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스타트업 대표의 폭언과 무시, 어떻게 대처하죠?

[별별SOS] 44. 퇴사 앞두고 있는데 증거도 없고 고민돼요

2023. 01. 03 (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5년 차에 접어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문제는 외부에서 문제점을 듣고 오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을 퍼붓고 무시하기 일쑤인 대표인데요. 바깥에서 들은 얘길 더 신뢰하고 직원들은 능력 없고 하찮은 존재 취급해요. 실수를 하면 수습 가능한 일인데도 회사를 우습게 본다며 몰아세우고 협박하거나, 물건을 던지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고요. 폭언 사례는 입에 담기 힘든 것들이 더 많아요.

퇴사조차 힘든 곳인데요. 이직 사실을 알리는 순간부터 당사자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인수인계로 괴롭혀요. 당장 인수인계서를 달라고 독촉하고 안 되면 무능력하다고 화내요. 내부뿐만 아니라 거래처에까지 이직할 사람을 흉보고, 퇴사할 직원과는 말도 섞기 싫은지 같이 일하는 팀원까지 괴롭혀요. 나가는 직원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계속 물어보면서 챙기라고 압박하거든요. 그때문에 팀원은 정작 해야할 업무를 못하고 퇴사자는 인수인계를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려요.

대표가 단톡방에 나타나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너무 힘들어서 근무한지 3년 차가 되는 시점을 앞두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언어폭력으로 신고하고 싶어도 증거도 없고 같이 대응하자니 남은 팀원들이 힘들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직원들 중 여기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보니 신경이 쓰이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걸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대표의 행동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해당해요. 폭언 수위가 심각하다면 폭행죄가, 다수 앞에서 폭언을 했다면 명예훼손 혹은 모욕죄에 해당하는데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연을 보면, 전문가가 아니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의 인격장애 혹은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되는 상황 같아요. 찾아보니 물건을 던지고 이유없이 짜증내고 사소한 일에도 공격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증상들이 해당되더라고요.

또 수치심도 분노와 연관이 있었는데요. 외부의 의견만 중시하고, 직원이 거래처에 한 실수에 정도 이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는 설명에서 외부의 시선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직원의 잘못으로 수치심을 느껴서 분노한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치심에 대해 조금 찾아봤는데요.

휴스턴대학교 교수로 심리전문가인 브레네 브라운이 쓴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보면 “수치심은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고, 이는 자신이 문제가 있고 쓸모 없어서 남들한테 외면당하고 무리에 소속되지 못하는 두려움”이라고 정의해요.

수치심과 비난의 문화에서는 분노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노는 수치심, 모욕감,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 슬픔 같은 여러 감정과 저마다 다른 다양한 경험에 의해 일어난다. 수치심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비난하고 분노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힘과 권위의 감정인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쓸모없거나 무능력하다고 여겨지는 수치심을 회복하려고 한다는 건데요. 화를 내면 통제력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절대 옳지 않은, 미성숙한 방법이란 건 우리 모두 공감할 것 같아요. 분노의 대상이 되는,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게 크기 때문인데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2022년 12월 7~14일 진행)한 결과 2022년에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28%였다고 밝혔어요. 대응방법(중복응답)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응답이 73.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3.2%), ‘회사를 그만뒀다'(22.1%)고 해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처럼 대응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또다른 차원의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더라고요. 가해자와 대면하거나 그들이 면피하려는 주장 혹은 논리 때문에 상처도 다시 한 번 받게도 되고요. 돈 때문에 합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고 지쳐서 그만두는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만약 신고하고 싶다면 ‘녹취'는 필수적으로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퇴사 전까지 최대한 대표의 폭언을 녹음해두고 단톡방에서 정신적 고통을 줄 만큼의 심각한 폭언이 있다면 캡처해두는 등 자료 확보를 해서 대응하셔야 할 것 같아요. 증거가 지금처럼 없는 상태에선 대표의 괴롭힘을 입증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대응하기 전에 남아서 일할 팀원들의 생각도 살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만의 일'이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동료들의 증언이 필요한 일이라면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좋게 잘 지냈고 다들 같은 마음일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더라고요.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간의 입장 차이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특히 사회초년생이라면 경험이 부족한 만큼 또 다른 피해를 입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경력자들에 비해 큰 경우가 많았어요. 스스로는 그 문제로부터 상관없거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증언 부탁을 받으면 피해자가 된 것만 같아져서 거부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반대로 대응하지 않는 결정을 한다고 해도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것보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부분은 별별이님이 인지 못하는 사이 생겼을 트라우마인데요. 폭언 당한 경험이 무의식 중에 마음을 많이 다치게 했을 거예요. 교통사고 보면 처음엔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씩 증상이 나타나잖아요. 그처럼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도 그 마음을 잘 돌아보시고 생채기가 깊어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살펴봐 주시면 좋겠어요. 아무쪼록 이직하실 새로운 직장에서는 지금 같은 일을 더 겪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대표가 단톡방에 나타나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힘든데 3년이나 버티셨다니, 별별이님이 얼마나 책임감과 끈기있는 분이신지, 글만 봐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직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괴롭힘이 심해지는 곳이라니, 별별이님의 퇴사는 순조롭게 이뤄질까 걱정도 됩니다. 아무쪼록 무사히 안전이별 하시길 바랍니다. 

퇴사를 앞두고, 이대로 나가도 되는걸까 걱정이 되시는 것 같아요. 남은 구성원들은 여전히 대표에게 괴롭힘을 당할텐데 그냥 나가자니 마음에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한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시는 것 같고요.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사내 메신저, SNS 등)에서 이뤄진 모욕감을 주는 언행 등은 분명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또 퇴사한 사람도 신고를 할 수 있어요. 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서,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거든요(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 

그동안 대표의 괴롭힘으로 마음이 힘들었고, 그래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생각나 힘들 것 같다면, 퇴사 직전까지 증거를 수집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누군가에게, 특히나 권력관계 아래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기억은 꽤 긴 시간 마음에 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증거가 없다면 지금부터 녹음을 할수도 있고, 단톡방에 남긴 메시지들에 욕설이나 폭언이 있다면 역시 증거가 될 수 있고요. 

어느 정도 수위였는지에 따라 처벌은 달라질 거예요. 직장 내 괴롭힘이 명예훼손, 모욕, 협박, 폭행 등 범죄 행위에 해당된다면 형사상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볼 수 있어요. 또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도 있죠(산재보험법 제37조) 

하지만 이를 신고하고 대응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입증해내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꽤 긴 시간 이 문제로 시달려야 할 수도 있고, 신고를 하더라도 별별이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별별이님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별별이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별별이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옳고 그른 것, 정답 같은 건 없을 것 같아요. 별별이님의 마음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분명한 건, 잘못은 자신의 권력을 부당하게 휘둘러 구성원들을 괴롭힌 대표에게 있다는 것, 별별이님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잘못은 아니라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별별이님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별별이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