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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짜 5인 회사가 '경영대상' 받는 현실"

[fake5][인터뷰]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노무사

2021. 03. 18 (목) 17:11 | 최종 업데이트 2021. 03. 22 (월) 09:46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동조합.'

'권리찾기유니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헌법 33조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관·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정규직이거나 간접고용 노동자, 나아가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노조 결성이나 가입은 꿈 같은 이야기다. 사업주에게 밉보였다가는 해고를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 권리찾기유니온은 '권리'가 필요한 사람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집중하는 사업은 단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이다. 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위장해 노동법을 피해가는 사업장을 제보받고, 노동부에 고발한다. 지난해 1월부터 제보를 받기 시작했는데, 200건이 넘는 제보 중 100건 가까이 노동부 고발로 이어졌고, 이중 90%가 해결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의 정책실장인 하은성 노무사는 전국 각지를 돌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막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3월 3일, 하은성 노무사가 일하는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실을 찾아 노동법 사각지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문제와 해결을 위한 방법을 물었다. 
-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정의가 궁금하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장 쪼개기'나 '근로자를 4대 보험에 등록하지 않는 식'으로 상시 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줄인 사업장을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많은 조항들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부당해고를 '구제 신청'으로도 다툴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도 배제돼 있다. 신고 자체가 불가하다."


-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쓰는 사업장인 셈이다.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준다면.

"입사할 때 모든 직원이 '근로계약서'와 '업무용역계약서'를 둘 다 쓰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이 노동부에 신고하면 나머지 직원들의 용역계약서를 제출하면서, 진정 또는 고발한 사람만 근로자고 나머지는 개인사업자라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한다. 입사할 때 사직서를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문제 삼으면 '자진퇴사로 처리하여 실업급여를 못받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거다.

지난해에는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진 지역 모텔들과 "호텔급으로 리모델링해 주고, 1년 반정도 운영해 줄 테니 대신 그 기간 영업수익을 가져간다"는 계약을 맺었다. 업무위탁계약서에는 '인사·노무·채용·급여 지급 책임을 호텔 운영 회사가 진다'고 돼 있다고 하더라. 그 지역에서만 다섯 개 호텔을 그런 식으로 계약했다.

본사에 5명 정도가 있고, 격일제로 일하는 실장이 10명 정도, 팀장급 직원들까지 카톡방에 15명이 있었다. 그 카톡방에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서로서로 밀어주기도 했다. 회계도 물론 연결돼 있었다. 그런데 '가짜 5인 미만' 문제가 생기니까 회사 대표가 "나는 사업주가 아니고 모텔 사장이 사업주"라며 잡아뗐다.

제보자는 격일제로 일하면서 쉬는 날이 없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연차도 못 받았다. '6개월 차에 무급 휴가 하루만 달라'고 했다가 해고당했다. 지금은 체불 임금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는 아직도 모텔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회사 대표는 모 언론사에서 주는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경영대상'도 받았다. 이런 식의 노무 관리를 개발해서 회사를 키운 거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기업들이 '가짜 5인 미만' 꼼수를 쓰고 있는 현실이다."
ㅈ호텔 고발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 '가짜 5인 미만 고발 경연대회' 기자회견 현장. 사진=권리찾기유니온
 
- 결국 근로기준법 대부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 아닌가. '차별'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도, 사각지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차별 조항'이다. 그러나 2019년에는 이 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권과 영세 사업장의 열악할 현실을 따져 봤을 때 헌법을 위배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물론 영세한 자영업자들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근로기준법'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거다. 현실 노동관계에서 완전한 평등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 아닌가. 경제계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사용자들을 옥죈다고 하는데, 애초에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들었으니 당연한 거다.

'어떤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맞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취약한 노동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답한다. 대기업과 5인 미만 사업장의 복지를 비교할 수는 없지 않나. 최소한의 복지만 있는 게 다반사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제한도 없이 최소한의 권리인 연차 휴가도 못 쓰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마저 할 수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조항은 30년이 넘었다.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은 꾸준히 발의되고 있는데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상시근로자 수에 의한 법 적용 차별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5인 미만이 '기준'이 되고 있다. '5인 미만은 영세하니 뺍시다'가 사람들 마음 속에 디폴트가 됐다. 치외법권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거다. 직장 내 괴롭힘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제도 새로 생긴 법인데 하나같이 5인 미만을 제외했다. 노동법 전면 적용은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기본을 말하는 건데, 아주 못할 소리 하는 것같은 반응이 나온다.

최근 논의됐던 전태일 3법에도 '노동법 전면 적용'이 있었다. 법률계에서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회가 신경을 안 쓰는 거다. 시급한 법안이라고 생각도 안 하고, 반발도 엄청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을 하지만, 결국 이 문제는 '진짜 5인 미만'의 문제다. 왜 대기업들까지 이런 식으로 사업장을 만들겠나. 쉽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보고 딱 '근로자 수'만 본다. 편법이 난무하는 건 법제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다. 근로기준법 11조를 바꿔야 한다."


 -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주들은 5인 미만은 구인도 어렵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한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저런 곳 가면 착취당한다'는 걸 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영세 자영업자가 혼자 책임지거나, 노동자가 배제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노무 자문이나 추가 비용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두루누리 지원 사업'으로 사회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4대 보험 가입도 유인되고, 사업주 입장에서도 대부분 지원해 주니까 부담을 덜면서 복리후생으로 내세울 수 있는 거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차나 생리 휴가, 가산 수당도 지급했다는 증빙을 하면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계산이 어렵고 적용이 복잡하다면, 공공기관이나 노무사·변호사 단체 통해서 노무 관리 컨설팅을 도울 수 있다.

사업주를 지원해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입사하는 이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고, 노동의 질도 함께 올라가지 않겠나. 이 문제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싸우는 게 아니다. 근로기준법의 차별 조항을 폐지하면, 자영업자도 '윈윈'할 수 있다. 사람들이 '5인 미만이냐 아니냐'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력을 더 잘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거다."


- 전면 적용에 대한 반감이 심하니, 경제적 부담이 덜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 해고 구제 신청 등을 부분적·단계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런 방식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근로기준법 11조는 그대로 두고 시행령을 고치는 쪽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시행령만 고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누군가에겐 연차가 필요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근로시간 제한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걸 '핵심 조항', '비핵심 조항' 나눠 적용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부분 적용이나 단계별 적용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1조 폐지'로 가야 한다."
지난해 10월 '권리찾기유니온' 총회 현장. 사진=권리찾기유니온 제공
 
- 내가 다니는 회사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을 눈여겨 보면 좋을까.

"기본적으로 하루에 일하는 사람이 5명 넘는다면 '5인 이상'으로 보면 된다. 분명 5명 이상인데 근로계약서에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명시돼 있거나. 채용 공고 명의와 근로계약서 명의가 다르다거나, 급여명세서를 요청했는데 안 준다거나, 세금을 3.3% 뗀다거나…

말로는 다른 사업장이라면서 같이 회의하고 협업하는 등 사실상 같은 사업장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 문제 있구나' 인지하고 의심이 된다면 실제로 같이 일하는 증거를 모으면 좋다. 출입 대장이나, 단톡방 캡쳐 등이 근로자 수를 위장한 사업장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 결국 법이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든 꼼수는 사라지지 않고, 피해자는 계속 나올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 내서 바꿔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셀 수 조차 없이 많다. 일반적으로 35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급여도 현금으로 받는 이들, 법적으로 노동자로 분류 안 되는 이들까지 합하면 1000만 명은 된다고 보고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목소리 내면 바뀔 텐데, 묶어줄 단체가 없었다. 목소리 내면 해고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특히 프리랜서가 많은 업계는 소문이 빠르니까 더 힘들다. 버티고 경력 쌓아서 좋은 데로 가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권리찾기유니온이 고발 운동하고 호흡을 맞추다 보니 70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최근 사건 의뢰하시는 분들 중에서 80~90%가 조합원으로 가입한다. '위장 사업장 때문에 잃어버린 권리 찾기'를 넘어서, 노동자를 5인 미만과 그 이상으로 가르는 '노동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목소리 낼 계기가 필요하다. 그 계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하고 싶다."
 
#이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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