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가 족같은 회사에서 나는 유모"

[논픽션실화극] "사장님, 월급은 주셔야죠…노동위원회 전화는 받읍시다"

2020. 07. 20 (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에 남겨진 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입니다. 다들 사이가 가족같이 돈독해서냐고요? 아니요. 진짜 사장네 가족과 지인들로 이뤄진 '가족' 회사요. 사장 부부를 꼭대기로, 그 밑 직원들까지 지인의 지인으로 얽혀 있죠. 이 와중에 면접 보고 들어온 전 옛날로 치면 식모나 무수리쯤 되려나요. 아무튼 전 가족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아, 생각해보니 식모나 무수리보다는 유모에 가깝겠네요. 사장네 집 아이의 학교 학원 등하교부터 학교 준비물 사는 것까지 제가 해야 하거든요. 혹시 직무가 아이 돌보미 아니냐고요? 에이 아니에요. 나름 고객관리가 제 업무예요. 이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직장 내 괴롭힘 아니냐', '부당한 업무 지시다'며 신고하라고 하지만, 누구한테 신고를 하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니 뭐니 다들 얘기해서 알아보니까, 회사 안에서 생긴 문제는 사장한테 먼저 신고를 해야 한다던데 그건 그냥 회사를 그만두라는 얘기 아닌가요? 일단은 회사를 다녀야하니까 뭐 그냥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죠. 

사장님 댁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사장보다 늦게 출근하면 안 되거든요. 사장 출근 전에 사장 취향에 맞는 커피를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어야 해서요. 부랴부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회사에 와서 커피를 내리고 나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지죠.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됐네요. 

"꽝! 이런C! 퍽! XX가 아우 !#%#@#$!! 퍽퍽!!" 

조용히 오전 시간이 지나는 듯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쌍욕과 함께 다 때려 부수는 소리가 나네요. 사장 지인 찬스로 입사한 대리가 또 무슨 일 때문인지 화가 많이 났나 봐요. 

놀라셨어요? 별일은 아니에요. 원래 항상 심기가 불편한 상태인데, 화가 나면 그렇게 칸막이(파티션)를 주먹으로 두드려 패더라고요. 그래도 이건 괜찮아요. 하도 맞아서 좀 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깨지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전화기죠. 그렇게 전화기를 집어 던져요. 지난달에 바꾼 전화기가 이번 달은 무사히 넘어가나 했더니, 또 '아작'이 났나 봐요. 전화기값만 아꼈어도 월급이 밀리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직 이번 달 월급이 입금이 안 됐어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어렵기는 해요. 코로나19로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의 회사거든요. 월급 안 나오는 게 꼭 코로나19 때문인가 생각하면 그전에도 수시로 임금 체불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건 비밀인데, 저희 사장이 임금 체불과 연차 문제로 전 직원들에게 여러 건 신고를 당했대요. 저도 잘 몰랐는데, 노동위원회 전화를 받고 알았어요. 노동위원회에서 사장을 찾는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는데 그때마다 사장이 자기 없다고 하라더라고요. 나중에는 노동위원회 번호가 뜨면 그냥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해서 안 받았어요. 알고 보니 그쪽에서 연락해도 안받고, 출석을 하라는 데도 안 가고 그래서 그렇게 찾은 거였다네요. 

저야 뭐 어쩔 수 있나요. 사장이 연락 받지 말라고 하니 안 받고, 없다고 하라니 없다고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 일이 될 것 같아요. 도대체 월급이 언제 입금될 지 알 수가 없네요. 회사 사정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고…그냥 한 달 치 월급은 못 받은 셈 치고 포기해야 하는 건지… 사장 하는 걸 보니 제가 신고를 해도, 연락도 안 받고 출석도 안 하고 그럴 것 아니에요? 

휴… 아무래도 여기서 그만 탈출해야겠죠? 이런 가‥족같은 회사… 저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이제 그만두려고요. 그래도 그동안 쌓인 정이 있는데 사장 부부에게 딱 한말씀만 드릴게요. 다른 직원 뽑지 마시고, 가족들과 지인들과 알콩달콩 그렇게 사세요. 애먼 사람 끌어들이지 마시고… 저는 그만 탈출합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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