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내 이름은 미스땡이 아닌데 자꾸 미스땡이라 불러…"

[별별SOS] 64. 이직 3개월째라 퇴사해도 될지 고민이에요

2023. 06. 08 (목) 13:31 | 최종 업데이트 2023. 09. 22 (금) 12:45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연봉이 더 많아서 이직했는데, 생각과 다른 점이 많았어요. 먼저 근무시간인데요. 입사한 후에야 통상 근무시간인 8시간보다 한 시간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걸(오전 8시~오후 6시) 알게 됐어요. 물론 정시퇴근은 고사하고 빨라야 오후 6시 30분, 늦으면 8시 퇴근이 일상이에요.

화장도 지적해요. 아이라인을 그렸더니 화장이 세니 하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안 했더니 연하게는 해야 한대요. 상의는 바지에 넣어 입으라고 하질 않나, 매주 수요일엔 강제로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10분 안팎까지 예배에 참석시켜요. 자리도 2번이나 옮겼어요. 상사가 바깥 자리가 편하대서 옮기고 있었더니, 회장님이 안쪽엔 남자가 있는 게 보기 좋다며 '미스O'(성씨)이 잘못한 거라고 지적해서요. 출근 때 밝게 인사 했더니 다른 사무실까지 인사 다니라셔서 그러고 있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디자인팀이 없는데 그게 제 일이 됐어요. 전 마케팅 담당자인데 말이에요. 결과물이 전문가 수준일 수 없는데 뭐라고 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도 쓰게 해요. 심지어 브랜드 공식 SNS 계정에 본인 가족 수상 소식을 올리라고도 해요.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이 쌓이다 보니 지쳐요. 일을 잘하는 것보다 말 잘 듣는 게 나은 회사인 것도 그렇고요. 그만두고 싶은데 이직 3개월째라 너무 빨리 그만두는 것 같아 좋지 않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보내주신 사연을 보면서 면접 볼 때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졌어요. 공고와 다른 근무시간, 선넘는 용모 지적, 강요된 예배에 90년대에나 볼 법한 호칭, 상식을 과하게 넘는 넓은 업무 범위 등 많은 부분에서 구시대적인 사내 문화를 갖고 있다면 면접 질문이든 면접관의 태도에서 읽을 수 있는 시그널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쎄한' 회사는 면접에서부터 보인다)

면접볼 때 사무실 분위기나 직원들의 표정, 일하거나 회의하는 모습, 내부 사무실 집기류 배치, 화장실 상태, 사무실 입지나 건물 상태 등도 간접적이지만 회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시그널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외관 꾸미기에만 치중하는 회사도 문제지만요.

또 연봉 협상 과정이나 입사 첫 날의 분위기에서도 '쎄함'을 읽을 수 있어요. 법으로 규정된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거나 미룬다거나,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연봉계약서만 들이민다거나 하는 것들도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어요. 이럴 땐 새롭게 다닐 회사를 구할 동안 금전적으로 버틸 자신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돌아나오는 것도 방법이고요.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숫자로 보이지 않는 지표가 의외로 진실을 말해줄 때가 있거든요. 다음 이직을 하실 때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먼저 말씀드린 얘기였어요. 왜 다음 이직을 말하냐고요? 별별이님의 모든 상황들이 '이직'을 해야 한다고 가리키고 있거든요. 거를 타선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피해갈, 그러니까 현재 회사에서 버틸 이유가 없어 보여요. 그걸 별별이님께서도 알고 계신 것 같고요.

다만 다음 이직 때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 되시는 건데, 3개월이면 보통 회사에서도 서로 맞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잖아요. 경력직도 요즘은 3개월 수습 기간을 두는 곳이 늘고 있고요. 

3개월 간 일한 터라 경력기술서에 넣긴 애매하고, 그랬을 때 3개월의 공백기가 생긴 듯 보이잖아요. 이걸 보고 면접볼 때 뭘 했는지 물을 때가 걱정되실 것 같아요. 안 물어볼리가 없는 질문이니까요. 이때는 감정과 의견을 뺀 사실만 잘 얘기하면 될 것 같아요. 

가장 답하기 좋은 건 불법성이 있음직한 부분들인데요. 예배 강요는 헌법 제20조에 기재된 종교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업무 시간을 침해하는 것도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볼만한 부분이니 이유로 말하기 괜찮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커리어'를 중심으로 얘기하면 가장 좋지 않을까 해요. 현재 회사에선 마케터로서 역량을 펼칠 기회가 부족하잖아요. 직장과 성장, 커리어는 언제나 연결돼있고, 커리어를 고민한다는 건 일을 잘하려는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이직 전 직장에서 2년 넘게 성실히 일하셨는데 이번에 전과 다른 결정을 했다는 건, 이유 없이 그만두지 않았을 거라는 신호가 되기도 하고요.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 여기는 회사라면, 또 괜찮은 사내문화를 보유한 회사라면 별별이님의 3개월은 이직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니 스스로를 믿고 이직 준비 잘하셔서 좋은 회사로 잘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7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지난 3개월간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셨을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은데요. 저 역시 이직 후에 사내문화와 업무 범위 등이 생각과 달라 당황했던 경험이 있어요. 애석하게도, 입사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죠.

보통 지원한 회사에 최종 합격해 입사하게 되면, 3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요. 근로자가 업무 능력을 훈련하고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을 두는 건데요.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진 않는지, 조직과 핏(Fit)이 잘 맞는지 살피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죠.

해당 기간동안 근로자도 마찬가지로 이 회사가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재직할 수 있는 곳인지 냉철하게 따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조기 퇴사를 너무 쉽게 결정해선 안 되겠지만, 커리어에 마이너스가 될 요인이 많거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극심하다면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답일 테니까요.

별별이님의 상황을 살펴보면, 제삼자가 판단하기에도 퇴사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무척 많아요. 중요한 근로계약 사항 중 하나인 '근로 시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라든지 꾸밈노동과 종교활동을 강요하는 등의 사례를 보면, 회사가 근로자의 권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특히 담당 업무가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보여요. '마케터'라는 직무 안에 내포된 업무는 워낙 방대하죠. 그래서 더더욱 본인이 어떤 강점을 지닌 마케터로 성장할 것인지 커리어 목표를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의 마케터들도 회사에서 넓은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안에서도 본인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더라고요. 이직할 회사를 고를 때 본인의 핵심 역량을 성장시킬 기회가 있는 곳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요.

연봉 등의 처우도 중요하지만, 입사 후 매일 맞닥뜨리게 되는 건 내가 맡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면접 때 담당 직무에 대해 충분히 묻고 답하는 과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다면 어떤 업무를 메인으로 맡아서 하게 되는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등이요. 면접에서 회사만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도 회사를 꼼꼼히 따져보고 평가해 봐야 한다는 거죠.

이직 3개월째에 퇴사하면 안 좋게 보일까봐 걱정이라고 하셨는데요. 업무적인 측면에서나 사내문화 측면에서 봤을 때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회사를 퇴사했다고 해서 이를 나쁘게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새로 이직할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신다면 면접관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퇴사 사유를 이성적으로 차분히 설명하시면 될 듯합니다.

저도 여러 차례 이직을 경험했는데요. 회사를 살필 때 어떤 부분들을 고려해야하는지 몸으로 부딪히며 알아가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별별이님도 이번 이직의 경험을 교훈삼아 더 좋은 회사로 안착하게 되실 거예요. 파이팅입니다!
⭐면접관 경험있는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별별이님 마음속에 이미 '여긴 아니다'는 경고음이 뜬 것 같아요. 다만 3개월 만에 그만두면 이직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버텨야 하나 고민인 것 같고요. 흔히 짧은 근속 기간은 이직에 부정적이라고들 하죠. 그렇다고 이런 사정을 면접에서 미주알고주알 말하자니, 전 회사 욕은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왔고요. 

그런데 면접관도 직장인이거든요. 이런 회사라면 면접관도 이직을 고민할 것 같아요. 무조건 근속 기간이 짧다고, 전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요.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면접관의 공감을 살 수도, 전 회사에 대한 비방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결국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짧은 근속 기간이 불이익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거고요. 

흔히 면접에서 전 회사 '욕'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근무 시간 중 강제 예배 참석, 상사의 '미스O'이라는 호칭, 마케팅 담당자인데 디자인 업무와 보도자료 작성 등 커리어 저하를 부르는 업무 영역, 화장과 의상 등 외모 지적. 

상식선에서 '이건 좀 문제인데'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례들이에요. 이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고 '전 회사에 대한 비방'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런 회사에서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3개월이나 고군분투했군'이라는 평가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를 "조직 문화가 너무 수직적이고 올드했다" "회사가 체계가 없어 부당한 업무 지시가 수시로 내려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녀 차별이 심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리 이동을 자주 시켜 불편했다"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사실 자체보다 개인적 감정과 의견에 더 무게감이 실리다 보니 듣는 입장에선 전 회사 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예요. 설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만한 상황이라 하더라도요. 

만약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는데 면접관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건 그 회사 역시 피해야 할 회사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잘해보려고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고도 열심히 해내고, 출근길 밝은 인사를 건네는 별별이님은 분명 좋은 회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임이 분명해요. 세상에는, 직장에는 의외로(?)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좋은 회사들도 많이 있고요. 이직을 하며 연봉을 높이셨다고요?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좋은 회사를 찾아봅시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별별이님에게 더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보자고요.  

잡플래닛에는 '상식'을 아는
일하기 좋은 회사가 채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