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사무실서 누드사진 보던 대표, 보고있나?"

[논픽션실화극] "화장실엔 누드 사진이, 여직원에 전화해 '데이트하자'"

2020. 08. 14 (금) 17:03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40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뒤 1년, 대표가 집 앞까지 찾아왔다. 아 소름. 1년 전 두 달 정도 일했던 회사다. 월급이 안 나와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는 월급은 안 주고,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집 앞까지 찾아온 것이다. 아 소름. 간만에 1년 전 그날이 떠오르니 또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두 달만에 그만두고 나온 이유가 뭐냐고? 세상에 이런 회사도 있구나를 알게해 준 곳이었다. 

첫 번째 이유, 월급 날짜조차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정해진 월급날은 물론 있었다. 고작 두 달이었지만, 한 번도 그 날짜에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월급날이 됐는데 월급이 안 들어와 물어보니, 회사 사정상 15~25일 사이에 준다는 거다. 이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선임들 말을 들어보니 늘 이렇다고 했다. 무슨 월급을 기간을 정해두고 주고 싶을 때 주나? 알바할 때도 월급은 약속된 날짜에 받았다. 더 황당한 것은 말은 저렇게 해놓고 실제 월급은 월말에 겨우 나온단다. 실제로 월말이 돼서야 겨우 첫 달 월급을 받았다. 

더 경악을 금치 못했던 건, 퇴사하면 월급은 없단다. 아니 퇴사를 해도 일한 만큼 급여를 주는 건 글로벌 상식 아닌가? 하물며 알바를 해도 열흘 일했으면 열흘치 급여는 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대표는 자랑처럼 "퇴사하면 월급이고 뭐고 없다"라는 말을 아주 자랑스럽게 하곤 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내가 퇴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진짜였다는 사실을. 결국 같이 일하다 그만두고 나온 직원들이 다 같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다. 알고 보니 이미 신고한 전 직원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아 소름. 

월급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했지만, 빠른 퇴사 결정을 내리게 해준 사건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결제를 받으러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대표가 여자 누드 사진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회사에서, 그것도 본인 사무실에서 여자 누드 사진을 보고 있는 대표라니. 아 소름. 

평소에도 각종 음담패설에 귀를 씻고 싶게 만들던 대표였다. 대표는 회식이랍시고 직원들을 모아놓고 술을 강권하고, 여직원들에게 각종 성희롱성 발언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저것도 농담이라고 하는 건가' 황당하긴 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곤 했는데, 회사에서 대놓고 여자 누드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지금 저 사람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황당해서 다른 직원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하나둘 자신이 겪은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전 화장실에서 여자 나체 사진 있는 거 봤는데, 이거 대표가 가져다 놨나. 아 미쳤다 진짜."

"전에 남자 직원들 모아서 술 마신 적이 있는데, 20대 여직원이랑 데이트하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데이트도 아니고 더 심한 말이었는데…차마 제 입으로는 말 못 하겠네요." 

아 소름. 각종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얘기하는데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았다. 그때 한 어린 여직원 한 명이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저…얼마 전에 대표한테 따로 전화가 왔어요."

무엇이라? 대표가 말단 여사원에게 전화로 업무 지시를 할 일이 뭐가 있지? 모두 눈을 번쩍 뜨고 여직원을 쳐다 봤다.

"따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업무 때문에 그러나 싶어서 못 알아듣고 있었는데, 따로 만나서 데이트 하자고, 같이 술 먹자고… 저 회사 그만두려고요. 무서워서 못 다니겠어요."

아 소름. 울먹이던 여직원은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나도 그만뒀다. 같이 얘기를 듣던 다른 직원들도 함께 그만뒀다. 21세기 대한민국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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