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느낌표를 찍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

[인터뷰] 빅밴드 임주혁, 이정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23. 07. 18 (화) 17:42 | 최종 업데이트 2023. 07. 20 (목) 16:58
‘좋은 광고’란 무엇일까요? 촌철살인의 카피로 기억에 남을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일 수도 있고, 인상적인 비주얼로 시각적인 신선함을 주는 광고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광고를 보는 이의 취향과 관점, 상황에 달려있을 텐데요. 

각각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로 출발한 빅밴드의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광고는 결국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 방법에 있어서 카피라이터 출신, 아트디렉터 출신으로서 접근 방식에 차이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임주혁, 이정표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인터뷰를 통해 광고회사의 CD의 역할과 두 분의 광고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본부 1팀 이정표CD, 2팀 임주혁CD (사진제공 = 빅밴드) 
 
 
Q.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임주혁CD(이하 임) : 안녕하세요. 저는 카피라이터로 15년간 살아온 임주혁 CD입니다. 2006년에 카피라이터로 광고 생활을 시작을 했고 지금 CD로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이정표CD(이하 이) : 안녕하세요. 저는 쭉 아트디렉터로 살아오다 빅밴드에 합류하면서 CD가 된 12년 차 이정표라고 합니다.
 

Q. 연이은 경쟁pt로 고생하고 계시죠. 오늘도 pt를 끝내고 오셨다고 들었어요. 빅밴드에서 담당했던 캠페인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게요. 어떤 캠페인을 진행했는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려요.

: 저는 최근에 동국제약의 카리토포텐 캠페인을 담당했습니다. 카리토포텐은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개선제인데요.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아버지 세대분들 중에 자다가 밤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걸 야뇨라고 해요. 늙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그게 질환 중에 하나라고 해요. 더 큰 문제는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거나 자칫 다른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번 캠페인은 ‘야뇨, 빈뇨, 잔뇨는 질환이고 관리가 필요한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을 짚어준 것이 반응이 좋았어요. ‘남자에게 좋은’ 제품이라는 근거 없이 기대감만 주는 타제품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준 것이죠. PT 당시 광고주들도 이 포인트를 좋아했고, 온에어 후 시장 반응도 좋아서 계약된 기간을 연장해서 온에어하고 있습니다.


빅밴드에서 진행한 동국제약 ‘카리토포텐’과 ‘마데카 프라임’ 광고 캠페인

Q. 이 CD님은 최근에 마데카 프라임을 담당하셨죠.

: 마데카 프라임은 최근에 리뉴얼 론칭한 제품인데, 리뉴얼 이전부터 담당해왔어요.
처음엔 사실 뷰티 디바이스가 정말 피부 관리에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초반엔 직접 써보고, 가족도 써보라고 하고… 소비자 반응을 조사하는 작업들을 꽤 많이 했어요. 아무리 광고라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을 해야 되니까요. 

이번 캠페인 영상에는 이보영씨가 모델로 등장하는데요. 이보영씨의 스마트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에 기대기보다는, 소비자로서 마데카 프라임을 실제로 써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장점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 방법이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냥 ‘쓰면 아름다워진다’가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편리하게 쓸 수 있고,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제품의 특성을 소비자 언어로 알려주는 게 굉장히 주요했어요. 온에어 되고 반응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 


Q : 최근 본 광고 중에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나, 인상적이었던 광고 사례가 있을까요?

: 일본 성년의 날에 NTT DOCOMO에서 온에어 한 광고가 생각나요. 이 광고는 ‘어른이란 뭘까’라며 시작해요. 일을 잘하는 것, 참을성이 강한 것 등 어른에 대한 통념들이 나열되고, 결국엔 ‘어른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나다운 내가 되어라’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돼요.(정확한 카피는 기억나지 않지만…^^) 광고를 보고 ‘인생에 틀을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게 살아야겠다’라는 울림이 있었어요. 

: 태국 과자 브랜드의 광고가 있는데, 한 브랜드가 광고에서 동일한 톤앤 매너를 꾸준히 이어 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여기 광고들이 좀 기괴해요. 이마에다 눈을 만들고 목 뒤에다가 입을 만들고. 그러면서 눈을 감아도 생각나는 과자, 남들 모르게 몰래 먹고 싶은 과자. 이런 형태로 어떻게 보면 기괴할 수 있는 비주얼의 광고를 한 3년째 이어 오고 있어요. 
태국 스낵 브랜드 'Voiz'의 광고 캠페인

한 편만 봤을 때는 ‘아니 어떻게 이런 광고를 만들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을 꾸준히, 뚝심 있게 이어가면 결국은 그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각인이 되고요. 
요즘에는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까 치고 빠지는 광고가 많은데, 이런 시장 상황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광고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커리어를 위해서 스터디를 하거나, 꾸준히 주시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 일단 사례를 많이 찾아봐요. 국내 광고 같은 경우에는 ‘저거 내가 했으면 정말 좋았겠다’하는 잘 만든 광고들을 계속 돌려보면서 필사해요. 광고를 보면서 카피는 물론이고, 비주얼 측면에서도 이걸 왜 썼는지, 의도는 무엇인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생각한 바를 써 놓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면 머리에도 남지만, 노트에 사례들이 쌓이니까 당장 아이디어를 짜야 하는 순간에 찾아볼 수 있어요. 아카이브처럼.

: 저는 알고리즘에 편입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하면 로그인을 하지 않고, VPN(가상사설망)도 일부러 계속 국가를 바꿔요. 알고리즘이 굉장히 좋은 플랫폼 서비스이고, 좋은 기술이긴 하지만, 콘텐츠 주제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거든요. 광고라는 게 오히려 뜻 밖의 곳에서 영감을 얻거나, 의외로 좋은 레퍼런스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편향된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요. 

집중해야 될 때는 최대한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안에서 움직이지만, 평소 때에는 아무 컨텐츠나 눌러가면서 최대한 넓은 범위의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습득하려고 해요. 그리고 언제든 열어 볼 수 있도록 링크를 모아 놓은 페이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Q. 두 분은 각각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로 출발하셨는데, 광고 제작 과정이나 관점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 좀 얘기해 주세요.

: 저는 메시지보다는 비주얼 측면에 포커싱하는 부분이 있어요. 메시지 하나를 두고서 ‘이 메시지를 어떻게 이미지로 각인시킬 수 있을까?’, ‘이 메시지를 듣고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떠올릴까?’를 생각해요. 그게 모델이든, 장소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 미장센이든 시각적인 것들을 많이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저는 메시지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결국은 같은 것 같아요. 어쨌거나 광고라는 게 머릿속에 스크래치를 내야 되는데,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에 있어서 비주얼에 좀 더 신경을 쓰느냐, 메시지에 좀 더 신경을 쓰느냐의 차이인 거죠. 

: 오히려 카피라이터들이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반대로 아트디렉터가 한 마디 툭 던지는 게 더 좋은 메시지로 나오기도 해요. 광고라는 게 여러 사람이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만들어 큰 판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CD 개인의 관점 보다는 각 파트의 상호보완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Q. 이전에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 예전이나 지금이나 궁극적으로 광고주의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같은데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전에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일하는 것이 좀 자유로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책임이 많아지다 보니,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 같아요. 

또 다른 점은, 카피라이터로 있을 때보다는 여러 사람들하고 일하게 됐다는 점이 있어요. 감독, PD, 실장 등등 다양한 분들이 제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도움을 줘요. 각자 전문성을 가진 파트들을 맡겨서 일을 진행하는데, 그게 톱니바퀴처럼 딱 들어맞았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Q. 애로사항이 있으시다 면요?

: 부담감이 더 있어졌다는 것. 그런데 그 부담감이라는 게 건강한 부담감인 거죠.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 것 같아요. 다같이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총 책임은 CD가 지는 거니까요. 그 밖에 애로사항은 일이 너무 많으면 일하기 싫다는 거?! (웃음)


Q. 팀을 이끌면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 저는 팀원들 간에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기획팀과 회의를 할 때도 궁금한 건 무조건 물어보고,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해요. 충분히 이해를 해야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더 새로운 게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여러 명의 생각들을 모으고, 섞다 보면 새로운 게 나오고, 점점 더 좋은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 광고는 계속 물음표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온에어가 됐다 해도 계속 물음표가 있어야 하고요. 느낌표를 찍는 건 결국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이에요.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지?’,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하며 스스로에게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나 계속해서 질문하는 연습을 많이 시키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그 질문을 통해서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또 질문이 생겨요. 그 과정에서 발전이 있는 거죠.
빅밴드가 진행한 보쉬 코리아 신제품 론칭 캠페인과 정관장 활기력 부스터 캠페인.
두 캠페인 모두 기획, 연출, 3D를 포함한 제작 대부분의 과정을 빅밴드에서 소화했다

Q. 타사와 차별되는 CS본부의 경쟁력이라면?

: 저는 스튜디오 B라는 조직이 있다는 게 경쟁력이 아닐까 싶어요. 스튜디오 B는 프로덕션의 역할을 내재화 한 팀인데요. 일하는 입장에서는 의견을 주고받거나, 일을 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 최근 외국에는 우리 회사 같은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국내 대행사 중에는 연출, 어레인지, 3D를 모두 소화하는 프로덕션 기능을 내재화한 경우는 아직 많지 않아요. 연출은 물론, 3D 제작도 가능하고, 고퀄리티 영상까지 뽑아낼 수 있는 실력 있는 인력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퀄리티 자체가 많이 올라왔어요. 이게 빅밴드의 확실한 강점인 것 같아요.

광고 대행사는 파트가 명확해요. 기능 별로 세분화해서 전문이고 체계적으로 파트가 나눠져 있는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IMC, 디지털부터 영상 제작까지 캠페인의 모든 플로우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PT 할 때도 굉장히 큰 메리트이자, 매력으로 작용해요.

그래서 저는 기회가 된다면 해외 대형 광고회사들이 그런 것처럼 A부터 Z까지 아우르는 빅 캠페인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우리 회사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다른 대행사 보다 더 단단하고 심리스한 캠페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제작 파트 광고인을 꿈꾸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나 팁이 있을까요?

: 제가 존경하는 CD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라는 문장에 방금 하신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든, 콘텐츠든, 책이든, 그때그때 좋은 것들을 많이 접하고, 그게 왜 좋은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해요. 같은 것이라도 지나고 나서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현재에 좋은 것들을 많이 접해 놓으면 언젠가는 광고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광고라는 게 결국 생각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 요즘 예비 광고인들이 많이 없어요. 제가 신입일 때도 생각을 해보면 희한하게 다른 직업 들에 비해서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야근이 많다더라, 힘들다더라 스트레스가 많다더라, 주말에도 출근하더라.’ 아무래도 끝이라는 것이 없는 직업이고, 요즘은 워라밸이나 개인 생활도 중요한 시대니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진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서 한번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모든 게 다 경험 같거든요. 

그리고 광고라는 직업이 회사에 앞서 내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진짜 몇 안 되는 직업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싶고 광고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고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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