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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죽음의 흔적 지우며 삶의 희망 말하는 청소부

[세상에 이런 '일'도]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

2020. 10. 23 (금) 11:57 | 최종 업데이트 2020. 10. 26 (월) 15:21
 
"각자 먹을 수 있는 두 개의 빙과가 아니라 굳이 쌍쌍바를 골라서 나눠 먹으려던 애틋한 마음이 나를 흔든다.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자는 일을 하면서 감정이 동요하지 않도록 늘 마음을 다잡지만, 차갑게 얼어붙은 쌍쌍바만은 냉정함을 지키고 바라볼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작고 사소한 것에 더 크게 흔들렸던 것 같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쌍쌍바' 중에서)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인데 사람 마음을 휘젓는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여성의 집안 살림은 하나같이 쌍을 이루고 있었다. 수저는 물론 칫솔, 그릇, 라면, 술잔까지. 냉동고 한가운데는 둘로 쪼개 나눠 먹도록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 홀로 놓여 있었다. 평소 '감정 동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지만, 때로는 굳센 철문에 맞아드는 열쇠처럼 그를 이렇게 무장해제시키는 것들을 마주한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는 범죄·고독사·자살 현장이나 쓰레기가 극단적으로 쌓인 '쓰레기집'을 치우는 '특수청소부'다. 그는 자신의 일이 '식탁 치우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사체와 혈흔은 비일상적인 대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담고 치우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지 않냐면서. '특별한 일' 이야기를 들으러 갔는데 연신 "특별하지 않다"고 되뇌는 김 대표를 10월 15일, 바람이 선선한 북촌에서 만났다.
"죽음의 흔적을 정리합니다"…청소 경험 모아 펴낸 <죽은 자의 청소>
올해 5월 김완 대표는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를 펴냈다. 그가 일하며 청소한 현장, 만난 사람들, 죽은 자의 흔적에서 느낀 생각을 담담히 적었다. 펴낸 지 다섯 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각종 오프라인·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은 5개월 만에 10만 부를 찍어 냈다.

사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무턱대고 산골 생활을 하기도 했다. 작가를 꿈꾸며 함바집(공사 현장 식당) 배달,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노력할 때는 안 되더니, '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고 나서 펴낸 책이 잘나가는 모순을 마주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쉰 살이 다 돼 가는 마당에 글로 성공했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취재와 집필을 위해 일본에 머물다가, 죽은 이가 남기고 간 삶의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 동일본대지진 직후 한국으로 돌아와 청소 업체 '하드웍스'를 차린 게 8년 전 일이다. 당시는 '특수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많이 없었지만, 3~4년 사이 포화상태가 됐다. 일반 청소업자들부터 고물·폐기물 처리 업체까지 뛰어든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시기 개업한 동료들 중에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김완 대표가 펴낸 <죽은 자의 집 청소> 표지. 텅 빈 하얀 집을 배경으로 삼았다. 사진=김영사
 
처음 청소 일을 시작한 건 당연히 생계 유지를 위해서였지만, 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니 '의미를 부여해야만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던 와중 이웃의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 때문일까. 김완 대표는 자신이 차린 하드웍스의 슬로건을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하드웍스'로 지었다.

"사람이 죽으면 윗집, 아랫집은 물론 옆집까지 냄새가 퍼져요. 옛날 건물들은 조밀하지가 않으니까 구더기들이 빠져나가기도 하고요. 2층에서 사체가 부패하면 아랫층 형광등에서 구더기가 떨어지기도 해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 반응은 '저것 좀 치워 달라. 벌레 좀 안 나오게 해 달라. 냄새 좀 안 나게 해달라'는 식인데요. 생을 마감한 사람에 대한 언급보다는 당장 나를 괴롭히는 것들만 보는 거죠.

이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죽음'이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품종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더라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르거든요. 고양이도 이런데 사람은 어떻겠어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요. 그게 돈 버는 것 이상으로 제가 추구하는 의미이자 일의 목표입니다. 욕심이기도 하고요."
고독사·자실 현장에서 걸핏하면 마주한다는 '빨간 (차압) 딱지'. 사진=김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사용할 번개탄 껍질과 가스 캔을 일일이 분리수거해 놓은 사람,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자신의 사후 흔적을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묻기 위해 전화한 남자, 방 안에 텐트를 쳐 놓고 살다가 생을 마감한 젊은 여성까지.. 책에 담긴 내용만 보면 영화 몇 편을 찍고도 남을 내용이 한가득인데도 자신의 일이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김완 대표. "남다른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죽음 자체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모두가 인생에서 마주해야 하는 큰 '이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죽음의 현장을 다루는 일에도 특별한 감정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 이입 때문에 일종의 '착시'가 생기는 거죠. 스스로 '이 일은 특별한가?' 계속 묻게 되는데요.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에 쏟아지면 봉투에 주워담아서 치우잖아요? 죽은 자리를 치우는 일도 본질적으로는 같아요. 걸레로 바닥을 닦고, 봉투를 열어 안에 담고… 일상적인 패턴들과 제 일의 본질은 다르지 않은 거죠."

자기 일이 다른 일들과 큰 차이 없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 한 대목이 떠올랐다.

"수레를 끌며 엘리베이터 문에서 나서는 택배 배달원도, 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무늬를 새기는 바리스타도, 승용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는 거주민을 향해 일일이 거수경례로 배웅하는 경비원도…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 소중한 직업이라고…" (<죽은 자의 집 청소>, '특별한 직업' 중에서) 
김완 대표가 청소 시 사용하는 도구들. 벽지나 장판을 뜯어내는 대작업을 할 때도 있고, 화학적 처치가 필요한 곳도 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장비들을 쓸 수밖에 없다. 사진=김영사
 
" 일은 없어져야 한다" 말하는 이유…"'유연함' '관용'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자신의 일이 '죽은 자가 있어야 성립되는 서비스'인 탓에, 김완 대표는 일종의 '죄책감'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은 김 대표의 중요한 철칙이다.

"자살하거나 고독사한 사람들의 자리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강한 사람도 있지만 작은 일 하나에 무너지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조금 더 친절해지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이건 내가 모르는 일면이 있을 테니, 사람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돼요. 판단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내 판단이 항상 옳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하겠어요."

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양각색이다. 특수청소를 '숭고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천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일을 마치고 찾은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적도 있고, "청소하는 사람이 이렇게 글을 쓸 줄 몰랐다"는 편견 섞인 말을 듣기도 했다. 김완 대표는 자신의 일을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비유하면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라며 우스개로 말하기도 했다.
소위 '쓰레기집'이라고 불리는 청소 현장들. 사진=김완
 
가장 최근 청소한 집은 쓰레기가 극단적으로 쌓인 집이었다. 최근에는 그런 집들을 치워 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 그는 "쓰레기집과 고독사·자살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집에 쓰레기를 쌓았다는 건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쓰레기집 한가운데서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 직업이 소멸하는 게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죽음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특수청소'가 필요 없는 세상은, 외롭게 죽는 사람도 더 이상 없는 세상일 것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지금의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는 짜증나기만 했던 층간소음이 이제는 '이웃이 살아있다'는 반가운 신호로 보인다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볼 요량이다. 죽음을 차용하더라도, 다음에는 더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는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라고 하는 사회 앞에서도, 사람들은 죽음 너머에 있는 공동의 가치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이웃'이 더 이상 가까운 개념이 아니게 된 것 같아요. 바로 옆에 있는데도요. 배달된 우유가 쌓인다든지, 개가 끊임 없이 짖는다면 '무슨 일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독사 문제는 '결과'예요. 그 이전에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배타적인 건 '서로를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누지 않으려는 생각이 사회의 여러 분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내 이웃'이라고 생각한다면 까다롭고 냉정하게 계산하며 이익을 취하려고 하지는 않을 텐데요. 조금의 유연함과 관용을 갖고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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