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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도퇴사한다고? 벌금 내고 가"...이래도 되나요
[근로계약상담소] 갑자기 계약종료 날벼락...부당해고 아닌가요?
2024. 06. 14 (금)
입사의 기쁨에 들떠서 멋모르고 덜컥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는데,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이게 맞나’ 싶으신가요? 불리한 내용이 있진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은데 용어가 어려워 곤란하시다고요.
전문가의 다정하고 스마트한 참견이 필요하시다면 <컴퍼니타임스>에 사연을 보내 주세요. 노무 전문가가 여러분의 근로계약을 꼼꼼히 검토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알려 드립니다.

✉️사연이 도착했어요!
한 외식업 회사에 취업했다가 해고를 당했습니다.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를 보니 계약기간이 단 1개월이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형식상 1개월 단위로 3차례에 걸쳐 계약서를 쓰고, 그 이후부터는 1년 단위 계약서를 쓴다”며 회사 내규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모든 직원이 의례적으로 거치는 절차라고 하기에, 그 말을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일하는 동안에는 갑자기 타 매장으로 파견을 보내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잦았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근무했는데, 2번째 계약이 끝나는 날 전화가 왔어요. 계약을 종료할 테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더군요. 억울해서 근로계약서를 다시 펼쳐보니까 제게 불리한 내용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제 근로계약서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이렇게 갑작스러운 계약종료 통보는 부당해고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제 근로계약서,
이게 말이 되나요?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에서 정한 기준에 어긋나는 근로계약 내용은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상위에 있는 법을 우선시하는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근로계약 위에는 근기법이, 근기법 위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위법인 근기법에서 보호하는 근로자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근로계약은 무효라는 거죠.
사연자의 근로계약서에도 근기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배동희 노무사와 함께 사연자의 계약서 내용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봤어요.
부당 전직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사연에 따르면, 업무 중 갑자기 타 매장으로 파견 근무를 보내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해요. 사연자의 근로계약서에도 아래와 같이 관련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요지는 회사 마음대로 직원을 다른 사업장에 배치해도 군말없이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제2조 [근무지-직종]
(…)
② 근무장소와 직종은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③ 관리사업장 또는 회사의 사정으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 배치를 하여도 근로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치 않고 이를 수용하기로 한다.
판례에서는 전직에 대한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위 근로계약서의 제2조 3항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수용’한다는 문구는 부당한 전직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돼요.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근기법 제23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중도퇴사 시에는 OO만원을 배상해라?
사연자의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종료 전 퇴사자에게는 약속된 급여가 아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퇴사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업무 공백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급여에서 30만원을 공제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제4조 [임금 등]
(...)
③ 계약기간 중 퇴사자에게는 제1항(임금 총액 항목)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시간급(당해연도)으로 적용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다.
제7조 [해지사유]
(...)
② 근로자는 계약해지를 원할 때 해지를 원하는 날의 15일 전까지 회사에 통보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이를 어겨 사업장 업무공백 등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급여에서 300,000원을 공제 후 지급한다.
근로자로 인해 사업상 피해를 입었을 때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실제 발생된 손해액과 관계없이 미리 일정액을 정해두고 배상하게 하는 것은 근기법 제20조*에 위반됩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기법에서는 위약금을 미리 정해두지 못하도록 막고 있거든요.
사연자의 근로계약서 제4조에서 ‘중도 퇴사 시 최저시급을 적용한다’는 규정은 퇴사로 인해 실제 발생한 손해액과 관계없이 위약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요. 제7조에서 ‘사전에 퇴사 통보를 하지 않을 시, 손해배상액 30만원을 미리 정해두고 배상’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로 근기법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불친절 민원이 들어오면 계약을 해지한다?
제7조 [해지사유]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계약기간중이라도 서면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 계약기간중 3일 이상 출근 거부
2. 손님에 대한 불친절 등 민원 야기
3. 무단결근, 업무지시 불이행
4. 기타 사규위반이나 경영상 부득이한 경우
마지막으로 살펴볼 내용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적어둔 조항인데요. 대법원에서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로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두44431 판결)
‘불친절로 인한 민원’을 이유로 해고한다면, 여러 차례 경고나 주의를 주었음에도 민원이 발생하여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등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일방적 계약종료 통보,
부당해고 아닌가요?!
사연자는 끝내, 회사측의 처음 약속과 달리 일방적으로 계약종료 통보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례를 부당해고로 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계약직’이라고 부르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속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당연 종료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와 상관없이 계약이 끝난다는 거죠.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근로계약이 당연히 갱신되리라는 근로자의 기대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회사 마음대로 계약 종료를 통보할 수 없어요. 이를 ‘갱신기대권’이라고 하는데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봅니다. 이때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어요.
💡관련 대법원 판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사연자의 근로계약서를 살펴봤을 때 계약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은 따로 없으나 △1개월 간격으로 3번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설명을 들은 점 △사연자가 이를 믿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다른 근로자들도 관례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2번째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해당 기업에서 1개월 단위 근로계약 이후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관행으로 이어온 데다,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로 갱신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해보면, 갱신을 거절할만한 합리적인 이유 또한 없을 걸로 보여요.
따라서, 사연자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며, 회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 전문가 의견은 사연 및 근로계약서 내용만을 토대로 한 해석으로,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정리=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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