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멋대로 술먹자는 팀장, 힘든데 어쩌죠

[별별SOS] 70. 연차 내고 술먹는 팀장, 저는 지각에 억지 반차까지

2023. 07. 21 (금)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고, 그간 과도한 업무량에 몸도, 정신도 지쳐 집에 가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매번 칼퇴하던 팀장이 밥먹으러 가자고 불러내더라고요. 밥만 먹고 끝나면 좋으련만 꼭 반주로 술까지 곁들이고요. 게다가 팀장 자신은 내일 연차라 출근 안 한다고 신나서 계속 마시는데, 저는 출근을 해야하는 입장이잖아요. 결국 다음날 저는 반차를 쓰거나 지각을 하게 되기도 했어요.

게다가 같이 술 마시면서도 '일 때문에 힘들지 않냐' 이런 걱정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아요. 빈말이라도 할 법한데, 한 번을 안하더라고요. 제 상황은 신경도 안 쓴 채, 멋대로 밥먹자 술먹자 부르는 팀장, 이제 정말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년 차 직장인
#사람 아무리 좋아해도 무례하면 바로 손절하는 ESFJ
#JPHS 커뮤니케이터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 감각 놓치고 싶지 않은 M세대


중요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다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쯤되면 좀 쉬고 싶다’ 싶을텐데 일의 연장선마냥 집에 곱게 보내지 않는 팀장이라니 제가 다 미울 뿐이네요. 

사연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제게도 스치는 예전 기억이 있어 되짚어 봤어요. 저도 별별이님과 같은 연차에 비슷한 직군에 몸 담았을 때가 있었거든요.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당시 저의 선택은 그 곳을 떠나는 것이었어요. 그렇다고 홧김에, 감정적으로 택한 결정은 아니었어요.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답은 같았을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도, 그때도 그 선택의 주체는 ‘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숱하게 불려가는 식사와 술자리, 아무리 만남을 좋아하는 저여도 지치고 고생스러운 것은 당연했기에 저의 삶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게 강하게 느껴졌어요. ‘내 행복은 여기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조용히 퇴사의사를 건냈습니다. 대신에 철칙으로 지키고자 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약점 잡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불려 나간다 하더라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지 않았고 상황에 철저하게 임했어요. 근태 또한 정신력으로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내려고 했고요. 

그렇지만 저와 별별이님의 상황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외친 용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당시 내면에서 고민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하더라도 왜인지 티내지 않으려고 에너지를 다 소진했던 모양이에요. 이렇게 어딘가에 터놓을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고, 마음을 기댈만한 선배도 없다 느꼈죠.

어느정도 사회생활 경력을 쌓으며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지금, 저의 아끼는 후배로서 별별이님의 고민을 듣는다면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별별이님의 의사를 당사자에게 이야기해보는 것인데요.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코칭 전문가인 하라다 마사시는 저서 <회사에서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에서 “하나의 조직이나 팀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별별이님의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술자리가 힘든 것도 힘들지만 “빈말이라도 일 때문에 힘들지 않냐는 걱정 한 마디가 없는 팀장”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팀장에게 왜 자꾸 별별이님을 불러 내는지 ‘Why(왜)’로 원인을 추궁하기보다는 ‘What(무엇)’이 힘든지 사실을 명확하게 짚는 말 한마디가 중요할 것 같아요. 

홍보 직무라면 팀장이 의도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별별이님을 단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는데요. 전후사정이 어떻든 별별이님의 의사를 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헤아릴 마음도 없어보이는 팀장이라면 조직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팀 안에서 “어떻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안전합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며 안정감을 주는 팀장이었다면 그와 함께 하는 자리가 별별이님께 이렇게까지 고역이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요. 

요새 달라진 기업 문화 속에서 고루한 옛 방식을 끝끝내 고수하려는 상사는 많지 않을 겁니다. 정도가 심하다면 다른 선배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인사팀에 고충을 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혹시라도 또 한 번 청하는 저녁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별별이님의 의사를 털어놔 보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 말해도 괜찮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별별이님의 회사 생활은 안전할 겁니다! 

숱한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이렇게 사연 남긴 별별이님의 마음, 어느 정도라도 헤아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라 봅니다.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이야기만 들어도 얼마나 피곤하고 힘드셨을지 상상이 됩니다. 지치고 힘든데 원치 않는 팀장과의 술자리라니, 그동안의 노고에 인정과 위로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요. 심지어 본인은 내일 논다며 출근해야 하는 사람을 붙잡고 놔주지 않아 다음날 업무 지장까지 있었으니, 팀장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며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아마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별별이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실 것 같아요. 직장 상사가 부르는 술자리를 거절하자니 괜히 마음이 불편해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술자리에 앉아있곤 하잖아요. '딱 저녁만 먹고 가야지' 했다가도, '한 잔만 더 하자'며 붙잡으면 어영부영 시간은 훌쩍 흘러가고요. 결국 다음날 몸은 힘들고, 지각까지 하게 돼 업무에 안 좋은 영향이 생기면 자괴감까지 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별별이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고 배려하는 분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힘든 와중에도 팀장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해 함께, 거절하지 못하고 저녁 시간을 보내신 것일 테니까요. 

그런데 배려심 깊은 분들이 자칫 남을 챙기느라 정작 내 마음은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나 한국인은 '관계지향적'인 특성이 강해 거절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하지만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걸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도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상대방이 마음이 상할까 봐, 거절했다가 생길 일들이 두려워 내 마음은 뒷전으로 하고 다 받아주다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결국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계까지 어그러질 수 있어요. 내 마음속 불만은 점점 커지고 결국 팀장에 대한 원망까지 생길 수 있고요. 팀장은 팀장대로 '이 친구는 나와 저녁 먹는 걸 좋아하는군'이라고 생각해 계속 술자리에 불러낼 수도 있어요. 결국 어느 순간 내 마음 속 불만이 터지면, 그동안 항상 'yes'만 들어왔던 팀장 입장에선 별별이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테고, 오히려 관계는 더 나빠지겠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거절이 어려워서 나를 희생하며 한 선택이 오히려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긍정적으로 거절을 할 수 있을까요? 

<소통수업>을 쓴 김수인 원장은 '관계를 망치지 않고 똑똑하게 거절하는 법'으로 이런 방법을 제안했어요. 

먼저, '거절'에 대해 조금은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대요. 사람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상황이 안 돼서 거절하는 것일 뿐'이라고 자기 암시를 하는 거죠. 그럼 아무래도 조금은 쉽게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욕구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래야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거절할지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내 욕구를 알았다면, 이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요. 상대방의 제안이 내 욕구와 달라 거절해야 한다면, 이 거절은 'NO'가 아니라 '나의 욕구에 대한 YES'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고 해요. 거절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욕구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는 거죠. 

그럼 구체적으로 실행법을 알아봅시다. 김 원장은 거절의 표현법으로 'Thank you, but plan B'를 제안해요. 대안을 제시해 결론적으로 'YES'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팀장이 "오늘 저녁에 술 먹자"는 제안을 했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꺼려진다면 이렇게 이야기해 보는 거죠. 

"저녁 좋죠!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느라 일주일째 매일 야근했더니, 오늘은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어야 내일 출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 저녁은 어떠세요?" 

상대방의 제안에 바로 답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래요. "좋은 제안인데 일정을 한 번 살펴보고 답을 주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유예한 뒤, 내 마음을 살펴본 뒤 답을 하는 식으로요. 

너무 어려워 말고 가볍게 내 마음을 이야기해 보세요. 거절의 이유를 명확하고 예의 있게 전달했다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겁니다. 내 마음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명확하게 전달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영역일 거예요. 만약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안 좋게 볼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맞춰주고 힘쓰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도 거절은 쉽지 않을 거예요. 감정 표현도,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요. 우리 작은 일부터 내 마음을 잘 살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봐요. 별별이님의 직장생활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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