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女직원'은 무릎 꿇고 걸레질을 한다

[논픽션실화극] '남직원' 휴지통 비워주고, 간식 서빙해주는 '여직원'

2020. 06. 22 (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노란 걸레가 대리석 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 여직원들은 한 손에 걸레를 쥐고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대리석 위로 땀방울이 떨어진다. 내 이성의 끈도 함께 '툭' 끊어졌다. 나는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회사 바닥을 정말 손걸레로 닦게 할 줄이야. 그런데 진짜였다. 물론 내가 청소 업체를 다니거나, 담당 업무가 청소인 것은 아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우리 회사는 아침이면 여직원들이 바닥 청소를 한다. 오전 8시 10분까지 출근을 해, 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대리석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노란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왜 청소기를 돌리지 않느냐고? 못 돌린다. 귀하신 대리석님이 다치시면 안 되시니까. 업무를 마치고 나면 또 청소를 해야 한다. 지하에서 지상 4층에 이르는 계단을 한칸 한칸 손걸레로 닦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집에 갈 수 있다. 모두 여직원들의 일이다. 

금요일이면 대청소를 한다. 이날이면 여직원들은 역시나 그 '노오란' 손걸레를 들고 4층부터 사무실을 돌며, 남직원들의 휴지통을 수거해서 비우고, 휴지통을 물로 씻고, 분리수거도 하고, 깔판은 빨아 널어 놓고, 계단까지 다 닦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청소는 여·직·원들만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 남직원들도 청소를 하기는 한다. 다른 점은 남직원들은 대걸레로 청소를 한다는 점이다.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다 서서 대걸레를 슬슬 밀고 다니는 남직원들을 올려다보면 분노와 울분이 뒤섞여 올라오며 분통이 터진다. 저 대걸레가 뭐라고, 대걸레 하나에 평민과 천민으로 신분이 갈리는 느낌이랄까? 

청소가 끝났다고 바로 퇴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미팅을 한다. 청소를 마친 여직원들이 모이면, 남직원들이 회의실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표의 설교를 듣고 나서야 집에 갈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매월 첫 주 금요일은 사내 생일 파티가 열린다. 생일 파티를 여니까 좋지 않느냐고? 생일자 남녀 둘이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도? 꼭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게 회사 전통인지라, 대표는 회사에 노래방 기계까지 구비해놨다. 노래방 기계 살 돈으로 대걸레나 사지…생일자가 노래를 부르면 대표는 용돈을 준다. 대표는 노래 한 곡 하고 용돈도 받으니 좋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 좋아요, 대표님.” 

더 짜증나는 건 노래가 끝나고 난 뒤다. 노래가 끝나면 남직원들은 둥글게 모여 자리를 잡고 앉아 여직원들이 간식을 나눠주길 기다린다. 여직원들은 떡과 신문지, 음료수 등을 받아서 남직원들에게 나눠준다. 남직원들은 앉아서 떡과 음료수를 받아먹고, 여직원들은 '서빙'을 본다는 얘기다. 이게 우리 회사의 '문화'다.  

이게 끝이냐고? 아니다. 파티가 끝나고 나면 역시나 여직원들이 청소를 한다. 회사에는 청소 당번이 있는데, 청소 당번은 여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왜 남직원들은 청소에서 빠지냐고? 모를 일이다.  

주변에 이 얘기를 하면 다들 거짓말인 줄 안다. 이런 회사가 2020년 현재 실제로 존재하느냐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한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까지가 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이유다. 난 이곳의 여직원이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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