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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아침마다 강제 '개그 발표'시키는 우리 회사
[논픽션실화극] 아침 조회 시간에 '유우머'를…압존법에 다나까까지?
2021. 05. 17 (월) 17:32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7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다음 주면 내 차례가 온다. 부담이 돼 밤잠을 설쳤다. 회사에서 하는 이런 이벤트(?)는 나 같은 내향형 인간에겐 고역이다. 아니, 사실 이미 모두에게 고역인지도 모른다.
"남성 그룹 2AM이 가위바위보 할 때 가위랑 주먹만 내는 이유는?"
"..."
"죽어도 못 보내"
피식거리는 소리가 군데군데서 새어 나오다가, 몇몇 착한 직원들의 마지못한 웃음과 박수가 나온다. 회식 자리에서 나온 부장님의 '아재 개그'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이건 우리 회사의 아침 조회 모습이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고오급 유우머'를 발표한 김 대리는,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출근 시간 30분 전 시작하는 회사의 아침 조회. 우리 회사는 이걸 '문화'라고 부른다. 일단 30분 일찍 출근시키는 것만 해도 이상한데, 조회 시간마다 모든 직원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개그 발표'를 해야 한다니.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은 탓에 '퀴즈'를 내거나 '글쓰기 발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억지로 하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대표는 '직원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아침 조회를 하는 거라고 매번 말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나. 취지는 참 좋아 보이지만.. 정작 그 시간이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조회 시간 대표의 '한마디'는 10~20분이 기본인 데다가, 입밖에 내기 민망한, 애사심을 주입시키는 우리 회사만의 '구호'도 크게 외쳐야 한다. 목소리가 작으면 다시 해야 하니까 한번에 크게. 대표님, 이런다고 없던 애사심이 생기던가요…? 이에 더해 대표의 훈시(?)는 저격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들로 가득하다. 혹시라도 그의 레이더망에 걸려들면 모든 직원이 다 듣는 앞에서, 일종의 공개 저격을 당하는 셈이다.
이런 문화가 어디서 비롯된 것일지는 회사에 조금만 다녀 봐도 유추가 가능하다. 한번은 대표 앞에서 대리를 '대리님'이라고 했다가, 다른 상사에게 불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대리'가 '대표'보다 높은 사람이냐며… 그렇다. 요즘 군대에서도 안 쓴다는 압존법이다. 하도 억울해서 국립국어원에 질문까지 해봤다. 압존법은 가족관계에서는 적용할 수 있지만 가정 밖 사회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다고 하더라. 이런 걸 알기는 할까.. 아, 다·나·까 말투는 너무 당연해서 언급조차 까먹을 뻔했다.
컨셉을 분명히 하면 좋겠다. 평소엔 군대 같다가, 아침 조회 때는 사이 좋은 (척하는) 개그동아리 같다가, 일할 땐 일일이 간섭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학교 같다가… 그저 평범한 회사일 수는 없는 걸까. "월급 안 밀리고 나온다", "연차 쓸 수 있다"를 회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괜히 처량해지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남성 그룹 2AM이 가위바위보 할 때 가위랑 주먹만 내는 이유는?"
"..."
"죽어도 못 보내"
피식거리는 소리가 군데군데서 새어 나오다가, 몇몇 착한 직원들의 마지못한 웃음과 박수가 나온다. 회식 자리에서 나온 부장님의 '아재 개그'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이건 우리 회사의 아침 조회 모습이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고오급 유우머'를 발표한 김 대리는,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출근 시간 30분 전 시작하는 회사의 아침 조회. 우리 회사는 이걸 '문화'라고 부른다. 일단 30분 일찍 출근시키는 것만 해도 이상한데, 조회 시간마다 모든 직원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개그 발표'를 해야 한다니.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은 탓에 '퀴즈'를 내거나 '글쓰기 발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억지로 하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대표는 '직원들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아침 조회를 하는 거라고 매번 말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나. 취지는 참 좋아 보이지만.. 정작 그 시간이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조회 시간 대표의 '한마디'는 10~20분이 기본인 데다가, 입밖에 내기 민망한, 애사심을 주입시키는 우리 회사만의 '구호'도 크게 외쳐야 한다. 목소리가 작으면 다시 해야 하니까 한번에 크게. 대표님, 이런다고 없던 애사심이 생기던가요…? 이에 더해 대표의 훈시(?)는 저격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들로 가득하다. 혹시라도 그의 레이더망에 걸려들면 모든 직원이 다 듣는 앞에서, 일종의 공개 저격을 당하는 셈이다.
이런 문화가 어디서 비롯된 것일지는 회사에 조금만 다녀 봐도 유추가 가능하다. 한번은 대표 앞에서 대리를 '대리님'이라고 했다가, 다른 상사에게 불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대리'가 '대표'보다 높은 사람이냐며… 그렇다. 요즘 군대에서도 안 쓴다는 압존법이다. 하도 억울해서 국립국어원에 질문까지 해봤다. 압존법은 가족관계에서는 적용할 수 있지만 가정 밖 사회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다고 하더라. 이런 걸 알기는 할까.. 아, 다·나·까 말투는 너무 당연해서 언급조차 까먹을 뻔했다.
컨셉을 분명히 하면 좋겠다. 평소엔 군대 같다가, 아침 조회 때는 사이 좋은 (척하는) 개그동아리 같다가, 일할 땐 일일이 간섭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학교 같다가… 그저 평범한 회사일 수는 없는 걸까. "월급 안 밀리고 나온다", "연차 쓸 수 있다"를 회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괜히 처량해지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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