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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수수'로 '양말'을 만들면 생기는 일

[찐-환경 기업] 10년차 친환경 기업 '더뉴히어로즈' 이태성 대표

2020. 11. 10 (화) 10:45 | 최종 업데이트 2020. 11. 12 (목) 15:28
'지구가 기후 변화로 망했다'는 설정은 미래를 그리는 영화나 소설의 클리셰가 됐습니다. 환경 문제가 그만큼 당연한 주제가 돼 버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강타한 코로나19와 올여름 지속된 장마·태풍은 기후 위기의 단면입니다. '친환경'을 넘어 '찐-환경'이 절실한 지금, 컴퍼니 타임스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기업들을 찾았습니다. 
"A매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승리를 기원하며 빨간색 양말을 신는다. 세계 고양이의 날에는 히끄(SNS 팔로워 19만의 스타 고양이 - 기자 주) 양말을,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는 비글 양말을 신고 그날 하루만큼은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려 노력한다. (…) 내게 양말은 이런 의미다. 예쁜 양말을 골라 신는 것만으로 평범한 일상이 단숨에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양말> 중에서)

얼마 전 흥미롭게 읽은 에세이집 <아무튼, 양말>은 21년차 양말 애호가인 작가가 펼쳐 놓은 '양말예찬'이었다. 오늘 내가 신은 양말 한 켤레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작가의 말은, 작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 내는 변화를 상상하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양말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과연 가당한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옥수수로 양말을 만들겠다'며 10년 동안 피 땀 눈물을 쏟아 부은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콘삭스(Cornsox)를 만든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는 구멍난 양말을 '팔토시'로 만들어 사용하는 아버지를 보고서 '양말 장수'가 되기로 했다. 2011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PLA 섬유'로 양말을 만드는 '콘삭스'를 창업했다. 올해로 10년차인 콘삭스는 옥수수로 만든 양말을 통해 '환경 보호, 빈곤·노동 문제 해결, 인류애 창출'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환경', '사회 문제' 해결에는 다른 방법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옥수수 양말'이었을까. 궁금함을 이루 말할 수 없어 콘삭스를 비롯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전개하는 더뉴히어로즈 이태성 대표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11월 4일 더뉴히어로즈 사무실이 있는 강원도 춘천에서 그를 만났다.
콘삭스의 양말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옥수수 양말'이다. 사진=더뉴히어로즈
 
환경을 향한 이태성 대표의 관심은 '양말'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역사 다큐나 영화를 만들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했다. 한번은 고향인 춘천에 갔다가 구멍난 양말을 팔토시로 만들어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양말이 '너무 쉽게 쓰고, 사고, 버리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말에 대한 다른 접근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양말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양말 만드는 법'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적 관심까지 가지게 됐다.

"원래 비즈니스라는 건 '이윤'을 남기는 행위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기업들이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까'죠. 저는 그 대신 제품을 어떻게, 무엇으로, 누가 만드는지, 또 어떻게 버려지는지에 집중했어요.

'친환경'이라고만 생각하던 '면'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요즘 꽤 알려진 '페트병 섬유'는 당시에도 있었는데, 저는 사람들이 잘 안 쓰는 독특한 소재를 쓰고 싶었어요. 찾다 보니 '옥수수 섬유'가 있더라고요. '이걸로 양말을 만들어 보자' 한 게 지금까지 왔죠."


'콘삭스'의 환경적 장점은 분명하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는 기본이고, 합성섬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6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옥수수 섬유의 pH 농도가 인체와 유사하다 보니, 콘삭스를 신으면서부터 피부 트러블이 줄어들었다는 고객도 더러 있다. 한 고객은 "아토피를 앓는 딸이 간지러움을 덜 호소하더라"고 알려 주기도 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 대표는 '단가'를 대표적 단점으로 꼽았다. 옥수수 섬유는 유기농 면과 비교해도 3배 정도 비싸다. 더 큰 단점은 '열에 약하다'는 것. 옥수수 섬유는 섭씨 120~130도가 되면 딱딱하게 굳는 '경화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때문에 옷을 만들 때 마지막 과정인 '열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콘삭스는 특허받은 제조 방법을 사용해 이를 타개했다. 다만, 옥수수 섬유를 양말 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원단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더뉴히어로즈의 또 다른 브랜드 '실버라이닝'. 사진은 실버라이닝의 대표 제품인 '은 섬유 수건'. 사진=더뉴히어로즈
 
◇ 콘삭스·실버라이닝 통해 꿈꾸는 '지속 가능한 패션'
이태성 대표는 콘삭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환경과 인간에게 최대한 이로운 방향으로 제품을 생산·소비·폐기하는 패션 사이클을 말한다. 사용되는 소재뿐 아니라, 투입되는 노동력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윤리적 방식'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돼야 진정한 지속 가능한 패션이 될 수 있다.

섬유 제품을 기준으로, 생산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가 1/3이라면 세탁·건조 등 제품 사용에서 나오는 문제가 나머지 2/3를 차지한다. 따지고 보면 만들 때보다 구매한 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를 알게 된 뒤 '소재'의 문제만 이야기하던 콘삭스에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를 느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수건·속옷 등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실버라이닝'을 2016년 런칭했다.

실버라이닝에서 만든 '은 섬유' 수건은 항균성과 소취성이 뛰어나 세탁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세탁과 건조를 줄이면 수질 오염과 에너지 낭비, 초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실버라이닝은 실제로 제품 설명에서 소비자들에게 "세탁을 반으로 줄여 달라"고 호소한다.

이 대표 눈엔 친환경 관련 제품과 서비스들의 마케팅 방법에 한계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이타심에 소구하는 방식으로 모든 소비자를 사로잡기는 힘들어 보였던 것. 실버라이닝은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에 '세탁을 절반으로 줄이면 얻는 환경적 성과'를 수치화해 포인트로 돌려 주기로 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동안 세탁을 줄이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1744원'으로 산정했다.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이 금액을 포인트로 매월 지급한다.

"만약에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산다고 해도, 나에게 '당장' 이롭기는 어려워요. 그러니 이타심에 소구하는 건 한계가 있죠. '동물들이 죽고 쓰레기가 쌓이고…' 이런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건 너무 느립니다. 지구에게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보통은 더 팔기 위해서 쿠폰·포인트를 제공하잖아요? 저희 포인트는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2000원도 아니고 '1744원'을 드리는데, 독특한 숫자가 가진 환경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팔기 전' 말고 '팔고 나서'도 중요하니까요. 소비에서 오는 환경적 가치를 돈으로 돌려주는 곳은 아직 저희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이런 개념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콘삭스가 2015년 진행한 '스탠드 업' 캠페인. 미술심리치료에 참여하는 노숙인 작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양말을 제작해 판매했다. 사진=더뉴히어로즈
 
◇ 환경 문제 넘어 사회 문제까지…"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봐야 합니다"
콘삭스는 환경을 넘어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옷을 만드는 일에서 환경 문제를 넘어 노동과 인권 문제도 비롯한다는 사실을 안 뒤로, 이 대표는 '옷을 만드는 사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가 주목한 건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다. 방글라데시 다카 인근의 '라나 플라자'는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하청 공장이 여럿 입주해 있는 빌딩이었다. 4층짜리 건물을 8층으로 불법 증축한 이후 붕괴돼 1129명의 봉제 노동자가 순식간에 사망했다. 싼 가격에 빠르게 의류를 생산하려는 패션 산업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이후,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회복과 자립을 위해 설립된 현지 사회적 기업 '뷰티풀웍스'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뷰티풀웍스 노동자들의 기술에 콘삭스의 디자인을 합쳐 가방을 만들었다. 현지의 정치 상황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지만, 이 대표의 마음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있는 듯했다.
이태성 대표가 콘삭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 지금 콘삭스는 '리브랜딩' 작업 중이다. 10년 동안 누적해 온 경험을 내년에는 제대로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콘삭스를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요즘은 '패션 산업'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원단을 대량 발주하고, 수천 개의 옷을 찍어내고, 전국에 물량이 풀리고, 도·소매를 거쳐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각종 쓰레기와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패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이 대표는 기업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환경 문제 해결도 기업이 시작하면 소비자가 따라오게 될 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콘삭스를 시작할 때부터, 사회를 이끄는 건 '경제 논리'라고 봤어요. 기업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는 일종의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이런 형태로 창업을 한 거고요. 현대·기아자동차가 '이제부터 매연 나오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해 버리면 고객들은 살래야 살 수 없잖아요. 그럼 환경문제가 자연스레 개선되겠죠. 패션 브랜드들이 '앞으로 우리는 재활용 소재만 사용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무조건 그것만 사야 해요. 그럼 기존의 환경 문제를 줄여갈 수 있겠죠.

물론 몸집 큰 대기업들이 먼저 움직이는 건 어렵죠. 그렇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듯이요. 기업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기업이 먼저 바꿔 나가는 게 우리 미래를 조금 더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생각해요."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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