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잡플래닛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회사 평가가 이어졌다. 과연 어떤 회사들이 일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을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상반기 결산.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잡플래닛에 남겨진 각종 기업 평가를 토대로 '일하기 좋은 회사'를 찾아봤다. 총만족도를 바탕으로 한 종합 순위부터, △급여·복지 △워라밸 △사내문화 △CEO 지지율 △성장 가능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회사들을 공개한다.
더 나은 회사를 찾는 직장인이라면,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를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관리자라면 주목!
직장생활하면서 돈보다 중요한 게 있겠냐고? 없다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입사할 기업을 고를 때 연봉보다 '워라밸'을 중시하니까.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성인남녀 18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71.8%는 '연봉이 적어도 워라밸이 좋은 기업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당연해져서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주52시간제 도입에 관한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워라밸이 대체 뭐길래!' 한탄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2021년 상반기 결산을 준비했다. 올해 상반기, 전·현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기업 평가를 토대로, 워라밸 우수 기업을 10위까지 추렸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외국계 기업별 순위도 정리했으니 찬찬히 살펴보자.
"자유로운 연차와 유연근무제. 코로나에 예민한 편이라 재택근무 지원이 잘됨"
"연차는 당연 그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건 정말 눈치 안 봄"
카카오뱅크가 워라밸 점수에서 4.15점을 기록하며 대기업 중 9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기존의 은행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급성장해, 오는 8월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2021년 상반기 총만족도 또한 3.79점으로 높은 편. 카카오(4.24점)·카카오엔터프라이즈(4.21점)와 함께 대기업 워라밸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중 평가를 남긴 전·현 직원들은 "근무제도가 좋고 재택(근무) 활성화", "연차, 보건 휴가 눈치 안 보고 씀", 유연근무제나 자유로운 휴가사용 등 워라밸이 매우 좋은 편"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워라밸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리뷰를 남긴 카카오뱅크의 한 현 직원은 "커리어와 워라밸을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라며 회사를 호평했다. 몸집이 커져도 직원들의 워라밸을 계속 고려해주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워라밸이 좋음. 칼퇴 가능. 연차 사용이 쉬움. 은근 복지가 좋음"
"워라밸을 외치는 회사는 아니지만 야근이 없고 퇴근 시간 2~3분 내에 다들 일어나서 눈치 안 보임"
푸근한(?) 이름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 '장수농가'가 4.27점으로 중견·중소기업 4위를 기록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셀티바'를 전개하고 건강주스 등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직원 수가 40명이 채 안 되지만 지난해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강소기업이다.
장수농가의 전·현 직원들은 눈치보지 않는 '칼퇴 문화'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들은 올 상반기 "워라밸이 보장되며 자유로운 연차 사용", "워라밸이 보장된 기업"이라는 평을 남겼다. 한 현 직원은 "워라밸을 외치는 회사는 아니지만 분위기 자체가 야근이 없어 (중략) 퇴근 시간 2~3분 내에 다들 일어나서 눈치 안 보임"이라며 회사 분위기를 설명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엿보이는 디테일한 증언(?)을 보는 재미도 있다. 전·현 직원들이 남긴 리뷰에 따르면, 지난 4월 진행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2시간 늦게 출근하도록 했고, 징검다리 연휴에는 연차 소진 없이 휴무를 진행한 적도 있다고. 이런 건 전국의 사장님들이 좀 보고 배우셔야겠다.
"휴가 사용이나 자율 출퇴근제 등이 잘 지켜져 워라밸이 정말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함."
"연차 눈치 없이 쓸 수있고 자율 출퇴근제다. 워라밸 짱짱"
O2O(Online-to-Offline) 커머스 플랫폼 SK플래닛이 4.34점으로 대기업 2위에 올랐다. 같은 그룹사인 SK텔레콤이나 하이닉스처럼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 누구(NUGU), 'OK캐쉬백'이나 '시럽 월렛' 등을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알짜' 기업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도 본래는 SK플래닛의 서비스였다가 2018년 분사했다.
'워라밸'하면 떠오르는 '자율출퇴근'이나 '눈치보지 않는 연차 사용' 등은 기본이다.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 본사가 있는 판교와 서울 각지를 잇는 '통근버스'도 지원한다고. 전·현 직원들은 "워라밸을 위해 회사에 바라는 점을 알려주세요"라는 잡플래닛 프리미엄 리뷰의 질문에, "최고입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대로 유지만 되게 해주세요", "워라밸 관련해서는 특별히 할말이 없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회사예요"라는 다소 배부른 답변(?)을 남겼다.
"여의도 한강뷰가 멋지고 워라밸을 정말 잘 챙길 수 있다"
"연차를 윗사람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고, 전체 연차 사용일 등 휴무가 보장되어 있고, 탄력적 근무제도가 매우 좋음"
외국계 회사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 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워라밸'이 잘 지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그런 의미에서 외국계 대망의 1위 '소니코리아'를 소개한다. 워라밸 점수는 무려 4.39점. 2021년 상반기 총만족도 또한 3.86점으로 높은 수준이다. 소니코리아는 소니의 한국 법인으로, 헤드폰·이어폰 등 음향기기나 카메라 등 소형 가전을 취급하고 있다.
(부서마다 다르다는 리뷰가 있긴 하지만) 야근 강요도 거의 없고,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해도 '분 단위'로 수당을 지급한다고 한다. 한 현 직원은 "자리에 남아 있으면 오히려 퇴근 시간 지났는데 왜 안 가냐고 물어봄"이라는 평을 남겨 소니코리아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여름 휴가는 5일 별도에, 매월 하루씩 연차 사용을 권장하기 때문에 '쉬는 분위기'가 잘 조성된다는 평가도 있다. 리뷰에 자주 언급된 키워드인 'flexible'에서 소니코리아의 남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업무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가능. 연차를 마음대로 써도 눈치 볼 일 없어요"
"일하는 시간, 장소 자유롭게 선택"
2021년 상반기 종합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살다'가 워라밸 전체 2위, 중견·중소기업 1위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현 직원들에게 워라밸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살다는, 아파트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 '잘살아보세'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워라밸 분야 점수는 4.47점.
올해 상반기 잡플래닛에 리뷰를 남긴 살다의 현 직원들은 '코로나와 상관 없이' 재택근무가 자유롭고, 책임에 기반한 자율 출퇴근이 가능하다며, 회사의 워라밸에 높은 평가를 남겼다. 지난 1월 리뷰를 작성한 살다의 한 직원은 "회식 참여 조차도 자유로울 정도로 회사 내 문화가 상당히 자유롭다"고 평했다. 또 다른 현 직원은 "워라밸을 위해 회사의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알아서 지킬 수 있는 체계이기에 바라는 점 없음"이라고 남겼다.
"구석에 위치해 있지만 워라밸이 지켜지는 곳"
"모든 직장인들이 원할 만한 워라밸이 확실한 회사"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공기업 이름이 안 나오면 서운하다. '워라밸' 순위에서도 전체 1위는 공기업이다. '한국중부발전'이 4.69점으로 전체 기업 워라밸 1위에 올랐다. 한국중부발전 본사는 보령에 위치해 있고, 서울·세종·서천·원주·인천·제주 등에 발전본부를 두고 있다. 물론 서울·인천으로 발령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직원들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은 모두가 입을 모아 일하기 좋다고 말하는 '발전소'들 중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고 한다. 전·현 직원들은 "공기업답게 극강의 워라밸을 보여주고 있음", "각종 행사들 의무 참여가 아니라 자율성 보장됨", "모든 직장인들이 원할 만한 워라밸이 확실한 회사"라는 평을 남겼다. 가장 호평 일색인 제도는 '유연근무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다른 날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12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지역 근무라는 뼈아픈 단점도 '워라밸'과 '연봉'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는 평도 눈에 띈다. '여성 친화적인 회사'라는 평가 또한 워라밸을 실감케 한다. 한 현 직원은 "내 인생 최고로 불릴 만한 회사다. 무조건 이곳으로 오세요. 절대 후회 안 합니다"라는 리뷰를 남겼다. 선생님, 저라고 안 가고 싶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