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플래닛에서 리뷰를 남길 때 "이 기업의 1년 후 미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해당 기업에서 일했거나, 근무 중인 직원들은 좋아질지, 비슷할지, 나빠질지 선택하게 된다. 회사 내부 사정을 경험한 만큼, 잘 될 회사인지 옥석을 가리는 기준으로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추론을 해보게 된다.
잡플래닛 리뷰와 기업 재무지표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논문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업의 기업전망 평가와 고용증가와의 상관성: 잡플래닛 기업전망을 대상으로"(2022/김병수, 강주영)를 보면 성장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회사들은 부정적인 곳들보다 매출 증가율(2.78%p)과 고용 증가율(2.56%p)이 모두 높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측력이 있단 거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는 건 투자에도 도움이 될만한 지표란 뜻이다. 그래서 상장사 중에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직원들이 판단한 회사들은 어딘지 살펴봤다.
2022년 한 해 동안 잡플래닛에 직원들이 남긴 기업 리뷰를 바탕으로 ‘성장가능성' 중 ‘코스피', ‘코스닥'상장사 중 상위 5곳씩 추렸다. 해당 기간 총만족도도 함께 표기했다. 2021년 자료까지만 활용 중인 챗GPT엔 없는 2022년 데이터(1년 후 미래)를 바탕으로 한 만큼, 미래를 점치는 문어보다 2023년 성장가능성 예측은 정확할 터. 어떤 회사들인지 살펴보자.
◇ 코스피 TOP5…한솔케미칼, HSD엔진,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코스피에는 주로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건, 코스피 상장 조건 때문이다. ▲자기자본 300억 이상 ▲영업활동 3년 이상 ▲최근 매출 1000억 원 이상 ▲3년 평균 매출액 700억 원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만큼 매출을 꾸준히 내는 곳은 성장도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룬 곳들이 많기 때문에, 총만족도는 대체로 코스닥 기업들보다 높은 편이다. 반면 성장가능성 예측이 주가와 어느 정도 비례한 코스닥 기업들에 비해선 현재 주가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 회사들도 보인다.
2023 성장할 기업으로 예측된 코스피 기업들은 전통적인 대기업들에 비해 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젊거나, 미래 산업을 빠르게 찾아 실행하는 곳들이 다수였다. 반면 회사 내부 사정, 경영진, 지배구조, 산업군 현황 등 각 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다소 성장이 정체된 곳도 있었다. 때문인지 2023년에 성장할 코스닥 기업 상위 5곳의 평균보다 성장가능성은 3.2%p 낮게 나왔다.
코스피 5위 SK이노베이션 ⭐65% (4.1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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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이 코스피기업 중 성장할 기업 5위에 올랐다. SK그룹 석유화학부문 중간 지주회사로, 포트폴리오 개발 및 관리를 하고 있다. 아래로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 SK어스온,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엔무브 등 8개 자회사가 있다. 각 회사는 석유개발 및 사업, 화학 및 윤활유, 트레이딩, 배터리, 소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가는 2021년 6월 30일 29만 5500원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다.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려고 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배터리 사업(SK온)과 석유개발 사업(SK어스온)을 분사했다.
최근 실적으로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78조 569억 원, 영업이익 3조 9989억 원을 냈다. 고유가로 석유사업에서 실적 호조를 보인 반면, 배터리 사업에선 영업손실(9912억 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 위정원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7일 "배터리 수익성 개선 시점이 주가 트리거"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2022년 4분기 석유, 화학, 배터리 모두 부진했다. 2023년 배터리 등 10조원 투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되는가, SK온의 수율 안정화로 실적을 내는가가 주가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전반적으로 배터리 사업에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었다. 리뷰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 전직원은 “배터리는 신생사업이라 체계가 하나도 안 잡혀있다. 매우 적은 인원으로 갈아넣으면서 업무를 한다.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성장성에 대해 65%의 구성원이 긍정 평가를 했는데, 프리미엄 리뷰에서 "변화에 민감하며 도전적"이라는 응답이 35%에 달해 "보수적인 편"이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오는 보통 대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기회를 찾는데 적극적이었다. 리뷰 자체에선 “앓는 소리 해도 탑티어 회사" "워라밸, 복지, 연봉 모두 훌륭. 미래 비전도 괜찮다” "상당히 좋은 기업" 등 2022년 총만족도 점수가 4.17점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구성원들이 많았다.
코스피 4위 LG에너지솔루션 ⭐66% (3.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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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은 66%의 구성원들이 2023년에 성장할 거라고 전망하며, 코스피 기업 중 성장할 기업 4위에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 등 소형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전지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느 회사보다 주가 등락폭이 컸다. 화제 속에 2022년 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11월 11일 62만 4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12월 29일 43만 5500원으로 급락하더니, 2023년들어 3월 2일 현재 52만 원대까지 회복했다. 지난 2월 1일 현대차증권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대량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동시 협상력 강화 지속, 수익성 개선 기대"란 의견을 내놨다. 하루 앞선 1월 31일 메리츠증권 노우호 애널리스트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수요 여력 둔화 등 영업환경 불확실성에도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매수 의견, 적정주가 68만 원"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의 평가는 어떨까. 역시 ‘성장' 관련 언급이 많았다. "성장하는 산업군, 지속적인 투자" "원래도 유망했지만 전기차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시가총액 2위가 됐다. CEO 바뀌고 기업문화도 좋아져서 탈LG급"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젊은 회사" "성장가능성 무궁무진" 등 성장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2021년부터 새롭게 부임한 권영수 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언급도 꽤 보였다. 덕분에 CEO지지율도 전체 평균 72%지만, 2022년엔 88%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자부심과 기대감도 보였다. 반면 “연봉이 늘 경쟁사 따라가는 수준" “인력유출에 신경써달라" “외적성장도 좋지만 내실도 잘 다졌으면"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코스피 2위 삼성바이오로직스 ⭐67% (3.6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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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가총액 4위에 올라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성장할 코스피 기업 3위(67%)에 올랐다. 삼성그룹 내 제약 및 바이오 관련 회사로 3월 2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2410억원 규모로 첫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연초부터 호실적을 기대하게 했다. 이는 2021년 매출액의 15.37%에 해당한다. CMO(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고, CDMO(위탁 연구 개발&생산), CDO(위탁연구개발)까지 하는데, 구성원에 따르면 요즘은 위탁연구개발(CDO)에 많이 투자하는 중이라고. "바이오 사업으로 성장성이 높다.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 "점점 좋아지는 기업"이라는 내용도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미엄 리뷰에서도 전현직원들은 기회를 찾고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냐는 질문에 "변화에 민감하고 도전적"(30%)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고, “적극적이지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답은 5%에 불과했다. 삼성 그룹사에서도 최근인 2011년에 설립된 젊은 회사인 만큼 확연히 몸놀림이 가벼운 모습이었다.
반면 경영진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자주 눈에 띄었다. 성장하려는 회사를 발목잡고 있다는 것. "이렇게 좋은 회사를 이렇게 운영하기도 힘들 것. 경영진, 인사팀 등 상부에서 다 말아먹음" "그룹사에서 투자해주지 않았단면 진작 망했을만한 업무 프로세스와 재무인식" "부하직원 탓하기 전에 제대로 리더답게 행동했는지부터 생각하시길"이라는 일침들이었다. 이름 있는 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말과 함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주가는 2023년 들어서 내내 하락세다. 2022년 11월 10일 90만 6000원을 기록한 뒤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 상황은 긍정적인 여건들이 펼쳐져 있어 주가도 점차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2년 국내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고, 2024년으로 예정된 4공장이 4분기에 조기 가동될 가능성, 곧 착공될 5공장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수'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로 110만 원대를 많이 언급했다.
코스피 2위 HSD엔진 ⭐67%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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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코스피에 상장한 HSD엔진은 선박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이름이 여러차례 바뀐 역사가 있는데, 1999년 엔진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합작해 엔진 독립법인으로 세워진 후 2005년 두산엔진으로 바뀌었다가 2018년 다시 HSD엔진으로 돌아왔다.
잡플래닛 리뷰를 보면 전체 기간 성장가능성 평균은 27% 불과하다. 반면, 2022년에는 67%의 구성원들로부터 회사가 성장할 거라는 평을 들으며 급반전을 이뤘다. 이 시기 총만족도 점수도 4점에 달한다. 2021년에는 선박용 엔진 제작 세계 2위 회사인 인화정공이 1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다.
"경영진 분들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라는 건 느껴진다" "솔직히 정말 괜찮은 회사. 다시 슈퍼사이클 기대됨"과 같은 긍정 평가와 함께 경기를 많이 타는 조선업과 달라진 시대적 흐름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암울하게 보는 시각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주인이 다시 바뀌게 됐다. 지난 2월 16일 한화임팩트가 지분 33%(2269억원)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 실사를 거쳐 4월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거쳐 3분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하면 HSD엔진의 주인은 한화가 된다. 주가는 2020년 3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며, 8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코스피 1위 한솔케미칼 ⭐71% (3.5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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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화학 재료를 생산하고 있는 한솔케미칼은 71%의 구성원이 성장할 거라고 전망하며 코스피 기업 중 성장할 기업 1위에 올랐다. 과산화수소, 차아황산소다 등 정밀화학에 강세를 보여온 회사로, 현재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차전지까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초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이차전지 중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도 진출했고, 2023년 상반기 중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간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박상욱 연구원은 지난 11월 30일 낸 분석 자료에서 "과산화수소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2022년 3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4분기부터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이유로 2023년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라고 봤다. 다만 2023년 이익 추정치를 조정하면서 "매수 의견이지만, 목표주가는 28만 원"으로 기존 예상보다는 하향 조정했다.
한때 39만 원선까지 올랐던 한솔케미칼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10월 중순 16만 5000원을 기록한 이후 소폭 상승해서 3월 2일 현재 20만 원대를 기록 중이다. "점차 커가는 기업. 미래 먹거리를 잘 찾아가는 편이라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거나 "회사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직원들의 리뷰에서 성장에 적극적인 회사의 모습을 확인했다. 반면 "개선되면 좋을 부분"을 묻는 프리미엄 리뷰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에 소극적이다. 경영진이 사업 방향을 더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는 정반대의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