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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트로트가수 회장님 노래듣고 감상문을 쓰라고?
[논픽션실화극] 회장님 말이 '법'인 회사…"공과 사 구분은 어디에?"
2021. 06. 14 (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우리 회장님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자수성가로 회사를 일궈 글로벌 시장에 올려 놓으시고, 장학재단을 설립해서 어린이들도 돕고 계세요. 열정도 얼마나 대단하신지, 얼마 전에는 자서전에 트로트 곡까지 발표하셨거든요. 이 노래의 수익금과 저작권료를 모두 자기가 만드신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계시고요. 손주들이 아이돌 데뷔할 나이에 신인 트로트 가수라니, 참 대단하지 않나요?
이렇게, 겉으로만 보면 정말 좋았을 텐데… 전 왜 이 회사에 들어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겉으로만 보면 정말 좋았을 텐데… 전 왜 이 회사에 들어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요.
엊그제, 회사에서 공지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1시. 회장님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신대요. "필히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시청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 평소면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TV를 켰습니다. 솔직히 대충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거든요. TV 속 회장님은 '성인군자' 같았습니다. '노(老)회장, 세상을 위해 노래하다!' 누군가는 감동할지 모르겠지만, 회장님 때문에 매일같이 시달리는 우리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안 봐도 비디오네요.
설문은 역시나 '감상문' 수준을 요구했습니다. 회장님 노래하는 걸 보고 무슨 감상을 쓰겠나요. '회장님 꺾기가 죽입니다', '월급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남을 돕는 삶 살겠습니다'… 번지르르한 말들이 여럿 떠오르지만 양심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회장님 나오는 프로그램 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치를 떠냐고 물으신다면 상세히 설명을 드릴게요. TV 한 번 보라고 하는 거면 말을 않죠. 자서전 독후감은 기본이고, 음반을 사실상 강매한다거나, 휴대폰 벨소리·컬러링을 회장님 노래로 설정하라고도 해요. 물론 '권장'이라고 하지만…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토요일 오전. 평소면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TV를 켰습니다. 솔직히 대충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거든요. TV 속 회장님은 '성인군자' 같았습니다. '노(老)회장, 세상을 위해 노래하다!' 누군가는 감동할지 모르겠지만, 회장님 때문에 매일같이 시달리는 우리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안 봐도 비디오네요.
설문은 역시나 '감상문' 수준을 요구했습니다. 회장님 노래하는 걸 보고 무슨 감상을 쓰겠나요. '회장님 꺾기가 죽입니다', '월급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남을 돕는 삶 살겠습니다'… 번지르르한 말들이 여럿 떠오르지만 양심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회장님 나오는 프로그램 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치를 떠냐고 물으신다면 상세히 설명을 드릴게요. TV 한 번 보라고 하는 거면 말을 않죠. 자서전 독후감은 기본이고, 음반을 사실상 강매한다거나, 휴대폰 벨소리·컬러링을 회장님 노래로 설정하라고도 해요. 물론 '권장'이라고 하지만…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한번은 회장님이 쓴 '국민청원' 링크를 전 직원에게 보내며 청원에 동의하라고 한 적도 있어요. '인증샷'까지 보내라고 하더군요. 정치적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청원글이었는데, 이걸 동의하라니요. 사상까지 강요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모든 임직원 월급이 삭감됐습니다. 안그래도 작고 귀여운 내 월급인데… 코로나 때문에 사정이 어려울 테니 처음에는 좋게 좋게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임금 삭감 얼마 후, 회장님이 새로 산 시계를 직원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더라고요. 수천만 원짜리 시계라면서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렵다고 우리 연봉은 깎아 놓고, 정작 본인은 직원들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의 시계라니요. 이러니 '전액 기부하겠다'는 회장님 가수 활동이 좋게 보일리 있겠습니까.
사정이 어려우면 회사 발전을 위해서 직원들을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자선 활동'을 빙자한 취미 생활에 직원들 에너지를 쏟게 하시다니… 날이 갈수록 '이러려고 회사 다니나' 자괴감 들고 괴롭습니다. 회장님, 공과 사는 좀 철저하게 구분해 주시겠어요?
하긴, 회장님 말이 법인 회사에서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의 말 한마디면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는 걸요. 태양과 달더러 이름을 바꾸라면, 적어도 우리 회사에선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매일매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썩어가는 기분이에요. 오늘도 기어코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합니다. 출근 시간은 9시지만, 8시 30분까지 가지 않으면 지각이거든요. 우리 회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올해 들어서는 모든 임직원 월급이 삭감됐습니다. 안그래도 작고 귀여운 내 월급인데… 코로나 때문에 사정이 어려울 테니 처음에는 좋게 좋게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임금 삭감 얼마 후, 회장님이 새로 산 시계를 직원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더라고요. 수천만 원짜리 시계라면서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렵다고 우리 연봉은 깎아 놓고, 정작 본인은 직원들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의 시계라니요. 이러니 '전액 기부하겠다'는 회장님 가수 활동이 좋게 보일리 있겠습니까.
사정이 어려우면 회사 발전을 위해서 직원들을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자선 활동'을 빙자한 취미 생활에 직원들 에너지를 쏟게 하시다니… 날이 갈수록 '이러려고 회사 다니나' 자괴감 들고 괴롭습니다. 회장님, 공과 사는 좀 철저하게 구분해 주시겠어요?
하긴, 회장님 말이 법인 회사에서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의 말 한마디면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는 걸요. 태양과 달더러 이름을 바꾸라면, 적어도 우리 회사에선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매일매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썩어가는 기분이에요. 오늘도 기어코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합니다. 출근 시간은 9시지만, 8시 30분까지 가지 않으면 지각이거든요. 우리 회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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