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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복남, 떡으로 '세계 정복' 꿈꾸다

[세상에 이런 '일'도] 떡크리에이터, '조복남'의 김도훈 대표 

2020. 09. 24 (목) 18:20 | 최종 업데이트 2020. 09. 29 (화) 12:16
 
최근 떡을 먹은 게 언제였던가. 아마 한 달 전쯤 아침 대신 먹다 버린 백설기인 듯하다. '분명 처음 쪘을 때는 쫄깃했을 텐데...' 쫄깃함은 간데없이 퍼석하기만 했다. 두 입도 못 먹은 백설기를 버리며 문득 생각했다. 빵은 유명한 가게도 많고,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떡은 왜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 왜 떡집들은 천편일률적 모습을 한 채 비슷비슷한 떡을 팔고 있는 것 같아 보일까.

'떡이 다 거기서 거기지' 싶을 때면 눈을 들어 '조복남'을 보라. 이름만 보면 유구한 세월을 품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2018년 개업한 '따끈따끈한 떡집'이다. 30대 젋은 친구들이 2년 전 창업한 떡집은, 백화점 팝업스토어 행사만 100번 이상 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 모든 걸 이끈 김도훈 대표는 자신을 '떡크리에이터'로 칭한다. '떡으로 K-푸드 선봉에 서고 싶다'는 김도훈 대표를 9월 18일 조복남 구로 매장에서 만났다. '젋은 떡집 사장'이자 '떡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복남 김도훈 대표.
 
◇ 대기업 직원이 '떡집 사장님' 된 사연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서 일했던 김 대표가 처음부터 '떡 장사'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온라인의 '가상 세계'가 아닌 '실물 세계'를 향한 갈증이 생기면서 관심을 가진 분야는 '요식업'이었다. 먼저 접근해 본 곳은 회전율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간편식 시장. 발전 가능성도 많고, 미래 지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는 중에 김 대표가 꽂힌 건 다름 아닌 '떡'이었다. "떡으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는 '떡집 아들' 친구의 한마디가 주효했다. 떡으로 여러 간편식을 만들어 보던 김 대표는, 떡이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주식'이면서 '식사 후 즐기는 간식'의 두 갈래로 확장 가능한 잠재력 있는 상품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이후 떡 시장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동네나 시장 떡집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었다. 접근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 대표는 이내 종목을 바꿔 간편식이 아닌 떡 자체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떡은 전통식품이고 오랫동안 운영해 온 가게들이 많다 보니, 신생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한 경쟁보다는 '자신만의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금 다른 접근을 위해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었던 브랜딩과 디자인을 활용했다.

유명한 빵집은 많아도 그런 떡집은 없는 현실을 깨닫고, '이름으로 기억되는 떡집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창업 멤버인 정재헌 전 공동대표의 할머니 이름 '조복남'을 떡집 이름으로 쓰기로 했다. 김 대표의 전문 분야인 브랜딩을 녹였다. 이름에서 '역사가 있는 떡집'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면서, 감각있는 브랜딩과 세련된 디자인을 대치시켰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부조화를 만드는 전략을 쓴 것이다.
'팥소보로인절미'를 만드는 과정(순서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조복남
 
호기롭게 시작한 '떡 장사'는 쉽지 않았다. '올드하다', '전통적이다', '재미 없다'… 떡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도 힘들었지만, 떡은 빵과는 달라서 레시피를 구하거나 만드는 법을 배우기조차 쉽지 않았다. 떡을 만드는 사람들은 해 오던 대로, '감'에 의존해 떡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재료나 수치가 계량화돼 있지 않다 보니, 다른 사람이 동일한 퀄리티의 떡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 떡을 찌고, 치고, 만드는 일 자체도 고된 데다가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그 때문에 떡집들은 갈수록 '고령화'하고만 있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조복남을 중심으로 함께 성장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떡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일에 뛰어들었다. 배타적이고 고령화한 떡 시장에서 조복남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본 것이다.

"뛰어들어 보니 확실히 어려운 시장이었어요. 겹겹이 쌓인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제가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하면, 누군가가 우리와 비슷한 시도를 할 거고, 그런 흐름이 생기면 언젠가는 바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인식이 주효했는지 저희가 이름을 알린 이후에 젊은 떡집들이 몇몇 생겼어요. 조복남 하나로는 힘들겠지만, 여러 업체가 함께 노력하면 떡에 대한 인식과 시장의 배타성도 점차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라떼는 말이야가 떡에도 있더라…'미래에서 온 떡집'은 고정관념 탈피하겠다는 뜻"
조복남은 '미래에서 온 떡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어떤 뜻을 품고 있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떡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에서 탈피해 미래를 지향하는 떡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라떼는 말이야'가 떡에도 있더라고요. 그건 '과거'의 개념이죠. 저는 그 대신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떡을 먹을까'라는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10년 전과 지금, 떡의 재료가 많이 달라졌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인 재료는 같거든요. 그럼 우리가 10년 뒤 먹을 떡이 지금과 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료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렌틸콩, 피스타치오, 소보로 등 다양한 외래 재료와 조리 방식 등을 떡에 접목시켜 보고 있어요. 재료의 독특함을 잘 빌려와 글로벌하게 만드는 일이 미래지향적인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잘나가는 떡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김 대표는 주저 없이 "포대기떡"을 꼽았다. 얼핏 들으면 시장 한구석에 있을 법한 이름인데, 김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개발한 떡이라고 한다. 앙금이 떡 바깥에 쌓여 있는 남부지방의 쑥굴레떡과 이북식 인절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떡을 둘러싼 앙금이 아기를 싸는 포대기 같다고 해서 '포대기떡'이라고 이름 지었다. '세계 진출'을 꿈꾸며 만든 떡이라 렌틸콩, 피스타치오와 같은 미국산 재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조복남의 메뉴들. 가운데 있는 노란 떡이 '포대기떡'이다.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중독적이다. 사진=조복남
 
김도훈 대표는 '떡으로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같은 식사류가 대표로 자리 잡은 K-푸드의 바통을 이어 받아 디저트까지 대세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조복남 매장은 국내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계획이 많이 무산됐지만, 요즘도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연락이 꾸준히 오고 있다고.

떡을 만들고 파는 일, 어떤 사람이어야 잘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먼저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겨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출신에 대학원까지 나온 그지만, "떡집을 한다"고 말하는 순간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들을 마주한 경험이 있었던 터다. '시장이 크다'고 말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목표와 비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떡 장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냐'며 주워섬긴 질문에 '무례한 시선과 편견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근사한 답이 돌아왔다. 편견과 시련을 이겨 내고 만들었을 떡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쫄깃했다. '이런 떡이라면 세계 정복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며 접시를 싹 비워 냈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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