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꿈은 만년과장? "승진하기 싫은 이유는..."

[오픈JOB톡] "OO이 충족되면 팀장급으로 승진할 의향 OK"

2024. 11. 04 (월) 02:41 | 최종 업데이트 2024. 11. 04 (월) 09:02

 

 

이른바 ‘무도(무한도전) 키즈’로 자라난 80~90년대생이라면 무한상사 정 과장을 생생히 기억하실 겁니다. 연이은 진급 누락으로 ‘만년과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로움 그 자체였는데요. 무한상사에서 그려진 모습처럼 직장인에게 ‘승진’이란 존재 가치의 증명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죠.

 

요즘은 사정이 꽤 달라진 듯합니다. 글로벌 HR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영국의 Z세대(1997~2012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승진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중간 관리직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는데요.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만연해 있습니다. 

이들은 어쩌다 '승진 없는 직장생활'을 꿈꾸게 된 걸까요? MZ세대 직장인들을 모아 승진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다들 승진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

 

럭키비키(중소기업 7년 차): 아니! 직급이 높아지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져서 부담스러워. 회사가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승진하지 않고 실무자급으로 쭉 일하고 싶어.

이직하고싶어요(중견기업 5년 차): 난 솔직히 승진에 대한 욕구가 꽤 강한 편이야. 승진하면 인정 받는 기분이 들거든. 물론 고인물들이 안 나가서 그런 기쁨을 누릴 일이 잘 없긴 하지만…^^


카피바라(중견기업 4년 차):  어느 정도 직급까지는 욕심이 나.  직책수당 등 일정 직급 이상만 받을 수 있는 사내복지가 있어서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져. 그 이상의 직급은 오히려 책임감만 가중될뿐이라 별 욕심 없어.
 
참크래커(중소기업 6년 차):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난 하고 싶은 일은 눈에 불을 켜고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돈을 주고 하래도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하기 싫은 일도 더러 해야 하는 게 회사생활이더라고. 그래서 당장의 승진보다는 하고 싶은 일로 최대한 업무를 채우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 같아. 물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할 수록 승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욕심이 생기겠지?


지옥철이싫어요(대기업 1년 차): 직급이 올라가면 좀 더 양질의 업무기회가 있고, 그래야 이직을 하더라도 좋은 자리가 있을 것 같아. 안정적으로 길게 가려면 빠른 승진이 별로라는 얘기도 있는데, 재직 중인 회사가 평생직장이어야 한다는 마음을 많이 내려놔서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아.


가늘고길게(대기업 9년 차): 중소, 중견을 거쳐 대기업까지 올라왔는데, 모든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승진 욕심이 안 들었어. 위로 갈수록 책임만 늘어나고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지니까. 특히 임원급까지 올라가면 계약직인데다 임기 보장이 안 돼서 싫어. 현재로선 직급 안 달아도 연봉이 충분하다고 느껴져서 더더욱 승진 안 하고 싶네.

 

 

 

재직 중인 회사는 승진이 빠른 편이야? 

 

카피바라(중견기업 4년 차):  우리 회산 업력이 길고 보수적인 회사여서 호봉제야. 인사평가가 나쁘지 않은 한, 근속연수가 채워지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식이지. 그래서 딱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참크래커(중소기업 6년 차): 내가 속한 부서는 승진 사다리 칸이 넓어. 부서가 크고 인원이 많아야 승진 체계도 분할이 잘 되고 좀더 빠르게 진급이 가능할 텐데, 지금은 사실상 다른 팀으로 발령나지 않는 이상 승진이 어려울 것 같네.

지옥철이싫어요(대기업 1년 차): 선임(대리)급까지는 승진이 빠른 듯해. 워낙 중고신입이나 이직이 많은 세대여서 능력에 따라 빨리 승진시켜 허리층을 확보하려는 느낌이랄까.


럭키비키(중소기업 7년 차): 난 에이전시에 재직중인데, 대리급까지는 직급을 빨리빨리 달아주는 편이야. 적어도 대리 정도는 되어야 고객사를 상대하기가 수월해지거든. 빨리 대외 업무를 더 많이 하라고(?) 직급을 올려주는 셈이지. 워낙 승진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인사고과를 잘 받아야만 승진 되는 것도 아니라서, 직급이 올라도 다들 썩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냐.

 

 

 

'승진 기회'가 직장 만족도에 
대략 몇 퍼센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이직하고싶어요(중견기업 5년 차): 크게 보면 60%는 되는 것 같아. 승진 여부가 직장생활에 매일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승진은 회사에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요인이거든. 회사가 내 퍼포먼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나도 기분좋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엘리(중소기업 8년 차): 난 30% 미만이야. 근무환경이나 연봉이 훨씬 우선순위가 높거든. 사실 승진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도 결국 연봉을 더 올리고 싶은 욕구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참크래커(중소기업 6년 차): 거의 무의미하지 않나 싶긴 한데, 승진 기회가 아예 없는 회사는 또 별로다 싶어서 10% 미만이라고 답할게. 내 직장만족도를 좌우하는 1순위는 ‘하고 싶은 일’이고, 승진 기회는 아주 부차적인 요인이야. 순위를 매겨보자면 3, 4순위까지도 넘어갈 듯해.

 

 

 

'이런 게 충족 된다면 당장이라도 
팀장급으로 승진하고 싶다!' 하는 조건이 있다면?

카피바라(중견기업 4년 차):  연봉을 1.5배 이상 올려준다면 조오오오금은 생각해볼 수도? 아무래도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주는 스트레스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엄청 파격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웬만해선 안 맡고 싶은 마음이 커.

지옥철이싫어요(대기업 1년 차): 원하는 사람으로 조직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좋을 것 같아!


참크래커(중소기업 6년 차): 회사에 매니징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나 사내문화가 잘 갖춰져 있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팀장직을 맡을 듯해. 경영진과의 궁합도 중요하지 않을까? 경영 방향성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고, 소통도 원활하다면 역량껏 더 큰 책임을 맡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엘리(중소기업 8년 차): 나도 비슷해.  임원진들과 소통이 원활하고 꽉 막히지 않은 문화가 보장돼 있어야 관리자급으로 일할 자신이 생길 것 같아. 아, 그리고 워라밸 보장! 제일 중요해.


럭키비키(중소기업 7년 차): 주거나 출퇴근 차량 지원 등에 대한 별도의 복지 제공이 되면 고민해볼래. (어지간해선 안 하고 싶다는 뜻이야..ㅎㅎ)

 

 

 

본인들을 비롯해 MZ직장인들이
승진을 회피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럭키비키(중소기업 7년 차): 직장에 할애하는 에너지의 크기가 이전 세대보다 크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 일을 열심히 안 한다기 보다는, 한계치 없는 책임을 떠맡고 싶진 않은 거지. 어차피 평생 다닐 회사도 아니고, 회사 바깥에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

 

가늘고길게(대기업 9년 차): 이제는 직급이나 위치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해. 반드시 리더나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역량을 지닌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내 가치를 셀링할 수 있는 거지. 솔직히 한 조직 내에서 ‘리더’는 1명만 있으면 되지만, 전문가는 많을수록 좋잖아. 수요가 많은 영역에서 역량을 키우는 게 낫지 않겠어?


이직하고싶어요(중견기업 5년 차): 맡아야 할 책임에 비해 보상이 부족해서 그런 거 같아.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욕먹는 포지션이 되잖아. 다들 그런 역할을 굳이 자처하려고 들지 않는 듯해. 

 

 

마지막으로, 승진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옥철이싫어요(대기업 1년 차): 우리 부문장이신 상무님이 능력+평판 모두 좋으신 분인데, 만나는 모든 사람들마다 더 큰 자리에 오르실거라고 얘기하더라. 승진도 중요하지만 그 승진에 물음표가 달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진짜 어렵고 대단한거구나 싶었어. 


이직하고싶어요(중견기업 5년 차): 승진에 너무 목맬 필요도 없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차와 짬(?)에 맞게 책임을 지는 역할을 맡는다는 건 좋은 것 같아. 계속 챌린지하는 느낌으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으니까. 직원들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성장 발판을 밟을 수 있도록, 회사가 잘 지원해주고 권한을 충분히 부여해 줬으면 좋겠어.

럭키비키(중소기업 7년 차): 직급이 오를 때마다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어떻게든 적응하며 지금까지 흘러오긴 했는데, 향후 팀장급까지 올라갈 날이 온다고 생각하면 암담하긴 해. 승진 거부권이 주어진다면 쓰고 싶은 마음도 들고. 회사가 무턱대고 책임만 부여하지 말고,  리더십 교육을 시켜준다든지, 합당한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JP요원 companytimes@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