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직장생활 2년차를 맞은 사회 초년생입니다. 코로나로 정신없던 올해도 이렇게 끝나가네요. 그런데 제가 올해 휴가를 다 못 썼거든요. 5일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올해 못 쓴 휴가는 정말 오늘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지는 건가요? 원래는 못 쓴 휴가는 돈으로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회사에 요구할 수는 없는 건가요?"
코로나19로 정신없던 2020년이 막바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2021년이 되는데요. 올 한 해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올해 휴가가 남았다고요? 사실 꽤 많은 직장인이 올해 휴가를 다 못 썼다고 합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1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960명 중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했다는 직장인은 27.7%에 불과했습니다.
◇ 직장인 10명 중 6명 "올해 휴가 다 못 써"…이유는 "코로나"
'올해 남은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59.7%는 '다 못 쓸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휴가를 쓰지 못한 이유 1위는 '코로나19로 휴가를 써도 갈 곳이 없어서(39.2%)'였습니다. 한숨 나오는 이유네요. 상사·동료의 눈치가 보여서(34.3%), 일이 너무 많아서(32.3%), 특별한 일이 없어서(28.5%)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했다면, 남은 휴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같은 설문조사에서 2명 중 1명은 '재직 중인 회사에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보상은 없다'(51.7%)고 답했습니다. '연차 보상금·수당을 지급한다'는 답변은 32.1%, '보상휴가를 지급한다'는 답변은 16.3%였습니다.
연차 사용을 어떻게 할지는 회사 정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요. 어떤 회사는 미사용 연차를 이월해서 이듬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10년간 미사용 연차를 저축해놨다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회사도 있더군요.
개별 회사의 정책은 일단 접어두고, 근로기준법이 연차를 어떻게 하도록 정해두고 있는지 한번 보죠.
◇ "연차 올해 못쓰면 소멸…'연차 사용 촉진 절차'거쳤다면 휴가 보상 의무 없어"
근로기준법 제60조는 △1년 중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 지급 △휴가는 근로자가 원할 때 사용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휴가 시기 변경 가능 등 연차 사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제60조7항에 따라 '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데 '사용자(회사)의 잘못'으로 근로자가 못 썼다면 소멸되지 않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연차가 남으면 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는 1년 안에 쓰지 못한 연차는 미사용 수당으로 보상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연차 사용 촉진제'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따랐다면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것인데요. 근로자가 연차를 쓰도록 회사가 각종 조치를 취했는데도,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남은 연차를 보상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는 연차 휴가가 사라지기 6개월 전에 '연차가 이만큼 남았으니 언제 사용할지 정하라'고 서면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2개월 전에 연차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언제 사용할 지 답을 받아야 하죠. 만약 근로자가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강제로 날짜를 정해서 '이때 연차를 사용하라'고 통보해야 합니다.
◇ "연차 내고 근무…알면서 그냥 두고, 업무지시 했다면 '연차 미사용 수당' 줘야"
법은 이렇게 정해졌지만,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법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잡플래닛에는 "휴가를 냈는데,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출근했다" "휴가인데 회사에서 출근을 강요했다" "휴가인데 업무 지시를 받아 집에서 일해야 하는 회사" 등의 리뷰가 종종 눈에 띕니다.
회사가 연차촉진제에 따라 필요한 서류는 다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휴가일에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연차촉진제 절차조차 무시하고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대표님들은 "휴가 날짜를 정해서 줬는데도 본인이 스스로 휴일에 출근한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답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법원은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고, 사용자가 노무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했더라도, 연차휴가수당을 보상할 의무를 갖는다"고 판단합니다.
근로자가 연차를 내고 스스로 출근을 했더라도, 회사가 "안 돼. 일하지 말고 쉬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일을 한 것이니, 수당을 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대법원은 "휴가 미사용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근로자가 휴가를 내고도 일한 경우 △회사가 근로자가 휴가일에 일하는 것을 알고도 그냥 뒀거나 △업무지시를 했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쓰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경우 회사는 '연차휴가수당'을 줘야한다는 거죠. 물론 이는 5명 이상 직원들이 일하는 모든 회사에 적용됩니다.
사실 법은 이렇게 정해졌지만, 회사마다 근로자마다 사정에 따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아무쪼록 오는 2021년에는 '일과 삶의 균형'이 적절히 어우러져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쉴 수 있는 회사 생활이 이뤄지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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