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플래닛에 '살다' 직원들이 남긴 리뷰를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 세 가지는 '출퇴근' '재택근무' '눈치'다. 이들의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은 '자유롭다'로 흐른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근무 장소가 자유롭고, 연차 사용이 자유롭고, 눈치 볼 일이 없단다.
키워드에서 살다의 일하는 문화가 단적으로 보인다. 정성욱 대표와 살다의 일하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살다는 왜 이렇게 일하고 있을까?
◇ "재미의 가장 큰 요소는 자유…근무 시간, 장소, 목표, 예산까지 자율"
- 리뷰를 좀 더 살펴 볼게요.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는 '자유로운 분위기' '자유로운 근무형태' 같은 '자유'에요. 집이나 카페에서 일해도 되고, 근무 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들이 많아요.
전 '자유와 자율에서 나오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에요. 과거 의사결정을 돌이켜보면 제일 중요한 기준이 '재미'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 국제적인 사업가가 멋있어 보였어요. 삼성물산에 들어가서 4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 M&A 뱅커가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투자은행 업계로 옮겨 10년 정도 더 일했죠. 40대 초반이던 2011년에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내가 좋아하는게 사업이라서, 재미있어서 사업을 시작한 거죠. 재미가 없다면 뭐하러 하겠어요.
내 재미의 가장 큰 조건은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자유가 속박되면 재미가 확 떨어져요. 두 번째 재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것을 볼 때 재미있어요. 세 번째는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요.
제 경험으로 자유로운 것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일하고 인정받는 것은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내가 원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래서 이를 제도화했어요. 일하는 시간과 공간, 목표와 예산을 정하는 데 자율권을 줬어요. 구성원이 알아서,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제 역할은 구성원이 재미있게 일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구성원의 재미의 지표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고, 이를 위해 분기마다 스스로 평가를 해요. 제가 사내에서 CEO와 CfO를 맡고 있는데요. CfO의 f는 fun(재미)에요. 모든 구성원이 재미있게 일하는 데 방해되는 재미 없는 요소를 줄여 각자가 업무에서 느끼는 재미가 유지되도록 하는 게 CfO로서의 제 일이죠.
잡플래닛에 남겨진 살다의 장단점 키워드.
사무실, 냉난방 등 근무 환경에 대한 단점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 사무실을 옮기면서 해결했다.
'개발자가 몬스터를 너무 좋아해 냉장고에 몬스터밖에 없다'가 단점으로 언급됐지만, 역시 지금은 다양한 음료를 구비했다고.
◇ "자율의 바탕은 신뢰…직원을 의심해서 얻을 것이 뭐죠?”
-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어요. 한편에서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월급루팡 직원이 늘었다'고 문제제기하는 관리자들도 있죠. 직원이 일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경영진도 많고요. 결국 직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으면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각자의 인생은 다 소중하고, 다들 잘하고 싶어요. '직원이 일을 안하는 것 같다'의 해법이 열심히 감시하는 걸까요? '월급루팡'이라고 얘기하는데, 근무 시간에 두 시간 자고 오는 거나,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두 시간 멍때리고 있는 거나 뭐가 다르죠? 똑같잖아요. 오히려 억지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앉아 있으면 동기부여가 될까요?
구성원에 따라 일의 속도가 늦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렇다고 전 이 구성원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쉬는 모습이 보이면, 지금 쉬는 이유는 어제 밤에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 구성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사람을 믿지 않아서 얻을 것이 없어요. 사람을 믿지 못해서 감시하는 제도를 만들면, 그 사람은 더 달아나요. 제가 그랬거든요. 알아서 하는데 왜 억지로 시키고 감시를 할까 생각이 드니까요.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죠. 이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주고, 성과가 떨어지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어요.
◇ "의사 결정을 함께 하는 이유…자기주도성을 잃을 때 조직문화는 파괴된다"
-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다보니 의사 결정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있어요. 의사결정을 하다보면 결정자의 권한에 의해 빠르게 결정이 내려지고 그 방향으로 다같이 달려가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조직원 하나하나의 얘기를 듣다보면 느려질 수 있죠. 요즘같이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이는 리스크가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조직원의 합의가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2년 넘는 기간동안 사업을 하면서 한번도 '이렇게 결정을 내렸으니 따르라'고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의 빠른 성장 속도가 나와요.
이를 위해서는 사실 대표가 굉장히 부지런해야 해요. 그리고 사안에 대한 논리가 강해야하죠.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논의를 통해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논리가 탄탄한 방향으로 결정을 해요.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A와 B라는 의견이 있을 때, C라는 합의점이 도출될 수도 있죠. 설득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어요.
조직이 커지면 물론 힘들 수 있죠. 하지만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는 수긍이 안됐는데 시켜서 한다'가 일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 싫어서에요. 자기 주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고, 그 한 사람의 마음가짐의 변화가 조직문화를 파괴하게 돼요. 이게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이렇게 하려면 물론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죠. 하지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에요.
◇ "조직 문화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달렸다"
-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문화가 달라지기도 해요. 초창기 스타트업은 '자유롭고 수평적 문화'의 대명사였지만, 대기업화되면서 이를 기대하고 입사한 조직원들은 의외로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요. '수평적으로 보이지만 수직적이다'는 평가가 나오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아요. 다양한 사람이 입사하면서 조직 문화가 달라지기도 하죠.
회사의 성장이 조직 문화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조직원의 실망감을 키우는 경우도 있는데요. 살다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지금의 조직 문화와 만족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중간관리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200명 정도 되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중간관리자들이 정말 잘하고 있어서 조직이 더 커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도적 장치도 많이 개발했고요. 그런 것들이 보완 작용을 하겠죠.
타운홀 미팅을 자주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모여서 조직 문화와 철학, 방향, 전략 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요. '잘지내보세' '잘살아보세' 같은 사내 행사가 있어요. 이를 통해 평소 접점이 없는 팀 구성원들이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요.
조직문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당장 제 행복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