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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주로 쏘아올린 작은 꿈…'회사'가 되다

['완소' 기업 인터뷰]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사

2020. 07. 23 (목) 15:07 | 최종 업데이트 2020. 08. 05 (수) 17:59
적나라한 비판과 송곳 같은 지적이 난무하는 잡플래닛 리뷰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이른바 잡플래닛이 '주관적'으로 선정한 '완소'기업들이다. 잡플래닛 에디터들이 '절대 망하면 안 되는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특징이 있다. 평점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고, '나쁜' 리뷰가 올라와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체 평점 역시 3점대 후반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은 어떻게 '완소'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잡플래닛이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소 같은 회사를 꿈꿨어요. 회사를 만들 때 두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연구소보다 더 연구소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 그리고 다른 연구소에 뒤지지 않는 처우를 하겠다'였죠. 지금의 문화는 거기서 비롯해요."(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사)
 
'라떼는' 얘기를 좀 해야겠다. 1992년 8월 11일, 온 국민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에 땀을 쥐던 날을 기억한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의 국적 위성인 '우리별 1호'가 남미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주 공간, 정해진 궤도에 우리별 1호가 무사히 안착했다는 앵커의 목소리에 온 동네 골목길에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주 과학 분야의 불모지로 평가됐던 한국은 이날 세계에서 22번째로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공상과학소설 속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우주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렸던 연구원들이 모여 만든 회사가 쎄트렉아이다. 국내외 위성시스템 개발과 관련 서비스 산업을 주요 분야로 하는 쎄트렉아이는 우리별 1호를 비롯한 소형 과학위성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1999년 12월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주에서 검증된 위성 체계 개발 능력을 보유했다고 자부한다. 지난 30년간 30개 이상의 국내외 위성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일하면서 눈치 보지 마"…연구실 같은 분위기가 만든 '자율성'
인공위성에 관한 독보적 기술로 유명한 쎄트렉아이는, 직장인들에게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인사 조직 컨설팅 회사인 '에이온휴잇'(Aon Hewitt)이 선정한 '한국 최고의 직장'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2016년 아시아미래포럼 등 각종 기관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뽑았다.
 
"경영진이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직원들 애로 사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 해결해 줌. 업무할 때 자율성이 주어지다 보니 출퇴근이 자유롭고 연구실 같은 분위기로 근무할 수 있다"(잡플래닛 리뷰 중)
 
잡플래닛에 남겨진 쎄트렉아이 리뷰에는 '자율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업무를 할 때나 휴가를 사용할 때 눈치를 보지 않는단다. 2000년 쎄트렉아이에 합류한 김이을 대표이사는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자율적인 문화는 '연구소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초기 목표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이 정형화돼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일이 있으면 좀 늦게 출근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늦게까지 일을 하기도 하고, 연구소에서 그렇게 일을 했거든요. 회사에서도 이런 것들이 유지되기를 바랐어요. 설립 때부터 자율성에 많은 무게를 뒀고, 좋은 평가를 받았죠. 다만 회사가 커지면서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한 수준의 자율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획, 인사, 재무 등 업무와 연구개발 업무에 따른 차이가 있어요. 업무에 따라 구성원들의 다른 의견을 인지하고 있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 "경험에서 나온 복지 제도…회사가 '최소한의 안전망' 돼 줄게"
'복지'에 대한 평가 역시 빠지지 않는다. 작게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지원한다. 신입사원을 위한 전세 자금 무이자 대출, 장기근속 사원을 위한 유급 휴가와 안식년 제도가 있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근무 시간이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사내 전문 인력이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을 위한 보험까지 회사에서 들어 준다. 지금은 비슷한 제도를 갖춘 기업들이 꽤 있지만, 설립 초기 이런 제도는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 경험에서 비롯됐어요. 연구소에 있을 때 같이 일하던 분이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어요. 당시 사회 시스템도 미비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죠. 회사를 만들면 모든 직원에게 보험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 줘야겠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회사가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설립자들 사이에 공유가 됐고 실제로 시행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조직이 커지면 회사도 바뀌기 마련이다. 십여 명 남짓의 '연구소 같은 회사'를 지향했던 조직은 20여 년 만에 25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의 좋은 취지도 사라지거나 퇴색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사람이나 회사나 초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 도입 취지가 여전히 유효한지가 제도의 존립을 정하겠죠. 예를 들어 아침 식사를 회사에서 제공하는데, 젊었을 때 아침 먹고 출근하기 힘들더라고요. 필요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요즘 직원들도 비슷하잖아요. 우리도 다 경험한 것들이고, 비용은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유지해야죠."
◇ "5년간 평균 퇴사율 3.2%…회사 성장에는 '사람'이 중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가슴 깊이 인식하고 있어요.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맞게 회사를 바꾸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설립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어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토대에서 시작한 노력은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 5년간 평균 퇴사율은 3.2% 수준, 250여 명의 조직원 중 매년 8명 정도가 퇴사했다. 다른 기업의 퇴사율과 비교하지 않아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채용할 때 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중요하게 봐요. 일이 좋아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애정이 매우 높아요.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회사는 아직 부족하지만 구성원들이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회사와 맞지 않아서 나간 친구도 있어요. 일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처우가 맞지 않아서,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나간 친구도 있죠.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사람이 힘들어서 나간다고 할 때에요. 개인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주고, 그 사람이 기여하고 만족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 "성과관리제 개선 방안 고민 중…구성원에 '기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
아무리 좋은 기업도 임직원들이 느끼는 부족함은 있기 마련이다. 잡플래닛 리뷰에서는 야근이나 과도한 업무 부담에 대한 토로가 나온다. 또 승진이나 평가 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리뷰도 있다. 회사 역시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성과제도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라서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했는데 고민 중이에요. 그 동안 너무 기계적, 정량적으로 하지 않았느냐는 반성을 하고요. 평가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왜 평가를 하는지, 적합한 방식은 무엇인지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쎄트렉아이가 문을 연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사이 연구원들은 경영자가 됐고, 대내외적으로는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의 쎄트렉아이는 설립 당시 생각했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할까?
 
"완전히 달라요. 설립 초기 생각이 얼마나 낮은 수준이었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죠. 연구, 사업 관리만 하다 경영을 하니 역량 부족을 느껴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업무 대신 경영을 하면서 오는 갈증도 있고요. 직접 연구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구성원이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지금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재미라는 갈증을 의미로 해결하고 있달까요. 설립자들이 뛰어났다기보다 그때는 기회가 있었고 운이 좋았어요. 지금은 그런 기회가 구성원들에게 주어지나 생각하면 아쉬워요. 역량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일에 대한 애정·성실함·전공' 중요 "요즘 세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경영자가 되고 나서 가장 다른 점은 모든 조직원을 아울러야 한다는 점일 터다. <90년생이 온다>는 책이 나올 만큼 서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요즘, 김 대표의 생각이 궁금했다.
 
"물론 서로 다른 만큼 불편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변화는 기성세대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화론적 관점에서요. 지금 세대가 진화하고 있는 건데,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나를 도태시켜달라는 것과 같은 거죠. 다만 요즘 세대들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좀 아쉬운 것은 있어요. 자신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좀 더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내 게시판이나, 건의함 등이 있는데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이쯤 되면, 쎄트렉아이는 어떤 사람을 원할까 궁금한 사람이 적지 않을 터. 김 대표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김 대표는 '일에 대한 애정', '성실함', '타인에 대한 배려', '전공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일에 대한 목적의식, 실패 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끈기와 성실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역시 중요하고요. 개개인의 역량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봐요. 모르는 건 배우면 돼요. 다만 본인의 전공은 확실하게 공부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직무에 해당하는 성적은 꼭 봅니다.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고, 선택한 전공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공의 기초 내용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중요한 자산이에요."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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