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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기업분석보고서] 우아한형제들① 우리 민족 넘어 글로벌로 간다

2021. 02. 03 (수) 14:34 | 최종 업데이트 2021. 02. 03 (수) 17:43
"여러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한 10년 전쯤이면 백의민족이나 동방예의지국 같은 단어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그날 이후, 한국인이라면 자동으로 이렇게 읊조리지 않을까? "배달의 민족"이라고. 
◇ 3000만원에서 4조7500억원짜리 회사가 되기까지 
대한민국 대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설립됐다. 당시 자본금 3000만원, '배달음식 전화번호(전단지)' 모바일 안내 서비스로 출발한 회사는 설립 10년여만에 5370억원(2019년 기준)의 자산을 보유한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우아한형제들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며 책정한 기업 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 국내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우아한형제들은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공략에 나선다. 설립자 김봉진 의장은 DH와 기업 결합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 시장 정복"의 큰 그림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조건부 승인을 계기로 두 회사는 '우아DH아시아'를 만들어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10년 뒤를 생각하니 답답…가볍게 만들어봤는데 '배민'"
우아한형제들을 얘기할 때 김 의장을 빼고 말하기는 힘들다. 우아한형제들의 시작과 성공은 김 의장의 철학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철학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나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10년만에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낸 김 의장이지만,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다 가구 디자인을 해보고싶어 가구점을 시작했다가 '쫄딱' 망해 급하게 다시 취업을 했다. 당시 들어간 회사가 네이버다. 

"마지막 회사는 네이버, 그곳에서 충격적으로 느낀 점이 있었죠. 10년 차 정도라 좀 더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배민다움> 중에서) 

새로 들어온 디자이너들과 비교해봤더니 10년 차인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더란다. 포토샵 단축기를 빠르게 누르는 정도가 장점이었단다. 답답한 마음에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표를 내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 '배달의 민족'이다. 

"2009~2010년 앱 스토어 붐이어서 개인들, 심지어 고등학생이 만든 서울 버스라인 앱도 화제가 되고 그랬잖아요. 저희 배민도 그런 앱 중 하나였어요."  (<배민다움> 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6개월 간 준비해 출시한 배민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이틀 만에 1위를 했다. 6개월 뒤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됐다. 상품을 만들어 내놨으니 이제 시장에 이를 알릴 차례.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 배민표 'B급 문화' 시작은 '넉가래'였다? 
"어느 날 눈이 되게 많이 왔어요. 장난 비슷하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경품으로 눈 치우는 도구인 넉가래를 준다면 사람들이 응모를 할까?'" (<배민다움> 중에서) 

결과는 대성공. 심지어 당첨 고객에게 넉가래를 보내겠다고 하니 재미로 했으니 안받아도 된다고 했단다. 이렇게 '키치'하고 '패러디'를 컨셉으로 하는 이벤트들이 이어졌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등 광고가 나올 때마다 20~30대들 사이에서는 소란스럽게 이슈가 됐다. 경희를 내세운 광고는 '1000명의 경희 프로젝트'로 확장돼 여진이, 효정이, 서현이, 혜수, 나영이 등등 먹을 때가 제일 예쁜 온갖 이들의 이름이 버스 광고판을 타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유는 하나다. 재미있었다.  

"앱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배달음식은 누가 시키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어요.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모임의 막내가 시키죠. 그러다보니 20~3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 주문을 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 코드를 담자고 생각했죠. 홍대문화나 B급 코드에 익숙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고요. 늘 어울리는 복학생 형이나 편안한 동네 형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배민다움> 중에서) 

우아한형제들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배민스러움'이라고 표현되는 독특한 기업 문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B급 감성'을 담은 각종 광고, 배민신춘문예나 치믈리에 자격 시험 등을 통해 시시때때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달앱 회사가 글씨체를 만들어 무료로 뿌리기도 했다. 이게 뭔가 싶지만 덕분에 배민이라는 브랜드명 없이 글씨만 봐도 '배민이구나' 알 수 있게 됐다. 

아이돌도 아닌데 팬클럽(배짱이)이 결성되고, 잡지(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F')를 출간하고, 먹고 노는 페스티벌(ㅋㅋ페스티벌)을 열었다. 역시나 배달앱 회사가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데 이 모든 과정들이 모여 배민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확고해졌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TV광고로 정점을 찍었다. 전국민이 다 아는 배달 앱이 됐고, 2015년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을 수상했다. 2위가 범접할 수 없는 1위의 탄생이다. 
◇ 회사 설립 10년만에 연간 거래액 '5조원' 
세간의 관심과 화제는 매출로 이어졌다. 2016년 연간 거래액이 1조 원을 넘어섰고, 누적 주문수는 2억 건을 돌파했다. 그해 매출액 849억 원, 영업이익 25억 원, 당기순이익 27억 원을 기록하며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이듬해 영업이익은 217억 원. 흑자를 내자마자, 1년만에 10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9년 우아한 형제들은 연결기준 매출액은 5654억 원(별도기준 5611억 원)을 기록했다. 배민을 통한 자영업자 연간 거래액은 5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흑자를 기록한지 4년만에 영업손실 364억 원(별도기준 8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광고·마케팅,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 등이 늘면서 매출액은 전년대비 80%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89억 원 줄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에 대해 "2019년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 경쟁력과 경영 노하우를 축적한 한 해였다"고 평가하며 "2020년은 건전한 성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 배달앱 회사가 로봇도 만들고 웹툰도 만들고…"이유가 있어요" 
사실 신사업 분야로 공격적인 확장을 한 것도 수익 구조가 악화된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은 인수합병(M&A)를 통해 사업 분야를 넓혀갔다. 이를 통해 우아한청년들(배민커넥트), 우아한신선들, 웍스앤플레이, 푸드테크, 두바퀴세상 등 자회사를 두고 신사업을 꾀했다.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시도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자회사는 우아한청년들과 푸드테크, 해외법인 정도다. 배민찬 서비스를 제공하던 우아한신선들은 2018년 141억원 가량의 손실을 낸 뒤 결국 문을 닫았다. 문을 닫던 당시 회사 내 남은 자본보다 부채가 더 컸다. 푸드테크는 2018년 32억 원, 2019년 16억 원 적자를, 베트남에서는 1년여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2019년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286억 원)다.  

알려지지 않은 실패는 더 많다. 기업대상 법인결제 모델, 대학생에게 매일 학교 식당 메뉴정보를 알려주는 캠퍼스밥, 야구를 보면서 치맥을 시켜먹을 것이라는데서 착안한 스포츠 생중계서비스도 했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타석에 계속 올라가서 스윙을 해야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오고, 번트라도 나오니까요.…창업한 회사가 오래 갈 수 있는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사업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실제 대부분 잘되는 회사들은 첫 번째 모델만으로 가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모델이 따라붙어 줘야 해요." (<배민다움> 중에서) 

이런 이유로, 그동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배민은 계속 도전 중이다. 2019년에는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주문 즉시 배송하는 'B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통해 콘텐츠 사업도 한다. 로봇도 만든다. 이미 서빙 로봇을 만들어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고,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요리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수원 광교앨리웨이에서 시범서비스 중인 딜리드라이브/사진=우아한형제들
 
◇ "2021년은 아시아 정복의 해…금발의 미녀와 함께 일 할 수 있을까?"
2019년 말 우아한형제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경쟁사인 DH에 주식 88%를 팔면서, 한 가족이 되기로 한 것. 국내 1위 업체가 외국계 기업에 팔린다는 소식에 "우리 민족이 알고보니 게르만 민족이었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을 이유로 설명했다. 

DH는 오랜시간 공들여 온 국내 2위 배달앱인 '요기요'를 팔면서까지 배민을 선택하기로 했다. DH는 공정위 결정에 따라 최대 1년 안에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형태의 계약이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아한형제들이 DH의 주요 한 축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한다. 글로벌 배달업계의 가장 큰 시장인 아시아를 사실상 김 의장에게 맡긴 것과 다름 없다는 것. DH는 배민의 'B급 감성'을 중심으로 한 노하우가 아시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봤다. 실제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이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2021년 1월 싱가폴에 합작법인인 우아DH아시아(WOOWA DH ASIA PTE. LTD.)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김 의장이 합작법인의 의장 겸 이사를 맡았다. 우아DH아시아는 DH 자회사인 푸드판다를 운영 중인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홍콩, 일본,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및 태국 지역과 함께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 베트남, 일본 지역 등 아시아 14개 나라를 총괄할 예정이다.

"'금발의 외국인 미녀와 일하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는데, 여기서 금발의 외국인 미녀는 진짜 미녀가 아니라 글로벌 인재란 뜻이에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에 국내 인재들이 취업하는 것처럼 해외의 유능한 인재들이 배민에서 일하고 싶어서 한국으로 올 만큼 회사가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지요…그 친구 마음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고자 워크숍에 금발의 미녀를 초빙하는 이벤트를 했어요. 대표인 제가 직접 금발 가발을 쓰고 금발 미녀로 분장했죠."  (<배민다움> 중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성장을 준비 중인 우아한형제들. 이제 금발 가발을 쓴 김 의장이 아닌 진짜 금발의 글로벌 인재와 일할 날이 가까워 온 것은 아닐까? 우아한형제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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