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이커머스·물류… 작은 기업이 한번에 다룰 것 같은 사업들은 아니어 보이지만, 이 사업들을 모두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름하여 '아이씨비(ICB)'. 중국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알리페이'의 국내 공식 대행사로 이름을 알린 아이씨비는, 중국·동남아 역직구 배송을 위한 물류 서비스부터 무역 금융 서비스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쳐 가고 있다.
직원 90명과 함께 회사를 꾸려 온 아이씨비는, 올해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2020 워라밸 실천 기업'으로 선정됐다. 겉으로만 보면 금융 회사인지, 물류 회사인지 통 알 수 없지만, '워라밸'이 탄탄한 회사임에는 틀림 없다는 이야기. 그 정체가 알쏭달쏭한 아이씨비를 컴퍼니타임스가 낱낱이 파헤쳐 봤다.
◇ 모바일 결제에서 물류까지 한번에…연간 결제 금액 '2조' 육박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중국의 전자 결제 시스템이지만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이씨비가 중개자 역할을 하는 덕분이다. 아이씨비는 중국 관광객이 국내 상점과 쇼핑몰에서도 자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씨비의 모든 사업은 '크로스보더 비즈니스', 즉 국가 간의 거래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가장 큰 사업 분야는 '결제' 사업이다. 아이씨비는 중국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공식 대행사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국내 온오프라인 가맹점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고, 기술을 지원한다.
아이씨비와 알리바바그룹 소속 알리페이의 인연은 2013년부터다. 당시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는 전자결제 관련 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전에 만난 적 있는 알리페이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오다가, 알리페이가 '해외 결제'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씨비를 만들었다. 알리페이를 위한 국내 사업 모델을 고민하다가 '모바일 바코드 결제'를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었지만, 국내 상황은 전혀 달랐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었다. 알리페이는 무모한 제안에 화답했다. 그렇게 독점권을 따내 국내 관광지 면세점, 쇼핑몰, 편의점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려 나갔다. 이한용 대표는 "우리 직원들은 국내 핀테크의 불씨가 된 게 우리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당시 중국 모바일 결제를 한국에 도입했고, 가맹점을 늘려나가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물류'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다. 해외 소비자가 국내 기업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아이씨비의 물류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 거점까지 배송된다. 아이씨비는 이를 위해 관세나 세금 환급 등 복잡한 절차를 간단하게 해주는 결제·물류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또한 알리바바의 관계사인 차이냐오와 손을 잡고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결제'와 '물류'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국내 판매자에게는 돈을, 해외 구매자에게는 물건을 가져다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중국 등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결제는 물론 물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국가 간 거래를 기반으로, 전자결제부터 물류까지 전반에 걸친 전반적 서비스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아이씨비는 자사를 통한 연간 결제 금액이 1조 7000억 원 이상, 국제 물류 물동량은 약 130만 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결제 금액과 물동량이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 내에 8조 거래액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 수도 2013년 4명에서 현재 약 90명이 됐다.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씨비의 2016년 매출액은 79억 원에 그쳤지만, 2017년 118억원, 2018년 221억에 이어 2019년 285억 원을 달성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 급성장한 아이씨비, 직원들 평가는?
이렇게 급성장해 온 아이씨비, 직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아이씨비의 잡플래닛 총만족도는 3.1점. 워라밸 실천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업무와 삶의 균형'이 3.6점으로 가장 높았고, 복지 및 급여(3.5점), 사내문화(3.2점), 경영진(3.0점), 승진 기회 및 가능성(2.8점)이 뒤를 이었다.
아이씨비가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는 다양하다. 특히 직원들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지원하는 종합 건강검진은 기본이고, 사내 상주하는 헬스키퍼(마사지사)에게 업무 시간 중 언제든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육아'와 '출산' 관련 제도를 든든히 마련하고 있는 것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신한 직원은 2시간의 단축 근로가 가능하고, 출산 시에는 100만 원의 축하금과 50만 원 상당의 육아 용품을 지급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임신하고 출산한 근로자들 모두가 '단축 근로제'와 출산·육아 휴직을 사용했고, 이들은 전원 육아 휴직 후 복직해 근무하고 있다. 제도만 있고, 눈치 보느라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잘 쓰일 수 있게 제도를 구축했다.
아이씨비의 공식 근무 시간은 10시부터 18시 30분까지, 7시간 30분이다. 매월 2회는 5시 조기 퇴근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이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매월 5만원 씩 지급하는 출퇴근 교통비, 식당, 네일아트, 필라테스 등 넓은 범위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 포인트를 포함해 생활과 밀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연봉은 어떨까. 잡플래닛 연봉탐색기에 따르면, 1년차 직원은 2700만 원대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보인다. 3년차에서 3300만 원대로 뛰어오르고, 이후 8년차 정도에 4000만 원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상승은 아니지만, 꾸준한 상승 폭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제 리뷰에서도 "복지가 대기업 수준"..."사업 모델 아쉽다"는 평가도
실제로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전·현 직원들은 아이씨비의 복지제도에 후한 평가를 남겼다. "복지가 대기업 수준. 식대는 대기업보다 더 많이 지원해 주고 회식비도 짱짱하다.", "중소기업 치고는 복리후생 아주 좋음. 사내 카페, 조기 퇴근, 생일자·기념일 챙겨줌" 등의 평가에서 진심이 우러난다.
'경영진'에 대한 좋은 평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경영진 마인드", "경영진이 직원 복지나 가족 같은 분위기 형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경영진에서 직원을 많이 신경써 주고 그게 느껴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복지와 경영진에 대한 좋은 평가와 별개로, 사업 모델에 관한 아쉬움을 호소하는 리뷰도 보였다. 중국 의존도가 높고, "사업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등이 아쉬운 점으로 언급됐다. 인사 체계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보였다. 이한용 대표는 "신사업에 계속 투자하고 뛰어들다 보니 조직에 변동이 많아서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직원도 버려두지 않고 최대한 함께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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