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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 내 동료가 돼라!"

[2020 워라밸 실천 기업] 서원준 셀메이트 대표 인터뷰

2020. 12. 03 (목) 19:19 | 최종 업데이트 2020. 12. 08 (화) 10:50
"너! 내 동료가 돼라!" 

만화 '원피스'의 해적왕을 꿈꾸는 루피는 자신의 배에 태우고 싶은 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이 말에 세계 제일의 검객을 꿈꾸는 조로,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상디,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꿈인 쵸파 등이 루피의 동료가 돼 같은 길 위에 오르게 된다. 

"이게 회사인 것 같아요. 꿈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타고 한 방향으로 가는데, 권위적이지 않고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요. 경영자는 경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직원들도 그들의 역할과 꿈이 있고요. 같은 배를 타고 가며 꿈을 이룰 수도 있고, 그 길이 자신이 가야 할 방향과 다르다면 다른 배로 옮길 수도 있겠죠. 각자 행복한 방향을 찾아 가는 거죠."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가 뽑은 '2020 워라밸 실천기업' 셀메이트의 서원준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을 '루피의 배'에서 찾았다. 그래서일까. 원피스의 등장인물들이 사무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색도 모양도 제각각인 피규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어울렸다. 
◇ "21살 창업부터 '셀메이트'까지…키워드는 '신뢰'"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생각했어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등에 대한 책을 보고 '프로그래밍을 배워 개발을 하면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대학도 전산학과에 갔고, 창업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사업을 준비했죠." 

군 제대 후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뭘 개발해볼까' 생각하던 차, 지인을 통해 안전화를 만드는 회사에서 재고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3개월 간 만들어서 500만원을 받았어요. 첫 매출인 셈이죠. 이후 골프장 관리 프로그램도 만들고, 창업 동아리 하면서 여기저기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졸업하니 다 없어지더라고요."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일던 시기, 각종 벤처 창업 지원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막상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는 데는 이런저런 걸림돌이 있었다. 

"개발업이 대부분 매번 프로젝트를 따와서 하는 식인데, 이렇게 하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가계부 앱을 만들어 유료로 팔아봤는데 팔리더라고요. 짜릿했어요. 하지만 돈이 되진 않았죠. 한 2년 돈을 받다가 무료로 바꿨어요."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쇼핑몰을 하는 형을 만나러 간 동대문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지더니, 어린 여자애가 자기 몸 만한 짐을 지고 뛰어다니는 거예요. '왜 뛰어다니지' 하고 보니 쇼핑몰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였어요. 온라인 쇼핑몰 하는 사람들이 쓰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웹으로 만들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셀메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온라인 카페 이곳저곳에 프로그램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연락이 왔다. 

"고객 회사에 찾아가 시스템 설명을 했는데 담당자가 '쓰지 않겠다'는 거예요. 이유도 말을 안 해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규모 있는 회사가 쓰기에는 시스템이 적합하지 않았던 거죠. 3~4일 정도 그 회사로 출근을 하면서 청소도 하고 포장도 하고 했더니,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알려주더라고요. 문제를 들으면 바로 수정해서 다음 날 찾아가서 보여주고 또 고치고, 이렇게 3일을 했어요. 3일이 지나니까 돈을 주시더라고요. 처음 프로그램을 판거죠." 

이후에는 영업도 필요 없었단다. 이 고객사를 통해 소개로 연결된 고객들이 줄이어 찾아왔다. 2006년, 이렇게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제일 처음 만들었던 안전화 재고 관리 프로그램을 지난해까지 직접 유지보수를 했어요. 이제는 다른 프로그램 좋은 거 많으니까 그거 쓰시라고 했죠. 골프장 관리 프로그램은 아직도 제가 관리하고 있고요. 가계부 프로그램도 두어 달 전까지 유지했고요.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셀메이트도 사실 완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는데, 고쳐달라고 하면 바로바로 해주는 것, 거기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파트너로 같이 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 "한국형 기업 문화 필요…사람은 수평적, 조직은 피라미드" 
셀메이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2007년 첫 직원을 뽑았다. 당시 대표 포함 임직원 수가 총 2명이던 때다. 
 
"사실 작은 회사가 뛰어난 인재를 뽑기는 힘들어요. 이미 뛰어난 개발자면 대기업에 가지 않겠어요? 그래서 잘 모르는 직원을 뽑아서 가르치자고 생각했어요. 초기 직원들 대부분 그래요. 개발을 해본 적 없어도 뽑아서 가르쳤어요. 저희는 지금도 대부분 신입을 뽑아요. 또 직원 입장에서 작은 회사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래서 월급이라도 업계 상위 수준으로 주자고 정했죠. 친구들 만나서 회사 얘기하면서 기죽지 말라고요." 

그때부터 기업과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18년 차 CEO인 그는 '한국에 맞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평적 조직'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사람은 수평적이지만, 조직은 피라미드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무는 상하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누군가는 가르쳐야하고, 결정권자가 있어야죠. 하지만 이게 사람이 위아래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관계는 수평적이어야죠. 서로 각자의 역할이 있고 자리가 있는 것일 뿐, 사람이 높낮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서 대표는 이 같은 기업문화를 갖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 

"자기소개에서 '귀사' 대신에 '셀메이트'라는 회사 이름을 적을 정도의 예의, 근무 시간을 지키고 혹시나 동료의 배려가 필요할 때 말 한마디라도 마음을 전하는 정도의 '예의'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채용을 할 때도 이점을 많이 보죠." 
◇ "직원에겐 행복을, 고객에겐 인간다운 삶을" 
"제가 먹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사업 시작부터 밥은 회사에서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어요. 식비로도 안 줘요. 식비 아끼고 밥 제대로 안먹을까 봐요. 먹는 것만큼은 잘 먹어야 돼요."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내 제도의 대부분은 서 대표와 직원들의 경험에서 나왔다. 먹는 게 중요해서 점심을 제공하고, 점심시간 1시간은 밥 먹고 소화까지 시키기에 너무 짧아서 1시간 30분으로 늘렸다. 한두 시간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볼일을 보고 싶으니 반반차를 만들어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에 반반차 제도를 만들었다. 대기업에 비해 많은 복지 제도는 아니겠지만, 하나하나에 대한 만족도와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결국 경험에 있다. 

"조직관리나 사업이나 대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어요. 쇼핑몰을 1600곳 정도 갔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한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 일찍 퇴근 시켜주자'는게 셀메이트의 목표예요. 직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역시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요. 제가 누리는 것 직원들도 누렸으면 좋겠어요."

셀메이트는 '직원이 행복하고, 고객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쉽고 빠른 아름다운 IT기술을 제공한다'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 "처벌 대신 선물을 줬더니…법만 지켜도 '워라밸' 됩니다"
첫 직원을 뽑고 13년이 지났는데, 조직 내 문제가 없었을리 없다. 셀메이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나였으면' 제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 달간 지각을 안한 직원들은 매달 말 제비뽑기에 응모할 수 있고, 여기서 뽑히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회사는 지각을 하면 벌금을 걷는다. 그 시간만큼 급여를 차감하기도 하고, 시말서를 쓰게 하는 곳도 있다. 셀메이트는 채찍 대신 당근을 택했다.

"어떻게 지각을 줄일까 생각하다가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뜻밖의 선물을 주자'고 생각했어요. 지각 안 한 직원에게 연차를 주는 식으로 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또 계획을 세우거나,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더라고요. 그런 휴가 말고 정말 온전히 본인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들었는데, 정말로 그 이후에 지각자가 거의 없어졌어요." 

'워라밸'의 기본은 적정한 근로 시간이다. IT 회사에서 초과 근무가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전·현직자들은 "주말근무나 야근은 거의 없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서 대표는 "수당 줄 돈이 없어서"라며 웃었다.

"작은 기업이지만 법은 지켜야죠. 사실 이것도 법대로 했을 뿐이에요. 야근이나 주말근무 하면 수당을 줘야 하는데, 이 법정 수당이 되게 높아요. 처음 사업을 했을 때부터 매번 프로젝트를 받아서 만들어서 제공하는 식의 일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여기 있는데요. 외부 기업과 마감 계약을 한 일이면 어쩔 수 없는 야근이 생기죠. 처음부터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예요. 내 사업은 내가 주도하고 싶어서요. 우리는 우리 서비스를 만드니까 우리가 우리 마감과 기한을 정해요. 미리 계획을 세워서 운영하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할 일이 없죠." 
◇ "Keep looking, Don't settle" 
사실 내부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일정과 계획은 바뀌기 마련이다. 대부분은 항상 예상보다 늦어진다. 상사 눈치가 보이면, 야근은 생길 수밖에 없다. 서 대표는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사에게 "마감을 늦추겠다"고 말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서 대표는 "쉽다"고 말했다. 

"출근하면 오전 11시까지는 돌아다니면서 직원들과 얘기하는 게 제 업무에요. 직원들의 일상부터 업무 얘기까지 아직은 들으면 기억이 나요. 평소에 얘기를 많이 하니까 업무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셀메이트라고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전·현직자들은 '체계가 부족하다' '신입이 적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교육으로 체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교육 관련 부서를 만들어 입사하면 3일 정도 교육을 하고, 이후 각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교육과 업무를 같이하도록 하고 있죠.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 생각해요." 

'Keep Looking, Don't settle' 그리고 'Carpe Diem'. 셀메이트 사무실 벽 한편에 적힌 문구들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사랑하는 일을 찾'아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것. 

"제가 생각하는 우리 조직의 정신인데요. '끊임없이 안주하지 말고 달려 나가자'는 의미에서 아예 벽에 적어 놨어요.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도 있고, 우리 직원들이 이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요."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작은 기업이지만, 셀메이트는 끊임없이 신규 사업에도 도전 중이다. 

"'해외 특송 플랫폼'을 오픈했어요. 한국 제품을 해외로 보내려면 복잡하고 비싸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판매자들도 있고요. 이 복잡한 과정을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만들었어요. 해외주문이 첫 달 140건 정도 들어왔는데, 지난달 1만 건을 기록했죠. '달려가자'는 기업 정신을 유지하려면 계속 새로운 일을 해야죠. 지켜봐 주세요."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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