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술꾼 도시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달린다

[인터뷰] 하이트진로 서서울지점 권용국 파트장, 특판동부지점 김도훈 주임

2021. 12. 21 (화)
“딱 기분 좋은 두 잔/ 나 2차는 못 가/ 낼 새벽 5시에 나가/
난 할 일이 너무 많아 너무 많아” (키썸, ‘맥주 두 잔’ 中)

“술이 한잔 생각나는 밤/ 같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좋았던 시절들/
이젠 모두 한숨만 되네요” (임창정, ‘소주 한 잔’ 中)


맥주 두 잔으로 힘든 일상을 달랜다. 소주 한 잔으로 슬픔이 된 좋았던 시절을 잊는다. 대학생 때는 즐거워서 마셨고 직장인이 된 뒤에는 즐거운 척하려고 회식에서 마신다. 

위스키, 칵테일, 막걸리 등의 다른 술로 돌아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네 직장인들의 평생 친구는 역시 소주와 맥주다.

<컴퍼니타임스>가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으로 국내 최초 소맥 통합을 이룬 '하이트진로'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지 들어봤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연말을 맞아 조사한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 BEST 10 보러가기) 

연말이라 한창 바쁜 이들을 어렵게 만났다. 주류에 관심 있고 영업이 궁금한 이들은 권용국 서서울지점 파트장과 김도훈 특판동부지점 주임의 이야기에 취해보자.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 2위에 오른 하이트진로와 업계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서서울지점 권용국 파트장, 특판동부지점 김도훈 주임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용국/ 하이트진로 서서울지점 파트장(차장) 권용국입니다. 입사 14년차고요. 주류 기업들은 흔히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나눠서 지점을 운영합니다. 저는 강북 지역의 특판으로 일을 시작해 남부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서서울 파트장으로 돌아와 국내 영업 일을 하고 있어요. 

도훈/ 안녕하세요. 하이트진로 특판동부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도훈 주임입니다. 하이트진로에는 2018년에 공채로 입사했어요. 주류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강남, 서초, 송파, 강동 4개 구를 담당하는 특판동부지점에서 청담동 상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다들 ‘하이트진로’와 제품은 알아도 일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아실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용국/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에는 동서남북 4개의 도매 지점이 있어요. 지점의 규모에 따라서 지점 내 파트의 수도 다르고요. 제가 있는 서서울지점에는 파트가 두 개 있습니다. 저는 2파트장을 맡고 있고요. 이 2파트에서 저와 함께 일하는 5명의 직원이 용산, 종로, 마포 지역의 17개 주류도매장을 관리합니다. 

도훈/ 저와 같은 담당들은 영업 최일선에서 활동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청담동 상권의 상황을 살피는 동시에 하이트진로 제품의 판매 상황을 모니터링하죠. 이를 바탕으로 저희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실천에 옮깁니다. 


- 우선 잡플래닛의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 2위에 오른 점 축하드립니다. 전현직자들은 급여 및 복지에 가장 높은 점수를 남겼는데요. 두 분이 다니면서 만족한 복지나 회사의 제도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용국/ 회사의 복지 제도에 정말 만족해요. 하지만, 그보다 회사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가 구성원들의 애사심을 키우고 로열티를 높여서 서로를 진짜 가족으로 느끼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를 위해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이른 퇴근을 장려하고 있어요.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모두 의료비가 지원됩니다. 경조사 때는 맥주, 소주가 지원되죠. 매우 만족스러워요. 

도훈/ 영업 활동에 필요한 지원이 많아요. 준중형차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영업활동비가 지원됩니다. 


-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 1위인 ‘충북소주’와 0.03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어요. 하지만, 워라밸 항목으로만 보면 충북소주가 4.6점, 하이트진로가 3.29점입니다. 이 차이를 좁히거나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들려주세요. 

용국/ 저도 잡플래닛 컴퍼니 타임스의 일하기 좋은 주류회사 순위를 유심히 봤어요. 충북소주의 워라밸이 확실히 높기는 하더라고요. 

하이트진로는 일이 너무 많아서 워라밸은 조금 힘들어요. 3년 뒤인 2024년이면 회사가 100년 기업이 됩니다. 소주에서는 1등인데, 맥주는 아직 2등이에요. 1등의 워라밸을 이기기는 힘듭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맥주 시장에서도 1위를 찍는다면 그때는 워라밸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도훈/ 먼저 영업사원은 주체적으로 일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개인의 업무 성향과 상황에 따라서 업무 강도를 조정할 수 있죠. 이런 문화가 직군에 관계없이 회사 전체로 퍼진다면 워라밸 점수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영업팀은 직원들의 로열티가 상당히 높은 조직이라서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는 분위기도 있어요. 

하이트진로 입사 전에 자발적으로 더 일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저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가요. 일을 떠나서 술집, 식당을 갔을 때도 저도 모르게 옆 테이블이 어떤 술을 마시고 있는지 보게 되거든요. 만약 다른 회사 술을 마시고 계시면, 자연스럽게 테라와 참이슬, 진로이즈백을 권하게 돼요. 저도 모르게 업무 모드로 전환될 때가 많아요. 
-권용국님 질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주류 영업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술집에서 경험한 판촉, 매장영업 등을 떠올리는데요. 서서울지점 파트장님인 권용국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용국/ 1차 거래선(도매장)을 담당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입니다. 출근하자마자 전날까지 판매된 수량을 확인해요. 월 목표 대비 어느 정도 증량이 됐는지를 살피죠. 이어서 채권 거래선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제 퇴근한 뒤 벌어졌던 현장의 판매 상황을 체크하고요. 

확인을 마치면 오전에 직원 회의를 하면서 오늘 각자 어디를 방문해서 어떤 판촉을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회사가 취합한 자료들을 토대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를 계획해요. 이후에는 지점장님들과 판매 관련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현장으로 나가 파트원들의 영업 상황을 점검하고 돕는 것으로 제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 권용국님의 답변 덕분에 영업에 대해서 이해했습니다. 특판은 술집, 식당 등의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판촉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도매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용국/ 서울이라는 한정된 땅에서 도매상들이 넓은 공간을 두고 영업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도매장이라는 이름치고는 생각보다 좁죠. 예전에는 이런 한계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서울 동서남북 지점의 모든 도매상들이 외곽에 창고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해요. 그리고 물류 시스템 진화에 따라 서울, 경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판매하면서 이 경쟁은 무의미 해졌어요.  

도매상들은 소주, 맥주를 다 같이 하죠. 특히, 맥주는 병의 크기에 따라서 소병, 중병으로 구분하고 또 생맥주통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도매상들은 거래하는 회사들의 주력 제품, 영업 활동에 따라 물건을 구비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판매량 늘리기에 집중해요. 
저희 영업사원들은 반대로 도매상에서 물건이 나간 물량 중 우리 회사 것을 얼마나 많이 파는지에 몰두합니다. 


- 특판동부지점이라는 명칭이 뭔가 다른 지점과는 다른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도훈/ 특판이라는 말이 약간 어려운 것 같은데, 술이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접점에서의 판매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특판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도매상 매출이 잡히고, 판매장에서 제품이 팔리면 끝난 것이었죠. 

그런데 주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판 개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특판을 맡은 영업 사원들은 굿즈 증정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기획, 진행해요. 자사의 제품이 노출될 수 있게 홍보물도 만들고 신제품을 알리기도 하고요. 이처럼 조금 더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영업지점이에요. 


- 특판동부지점은 주류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강남, 서초, 송파, 강동을 담당하고 계세요.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도훈/ 트렌드가 시작되는 지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등 트렌드를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청담과 압구정 등 강남에서 시작된 트렌드는 전국으로 뻗어 나가요. 경쟁사들도 신제품이 나오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제일 민감하고 예민하게 대응하는 시장이에요. 

올해의 대표 콘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징어 게임’으로 프로모션을 할 때도 단순히 달고나를 주는 것이 아니라 ‘테라 로고 모양’으로 달고나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노렸죠. 이런 창의적인 제안들이 힘을 크게 발휘하는 시장인 만큼 트렌드 따라잡기에 최선을 다합니다. 

코로나19로 영업 시간 제한이 걸렸을 때는 대학생들의 낮술이 늘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술자리를 하려는 열망이 반영된 모습이죠. 여기에 맞춰 낮에 해피 아워를 만들어 매출을 늘렸어요.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유행에 맞춰 소비자들이 반응할 프로모션을 제안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주류 업계에는 여러 회사가 있습니다. 두 분이 하이트진로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도훈/ 이곳에 오기 전에는 화장품 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경험했어요. 하이트진로와는 모든 것이 반대였죠. 회식도 없고 업무의 자발성은 적고, 모두가 회사 욕하기 바쁜 상황에서 ‘그러면 왜들 다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턴을 마치고 좋은 조건으로 정직원 제안을 받았지만 퇴사했어요. 사내 복지, 적당한 회식 문화, 직원들의 애사심이 있는 회사를 찾다 보니 하이트진로였습니다. 그렇게 공채를 준비해서 입사했고 그때의 제 선택은 맞았습니다. 

용국/ 저희 집이 대대로 술을 정말 잘, 많이 마시는 분위기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참이슬과 하이트를 많이 마셨고요. 그러다가 하이트와 진로 통합 전에 출시되었던 ‘참나무통 맑은 소주’도 나온 직후에 맛봤죠. 그때 반해서 1000원을 더 주고서 라도 먹을 값어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술을 마시고 집에서 컴퓨터를 켰는데 하이트진로의 공채가 몇 년 만에 떴더라고요. 운명이다 싶었어요. 최선을 다해서 1, 2, 3차 면접을 보고 ‘선배와의 대화(음주면접)’까지 마친 뒤 합격했습니다. 

지금은 직군 별로 따로 채용하지만, 제가 입사한 당시에는 모든 직원을 영업직으로 뽑아서 3개월 동안 영업 현장 경험을 쌓게 했어요. 이후에 다른 동기들은 홍보, 인사, 회계, 연구 등의 부서로 이동했고요. 제조사로 기본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영업을 시켰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배와의 대화’ 방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했지만, 기본은 같습니다.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제일 중요해요. 주사 한 번으로 모든 일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일이거든요. 

‘선배와의 대화’라고 해서 지나치게 편하게, 친구들과의 술자리처럼 굴거나 긴장이 풀려서 잠드는 지원자들도 있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죠. (웃음) 
- 하이트진로의 두꺼비는 대형 마트에서 선물용 패키지로 팔릴 정도로 이미 인기 캐릭터인데요. 이 캐릭터가 영업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합니다. 

도훈/ 두꺼비 캐릭터만 봐도 자연스럽게 진로이즈백을 떠올리고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고 있어요. 성공적인 캐릭터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죠. 

특판에서는 이 굿즈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요. 두꺼비 캐릭터의 인기에 따라 굿즈의 종류를 계속 늘리고 있어요. 잔, 방향제, 골프공, 캐리어 네임택 등 두껍상회에서 파는 상품들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금액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하는 증정 굿즈의 범위도 같이 넓히고 있어요. 이렇게 늘어난 굿즈를 활용한 영업 방식을 통해 음용량을 늘리고 있죠. 


- 연말입니다. 주료 회사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 준비 중인 전략이나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이번 인터뷰는 위드 코로나 상황 중 진행됐습니다) 

용국/ 사실 12월은 연중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이에요. 도매상들이 12월에 장사해서 1, 2월 먹고 산다는 말을 할 정도로 12월 매출은 중요해요. 1, 2월이 되면 매출이 많이 떨어지고요. 테라, 참이슬, 진로이즈백의 판매를 모두 늘려서 마켓 쉐어를 높이는 일이 저희의 최대 미션이에요.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업 시간이 제한되면서 떨어진 매출을 다시 높여야 하는 상황이에요. 

도훈/ 특판도 마찬가지에요. 코로나19 전처럼 수십명, 크게는 백명 넘는 사람이 모이는 단체 행사는 힘들지만 소규모 인원이 모이는 것도 저희에게는 큰 기회입니다. 

송년회 등의 연말 모임에서 술이 많이 나가게 하는 것은 종업원의 영향이 커요. 우리 술을 다른 술보다 먼저 소비되게 만드는 종업원의 활동을 돕는 홍보물 제작이 진행될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업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소맥 자격증이 있어요. 이를 활용해서 소맥 자격증을 연계한 단체 관리로 매출을 높일 방침입니다. 


- 일하고 싶은 주류회사 2위에 오른 하이트진로의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소통 방법과 호칭 등의 문화에 대해 들려주세요. 

용국/ 저희의 영업은 다른 회사와는 달리 인센티브 제도가 아니라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업무 분담에 따라서 어떤 직원이 더 힘든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편할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 누가 희생한다고 여기지는 않아요. 같이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 헌신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죠. 

도훈씨도 아까 말했지만, 저도 업무 외로 식당이나 술집을 갈 때 다른 테이블을 보고 그 집 냉장고의 주류 상황을 살피는게 습관입니다. 타사의 제품이 더 나가면 자존심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기에서 오히려 열정이 생깁니다. 저 말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개인이 잘 되기 위해 일하기보다는 모두를 위해서 일하는 문화가 그 자체로 하이트진로의 일하는 방식이자 소통 방식이에요. 

도훈/ 사원, 주임, 대리 등의 직함으로 부르고 있어요. 일하는 방식을 말하자면 영업본부와 지점 차원에서 가이드가 내려오면 지점장님들이 파트장님에게 전달해요. 파트원들은 가이드에 맞게 창의적인 기획들을 펼치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기획들을 가지고 영업 현장으로 점심 이후 출사를 나갑니다. 나가서 유선으로 파트장님과 통화하면서 소통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전국 단위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 처음 영업 일을 시작하던 시기의 실수담이나 평생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용국/ 처음 영업을 할 때는 간이 싱싱했죠. (웃음) 술에는 워낙 자신이 있었으니까 술로 많이 했죠. 술을 이기려고 애썼고요. 주류 영업에서는 생맥주를 우리 기계로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잘되는 가게일수록 더 그렇죠. 오래 사용한 생맥주 기기를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맡은 지역에 정말 잘되는 바비큐 치킨집이 있었어요. 그 집의 생맥주 기계를 우리 것으로 바꾸기 위해 공을 들였어요. 주말에도 찾아가서 치킨 10마리를 주문하고 “치킨 튀기는 동안만 말씀드리겠다”며 영업을 했어요. 그렇게 치킨을 10마리씩 집에 싸가서 옆집, 윗집, 아래집이랑 나눠 먹기도 했고요. 

그리고 다시 갔더니 주인이 저를 기억하더라고요. 그렇게 그 집 생맥주는 하이트진로 것으로 바뀌었어요. 바꾼 다음날 마시는 생맥주는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죠. 경험해본 사람들 아니면 몰라요. 

도훈/ 신입사원 때 열정이 과해서 잘해보려고 하다가 실수한 적이 있어요. 본사 근처인 청담동에 있는 모든 영업장에 생맥주 테라가 나왔을 때 빠르게 설치하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이미 저희 맥스 생맥주를 팔고 있던 치킨집에 여름 한정 생맥주 테라 론칭 기념 행사 광고판을 만들어서 홍보했죠. 그런데 맞은편 포차가 서로 손님을 뺏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인지는 몰랐어요. 그곳에서는 이 일에 분개해서 앞으로 저희 맥주를 팔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두 가게의 사이를 조율하느라 크게 애를 먹었어요.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런 경험을 신입사원 때 해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때 이후로는 제가 맡은 상권 상인들의 관계와 경쟁 구도도 살피면서 일하고 있거든요. 


- 영업은 결국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영업으로 생긴 인연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용국/ 주류쪽에 계신 분들은 어디에도 계세요. 14년 동안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이 그곳을 떠났더라도 다른 곳에서 또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라도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늘 악연을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죠. 

도훈/ 저는 발렛 주차하는 분들이랑 부동산 업자들과 형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청담동 주차 가격은 살인적이기 때문에 정해진 비용을 내고 가는 곳마다 발렛 비용을 지불하면서 영업을 하기는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주차요원분들과 형동생으로 친하게 되면 편의를 상당히 봐줘요. 

그리고 부동산 업자들은 공실이었던 곳에 업소가 들어오면, 문을 열기 전 어떤 분이 오는지 알려줘서 먼저 만나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줘요. 영업활동할 때 도움이 되는 분들과 윈윈하는 상생 관계로 지내는 것이 제 새로운 인연입니다. 


- 끝으로, 주류를 영업하는 두 분이 역으로 영업 당하고 싶은 술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용국/ 제가 영업 당하고 싶은 술은 당연히 참이슬, 테라고요. 이를 떠나서 제 삶을 돌이켜보면 누구나 ‘눈 뜨고 자기 전까지’ 하는 모든 활동이 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례로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해도 아내에게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업할 때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득을 하려면 끝까지, 시원하게 해야 하고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꼭 영업인이 아니더라도 삶이 성공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영업은 상대적인 겁니다. 더 세게 들어오는 영업이 있으면 저도 당해야죠. 

도훈/ 저는 결혼 생각이 있는 여성분에게 영업을 당하고 싶어요. (웃음) 사랑의 관점에서 같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여성분에게 영업 당하고 싶습니다.

필름으로 찍은 요즘 회사 '하이트진로'/사진=오승혁 기자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