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직원에게는 월급을 줬어요. 제가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서 자가 격리를 하다가 오늘 풀렸는데요. 월급은 이번 주 중으로 줄겁니다."
최종호 FMF 대표는 지난 23일 직원들의 임금 체불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국경제당 사무총장으로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하기도 한 최 대표가 임금 체불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수 4명 남짓의 작은 회사였던 FMF의 직원들이 한 달여간 일한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최 대표를 노동청에 신고했다.
◇ "법인 설립 늦어져서 급여 지급 늦어졌을 뿐…직원이 내 명예 훼손"
"(전 직원이) 허위, 과장 사실을 말하고 다니는데 옳지 않아 보이네요. 이런 직원이라도 당연히 근무를 했으면 급여를 주는게 맞겠죠. 이러면 나도 감정이 상해서, 법으로 하든, 애를 먹이고 할 수 있지만…내 입장에서는 (전 직원이) 야비하다고 할까요." (최종호 FMF 대표)
최 대표는 자신을 신고한 직원이 야비하다고 말했다. 급여를 받지 못한 직원이, 이미 회사를 그만둔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해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자신에게 연락해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하는 등 명예훼손을 했다고 최 대표는 주장했다.
최 대표가 말하는 '월급을 주지 못한 이유'는 법인 설립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법인이 늦게 생겼어요. 법인 통장이 늦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급여가 며칠 늦어진 거예요." (최종호 FMF 대표)
현재 임금체불 문제를 지적한 직원들이 일한 FMF는 2018년 설립됐다. 최 대표는 신설 법인인 FMF바이오헬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이쪽으로 법인 승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FMF 소속으로 일한 직원들이 사실은 FM바이오헬스 설립을 위한 일을 한 것이고, 따라서 월급은 FM바이오헬스 법인 설립 후 이곳을 통해 주려고 했는데, 법인 설립이 늦어지면서 법인 통장이 늦게 만들어져서 급여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금의 FMF를 폐업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FMF가) 없어지는건 아닌데, 법인 승계를 하는거죠. 11일에 신설 법인(FM바이오헬스)이 나왔어요." (최종호 FMF 대표)
사진=인터넷 채용 공고 사이트에 올라온 FMF 기업정보.
◇ "월급 달라니 당일 해고…한 달째 월급은 '감감무소식'"
물론 전 직원들 역시 이 같은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FMF에서 한 달가량 근무한 전 직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벌써 월급을 못 받은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코로나로 자가 격리를 하느라, 법인 설립이 늦어져서 못 줬다고요? 법인 설립 때문이라면 법인 설립 후에는 월급을 줘야 하는데 주지 않고 있잖아요." (FMF 전 직원 A씨)
실제 최 대표는 지난 11일 신설 법인을 설립했다고 했지만, 대법원에 따르면 최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록된 FM바이오헬스는 올해 10월16일 등기를 마쳤다.
"월급 전날까지도 관련 서류 제출 등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서 대표에게 물어봤는데 아무 답이 없었고, 막상 월급날 대표는 출근도 안했어요. 연락을 해보니 지방 상가집에 가느라 출근을 못했다, 서울에 올라가는 길인데 차가 막혀서 늦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FMF 전 직원 A씨)
'착한 직원에게는 월급을 줬다'는 최 대표의 해명에 대해서도 A씨는 "착한 직원은 월급을 주고 나쁜 직원은 월급을 안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도 "착한 직원이 아니라 무서운 직원에게는 월급을 줬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이 안 나오니까 덩치가 큰 남자 직원 한 명이 대표에게 월급을 달라고 강경하게 말했어요. 이 직원은 그날 바로 해고됐죠. 월급을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요. 5인 이하 사업장이라서 당일 해고가 불법이 아니래요. 대표가 근로기준법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 직원은 얼마 안 돼서 월급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FMF 전 직원 A씨)
◇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에 없었는데…임금체불 전과 있지만 공개대상은 아니야"
A씨와 함께 일한 FMF의 직원들은 모두 10월 초 입사했다. 2018년 생긴 회사지만 당시에 기존에 일하던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직원들은 "대표가 스타트업이라고 말해서 이제 다같이 시작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에 대표가 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전과 18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공개됐더라고요. 하지만 이직을 위해 이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었고, 전과가 있다고 편견을 갖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일단 한 달만 일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FMF 전 직원 A씨)
최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출마 당시, 전과 18범인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직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임금체불로 신고가 들어간 것은 없는지 등을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해봤지만,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에 올라있지 않아 일단 한 달만 다녀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공개 기준일(매년 8월31일) 이전 3년 간 임금 체불로 2회 이상 유죄를 받은 사업주 중에서 1년 간 임금 체불 총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 명단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다.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물론 공개되지 않는다. 이주경 변호사는 "사실 이 정도 기준이면, 특히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공개되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 대표가 임금 체불로 신고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근로기준법(임금체불) 위반으로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총선 출마 당시 공개된 18건의 전과 중 하나다. 총선에 출마했던 지난 4월에도 임금 체불로 신고를 당했지만, 근로자와 합의해 공소 기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금체불 사업주 공개 대상은 아니다. 물론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총선 당시 공개된 근로기준법 위반 전과에 대한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떤 건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 "월급도 안 주고, 이사가는 사무실 주소도 안 알려주고…"
월급날을 앞두고 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직원들은 당장 내일 사무실이 이사를 한다는데, 대표는 이사가는 사무실의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월급날 다음날까지만 사무실을 쓸 수 있었어요. 당장 내일 이사를 간다는데, 새로 옮기는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월급은 안나오고, 이사가는 곳 주소도 안알려줘서 대표에게 연락해 물어보니 격앙된 어조로 '같이 하실 거냐'고 묻더라고요. 사정해서 겨우 사무실 주소를 받았어요." (FMF 전 직원 A씨)
직원들은 최 대표가 처음부터 월급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이사를 준비하며 알아보니, 사무실 관리비가 밀려서 전기와 물까지 끊길 상황이었더라고요. 그 상황에 직원을 4~5명이나 채용하는게 말이 안되는거죠. 결국 한 달정도 공짜로 일 시키고 나가면 나가게 두고, 또 다른 직원을 뽑고, 이렇게 할 생각이었다고 저희는 생각해요. 다른 회사까지 그만두고 왔는데 졸지에 실업자가 됐어요." (FMF 전 직원 A씨)
직원들은 취업 사기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임금체불 건은 노동부에 신고해 해결할 일"이라며 사건을 받아주지 않았다.
"취업 사기인데, 사기로 형사 고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경찰관이 투자 명목으로 돈을 갈취한 것도 아닌데 고소를 해도 수사를 안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로 고소를 하니 자기가 화가 난다면서요." (FMF 전 직원 A씨)
직원들은 결국 노동청을 찾았다.
◇"정부에서 급여 받는 방법도 있다"는 대표…왜?
직원들은 최 대표가 차일피일 급여 지급을 미뤄 직원이 밀린 급여 받기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정부에 소액체당금을 신청해 받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체당금 제도는 급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정부가 먼저 급여를 주고, 정부는 이 금액을 회사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일단 사람을 뽑아 놓고, 본인이 급여를 주지 않고, 정부에서 주는 체당금을 받으라는 식이에요. 체당금 신청도 임금 못받았다는 판결도 받아야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이 걸리잖아요. 급여가 소액이면 그냥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겠죠. 사업을 하다 보니 정말 어려워져 급여를 못 주는 거면 이해를 하겠는데, 처음부터 급여를 줄 생각도 없이 직원을 뽑고 체당금 운운하는 것은 제도를 악용하려는 것 아닌가요?" (FMF 전 직원 A씨)
실제 최 대표는 컴퍼니 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일을 했으면 급여를 줘야 한다"면서도 "(정 못 받으면) 정부에게서 받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체당금 회수율 34% 불과…사업주 재산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회사는 정부에 이를 갚아야 한다. 그런데 왜 직원들은 최 대표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답은 '회수율'에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누적 체당금 회수율은 34.3%에 불과하다. 정부가 대신 지급해 준 급여 전체 금액 중 65.7%는 돌려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당금이라는 것이 사업주 재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대신해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라 회수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업주가 재산이 있어야 미리 지급한 급여를 받아낼 수 있는데, 기업이 문을 닫거나 대표가 파산을 해 재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사실상 받아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최 대표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 중에는 체당금 제도를 이용해 밀린 급여를 받은 이가 있다. 최 대표는 FM바이오헬스(2020년)와 FMF(2018년) 이외에도 FM힐링케어(2013년), FM미디어(2016년) 등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중 FM힐링케어 소속으로 일하던 근로자는 정부에 소액체당금 신청을 해 2016년 밀린 급여 3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11월 근로복지공단은 최 대표에게 이에 대한 소액체당금지급금 납부요청서를 보냈다. 정부가 최 대표 대신 지급한 월급 300만원을 12월9일까지 납부하라고 통보한 것.
"사무실 정리를 하다가 최 대표가 체당금을 분할 납부하겠다고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려고 작성한 서류를 발견했어요. 300만 원을 6차례에 걸쳐서 갚겠다고 써놨더라고요."(FMF 전 직원 A씨)
최 대표는 '미수금 납부기한 연기·분납 신청서'에 "회사의 경영 악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납부 시기에 납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2017년에 매달 30만~70만 원을 분할해 납부하겠다"고 적었다.
서류에 적힌 작성일은 2016년 12월26일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FM힐링케어는 2016년 12월31일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전 직원 퇴사…FMF는 신규 채용 중"
직원들은 소액이라는 이유로, 피해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어떤 제재없이, 이런 식의 사업 운영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첫 달 월급도 지급하지 않았어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에라도 나왔으면 이런 회사는 미리 확인하고 피할 수 있었을 거예요. 공개 기준이 너무 높아서 명단 공개도 제대로 안되고, 문제가 생기면 회사를 폐업하고 다른 회사를 또 차리고…개인이 알아서 피하기는 힘들잖아요. 제대로 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MF 전 직원 A씨)
이번 주 중 급여를 주겠다는 회사 측은 26일 현재까지 연락이 없다. 물론 밀린 급여도 나오지 않았다. 고용청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위해 직원과 최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해, 이날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최 대표는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자가 격리가 끝났다던, 최 대표는 이날도 '코로나로 인해 자가 격리 중이라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달 초 근무 중이던 모든 직원이 퇴사한 FMF는 또 직원을 뽑고 있다. 26일 현재 한 인터넷 채용공고 사이트에는 '사업 및 마케팅 기획 경력자'와 '식품 영업 경력자'를 뽑는 FMF의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사진=26일 현재, 인터넷 채용공고 사이트에서 확인된 FMF의 구인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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