림도 데스킹을 받나요?
물론 거치죠.(웃음) 근데 수정 지시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보통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기자들이 모두 있는 단체 메신저방에 보내면서 ‘이 기사에 이 그림을 올리겠습니다’라고 얘기해요. 그럼 이제 ‘ㅋㅋㅋㅋ’, ‘ㅎㅎㅎㅎ’ 이런 답장이 옵니다. 그림에 대한 기준치는 제가 가장 높게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도토리 그림도 썩 마음에 들진 않거든요. 배경이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상상했던 게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어요.
산악·아웃도어 전문 매거진 <월간 산>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윤성중입니다. 이곳에서 일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요. 이전부터 산악 전문지 기자로 일했어요. 대표적인 국내 산악 잡지사가 <사람과 산>, <월간 마운틴>, 그리고 <월간 산> 이렇게 3곳인데요. 앞의 두 매체를 거치고, 광고대행사에도 잠깐 몸담았다가 현 직장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림 그리려고 기사 쓰는듯한 기자’라고 꽤 주목을 받으셨어요. 만나뵙게 되면 이것부터 꼭 질문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았네요! 정말로 그림 그리려고 기사를 쓰시는 건가요?
그게…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죠.(웃음) 그림 그리는 게 즐겁긴 하지만, 그걸 위해 기사를 쓰는 건 아니고요.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림보단 기사 쓰는 게 훨씬 오래 걸립니다. 짧은 분량의 도토리 기사로 예를 들어, 글 쓰는 데 1시간쯤 걸린다고 치면 그림은 20~30분 만에 그렸어요. 많은 고민 없이, 기사 내용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바로바로 떠올려서 그림으로 옮기는 편이에요.
- <월간 산>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기사와는 사뭇 달라요. 언제부터 이렇게 기사에 직접 그린 그림을 넣게 되신 건가요?
시작은 방금 말씀드렸던 그 도토리 기사였어요. 도토리를 허가 없이 줍는 건 불법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글을 다 쓰고나서 관련 사진을 찾아보니까 기사랑 딱 맞는 이미지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기껏 찾아내도 화질이 너무 떨어져서 쓸 수 없거나, 저작권 허가를 받아야 해서 절차가 복잡했어요. ‘이럴 시간에 내가 직접 그리는 게 낫겠다’ 싶었죠.
- 기존의 톤앤매너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을 법도 한데, 내부 반발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편집장님이 이전부터 제 그림을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제가 그린 그림을 기사에 넣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얼마든지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격려해주셨죠. 그렇게 오픈 마인드로 용인해주시지 않았다면 그런 기사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 보통 취재 기자가 쓴 기사는 고참 기자가 검토하고 다듬는 ‘데스킹’ 과정을 반드시 거치잖아요. 기자님이 그린 그림도 데스킹을 받나요?
물론 거치죠.(웃음) 근데 수정 지시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보통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기자들이 모두 있는 단체 메신저방에 보내면서 ‘이 기사에 이 그림을 올리겠습니다’라고 얘기해요. 그럼 이제 ‘ㅋㅋㅋㅋ’, ‘ㅎㅎㅎㅎ’ 이런 답장이 옵니다. 그림에 대한 기준치는 제가 가장 높게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도토리 그림도 썩 마음에 들진 않거든요. 배경이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상상했던 게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어요.

(사진 출처=월간 산)
- 본인이 봐도 ‘이건 진짜 잘 그렸다’라고 할 만한 그림은 무엇인가요?
<월간 산>에서 연재하고 있는 등산시렁 코너 기사 중 하나인데요. ‘불수사도북’이라고,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연결해서 가는 코스의 완주기를 다뤘을 때 그린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딱 그게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막 그린 듯한.
- 그렇게 막 그린 듯한 느낌이 힙하다는 인상을 주는 거 같아요.
그런가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전 제 그림이 ‘힙한 그림’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다만, <월간 산>이 54년간 구축해 온 이미지와는 상반된 느낌이어서 우려스럽긴 했어요.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편집장님은 괜찮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림은 되도록이면 지우지 않고 수정 없이 한 번에 그리는 편이에요. 연습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구형 타블렛으로 그리는데, 그게 오래 돼서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성능 좋은 다른 타블렛으로 바꿔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제 맘대로 그려지지 않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구형 타블렛을 쓰고 있어요.
- 등산 기자는 한 달중 대부분을 산으로 출근하신다면서요. 등산도 하랴, 취재도 하랴, 기사도 쓰랴 바쁘실텐데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생각한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재밌어요. 서점에서 책보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주로 잡지를 많이 보는데,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이나 사진, 그림 등을 보면 그걸 그대로 제 코너에 녹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요. 그게 상상대로 이뤄졌을 때 굉장히 즐겁고요.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독자들이 긍정적으로 피드백해주면 거기서도 보람과 재미를 느껴요.
<월간 산>에서 연재하고 있는 등산시렁 코너 기사 중 하나인데요. ‘불수사도북’이라고,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연결해서 가는 코스의 완주기를 다뤘을 때 그린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딱 그게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막 그린 듯한.
- 그렇게 막 그린 듯한 느낌이 힙하다는 인상을 주는 거 같아요.
그런가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전 제 그림이 ‘힙한 그림’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다만, <월간 산>이 54년간 구축해 온 이미지와는 상반된 느낌이어서 우려스럽긴 했어요.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편집장님은 괜찮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림은 되도록이면 지우지 않고 수정 없이 한 번에 그리는 편이에요. 연습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구형 타블렛으로 그리는데, 그게 오래 돼서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성능 좋은 다른 타블렛으로 바꿔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제 맘대로 그려지지 않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구형 타블렛을 쓰고 있어요.
- 등산 기자는 한 달중 대부분을 산으로 출근하신다면서요. 등산도 하랴, 취재도 하랴, 기사도 쓰랴 바쁘실텐데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생각한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재밌어요. 서점에서 책보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주로 잡지를 많이 보는데,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이나 사진, 그림 등을 보면 그걸 그대로 제 코너에 녹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요. 그게 상상대로 이뤄졌을 때 굉장히 즐겁고요.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독자들이 긍정적으로 피드백해주면 거기서도 보람과 재미를 느껴요.

(사진=월간 산 기사 캡처)
- 이번에 기자님의 기사를 쭉 살펴봤는데, 그림도 그림이지만 기획이 남다르시더라고요. ‘등산시렁’, ‘21세기 헤비듀티’ 등 눈에 띄는 코너명이 많던데, 이게 다 뭔가요?
‘등산시렁’은 산에 가서 등산만 하기 싫은 사람의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예요. 등산을 살짝 다른 시선으로 보자는 의도로 기획했어요. 보통 산악 잡지 기사들은 어떤 산에 올라가서 그 산에 대한 코스를 소개하고 이름의 유래를 알려준다든지 하는 내용 위주잖아요. ‘산에서 다른 것도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콘텐츠는 왜 등산 잡지에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하게 됐죠. 등산 잡지에서 일하지만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을 산에 끌고 가는 내용이라든지, 다양한 얘기를 다룹니다.
‘21세기 헤비듀티’는 고바야시 야스히코라는 일본 작가의 책 <헤비듀티>를 오마주한 코너예요. 그 책을 보면 여러 오래 되고 역사 깊은 복장들을 소개하는 내용이거든요. 거기서 착안해, 제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고 설정하고 기사를 써요. 튼튼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인 거죠.
- 여러모로 제 편견 속 등산 잡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흥미롭네요. 기사로 다루는 소재도 새로운 부분을 건드리려고 노력하시는 듯해요.
익숙한 관점과 방식으로만 기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준다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제 생각에 <월간 산> 같은 매거진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거예요. 등산을 자주 한다는 사실 외엔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아줌마를 인터뷰하겠다는데, 이걸 받아주는 잡지사가 또 있을까요? 평범한 아줌마를 인터뷰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 수익적으로나 조회수에 크게 도움 되는 기획은 아니잖아요. '산을 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등산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해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편집장님께서 흔쾌히 ‘오케이, 진행시켜!' 하시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윤성중 기자는 <산줌마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인터뷰 기사를 냈다.
- 요샌 ‘받은 만큼만 하자’라는 마인드를 탑재하는 게 직장인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기자님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런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보여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전 제 일을 통해 스스로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굉장한 행운이죠.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업이 거의 일치하기도 하고요. 일을 통해 저의 발전을 발견하는 게 재밌어요. 이를테면, 이번 달에는 글이 더 좋아졌다든가, 그림 스타일이 새롭게 바뀌었다든가요. 혹은 새로운 기획을 시도했는데 재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제가 발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등산시렁’은 산에 가서 등산만 하기 싫은 사람의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예요. 등산을 살짝 다른 시선으로 보자는 의도로 기획했어요. 보통 산악 잡지 기사들은 어떤 산에 올라가서 그 산에 대한 코스를 소개하고 이름의 유래를 알려준다든지 하는 내용 위주잖아요. ‘산에서 다른 것도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콘텐츠는 왜 등산 잡지에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하게 됐죠. 등산 잡지에서 일하지만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을 산에 끌고 가는 내용이라든지, 다양한 얘기를 다룹니다.
‘21세기 헤비듀티’는 고바야시 야스히코라는 일본 작가의 책 <헤비듀티>를 오마주한 코너예요. 그 책을 보면 여러 오래 되고 역사 깊은 복장들을 소개하는 내용이거든요. 거기서 착안해, 제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고 설정하고 기사를 써요. 튼튼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인 거죠.
- 여러모로 제 편견 속 등산 잡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흥미롭네요. 기사로 다루는 소재도 새로운 부분을 건드리려고 노력하시는 듯해요.
익숙한 관점과 방식으로만 기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준다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제 생각에 <월간 산> 같은 매거진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거예요. 등산을 자주 한다는 사실 외엔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아줌마를 인터뷰하겠다는데, 이걸 받아주는 잡지사가 또 있을까요? 평범한 아줌마를 인터뷰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 수익적으로나 조회수에 크게 도움 되는 기획은 아니잖아요. '산을 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등산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해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편집장님께서 흔쾌히 ‘오케이, 진행시켜!' 하시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윤성중 기자는 <산줌마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인터뷰 기사를 냈다.
- 요샌 ‘받은 만큼만 하자’라는 마인드를 탑재하는 게 직장인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기자님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런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보여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전 제 일을 통해 스스로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굉장한 행운이죠.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업이 거의 일치하기도 하고요. 일을 통해 저의 발전을 발견하는 게 재밌어요. 이를테면, 이번 달에는 글이 더 좋아졌다든가, 그림 스타일이 새롭게 바뀌었다든가요. 혹은 새로운 기획을 시도했는데 재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제가 발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사진=윤성중 기자 본인 제공)
- 그럼 평소에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시나요?
싸우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과 싸우자. (웃음) 가장 걸리적거리는 방해꾼은 마감이죠. 마감시간에 쫓기다보면 구상한 대로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이건 한 번만 시도해보자, 시간이 없어도 저 사람한테 이건 한 번 물어보자, 시간이 부족해도 이렇게 한 번 그려보자. 항상 이런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이것만 해보자’는 결국…야근으로 귀결되지 않나요? 업무시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요. 저는 그걸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가 잘하는 등산과 제가 좋아하는 그림과, 익숙한 글을 조합해서 일을 하니까 시너지가 나서 그런 것 같아요.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을 누리기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도 크게 괴로운 경우가 얼마 없어요.
만약 괴롭다면 일의 양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 일을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이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이거든요. 내가 통제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
-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친구들도 종종 저한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어요. 무슨 대화를 하든 다 일로 연결시키거든요. 음… 전 어렴풋이 마음속에 완성형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어떤 형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거기에 가까워지고 싶은 것 같아요. 예컨대, 미술가가 그림을 그릴 때 본인이 만족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덧칠을 하고 수없이 수정을 하잖아요.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서요. 저 역시 제가 생각하는 마스터피스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우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과 싸우자. (웃음) 가장 걸리적거리는 방해꾼은 마감이죠. 마감시간에 쫓기다보면 구상한 대로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이건 한 번만 시도해보자, 시간이 없어도 저 사람한테 이건 한 번 물어보자, 시간이 부족해도 이렇게 한 번 그려보자. 항상 이런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이것만 해보자’는 결국…야근으로 귀결되지 않나요? 업무시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요. 저는 그걸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가 잘하는 등산과 제가 좋아하는 그림과, 익숙한 글을 조합해서 일을 하니까 시너지가 나서 그런 것 같아요.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을 누리기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도 크게 괴로운 경우가 얼마 없어요.
만약 괴롭다면 일의 양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 일을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이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이거든요. 내가 통제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
-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친구들도 종종 저한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어요. 무슨 대화를 하든 다 일로 연결시키거든요. 음… 전 어렴풋이 마음속에 완성형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어떤 형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거기에 가까워지고 싶은 것 같아요. 예컨대, 미술가가 그림을 그릴 때 본인이 만족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덧칠을 하고 수없이 수정을 하잖아요.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서요. 저 역시 제가 생각하는 마스터피스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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