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괴롭힘' 맞아도 가해자 처벌은 못해…"별도 처벌 조항 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처벌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현행 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해고하는 등 불이익 조치를 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괴롭힘 가해자가 아닌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조항일 뿐이다.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상습적이고 중대한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은 법이 제정된 때부터 이어져 왔다. 직장갑질119는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 노동청에 신고한다 해도 현행법상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 어렵다"며 "폭행, 폭언 등이 형사 처벌 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은 위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 참다 못해 신고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근로감독관…2차 가해까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가는 곳이 바로 노동청이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가해자이거나 △회사에서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피해자 보호 등 조치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노동청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근로감독관은 법의 미비를 따지며 조사조차 하지 않고,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면, '퇴사했으니 조사가 어렵다'며 돌려 보내기도 한다.
모든 근로감독관이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2020년 5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4066건 중 42.3%는 취하됐다. 실제 근로감독을 시행한 사업장은 15건으로, 0.3%에 불과하다. 직장갑질119는 "일부 근로감독관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2차 가해에 가담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법 적용 범위 확대하고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해야"
심포지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한계와 법 개정 방안'을 발제한 김동현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개념 구체화 △ 5인 미만 사업장, 사내 하청, 협력 업체, 특수 고용 노동자 등 적용 범위 확대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노동부 개입 근거 마련 △예방 교육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 현장 일선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제도의 한계가 있어 해결이 어렵다"는 말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법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연 법 개정이다.
오 위원장은 "법이 실효성을 가지게 되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더 용기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민주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법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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