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번아웃, 퇴사만이 답일까요?"

[내마음상담소]3.심리상담사가 제안하는 '번아웃에서 나를 구출하는 법'

2023. 08. 16 (수) 18:11 | 최종 업데이트 2023. 08. 16 (수) 18:43
 
요즘 마음은 어떠신가요? 일도 인간관계도 지치고 힘들게만 느껴지나요? 스스로 위태롭게 느껴지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심리상담 학·석사를 전공하고 심리 스타트업 <마인드웨이>를 만든 김유진 마음가이드가 어두워진 여러분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드릴게요. 지금부터 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딩동! 오늘 <내마음상담소>에 찾아온 고민 주제는 바로 “번아웃”이에요.

"어느덧 6년 차의 직장인이 된 30대입니다. 어느 날, 아무런 이유 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가 싶었지만, 나중에 번아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당장은 지쳐서 쉬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퇴사를 생각하니 백수기간의 장기화와 취업난이 고민되고, 또 모든 조건을 부합하는 회사는 어차피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계속 하자니 현재 느끼고 있는 무기력감과 스트레스에 괴롭습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퇴사는 단지 도피일 뿐일까요?" 

"퇴사를 고민 중인 1년 차입니다. 지금 제 건강과 멘탈은 말 그대로 쿠크다스 상태입니다. 연차를 내고 쉬는 와중에도 회사에서 업무 연락이 왔을 땐 눈물이 핑 돌 정도였어요. 최근에는 상사와의 갈등까지 더해져 ‘번아웃이 왔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그냥 버틸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퇴사가 고민됩니다. 번아웃 때문에 퇴사하고 싶은 저, 너무 나약한 걸까요?"



번아웃 (burn out)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말해요. 번아웃으로 힘들어서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한순간에 생겨난 게 아닐 거예요. 그동안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상황이 지속됐고, 더 이상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퇴사를 고민하게 된 거겠지요.

그렇다면 번아웃으로 인해 힘들 때, 퇴사만이 답일까요? 오늘은 번아웃된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친 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봅시다. 
 
먼저, 번아웃된 내 마음을 살펴봅시다. 처음 번아웃의 개념을 제시한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는 번아웃 증후군을 총 6단계로 구분했어요. 이에 따르면 현재 나의 번아웃은 몇 단계인지 확인해 볼까요? 
1단계 :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열정을 쏟고, 자신감을 가지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2단계 : 식사, 관계, 휴식과 같은 개인적인 시간이 뒤로 조금씩 밀리고 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3단계 : 일에 계속 몰두하면서 점차 예민해지기 시작해요. 요즘 일 외의 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나아가 냉담해질 때도 있어요. 

4단계 : 나를 소중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주변으로부터 걱정된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스트레스가 극심하지만 풀 길이 없어 힘들어요. 

5단계 : 더 이상 나를 돌볼 수 없다 보니 내면이 공허해지고 텅 빈 느낌을 받아요. 폭식, 폭음을 하거나 무언가에 중독된 것처럼 행동하기도 해요.

6단계 : 심리적 압박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고,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느껴요. 종종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3단계 이상부터는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 (ex. 심리상담, 휴식)가 필요하고, 5단계 이상이라면 현재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이기에 나의 몸과 마음을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할 때예요. 번아웃된 마음을 돌보는 건, 내 상태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요. 지금 내가 어느 정도의 번아웃 상태인지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아주 좋은 시작이에요.
 
번아웃은 주로 일에 몰입하며 열정을 쏟아부은 사람에게 찾아와요. 번아웃이 왔다는 건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인 것이지요. 그동안 당신은 얼마나 열심히 일했길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버렸을까요?  

모든 것에 앞서,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을 떠올려 봅시다. 아마 몇 번쯤 '정말 힘들다'는 말이 절로 새어 나왔을지도 몰라요.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일들이 주어지는 끝 없는 레이스를 달리고, 몇 번이고 놓아버리고 싶은 고비를 넘기기도 했겠지요.

오늘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다 지친 나에게 따듯한 말을 건네보세요.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너무 나약한 거 아닌가?’ 등의 자책하는 말이 아닌, 나를 인정하는 말을 해보는 거예요. 아래 예시를 적어두었으니, 하나 이상을 골라 속삭이듯 나에게 말해보세요.
- “그동안 어떻게 버텼어. 정말 고생 많았어.”
-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많이 힘들었지?”
- “그동안 최선을 다한 거, 나는 알고 있어.”
- “넌 이미 충분해. 이미 충분히 잘했어.”
- “그동안 열심히 했기 때문에 번아웃이 온 거야.”
- “돌아보면 지금까지 꽤 많은 것을 이뤄왔어. 그동안 열심히 한 게 분명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 “정말 힘들었을 텐데,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TIP. 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로 열심히 하진 않았는데, 이 정도를 번아웃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하면서 번아웃된 마음을 외면해요.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모르는 새 빠르게 달리면서 소진되었을 가능성이 커요. 과도한 경쟁사회에서는 누군가가 옆에서 달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불안감이나 좌절감을 느끼고, 휴식하는 시간을 자책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쉽거든요.
 
퇴사는 번아웃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거예요. 퇴사를 하면, 당장 힘들게 하는 일이나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퇴사를 결정한다면, 퇴사 이후 생기는 금전적인 어려움, 이직에 대한 불안, 상실감 등으로 마음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퇴사는 번아웃을 해결하는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예요. 지금부터 퇴사를 선택하기 전에 해볼 수 있는 다른 노력들을 알려드릴게요. 더불어 이 방법들을 통해 당신이 번아웃으로부터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요.   


1. 동료나 상사에게 이야기하기

현재 나의 상황 및 상태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는 회사 사람에게 솔직하게 나눠보세요. 실제로 많은 연구가 동료나 상사의 지지가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니 ‘나 지금 이런 상태예요’ ‘나에게 이런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명확히 말해보세요. 만약, 인력이 부족해서 업무가 많은 상황이라면 지원을 요청해 보고, 최대한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 보는 거예요. 


2. 쉬는 시간 가지기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오로지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요즘 내 몸과 마음은 일에만 쓰이고 있진 않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 한구석에서 쉼을 원한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그러니 이번 주말 혹은 오늘 퇴근 후에는 편안하게 쉬어보세요. 혹은 연차를 사용하여 조금 길게 쉬어 보세요. 잠깐 숨통을 트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지금 나에겐 (퇴사를 통한) 긴 쉼이 아닌 일하는 사이사이 짧은 쉼들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3. 내가 하는 일 돌아보기 

휴식으로 어느 정도 에너지가 올라왔다면, 퇴사라는 선택지가 진정 나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 봅시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했으니, 아래 질문에 차분히 답해보세요.
1)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2) 그 일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요?
3) 미래를 생각했을 때 지금 이 일을 하는 게 맞을까요?
4) 내가 생각하는 성공기준은 무엇인가요?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거나 오래 버티는 것 외에 나만의 성공기준을 만들어 보아요. 
* 세상의 성공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내가 설정한 성공기준에 부합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삶이랍니다.
5) 결국 내가 원하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나는 현재 번아웃에서 벗어나서 어떤 모습이 되고 싶나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일과 회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새롭게 느끼는 게 있을 거예요


4.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기 

최근 해야 할 일에 밀려서 1) 잠을 자지 못하거나 2) 식사를 불균형하게 하거나 3) 운동이 부족하지 않았나요? 퇴사라는 선택지 이면에는 내 몸과 마음을 잘 챙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무너진 상태라면, 일단 몸을 챙겨보세요. 아래 미션 중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 이상 골라, 이번 주에 실천해 보는 거예요. 
미션1. 하루에 7시간 이상 자기
미션2. 3끼를 제때 챙겨 먹기
  *이미 제때 챙겨 먹고 있다면, 한 끼를 먹더라도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기
미션3. 일주일에 3회, 30분 이상 땀이 나도록 운동하기
  *도저히 어렵다면, 식사 후에 햇볕을 쬐며 산책하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을 잘 챙기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빠르게 회복돼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 건강한 몸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마음에도 조금씩 스며들 거랍니다.
 
이제 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볼까요? 어떤 사람은 앞서 제안한 4가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을 수 있어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퇴사’가 아닌 ‘나를 돌보는 시간’, ‘돌파구를 찾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번 번아웃을 일과 삶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충분한 노력을 해봤는데도 도저히 희망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번아웃일 때 바로 퇴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 퇴사가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선택이든,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이면 돼요. 누구든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할 수 있겠지만, 다른 선택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았고, 그 선택의 기준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수 있어요.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보는 거예요.

당신은 그동안 참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번아웃이 온 거예요. 지금 번아웃이 왔다면, 이제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는 건 어떨까요? 퇴사에 대한 바람은 결국 ‘내 몸과 마음을 챙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그 본질적인 마음에 주목하며, 오늘 하루는 나를 챙기는 하루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이 글은 <마음여행키트 – 번아웃 편> 활동지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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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 <컴퍼니타임스>가 마인드웨이와 함께 <내마음상담소>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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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전문가인 김유진 마음가이드(마인드웨이 대표)가 함께 고민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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