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몇 번 도와줬더니 당연한 제 일처럼 여겨요

[별별SOS] 63. 내 업무 아닌데 당연한 듯 맡겨, 어떻게 대처하죠?

2023. 05. 31 (수) 12:54 | 최종 업데이트 2023. 09. 22 (금) 12:45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담당자가 부탁해서 제 업무가 아닌 일을 두어 번 도와줬더니 매달 부탁을 해오더라고요. 어차피 요청할 거 같아서 알아서 미리 준비해두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제가 그 일을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세상 일이 무 자르듯 경계가 확실하면 참 좋을텐데 애매한 경우들도 참 많죠. 특히 손이 부족한 작은 회사, 신규 사업을 론칭하는데 아직 규모를 키우기 애매할 때 더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별별이님께서도 그래서 도우셨던 것 같고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가, 혹은 바빠보여서 몇 번 도와줬더니 '그것도 네가 해'가 되는 마법이 벌어진 건데요.

가장 좋은 건 상대가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정말 별별이님의 일로 여긴다면 '도와주는 것'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요. 일의 최종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도 정리하고요. 그게 별별이님의 선에서 감당이 안 되면 부서장의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좋고요.

그런데 직접적으로 말하기 애매할 때가 있잖아요. 말하면 나만 치사해 보일 것 같고. 편들어 줄줄 알았던 상사는 '회사에 네 일, 내 일'이 어딨냐며 면박을 줄 것 같을 때처럼요. 동료가 비슷한 일로 얘기했는데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거나 하면 더 말하기가 어렵죠.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알아서 '당연하지 않은 일 도운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해주고 알아주면 더 해주고 싶을 텐데, 지금 그 담당자처럼 안 그런 사람들도 있죠. 게다가 부탁해서 하게 된 일이니 서운함과 실망감은 더 커지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별별이님의 태도 변화가 필요해 보여요. '알아서 미리 준비해뒀다'는 건 상대가 '당연하게' 받아들일 여지를 주거든요. 그것부터 멈추세요. 다음엔 별별이님께서 돕기로 했을 때의 상황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 보세요. 그저 잠시 시간이 돼서 도왔던 건지, 도와줌으로써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상대가 고마움을 알아주길 바랐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싶었던 건지 등을요. 

만약 인정받고 싶었거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라면, 특히 상황을 더 정리해주는 게 좋아요. 이미 두어 차례 도왔던 걸로도 충분하거든요. 어찌됐든 그건 그 사람의 일이니까요. 대놓고 말하기 어렵다면 "(일이 많아져서) 더이상 돕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면, 팀에서 처리할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고 해볼 수도 있어요. 

서운한 채로 계속 참고 도우면 결국 그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나게 돼요. 그러면 상대는 이유도 모른 채 나쁜 느낌만 전달받게 되고요. 그래서 도울 거면 바라지 말고 하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또 점점 해주다가 ‘당연한 일'이 되면 상대는 그간의 고마움보다 갑자기 도와주지 않는 것에 기분 나빠하는, 적반하장이 되기도 해요. 결국 일은 일대로 다 해주고,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결말인거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에요. 타인이 아닌 ‘내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거든요. 말씀을 드리다 보니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 하나 떠올랐는데요.

정신과 전문의가 쓴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유은정 저)란 책이에요. 책에서 "떠날 사람은 떠난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남이 원하는 게 원칙이 되지 마라", "태도를 확실히 하라" 등과 같은 조언이 있어서 별별이님처럼 애매한 상황을 해결할 때 도움이 되실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다른 것들을 다 떠나서 누군가를 좋은 마음으로 도왔던 일은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언젠가 다 또다른 좋은 일로 돌아온대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라도요. 담당자를 도운 일도 그럴 거예요. '총량 보존의 법칙'처럼요. 아무쪼록 상황이 별별이님께서 편해지는 방향으로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7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제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본 건 아닌지라, 사연을 읽었을 때 여러가지 상황을 짐작하게 되더라고요. 부탁받은 일의 속성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크게 ① 별별이님이 관여할 일이 전혀 아닌 업무를 부탁받은 경우 ② 업무 R&R(Role and Responsibility)이 명확하지 않아 서로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까 합니다.

먼저, 별별이님이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는 타인의 업무를 떠맡고 계신 상황이라면 확실하게 끊어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동료의 일에 팔 걷어붙이는 협동적인 태도는 분명 조직에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거든요.

모든 조직은 업무분장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에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요. 그런데 자신이 맡은 일을 동료에게 떠넘기고, 또 이를 받아주는 상황이 반복되면 각자의 역할 경계가 무너지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면서 조직에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타인의 일을 대신 해주는 과한 친절은 '프리라이더(Free rider)' 즉, 무임승차자가 생겨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해요. 별별이님의 경우에도 일을 대신 해주는 상황이 반복되니, 어느 순간 동료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요. 프리라이더는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개인과 팀의 사기를 꺾죠.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의 업무를 떠넘기는 동료에게는 "개인 업무 일정이 빠듯해 도와주기가 어렵다"라고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게 어떨까요? "이전에는 마침 여유가 생겨서 도와드릴 수 있었다"라며 이전의 도움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넌지시 표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자, 이번엔 두 번째 경우를 짚어볼게요. 업무 R&R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별별이님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어요. 별별이님은 그저 내 일이 아닌 것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료 입장에선 당연히 별별이님과 함께, 혹은 별별이님이 메인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라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업무이거나, 프로젝트가 확장될 때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게 되죠.

해당 업무가 본인이 해야할 몫인지,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부당한 업무 떠넘기기가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상급자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명확한 업무분장을 요청하는 것이 좋아요. R&R이 모호하면 서로 '이 일을 왜 내가...?'라는 생각에 휩싸여 일이 효과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때로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해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그 일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별별이님은 계속해서 골치가 아플 거고요.

상급자가 봤을 때 별별이님이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더 이상 별별이님에게 일이 넘어오지 않을 테니 문제가 속 시원히 해결되겠죠. 반대로 별별이님이 해야 할 업무라고 한다면, 그때부턴 주체적인 태도로 해나가면 되고요. 업무 성과도 본인의 몫으로 확실하게 챙기세요. '이건 내 일이구나!' 받아들이고 나면 되레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직장생활에서는 ‘단호한 태도’가 어쩌면 가장 친절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둥근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냥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보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더라고요. 그로 인해 때로는 서로가 힘들어지기도 하고요. 필요한 때에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시길 바라요. 별별이님과 직장동료, 모두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