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일하다 사망" 원청 대표 국내 최초 징역 1년 실형

[잡:노무 스토리]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원청 대표 책임 있다…징역 1년

2023. 08. 09 (수)
 
2023년 8월 8일, SPC 계열 샤니 제빵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크게 다쳤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앞서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는 여러번 근로자들이 다치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요.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지난 7월과 지난해인 2022년 10월에도 근로자가 기계에 다치는 사고가 있었어요. 2022년 10월 15일에는 같은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사고로 숨져 논란이 일기도 했고요.  

일하다 다치는 근로자들 여전히 많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분석'을 살펴보면, 2022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223명에 달합니다. 2019년 2020명에서 매년 늘었어요. 다만 2023년 3월 말까지 사고 사망자 수는 2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명(16.6%) 줄었고, 전체 사망자 수는 49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명(15.4%) 줄었다고 하니, 올해는 일하다 다치고 죽는 근로자가 더 이상 없길 바라봅니다. 
일하다 다치고 죽는 이들이 더이상 없기를 바라며 만든 법이 있습니다.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인데요.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의 핵심입니다. 쉽게 말하면,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 등 경영자를 '형사처벌', 즉 실형까지 살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과거에도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쳤을 때,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한 사용자(회사)를 처벌하는 법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하청업체 직원이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원청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 등의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하청업체의 산업재해에 대해 원청의 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어요.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한 거죠. 
중대산업재해란 산업 재해 중 심각한 재해를 말하는데요. '심각한 재해'란 이런 경우를 말합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대통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경영책임자는 이런 의무가 있어요. 
△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대책의 수립 및 이행
△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이런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이런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영책임자
△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징역 벌금 병과 가능)
△ 그 외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 및 기관
△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벌금형 
△ 사망 시 50억 원 이하의 벌금, 그 외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이 시행되고 난 뒤, 2023년 4월2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청'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실형'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원청 기업인 A회사(대표이사 B씨)는 개인사업체인 C회사(사업주 D씨)에 A회사 공장의 기계 보수 작업을 맡겼어요. A회사와 C회사는 도급 계약을 맺고 일했죠. C회사는 근로자 E씨를 고용해 A회사 공장의 '중량물 취급 작업'을 맡겼어요. 그런데 E씨가 이 업무를 하다 사망한 겁니다. 조사를 해보니 A회사의 대표이사인 B씨와 C회사의 대표 D씨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검찰은 B씨와 D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재판에 넘겼죠. 

법원은 D씨에게 "사업주로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E씨가 사망했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원청인 A회사의 대표 B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했어요. A회사에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했고요. 알고 보니 B씨는 이미 여러 차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적이 있었어요. 그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한 적도 있었고요. 앞서 다른 근로자가 일하다 사망해 형사재판을 받는 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요. 이후 1년간의 시행 유예 기간까지 있었는데, 또 근로자가 일하다 사망한 사건이 생긴 거였고요. 그러니 법원은 "B씨의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B씨는 이미 여러 차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고, 이전에도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기도 했고요. 이미 저지른 잘못이 많아서 무거운 형이 불가피했던 점이 있긴 해요. 

하지만 그래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청 기업 대표가 처음으로 실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겁니다. 하청기업의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원청기업 경영자가 징역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니까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요. 법의 목적은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일하다 다치고 죽는 근로자가 없도록 하자는 데 있어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청기업뿐 아니라 원청기업도 더 안전한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잡플래닛 법무팀·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