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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머리’가 좋다는 것,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인터뷰] ② 박웅현 TBWA 조직문화연구소장
2023. 10. 05 (목)

-웅현 님은 원래 기자나 PD가 되고 싶으셨는데, 시험에 떨어져 광고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차차선을 선택한 것이라 최선과 차선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다"고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이런 마음은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의 웅현 님이 되셨을까 궁금했어요. 아마 지금도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마음 고민 중이신 분들 많으실 것 같거든요.
이기적인 판단이었어요. 광고를 시작하고 3~4년은 너무 힘들었어요. 광고는 나와 안 맞는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나가야 하나, 나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냐, 극작가를 해볼까,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영화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10년 넘는 시간 충무로 판에 있는다? 자신 없는데. 프리랜서를 해볼까? 아이도 있고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데 통장에 매달 찍히는 숫자가 달라진다는 건 공포스러운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내 생업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은 뭘까.
우리 딸이 한두 살 때였는데, 저녁만 먹으면 나와서, 9층 아파트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살면 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기서 부장이 된다고 해도 사는 모습은 뻔한데 그게 내가 사는 목표인가, 그런데 내가 부장은 될 수 있나, 아니, 다음 달에 승진은 할 수 있나, 이렇게 10년은 다닐 수 있을까, 그럼 10년 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하지, 고민의 연속이었어요.
여유롭지 않았어요. 이런저런 생각은 많았지만 그중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결국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거였어요. 나는 여기 광고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카피를 써볼까, 그런데 나는 카피는 잘 못 쓰는데, 그럼 회의록이라도 써볼까, 이거라도 해볼까, 이런 고민의 연속이었고요.
-'항해술의 시작은 선박의 자기 위치 파악'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내 위치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두고 굉장히 이성적으로 생각하신 거네요.
그렇죠. 이성적으로, 이기적으로 생각한 거예요. 어떤 배포가 있거나, 뜻이 있거나 했던 건 아니에요. 내가 광고계에 한 획 긋겠다, 이런 건 너무 사치스러운 얘기였고요. '난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어요
이기적인 판단이었어요. 광고를 시작하고 3~4년은 너무 힘들었어요. 광고는 나와 안 맞는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나가야 하나, 나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냐, 극작가를 해볼까,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영화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10년 넘는 시간 충무로 판에 있는다? 자신 없는데. 프리랜서를 해볼까? 아이도 있고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데 통장에 매달 찍히는 숫자가 달라진다는 건 공포스러운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내 생업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은 뭘까.
우리 딸이 한두 살 때였는데, 저녁만 먹으면 나와서, 9층 아파트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살면 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기서 부장이 된다고 해도 사는 모습은 뻔한데 그게 내가 사는 목표인가, 그런데 내가 부장은 될 수 있나, 아니, 다음 달에 승진은 할 수 있나, 이렇게 10년은 다닐 수 있을까, 그럼 10년 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하지, 고민의 연속이었어요.
여유롭지 않았어요. 이런저런 생각은 많았지만 그중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결국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거였어요. 나는 여기 광고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카피를 써볼까, 그런데 나는 카피는 잘 못 쓰는데, 그럼 회의록이라도 써볼까, 이거라도 해볼까, 이런 고민의 연속이었고요.
-'항해술의 시작은 선박의 자기 위치 파악'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내 위치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두고 굉장히 이성적으로 생각하신 거네요.
그렇죠. 이성적으로, 이기적으로 생각한 거예요. 어떤 배포가 있거나, 뜻이 있거나 했던 건 아니에요. 내가 광고계에 한 획 긋겠다, 이런 건 너무 사치스러운 얘기였고요. '난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어요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거였어요.
고민은 계속하지만 일단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오늘을 사는 거고요."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거였어요.
고민은 계속하지만 일단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오늘을 사는 거고요."
- 그렇게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다 '어쨌든 광고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이 안에서 살아야겠다, 이제부터 뭐라도 해볼까'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신 걸까요?
맞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정리가 되는 게 인생이 아니에요. 그건 너무 큰 거예요. 고민은 계속되는 거죠. 다만 그냥 오늘 일단 카피를 잘 써보자, 일을 잘해보자, 고민은 계속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오늘을 사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카피가 툭 나온 거고, 좋은 카피를 써야겠다 이것저것 해보고, 그렇게 연차가 쌓이고 괜찮은 카피들을 써보고, 그러다 기회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 거고요. 그러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큰 광고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조금 주목을 받으면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고, 그렇게 이어진거죠.
-고민은 계속되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셨던 거군요. 기자나 PD가 되고 싶으셨던 건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걸 텐데, 오히려 어느 기자나 PD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계시거든요. 직업의 명칭은 다르지만 그 직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 되고 싶었던 모습에 가까워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진짜 운 좋게 시험에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제가 2023년대의 사회 흐름이 이렇게 될지를 상상할 수가 없었죠. 그 매스한 미디어들이 이렇게 파편화될지를 예측할 수가 없었잖아요. 차차선을 선택한 것인데, 그 시장이 이렇게 확 커지는 그런 시대 흐름이 이어질 줄은 몰랐죠. 운이 좋았어요.
맞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정리가 되는 게 인생이 아니에요. 그건 너무 큰 거예요. 고민은 계속되는 거죠. 다만 그냥 오늘 일단 카피를 잘 써보자, 일을 잘해보자, 고민은 계속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오늘을 사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카피가 툭 나온 거고, 좋은 카피를 써야겠다 이것저것 해보고, 그렇게 연차가 쌓이고 괜찮은 카피들을 써보고, 그러다 기회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 거고요. 그러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큰 광고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조금 주목을 받으면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고, 그렇게 이어진거죠.
-고민은 계속되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셨던 거군요. 기자나 PD가 되고 싶으셨던 건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걸 텐데, 오히려 어느 기자나 PD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계시거든요. 직업의 명칭은 다르지만 그 직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 되고 싶었던 모습에 가까워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진짜 운 좋게 시험에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제가 2023년대의 사회 흐름이 이렇게 될지를 상상할 수가 없었죠. 그 매스한 미디어들이 이렇게 파편화될지를 예측할 수가 없었잖아요. 차차선을 선택한 것인데, 그 시장이 이렇게 확 커지는 그런 시대 흐름이 이어질 줄은 몰랐죠. 운이 좋았어요.

<문장과 순간> 중에서
-다른 인터뷰에서 "'토익 시험 그냥 봐 두자'는 마음으로 점수를 가지고 있어서 회사가 정한 유학 기준을 맞출 수 있었고, 운 좋게 갈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당시의 현재를 충실히 살았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웅현 님 팀은 야근 없는 팀으로 유명했다고요. 그 비결로 '돌출변수 없는 예상 가능한 스케줄을 만들 것'과 '밀도 높은 업무'를 이야기하셨고요. 그런데 '누구나 처음에는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문제는 계획대로 안 되니까 생기는 거고요.
제가 '일머리'라는 단어를 써요. 일머리가 중요하다고요. 일로 돈을 받는 사람, 어떻게 될지를 다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프로잖아요. 어떤 일을 10년쯤 했으면 그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아야죠. 광고로 10년을 먹고 살았으면,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경쟁PT라는 게 엄혹한 게임은 맞아요. 저 7년 차까지 경쟁PT가 수요일 오전 10시면, 전날 화요일은 당연하게 밤 새우는 날이었어요. 밤을 새우고 PT하는 게 기본 룰인 거예요. 그게 난 이해가 안 됐어요. 수요일 오전 10시에 PT를 하려면 언제까지는 PPT가 나와야겠네, 그럼 그 전에 동영상이 나와야겠네, 그러려면 녹음은 언제까지 끝나야겠네, 일정이 계산이 서잖아요.
그래서 전 경쟁PT가 잡히면, 그 일정을 먼저 역으로 계산해서 잡았어요. 잠잘 시간 빼고, 주말, 쉬는 날은 빼고요. 그래서 경력으로 우리 회사에 온 친구들이 가장 놀랐던 것이 PT전날 집에 가는 거였어요. "내일이 PT인데 집에 간다고요?" 물어봐요. "그래 그러니까 잘 쉬고 와" 이걸 이해를 못 하죠.
처음엔 다들 '이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광고 업계는 그렇게 돌아갈 수 없다고요. 그런데 쉬니까 사람들이 '이게 되냐?' 공포심을 갖는 거죠. 그러면서 했던 말이 "그렇게 하면 이길 수가 없다"였어요. "당신은 너무 이상론자다, 꿈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고요.
그때 ‘꿈같은 얘기가 답이 되는 걸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억 원짜리 경쟁PT를 앞두고 전날 6시에 퇴근하고 아침 9시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PT해서 이기는 걸 보여주겠다. 실제 보여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변화가 시작되더라고요.
나와 일한 후배들은 이걸 다 봤고, 이들이 팀장이 돼 퍼트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게 우리의 문화가 됐다고 전 생각해요.
웅현 님 팀은 야근 없는 팀으로 유명했다고요. 그 비결로 '돌출변수 없는 예상 가능한 스케줄을 만들 것'과 '밀도 높은 업무'를 이야기하셨고요. 그런데 '누구나 처음에는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문제는 계획대로 안 되니까 생기는 거고요.
제가 '일머리'라는 단어를 써요. 일머리가 중요하다고요. 일로 돈을 받는 사람, 어떻게 될지를 다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프로잖아요. 어떤 일을 10년쯤 했으면 그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아야죠. 광고로 10년을 먹고 살았으면,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경쟁PT라는 게 엄혹한 게임은 맞아요. 저 7년 차까지 경쟁PT가 수요일 오전 10시면, 전날 화요일은 당연하게 밤 새우는 날이었어요. 밤을 새우고 PT하는 게 기본 룰인 거예요. 그게 난 이해가 안 됐어요. 수요일 오전 10시에 PT를 하려면 언제까지는 PPT가 나와야겠네, 그럼 그 전에 동영상이 나와야겠네, 그러려면 녹음은 언제까지 끝나야겠네, 일정이 계산이 서잖아요.
그래서 전 경쟁PT가 잡히면, 그 일정을 먼저 역으로 계산해서 잡았어요. 잠잘 시간 빼고, 주말, 쉬는 날은 빼고요. 그래서 경력으로 우리 회사에 온 친구들이 가장 놀랐던 것이 PT전날 집에 가는 거였어요. "내일이 PT인데 집에 간다고요?" 물어봐요. "그래 그러니까 잘 쉬고 와" 이걸 이해를 못 하죠.
처음엔 다들 '이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광고 업계는 그렇게 돌아갈 수 없다고요. 그런데 쉬니까 사람들이 '이게 되냐?' 공포심을 갖는 거죠. 그러면서 했던 말이 "그렇게 하면 이길 수가 없다"였어요. "당신은 너무 이상론자다, 꿈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고요.
그때 ‘꿈같은 얘기가 답이 되는 걸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억 원짜리 경쟁PT를 앞두고 전날 6시에 퇴근하고 아침 9시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PT해서 이기는 걸 보여주겠다. 실제 보여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변화가 시작되더라고요.
나와 일한 후배들은 이걸 다 봤고, 이들이 팀장이 돼 퍼트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게 우리의 문화가 됐다고 전 생각해요.

-'도대체 일머리가 뭐냐, 일머리는 어떻게 길러야 하는 거냐?'고 질문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쉬워요. 프로세스를 관리하면 돼요. 무슨 일을 하든지요. 제 생각에 일은 결국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거예요.
한 번은 12월 27일 경쟁PT가 잡혔어요. 날짜를 보는 순간, 젊은 후배들 얼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합니다. 이건 크리스마스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때가 12월 초였는데요. 제일 먼저 칠판에 12월 달력을 그렸어요. 그리고 빨간 날을 다 뺐어요. 25일을 뺐고요. 그다음에 24일 오후를 뺐어요. 그리고 세 봤더니 14일 반이 남아요.
우리는 이 동안 다 한다. PT준비하는데 하루가 빠지니까 13일 반이 남네, 이렇게 역산에 들어간 거죠. 그럼 발상은 언제까지 끝내야 하냐, 이날까지다, 그리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딱 막아버렸어요. 이제 정해 놓은 일정에 따라 맞춰 가는 거죠.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고, PPT나 영상 제작도 시간을 조금만 더 들이면 더 좋아질 것이란 욕심이 생기고요. 그렇게 단계별로 일정이 조금씩 늦춰지다 보면 결국 야근을 하게 되고, 주말에도 일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습관이에요. 그건 습관이에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나올 것 같고 하루만 더 생각해 볼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아요. 물론 그렇게 일하는 분들도 있고, 전 그분들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이건 제 방식이에요. 정해놓은 시간, 그때까지 나온 것, 그게 나의 최선이지, 그 이후에 혹시나 나올지 모르는, 하지만 오지 않은 것까지를 나의 최선으로 산정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때까지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힘들 것 같아요.
음.. 이건 믿음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게 해서 떨어지면, 만약에 주말 이틀을 더 일할 수 있는데 안 하고 4시에 나간 것 때문에 PT에서 떨어지는 게 반복이 된다면, 전 나갔을 거예요. 은퇴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 일이 반복돼서 내가 광고계에서 퇴출이 됐다면, 그래도 저는 만족스러워요. 거기까지가 내 최선이었으니까요. 내가 닿는 데까지가 나의 최선이지 내가 닿지 않는 것에서 나의 최선을 찾으려고 했다면, 그건 번아웃이에요. 전 그렇게 일하지 않아요.
-혹시 번아웃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우리 딸이 1년 전쯤인가,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처음 생각해 봤는데, 없었어요. 30대에 답답했던 것은 맞아요. 지금도 그때의 아파트 9층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때는 주말에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돈도 없었고, 살아남기도 너무 힘들었고요. 하지만 번아웃이라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 '하루만 더 하면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아. 하루만 더 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9회 말 역전시킬 수 있어. 더 해보자' 이런 이야기들.
그 말도 맞아요. 맞는데, 그 말만 가지고 있으면 번아웃이 올 것 같아요. 저는 그 말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 말도 맞으니까요. 최선을 다 해야죠. 왼손에 그 말을 올려놓지만, 오른손에는 박목월의 시 한 구절, '지나온 것은 지나온 것이요, 닿지 않는 것은 닿지 않는 것이다'(박목월의 <가교> 중)라는 구절을 들고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정해논 시간, 그 시간까지 닿지 않는 건 내 것이 아니에요. 닿지 않는 곳에 닿으려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밤을 새우고,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이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사람은 유기체예요. 들어가는 양이 많아지면 더 훌륭한 것이 나오는 기계가 아니에요. 모호하고 애매한 것이 유기체거든요.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가장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8시간 잠을 자는 거예요. 이걸 디폴트로 놓고, 그다음 내가 닿는 것까지 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잠자는 시간을 낭비라고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가보자, 계속 그렇게 가면, 몸은 피폐해지고 성과는 안 나오고, 결국 아플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쉬워요. 프로세스를 관리하면 돼요. 무슨 일을 하든지요. 제 생각에 일은 결국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거예요.
한 번은 12월 27일 경쟁PT가 잡혔어요. 날짜를 보는 순간, 젊은 후배들 얼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합니다. 이건 크리스마스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때가 12월 초였는데요. 제일 먼저 칠판에 12월 달력을 그렸어요. 그리고 빨간 날을 다 뺐어요. 25일을 뺐고요. 그다음에 24일 오후를 뺐어요. 그리고 세 봤더니 14일 반이 남아요.
우리는 이 동안 다 한다. PT준비하는데 하루가 빠지니까 13일 반이 남네, 이렇게 역산에 들어간 거죠. 그럼 발상은 언제까지 끝내야 하냐, 이날까지다, 그리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딱 막아버렸어요. 이제 정해 놓은 일정에 따라 맞춰 가는 거죠.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고, PPT나 영상 제작도 시간을 조금만 더 들이면 더 좋아질 것이란 욕심이 생기고요. 그렇게 단계별로 일정이 조금씩 늦춰지다 보면 결국 야근을 하게 되고, 주말에도 일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습관이에요. 그건 습관이에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나올 것 같고 하루만 더 생각해 볼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아요. 물론 그렇게 일하는 분들도 있고, 전 그분들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이건 제 방식이에요. 정해놓은 시간, 그때까지 나온 것, 그게 나의 최선이지, 그 이후에 혹시나 나올지 모르는, 하지만 오지 않은 것까지를 나의 최선으로 산정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때까지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힘들 것 같아요.
음.. 이건 믿음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게 해서 떨어지면, 만약에 주말 이틀을 더 일할 수 있는데 안 하고 4시에 나간 것 때문에 PT에서 떨어지는 게 반복이 된다면, 전 나갔을 거예요. 은퇴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 일이 반복돼서 내가 광고계에서 퇴출이 됐다면, 그래도 저는 만족스러워요. 거기까지가 내 최선이었으니까요. 내가 닿는 데까지가 나의 최선이지 내가 닿지 않는 것에서 나의 최선을 찾으려고 했다면, 그건 번아웃이에요. 전 그렇게 일하지 않아요.
-혹시 번아웃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우리 딸이 1년 전쯤인가,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처음 생각해 봤는데, 없었어요. 30대에 답답했던 것은 맞아요. 지금도 그때의 아파트 9층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때는 주말에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돈도 없었고, 살아남기도 너무 힘들었고요. 하지만 번아웃이라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 '하루만 더 하면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아. 하루만 더 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9회 말 역전시킬 수 있어. 더 해보자' 이런 이야기들.
그 말도 맞아요. 맞는데, 그 말만 가지고 있으면 번아웃이 올 것 같아요. 저는 그 말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 말도 맞으니까요. 최선을 다 해야죠. 왼손에 그 말을 올려놓지만, 오른손에는 박목월의 시 한 구절, '지나온 것은 지나온 것이요, 닿지 않는 것은 닿지 않는 것이다'(박목월의 <가교> 중)라는 구절을 들고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정해논 시간, 그 시간까지 닿지 않는 건 내 것이 아니에요. 닿지 않는 곳에 닿으려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밤을 새우고,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이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사람은 유기체예요. 들어가는 양이 많아지면 더 훌륭한 것이 나오는 기계가 아니에요. 모호하고 애매한 것이 유기체거든요.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가장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8시간 잠을 자는 거예요. 이걸 디폴트로 놓고, 그다음 내가 닿는 것까지 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잠자는 시간을 낭비라고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가보자, 계속 그렇게 가면, 몸은 피폐해지고 성과는 안 나오고, 결국 아플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최선을 다 해야죠.
다만 박목월의 시 한 구절을 들고 있어라 말하고 싶어요.
'지나온 것은 지나온 것이요, 닿지 않는 것은 닿지 않는 것이다'
사치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다만 박목월의 시 한 구절을 들고 있어라 말하고 싶어요.
'지나온 것은 지나온 것이요, 닿지 않는 것은 닿지 않는 것이다'
사치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힘들었다고 기억하는 30대에도 번아웃을 느끼지는 않으셨다는 건, 그때도 지금 같은 생각을 하셨기 때문일 것 같아요.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외부의 압력이랄까요, 영향을 많이 받고, 흔들리기 마련인데요.
20대 30대, 지금과 똑같지는 않았을 텐데 답답함은 있었어요. 반면교사를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그게 싫었어요. 잠은 죽어서도 충분히 잘 수 있다고 하잖아요. 죽은 게 어떻게 잠자는 거예요? 4시간 자고 공부하면 무슨 대학에 간다, 그런 말들이 싫었고, 동의가 되지 않았어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4시간만 자야 갈 수 있는 대학까지 갈 필요가 있나, 그건 안 닿는 거다, 내가 하는 데까지 닿는 거지, 나를 쥐어짜면서까지 해야 될 게 무엇이냐'라는 생각이요. 사회는 계속 저에게 압력을 넣었지만, 저는 그게 싫었어요.
일을 할 때도 우리 선배들이 제 선생이고, 반면교사였어요. 신입 때부터 한 5년 차 때까지는 견뎠어요. 따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회의가 잡히면 따라가고, 다들 회의는 늦게 오고 그러니 늦게 끝나고, 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회의실 문 걸어 잠그고 못 나간다, 회의만 5시간씩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너무 비합리적인 거예요.
제가 팀장이 되고 회의에 1분이라도 늦는 건 절대 안 되는 걸로 못을 박아버렸어요.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 이 말이 그때 나온 거예요.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퍼졌는데, 제가 팀장이 되면서 한 말이거든요. 저희 팀은 회의 1시간 이상 안 했어요. 대신 밀도가 높았죠.
'6시 팀 회식을 한다' 그러면 누구는 꼭 늦게 와요. 그러면 '일이 많았나 봐' 일 잘하는 사람 취급을 하잖아요. 우리 팀에서는 절대 안 됐어요. '아직도 시간 조절이 안 되냐' 일 못하는 걸로 취급했어요. 그렇게 바뀌었어요. 10시 회의면 10시에, 6시 회식이면 6시에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도 경쟁 PT에서 이기는 걸 조직이, 팀원들이 보고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를 알게 된 거죠.
20대 30대, 지금과 똑같지는 않았을 텐데 답답함은 있었어요. 반면교사를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그게 싫었어요. 잠은 죽어서도 충분히 잘 수 있다고 하잖아요. 죽은 게 어떻게 잠자는 거예요? 4시간 자고 공부하면 무슨 대학에 간다, 그런 말들이 싫었고, 동의가 되지 않았어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4시간만 자야 갈 수 있는 대학까지 갈 필요가 있나, 그건 안 닿는 거다, 내가 하는 데까지 닿는 거지, 나를 쥐어짜면서까지 해야 될 게 무엇이냐'라는 생각이요. 사회는 계속 저에게 압력을 넣었지만, 저는 그게 싫었어요.
일을 할 때도 우리 선배들이 제 선생이고, 반면교사였어요. 신입 때부터 한 5년 차 때까지는 견뎠어요. 따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회의가 잡히면 따라가고, 다들 회의는 늦게 오고 그러니 늦게 끝나고, 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회의실 문 걸어 잠그고 못 나간다, 회의만 5시간씩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너무 비합리적인 거예요.
제가 팀장이 되고 회의에 1분이라도 늦는 건 절대 안 되는 걸로 못을 박아버렸어요.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 이 말이 그때 나온 거예요.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퍼졌는데, 제가 팀장이 되면서 한 말이거든요. 저희 팀은 회의 1시간 이상 안 했어요. 대신 밀도가 높았죠.
'6시 팀 회식을 한다' 그러면 누구는 꼭 늦게 와요. 그러면 '일이 많았나 봐' 일 잘하는 사람 취급을 하잖아요. 우리 팀에서는 절대 안 됐어요. '아직도 시간 조절이 안 되냐' 일 못하는 걸로 취급했어요. 그렇게 바뀌었어요. 10시 회의면 10시에, 6시 회식이면 6시에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도 경쟁 PT에서 이기는 걸 조직이, 팀원들이 보고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를 알게 된 거죠.

-"팀원들을 많이 웃게 만들어라, 회의는 웃음이 많아야 한다, 회의 시간 웃음소리가 얼마나 크고 많이 나오는지를 평가에 반영할 것이다" 같은 이야기들을 하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가능하다는 걸 직접 입증해 나가셨던 거네요.
만약에 그렇게 해서 우리 회사 수익률이 떨어졌거나 제가 성공 사례를 못 만들었다면 이상주의자로 끝났겠죠. 근데 입증을 해냈거든요. 같이 일한 후배들이 지금 다 팀장이 됐고, 우리가 했던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후배들은 이런 팀장들과 일하고 싶어 하고요.
말로만 좋은 건 의미가 없어요. 보여주지 않으면 안 돼요. 처음에는 다 이상론이라고 했어요. 전에 회사에서 어떤 후배가 저희 팀 팀원들은 표정만 봐도 알겠대요. 그때 저희 팀 별명이 ‘삼신할매팀’이었어요. 우리 팀만 오면 아이를 갖고, 연애를 했거든요. 옆에서 사람들이 저보고 '쿨병 걸렸다' 그랬어요. 비웃은 거죠.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다고요.
그때 제가 '어디 되나 안되나 보라'고 했어요. 물론 진 적도 있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거든요. 일이 진짜 많았어요. 여기저기서 일을 따왔으니까. 그때 옆 팀 후배가 저희 팀 후배에게 그랬대요 '너희 팀 일 진짜 많은데 어쩌냐. 소문 다 났다'고. 그래서 우리 후배가 '맞아 우리 팀 일 진짜 많아. 그냥 해야지 뭐' 그러면서 퇴근을 했대요. 옆 팀 후배가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고요. 아니 일이 많은데 어떻게 퇴근을 하냐고요. 저희는 그게 됐어요. 그렇게 우리의 문화가 됐어요.
-조직문화컨설팅으로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를 고민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팀, 우리 회사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실험을 해오셨던 거네요. 그런데 심지가 정말 단단하지 않으면 힘든 일 같거든요. 주변에서 다 '아니다'고 하는데 생각한 바를 밀고 나가는 거, 힘들잖아요.
팀장 때 제 별명이 싸움닭이었어요. 제가 한 5년 차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일을 했어요. 그러다 7~8년 차 때 별명이 '합의의 귀재'였어요. 광고회사는 기획팀과 제작팀 두 파트가 싸움을 많이 하게 돼요. 서로 다른 방향이 맞다고 맨날 싸워요. 거기서 제가 다른 방향을 가져가면 난파선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 제가 두 선배의 말을 듣고 합의점을 찾아주는 걸 했어요. 그렇게 몇 번 했더니 합의의 귀재라 그러더라고요.
팀장이 되고 싸움닭이 됐죠. 후배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을 팔아야 하는 거니까, 합의가 아니라 내 주장을 밀고 나가야죠. 이 세월이 제일 길었고요. 내가 보기에 옳지 않은 것을 두고 부딪히는 데 두려움은 없었어요. 다들 이상론이라고 했지만 그럼 내가 보여줄게, 내 이상을 실현시켜서 보여줄게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 이상론을 실현하지 못할 바에는 나 안 할래 이런 얘기도 많이 했고요.
그러니까 이 땅에서 이상론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과거 하고 있던, 제가 볼 때는 옳지 않은 방식으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 안 한다, 그 생각을 했죠.
만약에 그렇게 해서 우리 회사 수익률이 떨어졌거나 제가 성공 사례를 못 만들었다면 이상주의자로 끝났겠죠. 근데 입증을 해냈거든요. 같이 일한 후배들이 지금 다 팀장이 됐고, 우리가 했던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후배들은 이런 팀장들과 일하고 싶어 하고요.
말로만 좋은 건 의미가 없어요. 보여주지 않으면 안 돼요. 처음에는 다 이상론이라고 했어요. 전에 회사에서 어떤 후배가 저희 팀 팀원들은 표정만 봐도 알겠대요. 그때 저희 팀 별명이 ‘삼신할매팀’이었어요. 우리 팀만 오면 아이를 갖고, 연애를 했거든요. 옆에서 사람들이 저보고 '쿨병 걸렸다' 그랬어요. 비웃은 거죠.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다고요.
그때 제가 '어디 되나 안되나 보라'고 했어요. 물론 진 적도 있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거든요. 일이 진짜 많았어요. 여기저기서 일을 따왔으니까. 그때 옆 팀 후배가 저희 팀 후배에게 그랬대요 '너희 팀 일 진짜 많은데 어쩌냐. 소문 다 났다'고. 그래서 우리 후배가 '맞아 우리 팀 일 진짜 많아. 그냥 해야지 뭐' 그러면서 퇴근을 했대요. 옆 팀 후배가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고요. 아니 일이 많은데 어떻게 퇴근을 하냐고요. 저희는 그게 됐어요. 그렇게 우리의 문화가 됐어요.
-조직문화컨설팅으로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를 고민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팀, 우리 회사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실험을 해오셨던 거네요. 그런데 심지가 정말 단단하지 않으면 힘든 일 같거든요. 주변에서 다 '아니다'고 하는데 생각한 바를 밀고 나가는 거, 힘들잖아요.
팀장 때 제 별명이 싸움닭이었어요. 제가 한 5년 차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일을 했어요. 그러다 7~8년 차 때 별명이 '합의의 귀재'였어요. 광고회사는 기획팀과 제작팀 두 파트가 싸움을 많이 하게 돼요. 서로 다른 방향이 맞다고 맨날 싸워요. 거기서 제가 다른 방향을 가져가면 난파선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 제가 두 선배의 말을 듣고 합의점을 찾아주는 걸 했어요. 그렇게 몇 번 했더니 합의의 귀재라 그러더라고요.
팀장이 되고 싸움닭이 됐죠. 후배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을 팔아야 하는 거니까, 합의가 아니라 내 주장을 밀고 나가야죠. 이 세월이 제일 길었고요. 내가 보기에 옳지 않은 것을 두고 부딪히는 데 두려움은 없었어요. 다들 이상론이라고 했지만 그럼 내가 보여줄게, 내 이상을 실현시켜서 보여줄게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 이상론을 실현하지 못할 바에는 나 안 할래 이런 얘기도 많이 했고요.
그러니까 이 땅에서 이상론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과거 하고 있던, 제가 볼 때는 옳지 않은 방식으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 안 한다, 그 생각을 했죠.

딸에게 보내는 편지.
-이상주의자로 불리지만, 사실은 굉장히 현실적인 판단을 해오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표를 위해 '협상의 귀재'가 되기도 하고 '싸움닭'이 되기도 하셨잖아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 전략이 나오는 방식으로요.
"창의력은 발상이 아니라 실행력이라는 사실! 생각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정말 어려운 건 그 생각을 실행하는 힘이다. 그 힘에는 반대를 무릅쓸 용기, 고집, 무모함, 끈기 등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돈키호테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신 적이 있어요. 꼭 창의력뿐 아니라 웅현님의 삶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웅현 님이 생각하시는 일 잘하는 후배는 어떤 후배인가요?
업무 장악력이 좋은 친구들이 일을 잘하는 친구예요. '팀장님이 뭐 시키니까 그거 해야지'가 아니라 '내가 뭘 해야지'를 아는 거죠. 그렇게 교육시키고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팀장님 저 뭐 해요?” 이런 후배들은 제가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결국은 자발성에 대한 얘기고요. 결국 조직문화라는 것도 구성원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하게 하느냐, 자발성을 확보해 주느냐인 거고요. 그동안 ‘흥행성의 확보’라고 표현을 해왔던 거죠. 자발적으로 회사에 오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하고 싶게 만들고,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거죠.
-파이어족, 건물주가 전 국민의 꿈이라는 시대잖아요. 웅현 님은 TBWA에서만 벌써 19년 차, 30년 넘는 시간 일을 하고 계십니다. 지난해에는 조직문화연구를 만들어 이끌고 계시고요. 솔직히 생업이라는 의미에서는 일 안 하셔도 괜찮으실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이끌고, 계속 일을 하시는 원동력이 뭔가요? 왜 이렇게 열심히 일 일하세요?
파이어족이나 주님 위의 건물주가 된 박웅현을 생각했을 때,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요. 뭔가 삶은, 의미 있는 삶이 사는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를 창출한다거나, 구석구석에 조그만 변화를 만들어 낸다거나, 후배들과 만난 날 후배들이 "오늘 자리 힐링이었어요"라고 얘기를 해준다거나, 이런 것들이 제겐 삶의 의미예요. 그게 없이 매달 통장에 찍힌 숫자 있으니까 '됐어, 골프나 치러 가자' 이런 걸로 나는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것도 이기적인 판단이에요. '내가 행복할 방법이 무엇이냐'고 봤을 때 지금 제 행복의 가장 큰 근간이 후배들이거든요. 후배들 덕분에 행복해요. 광고는 훌륭한 후배들이 잘 만들고 있고요, 훌륭해요. 아주.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저렇게 잘 컸다'라는 게 절 행복하게 해요.
-후배는 후배일 뿐이잖아요. 후배가 어떻게 행복의 근간일 수 있죠?
존경을 받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고 하잖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그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요? 나와 일하는 후배들이 함께 일해서 행복했다고 하는 것, 이 얘기 하나가 제게는 삶의 보람이예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웅현 님의 이야기로 변화를 만들고 계세요. 웅현 님의 책을 보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조직의 문화가 바뀐다는 건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도 하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잖아요. 어쩌면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래전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어요. '공대생인데 당신의 책을 읽고 1년 휴학을 하고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많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되게 난감했죠. 저 때문에 휴학을 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답했어요. "그분들이 걱정해서 하는 말이 맞다. 세상은 옳은 말과 옳은 말의 싸움이고, 그 옳은 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너의 일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지만 당신의 선택 역시 옳은 말인 것은 맞다. 그분들의 우려는 있지만 당신은 당신의 옳은 말을 선택한 것이니 당신이 선택한 옳은 말을 따라가라. 흔들릴 때 다시 그 초심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라. 당신이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된, 판단하게 해줬던 방향의 책을 읽어라."고요.
-웅현 님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 않나요?
긍정적인 경우들이 훨씬 많아요. 제 책이 인생 책이 됐다거나, 힘들 때 위로를 받았다는, 긍정적으로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보람이 더 큰 것 같아요. 만약에 그런 오해가 있다면 뭐 어쩌겠어요.(웃음)
"창의력은 발상이 아니라 실행력이라는 사실! 생각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정말 어려운 건 그 생각을 실행하는 힘이다. 그 힘에는 반대를 무릅쓸 용기, 고집, 무모함, 끈기 등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돈키호테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신 적이 있어요. 꼭 창의력뿐 아니라 웅현님의 삶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웅현 님이 생각하시는 일 잘하는 후배는 어떤 후배인가요?
업무 장악력이 좋은 친구들이 일을 잘하는 친구예요. '팀장님이 뭐 시키니까 그거 해야지'가 아니라 '내가 뭘 해야지'를 아는 거죠. 그렇게 교육시키고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팀장님 저 뭐 해요?” 이런 후배들은 제가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결국은 자발성에 대한 얘기고요. 결국 조직문화라는 것도 구성원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하게 하느냐, 자발성을 확보해 주느냐인 거고요. 그동안 ‘흥행성의 확보’라고 표현을 해왔던 거죠. 자발적으로 회사에 오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하고 싶게 만들고,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거죠.
-파이어족, 건물주가 전 국민의 꿈이라는 시대잖아요. 웅현 님은 TBWA에서만 벌써 19년 차, 30년 넘는 시간 일을 하고 계십니다. 지난해에는 조직문화연구를 만들어 이끌고 계시고요. 솔직히 생업이라는 의미에서는 일 안 하셔도 괜찮으실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이끌고, 계속 일을 하시는 원동력이 뭔가요? 왜 이렇게 열심히 일 일하세요?
파이어족이나 주님 위의 건물주가 된 박웅현을 생각했을 때,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요. 뭔가 삶은, 의미 있는 삶이 사는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를 창출한다거나, 구석구석에 조그만 변화를 만들어 낸다거나, 후배들과 만난 날 후배들이 "오늘 자리 힐링이었어요"라고 얘기를 해준다거나, 이런 것들이 제겐 삶의 의미예요. 그게 없이 매달 통장에 찍힌 숫자 있으니까 '됐어, 골프나 치러 가자' 이런 걸로 나는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것도 이기적인 판단이에요. '내가 행복할 방법이 무엇이냐'고 봤을 때 지금 제 행복의 가장 큰 근간이 후배들이거든요. 후배들 덕분에 행복해요. 광고는 훌륭한 후배들이 잘 만들고 있고요, 훌륭해요. 아주.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저렇게 잘 컸다'라는 게 절 행복하게 해요.
-후배는 후배일 뿐이잖아요. 후배가 어떻게 행복의 근간일 수 있죠?
존경을 받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고 하잖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그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요? 나와 일하는 후배들이 함께 일해서 행복했다고 하는 것, 이 얘기 하나가 제게는 삶의 보람이예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웅현 님의 이야기로 변화를 만들고 계세요. 웅현 님의 책을 보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조직의 문화가 바뀐다는 건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도 하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잖아요. 어쩌면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래전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어요. '공대생인데 당신의 책을 읽고 1년 휴학을 하고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많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되게 난감했죠. 저 때문에 휴학을 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답했어요. "그분들이 걱정해서 하는 말이 맞다. 세상은 옳은 말과 옳은 말의 싸움이고, 그 옳은 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너의 일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지만 당신의 선택 역시 옳은 말인 것은 맞다. 그분들의 우려는 있지만 당신은 당신의 옳은 말을 선택한 것이니 당신이 선택한 옳은 말을 따라가라. 흔들릴 때 다시 그 초심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라. 당신이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된, 판단하게 해줬던 방향의 책을 읽어라."고요.
-웅현 님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 않나요?
긍정적인 경우들이 훨씬 많아요. 제 책이 인생 책이 됐다거나, 힘들 때 위로를 받았다는, 긍정적으로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보람이 더 큰 것 같아요. 만약에 그런 오해가 있다면 뭐 어쩌겠어요.(웃음)
"똑같이 출근하는데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게 기업 문화이고 그게 일하는 방법이거든요. 월급 받으려고 다닌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가는 사람과 월급 받으려고 다니는 건 맞지만 회사에 가면 그 선배와 일하는 게 진짜 재미있어 하면서 회사에 가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봐요.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즐겁게라는 단어의 핵심일 거예요." (<일하는 사람의 생각> 중)
조직문화를 통해 출근길을 '즐겁게'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그래서겠다. 어떤 이들은 그를 이상주의자라 부른다. 그는 이 별명을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이 말하는 '이상주의'라는 단어에 '그래 좋은 말이지,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 ‘쿨해 보이려고 하는 비현실적인 주장에 불과’ 같은 냉소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그는 이상주의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현실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상주의자라는 점에서 혹자들이 말하는 그것과 다를 뿐. 이상주의자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삶의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방점은 이상이 아닌 '실현'에 찍혀있다. 이상주의자들이 세상을 바꿔온 것은 결국 이 '실현'에 있을 테니까.
그는 거듭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판단은 '이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가 말하는 이기적인 판단이 지극히 이타적으로 느껴지는 건 역시나 그가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냉철하고 현실적 근거를 두고 이기적으로 날 위한 선택을 했는데, 팀원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되고, 고객의 조직이 즐겁게 일하는 곳으로 바뀌더라는 건 역시나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니까 말이다.
남들에겐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미래가 그에게는 현실 가능한 현재라는 것, 그래서 그걸 실현시켜 보여주겠다는 것, 지켜보는 입장에선 꽤 흥미로운 일이다. '좋은사람'을 목표로 삼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상주의자, 그가 계속 꿈꾸길 바란다. 그의 이상은 현실이 될 테고, 세상의 표정은 조금 더 밝아질 것 같으니.
조직문화를 통해 출근길을 '즐겁게'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그래서겠다. 어떤 이들은 그를 이상주의자라 부른다. 그는 이 별명을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이 말하는 '이상주의'라는 단어에 '그래 좋은 말이지,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 ‘쿨해 보이려고 하는 비현실적인 주장에 불과’ 같은 냉소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그는 이상주의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현실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상주의자라는 점에서 혹자들이 말하는 그것과 다를 뿐. 이상주의자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삶의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방점은 이상이 아닌 '실현'에 찍혀있다. 이상주의자들이 세상을 바꿔온 것은 결국 이 '실현'에 있을 테니까.
그는 거듭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판단은 '이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가 말하는 이기적인 판단이 지극히 이타적으로 느껴지는 건 역시나 그가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냉철하고 현실적 근거를 두고 이기적으로 날 위한 선택을 했는데, 팀원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되고, 고객의 조직이 즐겁게 일하는 곳으로 바뀌더라는 건 역시나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니까 말이다.
남들에겐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미래가 그에게는 현실 가능한 현재라는 것, 그래서 그걸 실현시켜 보여주겠다는 것, 지켜보는 입장에선 꽤 흥미로운 일이다. '좋은사람'을 목표로 삼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상주의자, 그가 계속 꿈꾸길 바란다. 그의 이상은 현실이 될 테고, 세상의 표정은 조금 더 밝아질 것 같으니.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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