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경력 이직했는데 눈치 보이고 위축돼요

[별별SOS] 94. 못미더워하는 팀장과 실력있는 후배, 전 어쩌죠?

2024. 01. 19 (금)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중각직급으로 이직했는데 눈치보이고 위축돼요...직장인 고민 사연 상담소 별별SOS
 
5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전 직장에서는 팀장님 밑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현 직장으로 이직했어요. 새로 들어온 회사도 디자인 분야이긴 하지만, 전 직장과는 전혀 다른 일을 맡게 됐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수습기간 태도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며 제게 대리 직책을 부여하셨어요. 경험이 부족한 건 노력으로 채워나가면서 후배들을 리드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팀장님은 제가 대리를 다는 것에 대해서 완전히 반대하시는 건 아니지만, 딱히 찬성하거나 저를 격려해주시는 모습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수습기간에 제가 탐탁치 않다는 듯 말씀하시며, 경력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여러 번 질책하셨습니다.

팀 내에는 저보다 연차가 아래인 후배가 3명 있는데요. 그 중 한 명은 이 회사에서 2년 정도 근무해, 이 업계에서 저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수습기간 동안 저를 선임처럼 많이 도와줬어요. 

이전 회사 전체 재직 기간보다 현 직장 수습기간 동안 들었던 질책이 더 많을 정도여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인데요. 실력 좋은 후배에게 내가 과연 도움이 될지, 어떻게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러 걱정이 밀려옵니다. 절 못 미더워하는 팀장님과 저보다 실력있는 후배 사이에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중각직급으로 이직했는데 눈치보이고 위축돼요...직장인 고민 사연 상담소 별별SOS
 
⭐8년 차 디자이너
#해탈하고 싶은 INFP
#JPHS ‘프로세서’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M세대


저도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언론사 그래픽디자이너로 분야를 전환한 경험이 있어서 별별이님의 사연이 무척 공감됩니다. 동일 업무로 자리를 옮겨도 쉽지 않은 게 이직인데, 더군다나 처음 해보는 일을 맡게 됐다면 막막함이 느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해요.

제 지난 경험을 떠올려 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시던 사수가 있었어요. 좋은 사수를 만난 덕분에 낯선 업무를 빠르게 익히고 적응할 수 있었죠. 물론 저는 별별이님에 비해 저연차일 때 이직한 터라, 사수에게 더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당시 사수에게만 기댔나? 생각해보면 그건 아녔어요. 더 빨리 제 몫을 해내고 싶어서 야근을 자처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강의를 들으면서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을 적극적으로 배우기도 했어요. 어떤 분야에서든지 새로 맞닥뜨리는 일이라도 의지와 애정만 가지고 있다면 노력을 통해 충분히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고요.  

팀장의 눈초리와 일 잘하는 후배 사이에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십분 이해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감정은 잠깐 빼두고 실무 능력을 하루 빨리 키우려고 노력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력은 직장 내에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강력한 힘이 되어 주니까요.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팀장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지금 팀장이 별별이님을 못미더워하는 이유는 단지, 믿음을 쌓을 시간이 아직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직하면서 어리고, 센스 있고, 의욕이 넘치는 후배 디자이너들을 만났을 때 저도 처음엔 위축되고 신경이 쓰였어요. '내가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 안 좋게 평가하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도 밀려 왔고요. 그런데 마음을 달리 먹으면 되는 일이더라고요. 그들이 잘하는 걸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배우는 거예요. 그게 나한테 훨씬 이득이에요. 마음 속에 피어오르는 불안과 경쟁의식을 성장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거죠.

후배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참고할 만한 부분은 본인의 업무에 적절히 반영해 보세요. 그들도 100% 본인의 감각만으로 작업하는 게 아니라, 다른 레퍼런스를 보는 거거든요. 그들이 어떤 레퍼런스를 차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도 뭔가 내가 자꾸 뒤처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울적할 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세요. '아, 몰라몰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건데 뭐 어떡할 거야!' 생각하고 넘기는 거죠. 직장생활하면서 이정도의 정신승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후배와는 다른 별별이님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저의 경우에는 후배보다 트렌디함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사용자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하는 능력은 더 낫지 않나 생각해요. 이 강점을 업무에 지속적으로 녹여내려 노력하고요. 별별이님도 디자이너로서 본인이 가진 자신만의 강점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 부분을 더 강화해 보세요. 계속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본인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하셨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관리자 역할을 하려면 당연히 후배보다 업무를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매니징이 가능한 거니까요. 내가 후배보다 실무에 대해 잘 모르면서 어떻게 디렉션을 줄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이미 팀을 리드하는 팀장이 있고 후배들도 알아서 일을 잘 해내고 있으니, 굳이 지금 당장 중간관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아요. 우선은 실무 능력을 기르는 것에 집중하고 이후에 고민해 보자고요.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선배 역할을 해주고 싶다면, 우선 업무와 회사 환경에 충분히 적응한 뒤 멘탈 케어 측면에서 후배들을 챙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팀장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고충을 토로하고 싶어하거나, 직장생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하는 주니어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나 이직 초기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별별이님 만의 길을 묵묵히 성실하게 걸어가시길 바라요. 꿈꿔왔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과감하게 선택한 길이잖아요. 처음의 그 간절한 마음 잃지 말고, 원하시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파이팅!
⭐10년 차 직장인 (3년 차 에디터)
#’T적 사고’ 갖고 싶은 리액션부자 ESFJ
#JPHS '커뮤니케이터'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 감각 놓치고 싶지 않은 M세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5년, 10년 직장을 다녀도 ‘쉽지만은 않다’ 느끼는 게 여전히 ‘사람 마음’입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사람 마음이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마음’인데요. 내가 가진 내 마음인데도 마음 바꿔 먹기가 그렇게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마음에 여유가 사라진 별별이님 머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가 일고 있을지 감히 예상해 봅니다. 팀장님이고, 후배들이고 어디 하나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을 곳도 없어 답답하셨을 거에요. 그렇다고 제가 별별이님께 ‘그 마음, 호떡 뒤집듯 뚝딱 바꿔 먹어보세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별별이님의 사연 안에서 “팀장님은 수습기간동안 제가 탐탁치 않은 듯 말씀하시고, 경력에 비해 못한다는 식의 질책을 하신 적이 많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사연만으로는 팀장님이 별별이님께 전한 정확한 워딩을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만 당시 참 속상하고,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왜 열 번을 칭찬 받아도 한 번의 질책을 받으면 끙끙 앓고, 내가 해놓은 결과물에 부정적인 피드백만 머리 속에 맴돌까요? 하다못해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수백개의 구매 후기 중에서도 유독 나쁜 리뷰만 먼저 눈에 들어온 경험, 있지 않나요? 이런 상황에 모두 해당된다고 과하게 걱정하거나 나자신을 나무랄 필요는 없어요. 지극히 정상적 행동이니까요. 전문가들은 이것을 무엇을 올려놔도 부정적인 생각으로 미끄러지는 ‘기울어진 뇌(腦)운동장’, 즉 부정적 편향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나쁜 것이 더 크게 들리고, 더 또렷하게 보이는 ‘부정성 편향’은 곧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부터 기인한다고 하는데요.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존에 유리하기에 인간의 뇌가 점점 더 부정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는 거죠. 이 때문에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즉각적으로, 강하게 반응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받게 되는 거에요. 

<부정성 편향>을 집필한 공동저자 존 티어니(과학 저널리스트)와 로이 F.바우마이스터(사회심리학자)는 이러한 본능적 방어를 제어하고, "미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오히려 부정성 편향의 특별한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인간의 부정성은 판단력을 왜곡할 순 있지만, 그만큼 정신을 예리하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의지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괜찮은 관계’를 위한 조언도 함께 제시했고요. 

저 또한 업계를 바꾸며 이직했을 당시 수습기간 3개월이 살 얼음판 같던 때가 있었고, 부정적인 생각만으로 점철돼 한껏 위축됐던 시기가 있었기에 그들이 제시한 조언에 빗대어 함께 돌이켜 볼게요. 별별이님도 혹시 모를 ‘부정성 편향’에 치우쳐 자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있다면 하나씩, 찬찬히 바꿔 가볼 수 있기를 소망하며 공유해봅니다.

✅ 힘에 부치는 약속을 하지 마라 
‘경력 이직도 했겠다, 이 연차에 이 정도는 해야하니까..’라는 부담감에 혹시 모두 ‘Yes’, ‘Okay’로 일관했나요? 그런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나요? 그럴 수 있어요. 처음은 누구나 느리고 버벅댈 수 있어요. 아무리 연차가 쌓였다 하더라도 후배들과 달리 오랜기간 접해온 분야가 아닐 수 있으니까요. 차근차근 실력을 쌓는 것이 최우선 과제에요. 이를 위해 조바심을 내려놓고 내가 보내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해 봅니다. 저는 저만의 코어 타임을 만들어서 실천했어요. 맡겨진 임무가 있다면 그 임무를 순수하게 집중해서, 빈틈없이 끝낼 수 있는 시간을 측정해보는 거죠. 또 그 시간을 조금씩 앞당겨 보는 연습을 꾸준히 했어요. 그 와중에 함께한 후배가 추천해준 ‘뽀모도로타이머’도 큰 도움이 됐고요.

✅ 추가적으로 한 일에 대해 감사를 기대하지 마라 
‘선배이자 중간관리자 역할이기 때문에..’라는 수식어에 스스로 갇힐 필요는 없어요.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저의 철칙은 ‘보이는 사람이 즉시 한다. 때마다 그 사실을 모두 알릴 필요는 없다’인데요. 으레 어떤 역할에 갇히면 한 일에 대해 괜시리 인정 받지 못한다 느낄 때 서운함을 느끼게 되잖아요. 내가 한 일에 일일이 감사를 기대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내가 할 일에 더욱 집중하고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 나쁜 순간들을 좋게 사용하라 
팀장님이 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말들, 실력 좋은 후배들 사이에서 경력에 비해 못한다는 식의 질책을 받는 상황. 돌이켜봐도 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식은땀 나는 상황인데요. 그거 아세요? 별별이님이 질책만 들은 건 아니에요. 그 회사에 처음 들어가 ‘대리’라는 직급을 달았을 때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 말이에요. “수습기간 동안의 태도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셨잖아요. 좋은 말 놔두고 부정적인 말에만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어요. 대표님의 격려에 말에 힘을 받아 나를 믿고 진짜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별별이님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전여빈 배우가 한 말이 있잖아요. 작품 속 대사를 언급하며 “내가 재능이 없는걸까요?라고 묻는 질문에 대답으로 ‘너 자신을 믿는 것이 재능이야’라는 대사를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며 “누군가 자신의 길을 믿지 못하고 있다면 ‘중꺾그마’ 정신과 함께 믿어도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너무 오그라드나요? 뭐 어때요. 부정성을 긍정성으로 덮어봐요 우리. 혹시 별별이님이 자신을 못 믿고 있다면 제가 드리는 자그마한 믿음이라도 꼭 힘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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