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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중고차 판매, 김치제조를 할 수 없다?

[알·쓸·상·회2] 중소기업 적합업종,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2023. 11. 22 (수) 14:49 | 최종 업데이트 2023. 11. 23 (목)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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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상·회 2: 아두면모있고 관도 있는 사 이야기 알아보기]
중고차, 제과점, 김치
이 셋 사이에 공통점은?!…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잘 안 보이는 듯 한데요. 그런데 있습니다! 

그럼 힌트 나갑니다. ㅇㅇㅇㅇ 네 글자로 묶을 수 있습니다. 
네 글자가 뭔지는 잠시 뒤에 알려드리고, 오늘의 퀴즈부터 나갑니다.

대기업은 중고차 판매, 제과점, 김치 제조를 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지난 10월 이슈가 됐던 소식이 있었어요.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이었는데요. 그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 아닌가 싶은 일이 이슈가 된 건, 원래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를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때문이었어요. 앞서 언급한 ㅇㅇㅇㅇ은 '적합업종'인데요. 


◇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 방지,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까지 무분별하게 진출해서,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고 경쟁력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2011년에 생긴 제도예요. 이 제도는 중소기업자단체에서 신청을 하면, 서류를 검토하고, 실태조사와 심의를 거쳐서, 최종 합의 후, 공표를 하게 돼요. 바로 이 법에 근거해서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상생협력법) 제20조의2(동반성장위원회의 설치 등)
①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관련한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 및 확산하기 위하여 재단에 동반성장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1. 동반성장지수의 산정 및 공표에 관한 사항
2. 적합업종의 합의 도출 및 공표에 관한 사항
3. 그 밖에 민간부문의 동반성장 추진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③ 위원회는 제2항의 업무를 정부기관이나 재단 등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이때 업종·품목 시장규모(전체 대비 중소기업 비율 등), 중소기업 중복보호 여부, 소비자 선택권 및 소비자 후생 영향,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따져서 정하게 돼요. 실태조사도 하고요. 이런 일을 하는 곳이 '동반성장위원회'예요.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문화확산,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산정 및 공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기준 마련, 합의, 점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천, 대중소기업 간 거래상, 업종간 갈등요인 발굴 및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의 일을 해요. '민간 합의'로 자발적으로 동반성장을 이행하고 확산한다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정부위원 없이 대기업대표, 중견기업대표, 중소기업대표, 공익대표, 경제단체, 학계, 업종별 전문가 등 민간인으로만 구성해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어렵고, 이미 해당 업종에 진출한 상태라면 확장에 제동이 걸려요. 아무 업종이나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조업과 서비스업(생계형, 생활밀착형, 사업지원형, 지식기반형)으로 한정돼 있어요.

지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 중이거나 됐던 업종은 113개예요.
골판지상자, 금형2종(프레스, 플라스틱), 유리2종(기타안전유리, 기타판유 리가공품), 기타인쇄물, 김치, 단조7종(기타 비철금속, 기타 철강, 동, 보통강,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특수강), 두부, 막걸리, 맞춤양복, 생석회, 세탁비누, 아스콘, 어묵, 자동차재제조부품, 장류4종(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전통떡, 햄버거빵, 조미김, 순대, 원두커피, 주조6종(가단, 구상흑연, 보통강, 알루미늄, 특수강, 회), 떡국떡 및 떡볶이떡,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음식점업7종(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 플라스틱병, 자동차전문수리업, 자동판매기운영업, 자전거 및 기타운송장비 소매업, 제과점업, 중고자동차판매업,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가정용가스연료소매업 등등...

현재는 ▲자동차단기대여서비스업(~2024.12.31) ▲대리운전업(~2025.5.31) ▲방화문제조업(~2026.3.31) ▲방역소독업(~2026.4.30) 등만 남아있어요. 3년까지 지정할 수 있고, 재합의시 3년 연장돼요. 권고 기간 등은 모두 합의로 결정해요. 기간이 만료되면 대기업도 해당 업종에 신규 진출할 수 있게 돼요. 이미 진출해 있던 대기업은 확장에 제약이 사라지고요.

현대자동차가 오프라인 중고자동차 판매업에 나선 것처럼요. 그런데 사실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기간은 2019년 2월 28일부로 만료됐었어요. 그런데 왜 4년 후에야 시장에 뛰어든 걸까요? 그 이야기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돼 있어요. 


◇ 생계형 적합업종은 또 뭐야?…골목상권 보호 목적

중고차 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만료에 앞서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어요. 서적류에 이은 2번째 '생계형 적합업종' 요청이었어요. 이 제도는 아래 법에 따라 2018년 12월부터 시행됐어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약칭: 생계형적합업종법) 제7조(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 등)
① 소상공인단체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종ㆍ품목에 대하여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제2항에 따른 동반성장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소상공인단체가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을 신청할 때 동반성장위원회는 해당 업종ㆍ품목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추천할 수 있다.
③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제2항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을 추천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ㆍ고시하여야 한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1회에 한정하여 3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④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구체적인 심의기준은 업종 내 사업체 규모 및 소득의 영세성, 안정적 보호 필요성, 소비자 후생 및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고시한다.
⑤ 제3항에 따른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 기간은 그 고시일부터 5년으로 한다.
⑥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제5항에도 불구하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ㆍ고시 후 시장의 현저한 변화 등으로 인하여 그 지정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더라도 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제8조(대기업등의 참여제한)
① 대기업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ㆍ개시 또는 확장해서는 아니 된다.
②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후생 및 관련 산업에의 영향을 고려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에 따라 대기업등이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ㆍ개시 또는 확장할 수 있도록 승인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되려면, 소상공인단체신청→동반성장위원회 추천(실태조사 및 의견수렴, 6개월 소요)→중소벤처기업부 장관(심의위원회 심의, 3개월 소요) 지정·고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해요. 지정하기로 결정하면, 대기업(혹은 중견기업)은 해당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거나 확장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할 수 없게 돼요.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청 이후 같은 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일부 기준이 부합하지 못했다며 비추천 결론을 내렸어요. 이후 심의위원회에서 3개월 내 의결을 해야 했지만, 계속 미뤄졌어요. 타협안도 도출하지 못했고요. 지정을 둘러싸고 중고차 업계와 대기업, 수입차협회, 소비자들의 의견 대립도 치열했어요.  

그런 진통 끝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2022년 3월에 최종 미지정 결정을 냈어요. 해당 업종의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시장이 지속 성장 중이고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고려한 결과였어요. 그 후부터 현대자동차도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중고차 판매'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거고요. 

반대 경우도 있어요. 떡국떡·떡볶이떡은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지정된 바 있는데요. 지정 만료 후 간편식 수요 확대 등 떡볶이 및 떡국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려 했고, 해당 업종에 종사해온 소상공인들이 경영 악화를 호소했어요. 이후 검토를 거쳐 2021년 9월부터 5년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어요.

단,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어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하면 제한하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 등 신시장 창출을 위한 목적인 경우, 출하량 기준 110%까지는 허용하고, 국내 농가를 위해 국내산 쌀, 밀로 만드는 품목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더니 대기업에서도 하던데?' 하는 업종·품목은 소비자 후생 혹은 관련 산업 영향을 고려해서 떡국떡·떡볶이떡 예시처럼 예외적으로 허용된 경우라고 보면 돼요.

2023년 11월 현재,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후 고시됐고, 효력이 있는 업종 및 품목은 10여 개인데요. 아래와 같아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제조업(떡국떡·떡볶이떡, 두부, 냉면, 국수, 청국장, 된장, 고추장, 간장), LPG 연료 소매업 등


◇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은 뭐가 달라?…강제성, 기간, 목적 등 차이 

그런데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은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른 걸까요?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이 있어요. 위반시 매출 5%까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어요. 벌칙(생계적합업종법 제15조)도 법으로 규정돼 있어요. 불이행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요.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민간(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권고하고 운영하지만,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중소벤처기업부)의 지정·고시·보호가 더해졌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리적 역할 분담'이라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목적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의 목적성은 '생존권 보장'이라 훨씬 강하고요. 

신청가능한 업종·품목은 비슷해요. '생계형'의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X시급한 보호 필요성'이 합쳐졌다고 보면 이해가 쉬워요. 구체적으로는 ▲1년 이내 만료 예정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도출중인 업종·품목 중 시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 후 1년 이내 만료 예정인 업종·품목 중에서 요청할 수 있어요. 

지정 기한도 달라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최대 3년씩 재연장 3년까지 가능한 것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기본 5년까지 할 수 있고, 이후 재심의를 거쳐 연장할 수도 있어요.
[오늘의 요약]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진출, 확장이 제한된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다른 회사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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