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상사가 내 연봉 알아도 돼요?

[혼돈의 직장생활] 근로계약, 연봉 정보 어디까지 공유해도 될까?

2023. 10. 06 (금) 18:12 | 최종 업데이트 2023. 10. 12 (목) 15:07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됐어요. 인턴 기간을 무사히 마쳤으니 수습 기간 없이 정규직으로 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고요. 근로 계약을 할 때 "요즘 회사들은 매년 새로운 정규직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래서 너도 정규직이지만 계약서에 기간은 올해 말까지로 한다"고 했어요. 요즘엔 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상사와 HR 담당자가 제 계약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화창을 보게 됐어요. 제가 올해 말까지 계약직이고 아직 수습 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이거 사기 계약 아닌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요. 

그러데 제가 궁금한건요. 제 상사가 제 근로계약서에 대해 알아도 되는 건가요? 또 연봉 등을 다른 사람과 서로 공유해도 되는 건가요? 
 
근로계약서나 연봉 정보를 나 이외 사람들이 공유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는데요. 이에 앞서 몇 가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규직 계약은 "기간 정함 없음" 연봉계약서는 "매년 작성" 

먼저 정규직 계약서를 매년 작성한다는 부분을 살펴봅시다. '정규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근로계약서'인데요. 정규직은 근로계약서에 '기간'을 정해두지 않습니다.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그 기간 동안에만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계약직' 계약이 됩니다. 김해니 노무사는 "계약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보기 때문에 조직 내부적으로 정규직 계약서라 부르더라도 근로계약서에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계약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정규직이 매년 새로 작성하는 계약서가 있다면 '연봉계약서'일 겁니다. 연봉제를 시행하는 회사는 회사라면, 매년 연봉을 조정하게 되니까, 조정된 연봉 내용이 담긴 연봉계약서를 매년 작성하게 되죠.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근로 계약을 맺을 때, 근로 형태를 정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와 연봉을 정하는 '연봉계약서'를 따로 작성하곤 해요. 근로계약서 안에는 연봉 이외에 내용들이 많이 있는데, 이를 매년 다시 작성하기는 번거로우니까요. 

이를 합해서 하나의 계약서를 쓰더라도, 정규직이라면 근로 기간은 '정함 없음'으로 표기해요. 즉 근로 기간을 정해 두지는 않습니다. 

위 사연 내용만으로는 제보자님이 어떤 계약서를 쓰셨는지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를 먼저 확인하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요. 

앞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놓았는데요. 자세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연봉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내 연봉'은 '기업 비밀'?

그럼 이번에는 '내가 내 연봉 정보를 남들에게 말해도 될까'를 살펴볼게요. 

어떤 기업들은 '연봉 비밀 유지'를 요구하곤 합니다. '내 연봉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연봉계약서에 넣거나, '연봉 비밀 유지 합의서' 등을 따로 작성, 이를 어길 경우 징계나 손해배상을 한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등을 두는 곳도 있고요. 근로자들 사이 연봉 정보가 공유될 경우 내부 분위기 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반했다면 원칙적으로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니, 취업규칙 등에 따른 징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징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연봉 누설이 징계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 이를 이유로 징계 등을 할 경우 근로자가 '부당징계'로 문제삼으면 오히려 회사가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어요. 

연봉 정보 누설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회사가 실제 어떤 손해를 봤는지 등을 입증해야 해요. '연봉 누설 시 얼마의 금액을 배상한다'는 식으로 정해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서에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거나 위약금을 정해두지 못하게 하고 있거든요. 

연봉 정보 누설로 회사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이를 입증하지 못 한다면, 회사가 연봉 정보 누설을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에요. 결국 개인의 연봉을 비밀로 한다는 계약을 했더라도, 이것이 보호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위반하게 된 경위나 동기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회사는 어떤 피해와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었는지 등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회사가 연봉 정보 유출을 이유로 '징계'를 한다면 징계를 받은 근로자(정보를 유출한 당사자)는 부당징계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어요. 그럼 회사는 징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를 범죄에 이용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연봉 정보 유출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여요. 손해 인정이 안 되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김해니 노무사) 


◇ 내 연봉, 근로계약 내용 '제3자'가 공유하면?  

그럼 내 근로계약과 연봉정보를 제3자가 서로 공유해도 되는지를 봅시다. 지금 사연의 질문이기도 한데요. 연봉 정보 유출 자체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텐데, '내 정보를 남들이 서로 공유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궁금함이 생깁니다.

"내 정보를 남들이 공유한 것이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는 없을까" 싶은 거죠.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가목 또는 나목을 제1호의2에 따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하 “가명정보”라 한다)

1의2. “가명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가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연봉이나 고용형태 등에 대한 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뉩니다.

"연봉이나 고용형태 등의 정보를 법이 보호하는 '개인정보'로 보긴 힘들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적용하긴 힘들 것 같다"는 의견도, "연봉계약서 기재 내용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업무적으로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다른 직원의 연봉 정보 등을 유출한 경우라면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고의성'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실수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유출했어도 법 위반일 수 있어요. 이로 인해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과실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수 있어요. 

다만, 이 경우 제보자님의 상사라는 점에서 근로 계약 내용의 일부는 업무상 필요한 정보에 해당할 수 있어요. 함께 일하는 팀원이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인턴인지 수습인지, 연봉 수준 등에 따라 맡기는 업무와 업무 계획 등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입사할 때 개인정보수집동의서를 작성했을 텐데요. 정보 수집 목적에는 인사관리, 급여지급, 평가 등이 기재돼있는 것이 통상적이고요. 이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텐데요.  

통상 인사담당자는 인사관리, 평가 등을 위해 개인정보 수집을 이용할 수 있어요. 상사도 부서원 평가, 관리 등을 위해 연봉 자료 등을 공유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업무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연봉을 공유한 것과 달리, 직속 상사라면 이런 내용을 알고 있어야 직원 평가나 관리, 구성원 연봉협상 등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서 수집 이용 목적이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요.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긴 힘들 것 같아요."(이주경 변호사)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