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과감하게 자르세요. 나 돈 많아요"

[박용후의 관점] "공감과 믿음의 힘…능력을 끌어낸다 "

2020. 10. 28 (수)
 
"직원들 전부 나가도 상관없습니다. 과감하게 자르세요. 나 돈 많아요. 걱정 없습니다."

어느 경영자가 인사 임원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과연 이 경영자는 직원들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 머슴 정도로 생각하는 것일까? 자기 돈 받고, 시키는 일이나 해야 하는 하찮은 사람들로 보는 걸까? 과연 이런 조직이 효율을 낼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속을 스쳐 갔다. 그리고 슬퍼졌다. 과연 저 사람과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은 행복할까? 행복은 차치하고 불행하지는 않을까?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머무는 곳이 직장이고, 생계의 중심축이 되는 곳이 직장이다. 다시 말하면 생계와 일상이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이 불행해지면 그와 연결된 일상들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불행한 직장에서는 과감하게 떠나라고 권한다. 

좋은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 나는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일하면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곳, 그런 과정 자체가 삶을 행복하게 하는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경영자다. 어쩌면 경영자 자체가 그 회사의 수준이고, 문화의 기준점일지도 모른다.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 원칙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어떤 인품의 경영자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행복과 불행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최고의 왕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최고의 성군이자 커뮤니케이션을 제일 잘한 리더이기도 하다. 백성들이 문자를 몰라 자신들의 의견을 위정자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해 한글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백성들의 고충도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을 쓸 때 '일을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들면 일을 맡기지 말라'는 정승 허조의 인사 원칙도 충실히 지켰다. 또한 실수를 저지른 신하에게는 '공을 쌓아 허물을 덮게 하라'고 격려했다. 허조와 고약해라는 강도 높은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신하를 항상 옆에 두어 편견을 막으려 노력했다. 말의 길, 즉 언로(言路)가 막히면 망함이 시작된다는 소통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소신 있는 왕이었다. 

소신을 지키는 것과 고집이 세다는 건 전혀 다르다. 고집이 센 사람은 그냥 자기 뜻대로만 한다. 남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고집이 센 사람이 기업의 경영자라면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의견을 내는 것이 힘들어지고 자기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냥 상사의 지시만 이행하기에 바쁘다. 이런 회사에 무슨 직원들의 행복이 있겠는가? 아니 이런 회사의 직원들이 제대로 된 능력발휘를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내가 아는 어느 회사의 경영자는 '소통의 원칙'을 정하면서 직원들의 의견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으로 만든 원칙을 공표했다. 자기 혼자 만든 원칙을 따르지 않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라고까지 했다. 

나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 회사의 직원들이 불쌍해 보였다. '소통의 원칙'이라는 말 자체를 하지 말고 그냥 '복종의 원칙'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차라리 솔직하지 않을까? 

소통은 서로 의견이 존중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높은 사람이 정하는 것이 소통의 원칙이 돼서는 안 된다. 공감하지 않는 원칙이 강요되는 것을 소통의 원칙이라고 여기는 경영자는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 경영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세운 원칙에 공감하지 않는 직원들을 의심한다. 의심받은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도 바친다"는 옛말이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팔로워십을 끌어내는 능력이고, 팔로워십의 핵심에 있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이 사람의 능력을 끌어낸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로 증명되었다. 좋은 회사를 만들려면 공감을 끌어내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 정도의 기본도 모른다면 차라리 경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힘센 한 사람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 글을 그 경영자가 읽는다면 어떤 답을 할까? 머리 속에 예상이 된다. 

"나는 세종이 아니잖아요. 나는 나일 뿐이죠!"

인생은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의 대화'라고도 한다. 살아온 삶을 곱씹으며 살아갈 날의 오류를 줄이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하다. 지나간 것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자는 다가올 시간이 암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