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1000명이 일하는데 '5인 미만 사업장?'

권리찾기유니온 "1년만에 200건 피해 접수…80개 회사 고발"

2021. 04. 02 (금)
 
지난 2월, 경기도 남양주시 A플라스틱 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3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 공장 관련 누적 확진자는 170명이 넘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노동자 10여 명이 집단 해고됐다.

단체로 항의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답은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A플라스틱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직접 받으며 일했지만, 이들의 소속은 'B캠'이라는 도급 업체로 돼 있었다.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가짜 계약서였다. 주6일 60시간 이상을 야간에 근무했는데, 계약서상에는 '주간 근무'로 표기돼 있었고, 4대 보험 미가입은 물론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이들이 난민 노동자라는 점을 악용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4월 1일 서울 한국공인노무사회관에서 '고발에서 폐지로, 가짜 근로자에서 진짜 노동자로' 언론발표회를 열어, 300일간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진행 상황을 알리고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A플라스틱을 포함한 12개 사업장에 대한 6차 고발도 진행했다.

지난해 시작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을 통해 200건 넘는 제보가 접수됐고, 1차 고발부터 현재까지 80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발·청원·구제신청이 진행됐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제보받은 80개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서류상 사업장을 쪼개 5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형태(A)가 전체 사업장 중 73.8%를 차지했다. 동일 사업장에서 회사를 2~4개로 쪼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10개 이상으로 사업장을 쪼갠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5 이상이 근무하지만 일부 근로자만 4 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위장하는 형태(B)도 35%로 나타났다.

사업장 쪼개기는 물론,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방식을 이중 사용한 사업장(A+B형)의 비중도 16.3%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노무사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A형과 B형이 합쳐진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장 쪼개기로 모자라 노동자를 사람 수로 세지 않게 만든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노동자를 숨겨서 근로기준법을 회피한다. 부당한 이득을 누리려는 목적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가장 많이 제보된 업종은 도소매업(26.3%)이었고, 숙박음식업(17.5%), 개인서비스업(10%), 제조업(8.8%) 등이 뒤를 이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특정 분야를 지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여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위장이 만연하게 활용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으로 발생하는 피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시간 외·야간근로수당 등 가산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77.5%로 가장 많았고, 연차휴가 미부여(75%), 무급휴직 강요와 부당해고(45%)가 주를 이뤘다. 휴업수당 미지급도 11.3%로 조사됐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앞으로 고발 운동에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들어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과 가사 노동자가 제외돼 있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모든 사업장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 또한 현실화해, 법을 쉽게 피할 수 없도록 개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법률·학술·노동단체 등과 입법추진단을 꾸렸다. 권리찾기유니온의 정진우 사무총장은 "법 문구 몇 개 바꾸자는 게 아니다. '가짜 노동자'라는 건 없는 개념이어야 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자 한다"며 "사회적 상식을 만드는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