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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물고기에게 의족을 달아준다고? 반려물고기 치료하는 의사
[세상에 이런 '일'도] 조영삼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장 인터뷰
2023. 05. 18 (목) 11:38 | 최종 업데이트 2023. 05. 18 (목) 19:32
'장래희망' 란에 어떤 직업을 써내는 게 멋있어 보일지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슨 일 할지' 고민했던 학창시절처럼, 취업·이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 또한 직업과 직무일 텐데요. 고용노동부의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업 수는 1만 6891개(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최근 8년 사이 5236개의 직업이 새롭게 생겨났다고 해요.
'수많은 직업 중 내 자리는 어디에…'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세상의 다양한 일에 대해 알아봤어요. 들어는 봤는데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 직업,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나' 싶은 이색 직업, 영화·드라마에서는 멋지게 나오는데 실상은 어떤지 궁금한 직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다뤄봅니다.
'수많은 직업 중 내 자리는 어디에…'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세상의 다양한 일에 대해 알아봤어요. 들어는 봤는데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 직업,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나' 싶은 이색 직업, 영화·드라마에서는 멋지게 나오는데 실상은 어떤지 궁금한 직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다뤄봅니다.
널찍한 탁자 위에 아가미를 움직이며 누워있는 물고기, 그리고 칼을 쥐어든 손…음식점 주방 한 켠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바로 아픈 물고기들을 치료하는 ‘물고기 병원’.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일 물고기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조영삼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장은 ‘반려물고기 전문 병원’을 수도권 최초로 개원했다.
물이 없으면 이동조차 불가능한 물고기만을 치료하는 병원이라니.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반려어를 자식처럼 아끼는 보호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온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물고기 의사의 존재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든든한 동아줄처럼 느껴질 터.
말그대로 ‘작고 소중한’ 세상 모든 반려 물고기의 건강을 위해, 없던 길도 만들어가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조영삼 원장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물고기병원에서 만났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일 물고기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조영삼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장은 ‘반려물고기 전문 병원’을 수도권 최초로 개원했다.
물이 없으면 이동조차 불가능한 물고기만을 치료하는 병원이라니.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반려어를 자식처럼 아끼는 보호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온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물고기 의사의 존재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든든한 동아줄처럼 느껴질 터.
말그대로 ‘작고 소중한’ 세상 모든 반려 물고기의 건강을 위해, 없던 길도 만들어가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조영삼 원장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물고기병원에서 만났다.
◇ 왜 하필 물고기 의사…?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바로 ‘물고기’다. 국내 관상어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반려물고기 전문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 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전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작은 물고기 한 마리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강아지, 고양이 만큼 반려가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난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어 전문 의사가 되어 병원을 차리기까지, 조 원장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 물고기 의사라니, 이런 직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직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요?
어릴 때부터 물고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진로를 정할 시기가 됐을 때, 물고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찾아보다가 ‘수산생명의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해당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취득하면서 자연스레 물고기 의사가 되었습니다.
- 그럼 직접 물고기병원을 차리기 전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셨어요?
방금 설명드렸다시피, 수산생명의학과에 진학한 게 첫 단추였어요. 수산질병관리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해당 전공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거든요. 면허 취득은 그 다음이고요. 졸업한 뒤에는 제주도로 향했어요. 제주에는 양식어종이 많아서 수산질병관리원이 크게 활성화돼 있어요. 그곳에서 현장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습니다.
- 다른 수산질병관리원 등에 소속돼 일을 하시다가, 병원을 직접 차리신 거네요.
그렇죠. 보통 수산질병관리원은 바닷가 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양식어종의 질병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죠. 수산생명의학 전공생 가운데 90퍼센트, 아니 거의 100퍼센트가 양식어종 대상의 수산질병관리원으로 취업합니다. 그런데 저는 바다에 사는 양식어종이 아니라, 관상어를 좋아하다보니 일하면서 계속 괴리감이 생기더라고요.
관상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산질병관리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례를 찾아보니 해외에는 이미 관상어 전문 물고기 병원이 활성화 돼있더라고요. 국내에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반려물고기 키우는 분들을 보면서 개원 결심을 굳혔어요. 수중생물 키우는 취미를 요새 ‘물생활’이라고 부르는데요. 물생활하는 분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엄청 많거든요. 규모가 큰 물생활 커뮤니티는 회원수가 50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 반려물고기를 치료해주는 기관이 없다보니 개체가 질병이 생겼을 때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이 서로 달아주는 댓글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약품을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온다든지, 정확한 성분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된 처치로 마음 아픈 일을 겪는 분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반려물고기 병원이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개원해보니 시장 반응이 어땠나요. 반려어를 치료하러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병원을 개원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요. 이제는 물생활 하는 분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물고기병원의 존재를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개원 초기에는 ‘무슨 물고기를 치료까지 하면서 키우냐’는 반응이 정말 많았어요. 물론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개체들이 있잖아요. 대형마트만 가보더라도 관상어를 쉽게 살 수 있고요. 그런 개체들을 살리자고 굳이 약값을 지불하고, 병원까지 오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많았어요. 저도 개원하면서 비슷한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그런데 병원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반려어를 정말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관상어라고 불릴 만큼 흔히 키우고 쉽게 살 수 있는 ‘구피’를 치료하는 데 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고요. 얼마를 주고 들였든, 정이 쌓이고 나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진짜 가족이 되는 거니까요. 저 멀리 대구에서 수원까지 반려어 치료를 위해 오가는 보호자분들도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바로 ‘물고기’다. 국내 관상어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반려물고기 전문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 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전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작은 물고기 한 마리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강아지, 고양이 만큼 반려가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난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어 전문 의사가 되어 병원을 차리기까지, 조 원장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 물고기 의사라니, 이런 직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직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요?
어릴 때부터 물고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진로를 정할 시기가 됐을 때, 물고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찾아보다가 ‘수산생명의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해당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취득하면서 자연스레 물고기 의사가 되었습니다.
- 그럼 직접 물고기병원을 차리기 전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셨어요?
방금 설명드렸다시피, 수산생명의학과에 진학한 게 첫 단추였어요. 수산질병관리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해당 전공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거든요. 면허 취득은 그 다음이고요. 졸업한 뒤에는 제주도로 향했어요. 제주에는 양식어종이 많아서 수산질병관리원이 크게 활성화돼 있어요. 그곳에서 현장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습니다.
- 다른 수산질병관리원 등에 소속돼 일을 하시다가, 병원을 직접 차리신 거네요.
그렇죠. 보통 수산질병관리원은 바닷가 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양식어종의 질병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죠. 수산생명의학 전공생 가운데 90퍼센트, 아니 거의 100퍼센트가 양식어종 대상의 수산질병관리원으로 취업합니다. 그런데 저는 바다에 사는 양식어종이 아니라, 관상어를 좋아하다보니 일하면서 계속 괴리감이 생기더라고요.
관상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산질병관리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례를 찾아보니 해외에는 이미 관상어 전문 물고기 병원이 활성화 돼있더라고요. 국내에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반려물고기 키우는 분들을 보면서 개원 결심을 굳혔어요. 수중생물 키우는 취미를 요새 ‘물생활’이라고 부르는데요. 물생활하는 분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엄청 많거든요. 규모가 큰 물생활 커뮤니티는 회원수가 50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 반려물고기를 치료해주는 기관이 없다보니 개체가 질병이 생겼을 때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이 서로 달아주는 댓글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약품을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온다든지, 정확한 성분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된 처치로 마음 아픈 일을 겪는 분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반려물고기 병원이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개원해보니 시장 반응이 어땠나요. 반려어를 치료하러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병원을 개원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요. 이제는 물생활 하는 분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물고기병원의 존재를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개원 초기에는 ‘무슨 물고기를 치료까지 하면서 키우냐’는 반응이 정말 많았어요. 물론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개체들이 있잖아요. 대형마트만 가보더라도 관상어를 쉽게 살 수 있고요. 그런 개체들을 살리자고 굳이 약값을 지불하고, 병원까지 오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많았어요. 저도 개원하면서 비슷한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그런데 병원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반려어를 정말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관상어라고 불릴 만큼 흔히 키우고 쉽게 살 수 있는 ‘구피’를 치료하는 데 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많고요. 얼마를 주고 들였든, 정이 쌓이고 나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진짜 가족이 되는 거니까요. 저 멀리 대구에서 수원까지 반려어 치료를 위해 오가는 보호자분들도 있어요.
◇ “제가 치료한 물고기들은 모두 기억에 남아요”
-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병원에 데려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타 동물에 비해 이동성이 제한되죠. 안 그래도 아픈 아이인데 작은 봉투에 물을 담아서 데려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남부지역에서 수원까지 차로 몇 시간을 이동해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몇 시간 동안 흔들리며 오는 게 아픈 반려물고기들에겐 좋지 않거든요. 그럴 땐 차라리 데려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원격 진료로 치료 약품을 추천해드리기도 하고요.
- 치료는 보통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구피처럼 작은 물고기도 외과 수술을 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작은 물고기는 외과적으로 손을 대기가 힘들어요. 수술 과정에서 쇼크가 올 확률도 높고요. 그래서 주사를 놓거나 수술이 가능하려면 개체 크기가 적어도 10cm 정도는 돼야 하고요. 그보다 작은 소형 개체들은 대부분 물에 약을 타는 약욕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약욕도 개체의 크기나 약품의 특성에 따라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해요. 독한 약품은 물고기들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가정에서 약욕을 하면 농도 조절이 쉽지 않아요. 최근에는 물 1리터에 약품 5ml를 넣어야 하는데 실수로 50ml를 넣으신 분도 있었어요. 약욕 처치도 가능하면 병원에 데려오셔서 하는 게 좋아요.
- 그동안 병원에 찾아온 물고기만 해도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물고기나 보호자가 있나요?
사실 웬만해서는 거의 다 기억이 나긴 해요. 어디가 아픈지 들여다보고 치료해주면서 마음을 쓰게 되니까요. 진료 1회 만으로는 완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2번 이상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물고기를 엄청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로 찾아주시거든요. 저보다 물고기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물고기가 입원해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찾아오시는 보호자님들도 계시고요.
치료했던 물고기 중에 기억에 남는 아이는, 부레 병이 심했던 친구인데요. 병원에 찾아왔을 땐 이미 복수가 빵빵하게 차 있고, 균형을 잡지 못해서 밥도 못 먹는 상태였어요. 완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케이스였는데 보호자가 어릴 때부터 8~9년 가까이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했죠. 복수도 빼내고 약품 치료를 계속 진행하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보조기구를 달아줬어요. 사람으로 치면 의족이나 휠체어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구라고 보시면 돼요. 다행히 치료가 잘 돼서 지금까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보호자로부터 연락도 자주 오고요.
- 와, 8~9년이나 키우셨다니…정말 가족이 따로 없네요.
흔히 물고기 수명은 다 짧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짧게는 수명이 2~3년인 어종도 있지만, 15년 이상 사는 어종도 많거든요. 건강 관리만 잘 해줘도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요.
- 물고기 의사로 일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힘들다기보다 안타까운 부분은 있어요. 치료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데요. 사람이 그러하듯, 물고기도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예후가 좋아요. 강아지나 고양이의 경우에는 이상 증세가 있으면 비교적 일찍 병원에 데려가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물고기가 거의 폐사 직전일 때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물고기의 질병이 심각해지기 전에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있어요. 그런데 보호자분들이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질 않으시니 상태가 악화되는 거죠.
- 물고기의 질병 여부를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을 몇 가지 예로 들어주신다면.
사료를 잘 안 먹는 것도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꼬리 부위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핏줄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피맺힘’ 증상도 있고요. 벽에 계속 몸을 튕기듯이 부딪힌다거나 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예요. 평소 주의 깊게 반려어 상태를 살펴보시고 이런 증상들이 눈에 띈다면 바로 병원에 데려와 주세요.
-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병원에 데려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타 동물에 비해 이동성이 제한되죠. 안 그래도 아픈 아이인데 작은 봉투에 물을 담아서 데려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남부지역에서 수원까지 차로 몇 시간을 이동해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몇 시간 동안 흔들리며 오는 게 아픈 반려물고기들에겐 좋지 않거든요. 그럴 땐 차라리 데려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원격 진료로 치료 약품을 추천해드리기도 하고요.
- 치료는 보통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구피처럼 작은 물고기도 외과 수술을 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작은 물고기는 외과적으로 손을 대기가 힘들어요. 수술 과정에서 쇼크가 올 확률도 높고요. 그래서 주사를 놓거나 수술이 가능하려면 개체 크기가 적어도 10cm 정도는 돼야 하고요. 그보다 작은 소형 개체들은 대부분 물에 약을 타는 약욕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약욕도 개체의 크기나 약품의 특성에 따라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해요. 독한 약품은 물고기들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가정에서 약욕을 하면 농도 조절이 쉽지 않아요. 최근에는 물 1리터에 약품 5ml를 넣어야 하는데 실수로 50ml를 넣으신 분도 있었어요. 약욕 처치도 가능하면 병원에 데려오셔서 하는 게 좋아요.
- 그동안 병원에 찾아온 물고기만 해도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물고기나 보호자가 있나요?
사실 웬만해서는 거의 다 기억이 나긴 해요. 어디가 아픈지 들여다보고 치료해주면서 마음을 쓰게 되니까요. 진료 1회 만으로는 완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2번 이상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물고기를 엄청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로 찾아주시거든요. 저보다 물고기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물고기가 입원해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찾아오시는 보호자님들도 계시고요.
치료했던 물고기 중에 기억에 남는 아이는, 부레 병이 심했던 친구인데요. 병원에 찾아왔을 땐 이미 복수가 빵빵하게 차 있고, 균형을 잡지 못해서 밥도 못 먹는 상태였어요. 완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케이스였는데 보호자가 어릴 때부터 8~9년 가까이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했죠. 복수도 빼내고 약품 치료를 계속 진행하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보조기구를 달아줬어요. 사람으로 치면 의족이나 휠체어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구라고 보시면 돼요. 다행히 치료가 잘 돼서 지금까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보호자로부터 연락도 자주 오고요.
- 와, 8~9년이나 키우셨다니…정말 가족이 따로 없네요.
흔히 물고기 수명은 다 짧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짧게는 수명이 2~3년인 어종도 있지만, 15년 이상 사는 어종도 많거든요. 건강 관리만 잘 해줘도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요.
- 물고기 의사로 일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힘들다기보다 안타까운 부분은 있어요. 치료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데요. 사람이 그러하듯, 물고기도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예후가 좋아요. 강아지나 고양이의 경우에는 이상 증세가 있으면 비교적 일찍 병원에 데려가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물고기가 거의 폐사 직전일 때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물고기의 질병이 심각해지기 전에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있어요. 그런데 보호자분들이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질 않으시니 상태가 악화되는 거죠.
- 물고기의 질병 여부를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을 몇 가지 예로 들어주신다면.
사료를 잘 안 먹는 것도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꼬리 부위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핏줄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피맺힘’ 증상도 있고요. 벽에 계속 몸을 튕기듯이 부딪힌다거나 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예요. 평소 주의 깊게 반려어 상태를 살펴보시고 이런 증상들이 눈에 띈다면 바로 병원에 데려와 주세요.
◇ 세상 모든 반려물고기가 건강해질 때까지!
- 물고기 진료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물고기병원과 같은 건물에서 수족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요. 물생활 하시는 분들이 건강한 관상어를 직접 보고 데려올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시작하게 됐고요. 관상어 건강 보조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평소 물고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양제 등을 자주 찾으시거든요.
-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눈코뜰 새 없이 바쁘실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
병원을 개원하고 나서 2년 반 정도는 주말에도 계속 일을 했어요. 돌이켜보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더라고요. 물고기를 워낙 좋아하니, 일하는 게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것보다 재밌어요. 그래도 쉬는 날이 있어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전이 될 것 같아서 요새는 주 1회 정도 휴식을 가져요.
- 일하면서 매일 물고기를 접하시는 데도 물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시다는 게 참 좋아보여요. 물생활만의 매력이 있는 걸까요?
물고기가 사는 작은 수조 안에서 모든 생태계가 다 이뤄진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개체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이 커서 또 새로운 개체를 낳는 것도 그렇고요. 내가 수조에 넣지 않았던 생물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해요. 이끼류나 플라나리아 같은 것들이요. 그런 걸 발견하고 관찰하는 즐거움이 크죠. 저는 집에도 커다란 수조를 두고 물고기를 50마리 정도 키워요. 집에 갈 때마다 그 친구들을 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요.(웃음)
-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도 있으신가요?
반려견, 반려묘들이 가까이에 있는 동물병원을 찾는 것처럼 반려어들도 아플 때 언제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관상어 전문 수산질병관리원을 더 많은 지역에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물고기를 키우시는 분들도 '내 새끼가 아프면 병원에 빨리 데려가야 한다'라는 인식이 생길 테니까요. 물고기 건강 보조제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고요. 아픈 물고기들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도록 꾸준히 정진하려 합니다.
- 물고기 진료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물고기병원과 같은 건물에서 수족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요. 물생활 하시는 분들이 건강한 관상어를 직접 보고 데려올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시작하게 됐고요. 관상어 건강 보조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평소 물고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양제 등을 자주 찾으시거든요.
-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눈코뜰 새 없이 바쁘실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
병원을 개원하고 나서 2년 반 정도는 주말에도 계속 일을 했어요. 돌이켜보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더라고요. 물고기를 워낙 좋아하니, 일하는 게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것보다 재밌어요. 그래도 쉬는 날이 있어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전이 될 것 같아서 요새는 주 1회 정도 휴식을 가져요.
- 일하면서 매일 물고기를 접하시는 데도 물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시다는 게 참 좋아보여요. 물생활만의 매력이 있는 걸까요?
물고기가 사는 작은 수조 안에서 모든 생태계가 다 이뤄진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개체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이 커서 또 새로운 개체를 낳는 것도 그렇고요. 내가 수조에 넣지 않았던 생물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해요. 이끼류나 플라나리아 같은 것들이요. 그런 걸 발견하고 관찰하는 즐거움이 크죠. 저는 집에도 커다란 수조를 두고 물고기를 50마리 정도 키워요. 집에 갈 때마다 그 친구들을 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요.(웃음)
-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도 있으신가요?
반려견, 반려묘들이 가까이에 있는 동물병원을 찾는 것처럼 반려어들도 아플 때 언제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관상어 전문 수산질병관리원을 더 많은 지역에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물고기를 키우시는 분들도 '내 새끼가 아프면 병원에 빨리 데려가야 한다'라는 인식이 생길 테니까요. 물고기 건강 보조제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고요. 아픈 물고기들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도록 꾸준히 정진하려 합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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