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근무시간, 스스로 정해서 알아서 근무"(SK이노베이션)
"이번 달 지각없이 만근했다면 '바로 퇴근' 기회를"(셀메이트)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20년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실천 기업'들이 시행 중인 제도들이다.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는 잡플래닛에 전·현직자들이 남긴 △업무와 삶의 균형(3점) △사내문화(3점) △급여 및 복리후생(2점) △경영진(2점) 등 만족도 점수에, 고용유지율·산업재해 관련 사실 확인, 기업 관계자 설문조사 등을 더해 총 23개의 워라밸 실천 기업을 최종 선발했다.
올해 워라밸 기업 선정 과정 중 지난해와 가장 다른 변수는 단연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대처법은 곧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각 기업들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 셈이다. 선정된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안전 확보와 자율성 등을 폭넓게 고려했다.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워라밸 좋다는 기업들은 뭐가 달랐던 걸까? '워라밸 실천 기업'들의 공통점과 이들이 다른 기업과 달랐던 점을 살펴봤다.
◇ 근무 시간·장소 자유롭게 '플렉스'…"일만 잘하면 OK"
2020년 워라밸 실천 기업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율성'이다. 근무 시간과 장소까지 구성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구성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더 빛을 발했다.
기아자동차와 도서출판길벗은 오전 7시에서 10시 사이,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인 버드뷰와 IT서비스 제공기업 웨딩북은 오전 8시에서 11시 사이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근무자 절반 이상이 유연근무제를 사용 중이다. 9가지 근무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 생활용품 제조기업 제너럴바이오, KT&G,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역시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 등을 운용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근무 형태는 더 자유롭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1개월을 기준으로 총 근무해야 하는 시간을 업무량과 개인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2주간 80시간, 또는 4주간 160시간 내에서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 알아서 맞춰 일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필요성이 제기되자, 워라밸 기업들은 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재택근무가 힘든 직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를 준비하기도 했다.
금융·보험 기업 로버스트자산운영은 국가 방역 지침에 따라 상시적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 활용하고 있다. 도서출판 길벗, KT&G,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제너럴바이오 역시 정부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웨딩북은 사내 메신저 등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원격 근무 제도를, 기아차는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 집 근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등을 준비 중이다.
◇ "휴가를 허락받고 쓴다고? 왜?"…소중한 연차 쪼개고, 저축하고
워라밸 기업들에서 휴가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어떤 회사들에서는 '법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면서도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고 실제 다 쓰지도 못한다'는 구성원들의 토로가 적지 않게 나오지만, 워라밸 실천 기업은 달랐다. 결재 없이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휴가 제도를 마련해 구성원들의 휴가 만족도는 높였다.
워라밸 실천 기업 대부분은 휴가 사용에 '상사의 허락'이 필요 없다고 했다. 웨딩북은 연차를 사용할 때 사유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 버드뷰와 SK이노베이션은 연속으로 최대 2주까지 휴가를 낼 수 있는데, 상사의 결재는 필요 없다.
연차를 쪼개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요즘 '워라밸' 좋다는 기업들의 트렌드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개발·유통 기업 셀메이트, 소프트웨어 개발·제조 기업 크래비스 등은 '반반차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반차를 한 번 더 쪼개 2시간 단위로 휴가를 쓸 수 있다.
법정 휴가보다 더 휴가를 주거나, 각종 기념일을 휴가로 축하해주는 등 통 크게 휴가 제도를 운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근속 연수와 상관없이 연간 25일의 연차를 부여한다. 매주 금요일은 근무가 2시간 일찍 끝나는 날이다.
로버스트자산운용은 신입사원도 연간 20일의 휴가를 쓸 수 있고, 지쿱의 직원은 생일이면 5일간의 생일 휴가를 쓸 수 있다. 기아차는 연차와 별개로 여름 휴가를 5일 더 준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관련 기업인 부동산다이렉트는 매년 12월 24일이 종무일이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다음 해 1월1일까지 유급휴가다. 또 생일이 있는 달에는 하루 쉴 수 있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오후 2시에 퇴근한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 장기근속자들을 위한 휴가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최근 근속 연수가 짧아지는 경향을 반영해 광고 대행 기업 키스톤마케팅컴퍼니는 3년간 일하면 유급휴가와 휴가비를 지원한다. 아이씨비는 4년 근속하면 5일의 유급휴가와 함께 골드바를 지급하고, SBS M&C는 5년 근속자부터 안식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혹시나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하면 어떨까? 셀메이트는 다음 해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10년간 연차를 저축해 뒀다가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 "우리 회사에만 있다…이 맛에 회사 다니지"
워라밸 실천 기업들이 눈에 띄는 다른 점은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 싶은 것이 아닌 '우리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버드뷰는 30분의 '낮잠 시간'을 두고 있다. 업무 중 휴식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를 위해 휴게실에 침대도 구비해뒀다.
셀메이트는 한 달간 지각없이 만근하면 제비뽑기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제비뽑기에서 뽑히면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이른바 '나였으면' 제도다.
키스톤마케팅컴퍼니는 매달 넷째 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3시간으로 정해두고 점심 식사비를 지원하는 '런치 3.0' 제도를 운용 중이다. 생일에는 오후 4시에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자기계발과 관련된 것이라면, 소프트웨어·장비·교육·도서 등을 무엇이든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명사를 직접 회사로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이 많은 KT&G는 장기근속 직원이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전직 지원 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선발 과정을 거쳐 자기 계발이나 창업 준비를 위해서도 휴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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