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근 수당 달라"는 게임 캐릭터가 있다?

[클로버게임즈] ① 모바일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 제작진

2021. 05. 31 (월)

▶︎▶︎영상을 보고 기사를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클로버게임즈 인터뷰]
① "야근 수당 달라"는 게임 캐릭터가 있다?
② '착한 게임' 만드는 회사는 뭐가 다를까
 
- 로드! 기다렸습니다! 휴가 신청에 서명을 좀…
- 월급만큼의 일은 했습니다! 그 이상은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이들에게 맡기도록 하죠!
- 월요병을 막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출근해 잠깐 일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흐, 끄흐흐, 흐하하하하….
- 일하기 싫은 게… 죄는 아니겠죠…?

- 보람 따위 됐으니까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오늘도 출근하는 우리의 마음을 이보다 잘 대변할 수는 없으리라. 얼핏 보면 회사가 너무 싫은 직장인의 대사 같지만, 이건 사실 게임 캐릭터의 대사다. 그 주인공은 클로버게임즈가 만든 모바일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로오히)의 캐릭터 '조슈아'. 그는 게임 속 국가 중 하나인 '갈루스 제국'의 특수임무대장. 성능이 뛰어나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필수 캐릭터 중 하나다.

그런 그는 왜 영락없는 K-직장인으로 그려졌을까? 게임 속에서 게이머를 상징하는 '로드'에게 "휴가 신청에 서명을 해 달라"거나, "먼저 퇴근하겠다"고 말하거나, "야근 수당이나 달라"거나… 대사가 이렇다 보니 게이머들은 그를 '조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4월 30일에는 근로자의날(5월 1일)을 앞두고 '조슈아의 퇴근송' 영상이 로오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 영상 속 터덜거리는 조슈아의 발걸음 뒤에는 '야근 없는 회사'라는 간판이 번쩍거린다. 찰떡같은 조슈아의 대사와 "주 4일제"를 외치는 목소리는 일하는 게이머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쯤 되면 이 회사.. 조슈아에 진심인 건지 자기들 퇴근·휴가에 진심인 건지 궁금해진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클로버게임즈를 찾았다. 지난 5월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로버게임즈 사무실에서 로오히의 작가·캐릭터 기획자 '리암', 사운드 디자이너 '크라', 인사팀 '다봉'을 만났다. 조슈아 캐릭터와 퇴근송 영상, 로오히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로오히 작가 리암, 인사/총무 다봉, 사운드디자이너 크라.
- 세 분, 클로버게임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리암 / 로오히 기획자 겸 스토리 담당 리암입니다. 캐릭터 콘셉트 등을 잡고 만들어가고 있어요.
크라 / 클로버게임즈에서 사운드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담당하고 있어요.
다봉 / NPC팀에서 인사·총무 업무를 맡고 있어요. (클로버게임즈는 인사팀을 NPC팀이라고 부른다. 게임 속 NPC가 플레이어의 게임 진행을 돕듯, 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돕는다는 의미다. -기자 주)


- 게임 속 캐릭터 조슈아의 '퇴사,, 아니 퇴근하겠습니다' 영상을 통해 로드오브히어로즈를 접했어요. 알고 보니 게임 속에서부터 조슈아는 'K-직장인'이더라고요.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이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졌어요. 조슈아는 왜 'K-직장인'이 됐나요.

리암 / 조슈아라는 캐릭터가 스토리상에서는 악역으로 처음 등장해요. 게임 구조상, 조슈아도 영입할 수 있는데요. 유저 입장에서 보기에, '얘는 분명 나랑 싸웠는데 왜 내 편이 되나' 싶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악역'을 중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고민했어요. 배경 설정이랑 외형을 놓고 보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 보려다가, 그냥 당시 제가 하고 싶던 말을 대사로 썼어요. 전 (통과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녹음을 했고 게임에 들어갔죠.

크라 / 덧붙이자면 저희 회사 사람들은 모두 조슈아가 리암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자기 생각을 담았을 거라면서..

리암 / 내면의 소리를...(웃음) 저는 통과가 안 될 줄 알았어요. 아마 총사님(클겜 직원들은 대표를 총사령관, 줄여서 '총사'라고 부른다. 이 회사.. 뼛속까지 게임 회사다. -기자 주)이 직접 컨펌을 안 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 근로자의날(5월 1일)에 직전에 '조슈아의 퇴근송' 영상을 올렸던데요. 이쯤 되면 회사가 즐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영상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크라 / 지금은 퇴사한 직원분 기획이었어요. 조슈아 데리고 '퇴근송' 같은 걸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에서 콘셉트를 잡고 댓글 놀이를 하기도 하잖아요. 유저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다양하게 구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재밌는 노래를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준비해 본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5월 근로자의 날 맞춰서 준비한 게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준비를 해 왔어요. 그동안 다른 이슈들도 많았고, 상도 받고, 여차저차 바빠서 미뤄지면서 타이밍을 보고 있었어요. 조슈아 생일(4월 29일)과 근로자의날이 가깝거든요. 그래서 근로자의날 기념해서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맞춰 완성했죠. 재미있는 거 해보자는 생각이 발단이었어요.


- 영상의 퀄리티도 주목할 만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배경, 시티팝 음악까지 혼연일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크라 / 1차적으로는 '퇴근송', 멜로디와 가사가 있는 노래를 생각했어요. 성우님이 직접 노래를 하는 방식으로 구상했는데, 오히려 게임에 원래 있던 대사들을 활용하면 더 임팩트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는 분들도 '이걸 이런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요. 원래 만들어 놓은 노래가 있었는데, 근로자의날 맞춰서 기획할 때 그 곡을 버리고 아예 새로 만들었어요. 처절하게 슬픈 노래를 만들까 하다가 오히려 반대로, 재미있는 노동요 느낌으로 가기로 한 거죠. 조슈아는 처량하게 비를 맞으면서 걷고… 그 분위기와 반대되는 느낌을 주려고 일부러 신나는 시티팝으로 제작했어요.


- 만들 때부터 이렇게 화제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크라 / 영상 올리면서 댓글 1000개가 넘으면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아이템 쿠폰을 발행하겠다고 공략했거든요. 대여섯 시간 만에 댓글이 1000개를 넘었어요. 다른 영상들하고 비교해도 엄청 빠른 거고요. 댓글들도 보니까 확실히 재밌다고 느껴주신 게 보였어요.

조슈아가 성능이 좋은 캐릭터라서, 게이머분들도 웬만하면 데리고 가는 캐릭터거든요. 그러니까 게이머 본인이 사장이고 조슈아가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쉬게 하고 싶어도 너를 데리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미안하다" 이런 댓글도 많아요. 그런 댓글을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잘 통한 거 같더라고요. 재밌게 하자고 했던 게 잘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제작을 위해 조슈아의 대사를 추가로 녹음했다. 그런데 이제 진심을 곁들인…
- '로오히'라는 게임 자체에도 주목할 점이 많아요. 대중에게는 '착한 게임'으로 알려졌더라고요. 게임 내 여성 묘사부터 시작해서,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이벤트를 여는 등 접근이 색달라요. 게임에 굳이 이런 의미가 필요할까 싶기도 한데, 이런 가치를 녹여내는 이유가 있나요.

리암 / 사실 저희는 착한 게임을 표방한 적이 없어요. 반대로 일반 게임에 있는 자극적 부분을 없애려고 한 거죠. 저희 소개 중에 "내 조카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문구가 있거든요. 조카든 누구든, 사행성이 많거나, 성적 묘사가 적나라한 게임이라면 권하기는 어려울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배제하려고 한 거예요.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부터, 의식적으로 과도한 노출은 지양하고 있고요. 스토리적으로 봤을 때 직간접적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넣고 있어요. 종족 차별, 신분 차별과 같은 것들을 주인공이 바꿔나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의 불합리를 인물 관계나 사건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총사(대표)님은 '게임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즐기는 콘텐츠고,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긍정적 영향을 주면 좋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이벤트들도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입체적인 면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스토리를 주문하기도 하고, 디렉션이 처음부터 그런 방향이었던 것 같네요.


- 사실 자극적인 요소나 사행성 등으로 과몰입을 유발하는 건, 소위 '잘되는 게임'의 요소이기도 하잖아요. '게임이 잘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을 법한데요.

다봉 / 다른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오신 직원들이 많잖아요. 실제로 게임 오픈하기 전 개발 단계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 '이렇게 돈 벌 수 있나'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런칭하고 잘되니까, 수긍하고 이해하게 된 것 같고요.

크라 / 회의 때도 보면, 매출이나 실적에 대한 압박을 하진 않아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유저들에게 어떻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을 생각하더라고요. 소통이 된다면 게임은 자연스럽게 잘될 거라고 보는 거죠.

리암 / 이런 방향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믿은 거죠. 구성원 전체가 대표 한 명 생각에 동의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렇지만 그 방향으로 해서 성과가 나오고, 또 '월급이 밀리지 않는구나'라는 확신도 생기고요. 사실 월급은 대표님이 주는 거니까 걱정은 안 했어요.(웃음)


실제로 로오히는 업계에서도, 대중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수작이다. 202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 구글 플레이 인기게임 우수상, 한국콘텐츠진흥원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하며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나도 오늘 반차 쓸까.. (대표님 눈 감아)
 
- 해외 진출 성적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어요. 언어도 영어만 있는 게 아니라 8개 언어로 번역해서 제공하더라고요. 로오히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리암 / 개발하는 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부터요. 소비자전략팀에서 해외 마케팅을 하는데, 그분들이 기민하게 정보를 파악하고 그런 역량을 잘 발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고요.

크라 / 기본적으로 성우들을 겹치지 않게 쓰고 있어요. '한 캐릭터 당 한 성우'를 고집하거든요. (일반적으로 한 성우가 여러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많다 -기자 주) 게이머들이 실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요. 일본에서 게임을 오픈할 때도 성우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그런 디테일이 드러났을 때 유저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싶네요. 일본판 성우 공개 영상 올렸을 때도, 일본 분들보다 한국 분들이 와서 비교하면서 즐기시더라고요.

다봉 / 해외로 나가려면 번역이 중요하잖아요.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안 되는 게임들도 있으니까, 보통 게이머들이 영어로 느낌만 알아야 하는 거죠. 로오히는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다보니 그 부분도 역할을 했을 것 같아요.(인터뷰 2편에서 계속)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