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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회장한테 맞을까봐…노래하며 탬버린을 칩니다
[논픽션실화극] 전화 못 받아 짤린 선배를 뒤로 하고…우리는 춤을 춘다
2020. 07. 27 (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야, 소식 들었어? 김 선배 짤렸대."
"갑자기? 지난주까지만 해도 별 얘기 없었잖아? 왜?"
"회장이 전화했는데, 샤워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대."
"아…"
또 이렇게 선배 한 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뭐 갑작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하루아침에 짐 싸서 나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거든요.
하도 짐 싸 들고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잦은 데다, 회장 마음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인사 발령이 나서 "회사인지 이삿짐센터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한 선배가 있을 정도니까요. 10년씩 근무한 직원이라도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하루아침에 짤리는 곳, 그곳이 우리 회사 입니다.
사실 조용히 '퇴사'를 당했다면 다행입니다. 맞지는 않았잖아요. 얼마 전에 회장이 직원을 때렸다가, 신고를 당한 적도 있었어요. 결국 회장이 돈으로 합의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나간 사람은 나간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일을 해야겠죠. 오늘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바로 1년에 두 번 있는 '예술제'가 열리는 날이에요. 지난 5개월을 야근까지 해가며 예술제 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예요. 다만 회사의 오너이신 회장님이 예술을 '매우' 사랑하시죠.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바로 이 예술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예술제가 얼마나 중요하냐면요.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도 예술 관련 전공이거나 경력이 있으면 바로 채용될 정도예요.
예술제에서는 뭘 하느냐고요? 음…회장이 노래를 부르면, 여직원들은 음악에 맞춰 탬버린도 치고, 코러스도 넣어주고 그래요. 남자 직원들은 악기도 연주하고 조명과 영상을 담당하기도 하고요. 아! 회장이 쓴 시를 낭독하는 시간도 있어요. 말하다 보니 회장님 장기자랑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여직원들이 걸그룹 노래에 맞춰 춤도 춰야 했는데 그건 이제 안 한대요. 어느 병원이더라?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 시키면서, 걸그룹 춤추게 해서 난리 났었잖아요. 딱 그거 우리도 했었거든요. 그때 난리 나고 나서 이건 슬그머니 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예술을 사랑하는 회장님이 예술제를 없애지는 않으셨죠.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까 슬금슬금 다시 걸그룹 댄스 얘기가 나오는 것 같긴 한데…아휴 전 모르겠어요.
지난 6개월간 업무는 제쳐두고 회장님 코러스 연습을 하다 보니 '나는 누구인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제대로 못하면 잘리는 건 둘째치고 맞을 수도 있으니까…해야죠. 가끔 임원들도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회장실에 불려 들어가 '엎드려 뻗쳐' 하고 기합받고, 맞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임원들은 돈이라도 많이 받으니까 괜찮으려나…
아무튼 그 험난한 5개월이 지나, 드디어 오늘이 '예술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회장 노래하는데 뒤에서 코러스도 넣고, 춤도 추고, 손뼉도 치고, 회장이 쓴 시 낭독도 듣고, 그러다 보니 아침 9시에 시작한 예술제가 오후 5시가 돼서야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감사합니...다요!"
어휴 큰일 날 뻔 했어요. 우리 회사는 여직원이 말끝을 '다, 까'로 끝내면 난리가 나거든요. 무조건 '요'로 끝나야 한대요. 어떤 선배 말로는 "회장이 '다, 까'를 쓰는 군대식 문화 때문에 여직원이 금방 그만둔다고 생각해서"라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설마 정말 '다, 까' 때문에 여직원들이 그만둔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여직원이고 남직원이고 쓰는 말을 구분해놓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은 설마 전혀 하지 못하는걸까요?
이렇게 또 한 번의 예술제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한동안은 코러스 연습하느라 야근하는 일은 없겠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이제 연습 대신 이직을 알아봐야겠어요. 이곳에서의 신기한 경험들이 술자리에서 잘근잘근 씹어먹는 과거의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길…간절히 바라봅니다. 제발.
"갑자기? 지난주까지만 해도 별 얘기 없었잖아? 왜?"
"회장이 전화했는데, 샤워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대."
"아…"
또 이렇게 선배 한 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뭐 갑작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하루아침에 짐 싸서 나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거든요.
하도 짐 싸 들고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잦은 데다, 회장 마음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인사 발령이 나서 "회사인지 이삿짐센터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한 선배가 있을 정도니까요. 10년씩 근무한 직원이라도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하루아침에 짤리는 곳, 그곳이 우리 회사 입니다.
사실 조용히 '퇴사'를 당했다면 다행입니다. 맞지는 않았잖아요. 얼마 전에 회장이 직원을 때렸다가, 신고를 당한 적도 있었어요. 결국 회장이 돈으로 합의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나간 사람은 나간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일을 해야겠죠. 오늘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바로 1년에 두 번 있는 '예술제'가 열리는 날이에요. 지난 5개월을 야근까지 해가며 예술제 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예요. 다만 회사의 오너이신 회장님이 예술을 '매우' 사랑하시죠.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바로 이 예술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예술제가 얼마나 중요하냐면요.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도 예술 관련 전공이거나 경력이 있으면 바로 채용될 정도예요.
예술제에서는 뭘 하느냐고요? 음…회장이 노래를 부르면, 여직원들은 음악에 맞춰 탬버린도 치고, 코러스도 넣어주고 그래요. 남자 직원들은 악기도 연주하고 조명과 영상을 담당하기도 하고요. 아! 회장이 쓴 시를 낭독하는 시간도 있어요. 말하다 보니 회장님 장기자랑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여직원들이 걸그룹 노래에 맞춰 춤도 춰야 했는데 그건 이제 안 한대요. 어느 병원이더라?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 시키면서, 걸그룹 춤추게 해서 난리 났었잖아요. 딱 그거 우리도 했었거든요. 그때 난리 나고 나서 이건 슬그머니 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예술을 사랑하는 회장님이 예술제를 없애지는 않으셨죠.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까 슬금슬금 다시 걸그룹 댄스 얘기가 나오는 것 같긴 한데…아휴 전 모르겠어요.
지난 6개월간 업무는 제쳐두고 회장님 코러스 연습을 하다 보니 '나는 누구인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제대로 못하면 잘리는 건 둘째치고 맞을 수도 있으니까…해야죠. 가끔 임원들도 회장 마음에 안 들면 회장실에 불려 들어가 '엎드려 뻗쳐' 하고 기합받고, 맞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임원들은 돈이라도 많이 받으니까 괜찮으려나…
아무튼 그 험난한 5개월이 지나, 드디어 오늘이 '예술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회장 노래하는데 뒤에서 코러스도 넣고, 춤도 추고, 손뼉도 치고, 회장이 쓴 시 낭독도 듣고, 그러다 보니 아침 9시에 시작한 예술제가 오후 5시가 돼서야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감사합니...다요!"
어휴 큰일 날 뻔 했어요. 우리 회사는 여직원이 말끝을 '다, 까'로 끝내면 난리가 나거든요. 무조건 '요'로 끝나야 한대요. 어떤 선배 말로는 "회장이 '다, 까'를 쓰는 군대식 문화 때문에 여직원이 금방 그만둔다고 생각해서"라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설마 정말 '다, 까' 때문에 여직원들이 그만둔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여직원이고 남직원이고 쓰는 말을 구분해놓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은 설마 전혀 하지 못하는걸까요?
이렇게 또 한 번의 예술제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한동안은 코러스 연습하느라 야근하는 일은 없겠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이제 연습 대신 이직을 알아봐야겠어요. 이곳에서의 신기한 경험들이 술자리에서 잘근잘근 씹어먹는 과거의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길…간절히 바라봅니다. 제발.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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