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러분, 다들 잘 버티고 계신가요. 올해는 코로나19로 구직 시장에 한파가 불어서인지 퇴사하는 분들이 작년보다 줄어들었다고 들었어요. 다들 이 시기만 지나기를 '존버'하며 두 주먹 꽉 쥐고 자리를 지키고 계신 거겠죠.
하지만 이 얼어붙은 이직 시장에 의도치 않게 활기를 채우는, 퇴사율이 어마무시한 기업도 있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요.
퇴사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아세요? 지난 12개월간 퇴사한 인원을 현재 재직인원으로 나눈 값인데요. 만약 퇴사율이 100%고,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 수가 50명이라고 한다면 지난 1년 동안 퇴사한 인원은 50명이란 뜻이죠. 몸에 피가 순환하듯이, 입사한 직원 대부분이 1년을 못 채우고 흘러 나가는 거예요. '에이, 퇴사율이 100%씩이나 되는 회사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회사에서 더도 말고 딱 하루만 일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보통 퇴사율이 높은 회사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하잖아요. 동료들에게 저희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모두가 입이 자유분방한 저희 사장님을 고를 겁니다.
"너희가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건 부모를 잘못 만나서야."
"넌 군대도 안 다녀왔어? 말귀를 못 알아먹어."
"네가 뭔데 회사 체계가 지고 어쩌구저쩌구 난리야? 건방지게."
아침부터 사장님의 막말이 쏟아집니다. 오늘은 영업 부서 차례인가 봐요. 주기적으로 사장님에게 눈 밖에 나는 부서가 바뀌어요. 사장님은 목소리가 얼마나 크신지 사장실 밖으로 나와 소리 한 번 지르시면 온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막말만 하면 무시라도 하지, 쌍욕도 서슴치 않으세요. 인격모독은 기본이고 직원들 간의 이간질까지 솔선수범하십니다.
매월 초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조회를 진행하시는데요. 항상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세요. 이 회사에서 이제 곧 1년을 맞이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다는 한 선배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런 거 말고 사람들이 왜 나가는지 생각이나 해봤으면 좋겠네요. 회의 모아두고 욕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잖아. 신입들도 들어온 지 3일이면 왜 ‘노답’인지 알 텐데."
물론 문제는 사장님만이 아닙니다. 저희 회사는 채용 시장에서 구직자들이 그렇게나 학을 뗀다는 가족회사거든요. 사모님과 자녀분들도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계세요. 가족회사라고 해도 가족분들이 능력 있으면 그게 큰 흠이겠어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귀가 따갑도록 욕은 욕대로 먹고, 그나마 쉬는 시간인 점심시간에도 회의를 하질 않나, 야근에, 새벽에도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카톡에. 거기다 좋은 성과가 나오면 사장님과 가족들 덕이고, 매출이 안 나오면 다 직원들 탓이라고 하셨죠. 직원들 못 믿어서 시시콜콜 참견하실 거면 그냥 가족들끼리 다 하시면 안 되나요? 저는 제 행복을 찾아 떠나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리 일자리가 없다고 해도 여기는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잡플래닛에서 저희 회사 리뷰를 확인한 구직자분이 있다면, 명심하세요. 여긴 '찐'입니다. 도망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