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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길'을 안내하는 사람

[세상에 이런 '일'도]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강성일 펫포레스트 총괄실장

2020. 08. 25 (화) 16:17 | 최종 업데이트 2020. 09. 03 (목) 14:53

'장래희망' 란에 어떤 직업을 써내는 게 멋있어 보일지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슨 일 할지' 고민했던 학창시절처럼, 취업·이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 또한 직업과 직무일 텐데요. 고용노동부 워크넷의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업 수는 1만 6891개(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최근 8년 사이 5236개의 직업이 새롭게 생겨났다고 합니다.

'수많은 직업 중 내 자리는 어디에…'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세상의 이런 '일'도"를 연재합니다. 들어는 봤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직업,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나' 싶은 이색 직업, 영화·드라마에서는 멋지게 나오는데 실상은 어떤지 궁금한 직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다뤄 봅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 총괄실장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그래픽=박현정 디자인 기자
 
새하얀 건물에 들어서자, 어두운 반팔에 검은 반바지 차림을 한 젊은 남성이 보였다. 그는 작은 함 속에 누인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강아지는 모든 아픔을 잊은 듯 누워 있었다. 이윽고 젊은 남성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옆에 자리했다. 연신 강아지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눈물을 훌쩍거렸다. "꼭 숨 쉬고 있는 것 같아."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무거운 공기를 뚫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앉은 자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들의 납골당 앞이었다. 생전 주인들이 사랑을 담아 찍어줬을 법한 사진이 가득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건물 안은 여느 장례식장과 다름 없이 엄숙하고 진지했다.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후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반려인이 많다. 상실감을 계기로 나타나는 죄책감, 우울감, 분노 조절 문제 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9년을 일해 온 강성일 펫포레스트 총괄실장은, 반려동물이 숨을 거둔 후 '시의적절한 애도'가 펫로스 증후군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땡볕이 내리 쬐던 8월 19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서 강성일 장례지도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마지막 소풍길의 안내자'로 소개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인을 위해서 적절한 애도와 장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펫포레스트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진=펫포레스트
9년 전의 강성일 장례지도사는 작은 사업을 벌이던 사업가였다. 그런 그를 '반려동물 장례'에 뛰어들게 한 건 인터넷에서 우연히 마주한 문장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이 지겨울 때쯤 보게 된 문장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게 했다.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좋아하던 그는, 문득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당시만해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물론, '화장터'조차 몇 없었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며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길로 경기도의 한 동물 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조차 사용되지 않을 때였다. 동물 사후 수습·처리를 하는 곳이었는데, 보호자가 사체를 가지고 와 일정 금액을 내고 떠나면, 화장 후 유골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추모나 안치 절차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강 지도사는 '더 나은 방법'을 꾸준히 고민했다. 가까운 지인에게 일본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탐방을 떠났다. 일본에서 제대로 된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처음 마주했다. 잠시 일했던 곳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절차도 명확했고, 격식도 있어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로 돌아오자마자 당시 국내에 있던 반려동물 장례업체 열한 곳에 자필 편지를 보냈다. '저는 반려동물 장례에 관심이 많습니다. 선진 사례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반려동물 장례를 직업으로 삼고 싶습니다.' 충남 예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연락이 왔다. 인천 집에서 매일 5시에 일어나 왕복 230km를 출퇴근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곳에서 일하면서 반려동물 장례 절차와 의전 업무를 제대로 접하기 시작했다.
 
펫포레스트 추모실. 사진=펫포레스트
그때부터 지금까지 흐른 세월이 9년.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국내에 정착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장례식장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그런 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전국에 마흔여덟 곳. 수도권에만 스무 곳이 넘는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있다. 그에 비해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려인은 국내 반려인구 중 5% 정도다. 그는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비한데, 산업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불법 이동식 화장업체 등이 난립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뭐든지 문화가 뒷받침되고 나서 산업적으로 접근해야 올바른 길로 가잖아요. 그런데 반려동물 산업에서는 문화적 부분을 건너뛰고 돈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아요. 전국에 영세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많은데, 아직 문화가 갖춰지질 않으니 운영이 잘 안 되고 어려워요. 그분들도 큰 꿈을 가지고 뛰어들었을 텐데...

20년 가까이 반려동물 산업이 주목하는 단계는 '입양'에 그쳤어요. 새 주인을 만나게 하는 데 힘쓰면서, 이별에는 관심을 안 가진 거죠. 2000년대 초반 반려동물 '입양 붐'이 일었는데, 시기로 따지면 지금은 그 아이들이 떠날 시점이거든요.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반려인이 적절한 절차 없이 아이들을 떠나 보내게 되면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노령 동물이 많아지고, 그만큼 아프고 병들어 유기되는 동물도 생길 겁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강 지도사는 "떠나보내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그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을 담은 책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펫로스 이야기>를 집필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에서는 특별히 '장례 전 애도 시간'을 강조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장례 전까지의 시간이다. 아이를 어떻게, 어디로 떠나 보낼지 고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펫로스 극복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는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반려동물 장례는 어떤 절차로 진행될까. 강 지도사가 들려준 '펫포레스트'의 장례 절차는 인간의 장례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식장으로 데려 오면 가장 먼저 몸을 씻기는 '염습'을 하게 된다. 이후에는 추모실로 이동해 충분한 추모 시간을 보낸 뒤, 화장 절차에 들어간다. 반려인이 화장 절차를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한다. 이후 뼈를 수습해 분골粉骨하고, 이를 봉안하거나 반려인에게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 절차다. 요즘은 분골한 유골을 '루세떼 스톤'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반려인도 많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정착할수록 더 많은 반려가족이 장례 절차에 함께한다는 것이다. 3~4년 전만 해도 장례를 치른다고 하면 "유난 떤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때는 보호자 한 명이 강아지를 급히 데려오는 게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가족 단위로, 많게는 3대가 함께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강 지도사는 "이런 변화는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디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많은 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길을 함께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장례를 맡았던 때다. 어린 안내견을 임시 보호했던 보호자부터 안내견의 훈련사, 안내견과 함께한 시각장애인 가족이 모두 참여했다. 가족들의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도록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장례지도사지만, 강 지도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같은 슬픔을 매일 견뎌야 하는 장례지도사들에게, 강인한 멘탈과 책임감은 필수적이다. 큰 사고로 세상을 떠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른 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도사도 있고,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과 같은 품종의 아이가 장례를 치르러 온 것을 본 후 충격을 받고 일을 그만두는 지도사도 있었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일한 강 지도사지만, 그도 슬픈 장례를 진행하고 집에 돌아가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싼쵸'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고.
 
펫포레스트의 봉안 시설. 반려동물이 생전 좋아하던 간식, 장난감 등이 반려동물과 함께 봉안돼 있다. 사진=펫포레스트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활성화한다면, '반려동물장례지도사'라는 직업과 '반려동물 장례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 시장도 함께 커지고, 기존 업체들도 장례 절차와 시설을 재정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 지도사는 이같이 직무 환경과 문화의 발전이 병행된다면 앞으로는 현재 시점보다 두 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십 개의 민간자격증이 있고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필수적이지는 않다. 강 지도사는 오히려 자격증 커리큘럼과 실무의 간극이 크고, 자격증 취득 비용이 과다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격증 과정과 실무의 차이가 크니까 힘들어하는 지도사가 많다. 미리 준비할 것은 반려동물과 반려인에 대한 도덕적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실무에 투입된 후 도전하며 배워도 된다"고 말했다.

강성일 지도사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이런 인터뷰가 나가면 확실히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일에 지원하는 분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위로하는 역할이 격식 있고 멋있어 보이는데 한번 해 볼까' 할 수 있는데,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담당하고 있는 보호자는 물론 자신의 감정까지 챙겨야 합니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넉넉한 일도 아니고요.

하루 십수 번의 장례를 치르면서도 제 감정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세네 시간의 짧은 장례지만 그동안 보호자의 편에 서서, 그 입장에서 마음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요. 쉽게 보면 안 됩니다. 내 아이 장례라고 생각하고 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런 분이라면 도전해 보셔도 좋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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