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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천박한 종놈의 말투'가 뭔지 아십니까?
[논픽션실화극] "~요"라고 말 끝냈다가 '종놈'된 사연
2020. 10. 26 (월) 14:56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51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천한 말을 씁니까? 옛날에 '종놈'들이나 쓰던 그런 말투를!"
회장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슨 말을 했냐고? 딱 10초 전 회장과 나의 대화를 그대로 전달해보겠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김철수(가명)요."
이름을 물어봐서 대답을 했을 뿐인데, 나는 '종놈들이나 쓰는 천한 말투를 쓰는 놈'이 됐다. 알고 보니 회장에게 말할 때는 무조건 '다·나·까' 말투를 써야 했다. '~했어요'처럼, 대답을 '요'로 끝내면 '천한 종놈의 말투'라며 역정을 낸다고 했다.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전 직원들이 다 있는 사무실에서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일인가. 그런데 알고보니 이것도 나름의 확고한 '경영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회장은 항상 직원들 다 모인 자리에서 혼을 내요. 그래야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한대요. 안 그래도 사무실 분위기 칙칙한데 한 번씩 이러면 분위기는 더 어두워지고… 옆에서 보기도 민망할 지경이에요. 아무튼 직원들 새로 들어올 때마다 한 번씩은 이러니까,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요."
입사한 지 1년쯤 됐다는 옆자리 상사가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상사는 말을 이어갔다.
"이상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다른데 면접볼 수 있으면 면접 보고 그래요."
면접 때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밤 10시에 전화가 와서 '내일 당장 면접을 보자'고 했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사람이 급하게 필요한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3시간 30분 동안 면접을 봤는데 군대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키와 몸무게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질문만 했다.
'부모님이 뭐 하시는지'도 물어봤다. 자영업을 하고 계신다고 하니 "부모님이 '노동자 계층'이라 당신이 '노동자 말투'를 쓰는구나"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얘기였나 보다. 몰랐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꽤 큰 규모의 회사이기도 하고, 일하면서 회장을 몇 번이나 보겠나 싶어서 고민 끝에 입사했는데 첫날부터 전체 직원 앞에서 '종놈' 소리를 들을 줄이야…몰랐다.
"그래도 요즘에 사내 예배는 안 드려요. 철수씨 입사 전에는 아침에 예배도 봤어요. 예배 본다고 전체 직원 모인 자리에서 직원 하나 정해서 본보기로 혼내고, 혼나는 직원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받아들이는 자세가 틀렸다느니, 가정교육이 어쩌고… 나름의 직원 교육 방식인가 본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힘들었죠. 아, 화상 회의하면서 직원에게 찬송가 불러 보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 직원이 누구냐고요? 에이, 지금은 그만뒀죠."
옆자리 상사의 위로가 계속됐다. 분명히 위로인데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이 기분…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아 주여…"
회장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슨 말을 했냐고? 딱 10초 전 회장과 나의 대화를 그대로 전달해보겠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김철수(가명)요."
이름을 물어봐서 대답을 했을 뿐인데, 나는 '종놈들이나 쓰는 천한 말투를 쓰는 놈'이 됐다. 알고 보니 회장에게 말할 때는 무조건 '다·나·까' 말투를 써야 했다. '~했어요'처럼, 대답을 '요'로 끝내면 '천한 종놈의 말투'라며 역정을 낸다고 했다.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전 직원들이 다 있는 사무실에서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일인가. 그런데 알고보니 이것도 나름의 확고한 '경영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회장은 항상 직원들 다 모인 자리에서 혼을 내요. 그래야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한대요. 안 그래도 사무실 분위기 칙칙한데 한 번씩 이러면 분위기는 더 어두워지고… 옆에서 보기도 민망할 지경이에요. 아무튼 직원들 새로 들어올 때마다 한 번씩은 이러니까,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요."
입사한 지 1년쯤 됐다는 옆자리 상사가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상사는 말을 이어갔다.
"이상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다른데 면접볼 수 있으면 면접 보고 그래요."
면접 때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밤 10시에 전화가 와서 '내일 당장 면접을 보자'고 했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사람이 급하게 필요한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3시간 30분 동안 면접을 봤는데 군대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키와 몸무게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질문만 했다.
'부모님이 뭐 하시는지'도 물어봤다. 자영업을 하고 계신다고 하니 "부모님이 '노동자 계층'이라 당신이 '노동자 말투'를 쓰는구나"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얘기였나 보다. 몰랐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꽤 큰 규모의 회사이기도 하고, 일하면서 회장을 몇 번이나 보겠나 싶어서 고민 끝에 입사했는데 첫날부터 전체 직원 앞에서 '종놈' 소리를 들을 줄이야…몰랐다.
"그래도 요즘에 사내 예배는 안 드려요. 철수씨 입사 전에는 아침에 예배도 봤어요. 예배 본다고 전체 직원 모인 자리에서 직원 하나 정해서 본보기로 혼내고, 혼나는 직원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받아들이는 자세가 틀렸다느니, 가정교육이 어쩌고… 나름의 직원 교육 방식인가 본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힘들었죠. 아, 화상 회의하면서 직원에게 찬송가 불러 보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 직원이 누구냐고요? 에이, 지금은 그만뒀죠."
옆자리 상사의 위로가 계속됐다. 분명히 위로인데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이 기분…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아 주여…"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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