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리어 변화가 아닌 확장” UX라이터에서 마케터로

[인터뷰] 매드코퍼레이션 전략기획팀 박수현 팀 리드

2023. 07. 26 (수) 12:10 | 최종 업데이트 2023. 07. 27 (목) 16:52
“지금 가장 사람답게 일하고 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이야말로 결국 ‘가장 사람다운 것’이니까요.”

우아한 형제들, SKT, 삼성카드, KB손해보험, 티맵모빌리티 등 유명 대기업과 UX라이팅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클래스101에서 ‘실무 UX 라이팅’을 주제로 강의도 진행했다. 이렇게 실력을 인정받는 UX라이터가 지금은 마케팅 에이전시 매드코퍼레이션 마케팅 전략 기획팀에서 일한다. ‘사람의 마음을 연다’는 마케팅 업계의 숙제를, 광고를 넘어 UX라이터 관점에서 바라보는 박수현 AP(Account Planner, 마케팅 전략가)를 만났다.
파트1. UX라이터 박수현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매드코퍼레이션 마케팅 전략기획팀 박수현입니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는 비딩에서 첫 인사를 하잖아요? 저희는 ‘그 첫 만남’을 기획하는 팀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과 우리 회사의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 과정에서 UX 관점으로 브랜드의 마케팅 문제를 풀고 있고요.


원래 UX라이터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서른 살쯤 엔젤투자를 한 적이 있는데, 7개 회사 주주가 될 동안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경쟁력이란 걸 알게 됐죠. 그로스해킹을 알고 싶었고, 그때 지금 일하고 있는 매드코퍼레이션과의 첫 인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엔 토스(Toss)에 UX라이팅을 랜딩시킨 팀에 합류했어요. 우아한 형제들, 삼성카드, 티맵모빌리티 등 여러 회사의 UX라이팅 설계에 참여했습니다. 헤드 UX라이터가 됐을 땐 클래스101의 의뢰를 받아 강의를 런칭하기도 했죠.


국내 유명 기업과 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요?

업무적으로는 ‘우아한 형제들’이, 작업과정은 ‘티맵모빌리티’가 기억에 남아요.

우아한 형제들은 2년 가까이 함께 작업하면서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기분 좋게 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부로만 소비되는 문서에도 동료가 기분 좋게 이어가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이기도 했고, 줌 미팅 배경에 ‘저는 지금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같은 디자인을 한다던가 하는 ‘즐거움을 허용하는 문화’에 긍정적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요. 그게 생산성에도 좋은 영향을 줬고요.


즐겁게 일하는 회사라… 기억에 남을 만하네요. 티맵모빌리티의 작업과정이 특별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작업을 진행할 때 클라이언트의 실정을 고려하다 보면 여러 제약이 생겨요. 보수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티맵모빌리티에는 우리팀과 함께 작업했던 김유리 CPO(최고 프로덕트 책임자)님이 계셨어요. 토스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원하는 모든 모험적인 시도를 해보라”고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클라이언트의 믿음이 있으니 그게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설계라는 결과로 나타나더라고요.


UX는 결국 서비스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죠. 결과물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아요.

맞아요. 마케팅 소재의 노출 영역이 콘텐츠와 점점 혼재되다 보니 UX라이팅을 한다지만 그 중 반은 UX 기반의 카피라이팅이에요. 강남역을 지나다 버스광고를 봤는데, 그렇게 기획했던 카피가 있었어요. 배포 시점에는 팀과 함께하지 못해 피드백을 듣지 못했는데, 옥외까지 진출한 것을 보니 잘 정착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UX 기반 카피라이팅이라고 했는데, 자세히 듣고 싶네요.

커머스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영업사원의 설득력에 좌우되던 판매량이 고객의 문해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읽기 환경에 누가 더 공들였는가로 서비스의 성공이 가름 나기 시작했어요. 상품의 소구점을 아우성 치듯 나열하는 것이 아닌, 해부학적이고 심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작성하는 것이 UX 기반 카피라이팅입니다.
 파트2. UX에 마케팅을 더하다

지금 회사와는 이번이 두 번째 인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에게 메일을 받았었죠. 대표님께서 직접 재입사 제안을 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도 포지션을 들었을 땐 고사할 생각이었습니다. 커리어 전환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2년 만에 본 대표님 모습에, 동료로서 한 번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사할 때만 해도 솔루션 개발을 시작하고 계셨는데, 어려운 시기에도 예산을 거두지 않고 4개나 더 개발 하셨더라고요. IR(기업설명활동)도 준비 단계였는데 결국 투자유치를 해낸 언행일치가 존경스러웠어요. 죽음의 계곡을 건넌 자의 미소가 설득력을 준 것이죠.


그렇게 매드코퍼레이션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이제는 본인을 마케터로 봐야 할까요?

어렵네요. 커리어의 방향을 바꿨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UX라이팅 인사이트가 마케팅 지식과 만나면서 꾸준히 확장되고 있어요. 마케팅 문제라는 것이 광고 영역에 국한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계속해서 사용자와 서비스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하게 될 것 같아요. UX+마케터 일까요? 어떤 업무가 됐든 가장 ‘사람답게’ 일하는 것 같아요. 미디어 간의 변별력이 사라진 현재, 사람의 마음을 여는 건 결국 ‘더 사람다운 것’이니까요.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무슨 분야든 40시간만 공부하면 전공자 수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어느 직무를 하든, 이동 중이나 식사 중에도 뭘 읽거나 적는 것 같아요. 업무적인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이 저에게는 휴식이고, 드러날 정도의 실력이 될 때까지 견디는, 지구력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마케팅은 어떻게 바뀔 것 같나요?

마케팅은 점점 ‘알림’을 넘어 ‘연결’의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광고 성과가 측정 가능해진 순간부터 마케팅 소재는 취향과 필요가 맞는 소비자를 따라다녔잖아요. 데이터 수집 기술이 더 섬세해지면서 리마케팅과 리마인드 사이 어드매에 포지셔닝이 됐어요. 그 취향과 필요에 얼마나 적합했는가에 따라 마케팅 소재는 광고처럼 귀찮게도, 정보처럼 고맙게도 느껴지죠. 수없이 생겨난 플랫폼은 사람이 조밀하게 모인 광장일 테니까, 좋은 마케팅이란 근면하게 설정된 타깃일 것입니다.


많은 고민과 공부가 느껴지는 답변이네요. 마지막으로 매드코퍼레이션에서 이루고자 하는 본인만의 바람이 있을까요?

‘볼보(Volvo)’의 ‘세이프티 핀(Safety Pin)’ 광고 있죠? 96년도 광고인데, 카피 한 줄 없이 브랜드 철학을 표현해서 광고사에 획을 그었어요. 그렇게 오래 회자되는 광고도 이곳에서 만나고 싶어요. 매드코퍼레이션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말 강한 것은 이런 크리에이티브니까요.


출처 : 디지털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