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성과급 대박’ 올리브영, CJ효자기업으로…일하긴 어때

[지금이회사는] 뷰티업계를 독점한 올리브영의 성장 비결과 직원 평가는?

2024. 05. 07 (화) 15:24 | 최종 업데이트 2024. 05. 08 (수) 12:25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의 신뢰도를 수직 상승하게 만드는 마법의 수식어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올리브영 매출 1위’라는 타이틀이다. 새로운 화장품을 고르고자 할 때, 평소 몰랐던 브랜드일지라도 이 수식어가 붙어 있다면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된다. 그만큼 ‘올리브영’이라는 기업이 화장품 업계에서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겠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최근에서야 뷰티업계에서 단단히 자리 잡은 것 같지만, 사실 그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리브영은 CJ가 1999년에 1호점을 시작한 최초의 한국형 ‘드럭스토어’다. 드럭스토어란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drug)과 화장품, 생활용품을 파는 복합 매장을 말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 판매 규제로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드럭스토어를 ‘H&B(헬스앤뷰티)스토어’라고 달리 부르는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국내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33조원으로, 2021년 대비 6% 증가한 수치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 안에서도 특히 올리브영은 적수 없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 초, 뷰티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직원들에게 '역대급'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소식으로 술렁였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인 지 25년이 훌쩍 넘은 올리브영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과 외국계 드럭스토어가 연이어 사업을 철수하는 가운데, 올리브영의 성장 원인과 실제 매출액 추이, 직원들의 기업 리뷰까지 한번 살펴봤다.
 

올리브영은 어떻게
뷰티업계를 점령했나?


① 로드샵의 쇠퇴로 흔들린 뷰티업계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번화가라고 불리는 동네의 중심에는 로드샵 매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니스프리’ ‘미샤’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등으로 대표되는 로드샵 브랜드가 골목을 채운 모습은 한국의 익숙한 풍경 중 하나였다. 당시 로드샵 브랜드들은 국내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국내 시장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며 로드샵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도가 높았던 로드샵 브랜드들은 사드 여파가 장기화되며 경영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로드샵의 매장 수가 줄어든 또 다른 요인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 수가 확연히 줄어들며, 사드보복 이후 이어진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어려워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전국 매장 수는 2020년 439개에서 2022년 329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스킨푸드는 39개에서 22개로 감소했다. 토니모리 역시 2021년 전국 매장 수가 351개인데 반해 2022년에는 299개로 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로드샵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잇지 못하고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② 경쟁 H&B스토어의 등장과 철수

수많은 로드샵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을 2016~2017년 무렵, 올리브영과 같이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H&B스토어는 매장의 수를 늘리며 사세를 확장하는 시기였다. H&B스토어의 강점은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 자리에서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 또 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던 브랜드들이 H&B스토어에 입점해 경쟁력을 키워갔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전 왓슨스)’, 롯데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 뷰티 편집샵인 LVMH그룹의 ‘세포라’가 2019년 한국에 입점했으며, 2016년엔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한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도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올리브영을 제외한 H&B스토어 브랜드는 대부분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H&B스토어가 연이어 문을 닫게 된 것은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대표적인 요인이다. H&B스토어 모두 사업 초기에 매장 수를 늘리며 규모를 키워갔지만, 이미 선점하고 있던 올리브영과 차별점이나 독보적인 장점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2016년 각사의 매장 수를 살펴보면 올리브영이 640개인 반면 랄라블라는 125개, 롭스는 69개, 부츠는 매장을 준비 중인 상태로, 올리브영의 매장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었다.

결국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쟁사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이마트는 2020년에 자사의 경영악화로 부츠의 문을 닫았고, 2022년에는 GS리테일이 17년간 운영한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이 10년간 운영한 롭스가 경영부진으로 철수했다. 한편 세포라 역시 올 3월 적자를 면치 못하고 “한국에서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공지했다.

현재 H&B스토어 브랜드 중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가 올리브영의 유일한 경쟁상대다. 하지만 시코르 매장은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가 단독 입점한 백화점에 있다. 또한 시코르만의 경쟁력이나 독점 브랜드가 불분명해 올리브영과 비교해 시코르에 찾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경쟁사의 연이은 경영부진과 철수로 올리브영의 점유율은 더욱 커져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국내 점포 수는 2023년 기준 1336개. 하이투자증권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H&B스토어 업계 점유율은 2021년 57.2%에서 2022년 68.3%로, 2023년 1분기에는 71.3%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올리브영)
③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인큐베이터 역할

올리브영의 독주는 화장품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은 뷰티 브랜드들의 핵심 유통채널이 되었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진·중소 브랜드에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등용문이 된 것이다. 

2024년 2월, 올리브영은 중소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2020년 올리브영의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 국내 중소 브랜드가 4개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7개가 신진·중소 브랜드였다고.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를 제치고, 중소 브랜드가 올리브영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올리브영을 통해 얼마나 작은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올리브영 안에서 2023년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브랜드 수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100억원 매출을 이끌어낸 기업의 절반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올리브영은 작은 규모의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 잡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며, 올리브영에서 구매해 제품 충성도가 높아지는 고객은 구매를 위해 계속해서 올리브영으로 향하는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④ 올리브영 앱 및 온라인 수요 증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올리브영은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성장 가도에 불을 지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3시간 이내 배송되는 ‘오늘드림’ 서비스와 온라인 주문 후 원하는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간편한 온라인과 13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해 고객이 어디서든지 올리브영을 이용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온라인 매출이 증가해 지난해 9월, 올리브영의 최대 할인 행사인 ‘올영세일’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 35%를 넘어섰다고.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앱 서비스뿐 아니라, 국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온라인몰도 활성화되고 있다. 2019년 6월 시작한 올리브영 글로벌 온라인몰은 국내에서 세계 150여 개국으로 화장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회원 수가 12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화장품 시장의 경우,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는 아니다. 식품 커머스였던 마켓컬리가 ‘컬리’로 사명을 변경하며 ‘뷰티컬리’ 서비스를 선보였고, 쿠팡은 ‘로켓 럭셔리’ 서비스를 시작하며 올리브영과 기존 대형 커머스간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그려지는 중이다.

(자료=올리브영 홈페이지)

CJ의 주력 사업으로…
2023년 매출액 4조원 육박


CJ 이재현 회장은 올해 초, 5년 만에 계열사를 직접 방문했다. 그 첫 발걸음으로 택한 곳은 바로 올리브영.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실적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 등 질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뤘다”며 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그간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CJ 계열사 안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올리브영은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에 이어 2023년 계열사 매출액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에는 CJ ENM을 꺾고 매출액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CJ그룹은 설탕 제조에서 출발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 중 하나다. 그룹 내 매출액을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이 단연코 매년 계열사 1위를 차지했으며, 콘텐츠 회사인 CJ ENM과 물류 회사인 CJ대한통운까지 3개의 계열사가 그룹 매출을 이끄는 중심축이 되어왔다. 그런데 핵심 사업이 아니었던 올리브영이 세 회사의 매출액을 쫓고 있으니 CJ그룹 안에서도 올리브영의 성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
올리브영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3년 올리브영의 매출액은 4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한 올리브영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올리브영의 매출액은 3조8611억원. 2022년 2조7774억원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다. 한편 영업이익은 2022년 2745억원에서 2023년 4660억원으로 약 70% 증가했다.

올리브영의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1999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9년이 처음이었다. 이후 매년 1조원을 가뿐히 넘겨왔고, 최근 3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리브영이 급성장한 시기는 앞서 언급한 로드샵과 경쟁사 H&B스토어의 사업 철수, 올리브영의 온라인 시장 활성화와 맥을 같이 한다.
 

'성과급 대박'이라는 올리브영,
일하긴 어떨까?


2023년 1월,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올리브영 직원들이 2023년 1월 성과급으로 MD직군은 연봉의 80~160%, 기타 사업부는 20~40%” 받았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연초 설정한 업무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직급·직책·개인별 차등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성과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잡플래닛에 남겨진 기업 리뷰를 살펴보면 성과급은 확실히 올리브영의 장점 키워드로 손꼽히는 단어 중 하나다. 성과급 외에도 여러 가지 장단점이 눈에 띄었는데, 실제 임직원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① 장점 키워드는 ‘계열사 혜택’와 ‘인센티브’

장점으로는 CJ계열사답게 높은 복지 수준이 자주 언급됐다. 마케팅 직군인 직원은 “CJ계열사 40%할인으로 생활 밀착형 복지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마케팅 직군 직원은 “CJ그룹이 제공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고, 임직원 대상 특가 행사 때 살림에 필요한 물품을 싸게 마련할 수 있다”며 흡족해 했고, 영업·제휴 직군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대기업인 만큼 복지가 좋고 수당을 다 받을 수 있어 좋다”며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한편 기획 직군인 한 직원은 “회사의 밸류가 높고, 성과급이 잘 나와서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영업 직군이라고 밝힌 한 직원 역시 “최근에 성과급이 잘 나왔다. 계열사 혜택을 쓰기도 좋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화제가 된 ‘성과급’이 직원들이 직접 꼽은 장점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기업 분위기가 트렌디하다”는 평가가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했는데,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일 뿐 아니라 젊은 직원이 많은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젊은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며 “또래와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여러 번 등장하기도 했다. 또 “주니어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매장직 리뷰에서도 역시 복지에 기반한 장점이 많았다. “아르바이트임에도 휴게시간이 정확하게 지켜지고, 명절 선물, 포인트, 계열사 할인, 격려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님 문화로 인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② 단점 키워드는 ‘업무 과중’과 ‘올영 세일’

단점에는 "일이 많다"는 평가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 없는 하루가 반복된다”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다” “연장 근무가 많다” “행사가 많아서 잦은 야근과 업무 과중이 있다”며 여러 직원이 입을 모았다. 그에 반해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한 직원은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으로 “수많은 이벤트 프로모션을 조금만 줄여도 힘든 점이 나아질 것 같다”고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계약직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남겨졌는데, 디자인 직군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겉으로 보이는 건 좋지만, 계약직은 사내 카페 이용도 못 한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사지실도 계약직은 사용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계약직을 했다고 해서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평가했다.

매장직 리뷰의 단점으로는 ‘세일 기간’이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다. “올영 세일 기간에 몸이 너무 힘들다” “특히 세일 기간이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한편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직임에 반해 “진상 손님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남긴 직원들도 있었다.
 
장경림 기자 [email protected]

일잘러들은 다 본다는
직장인 필수 뉴스레터, 구독 GO!

 
주간컴타 구독은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