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파일 '몽땅' 지우고 퇴사…'고소각'?"

[혼돈의 직장생활] "파일 저작자는 개인 아닌 회사…형사처벌까지"

2020. 08. 21 (금) 18:24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41
그토록 바라던 퇴사일.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그렇다. 아마도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컴퓨터 속 파일들을 정리하는 것 아닐까?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파일도 그렇지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이나 이메일, 사진 등 사적인 파일들은 당연히 삭제하고 정리해야 할 일.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면서 업무 관련 파일을 '몽땅' 지우고 나가는 것은 어떨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작업파일 싹 지우고 퇴사한 디자이너"란 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연은 이렇다.

“디자인 직종에 계신 여러분. 퇴사할 때 PSD 일부 레이어를 합치거나 폰트 레스터라이즈 정도는 이해합니다. 근데 작업파일을 싹 지운다던지 컴퓨터를 포맷하고 나가진 마세요. 퇴사해서 즐거운 마음 고소장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댓글은 다양하다. "작업물 대가로 월급을 받았으면 그 작업물은 더 이상 디자이너가 아니라 회사의 소유라 당연히 처벌"이라는 의견 속에, "이게 고소감인가"라는 물음표 찍힌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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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파일 삭제는 ‘전자기록손괴죄’…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컴퓨터의 업무 관련 파일을 지우고 퇴사했다가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한 황 씨는 컴퓨터에 있던 업무 관련 파일을 임의로 삭제했다가 '전자기록손괴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벌금 100만원, 2심 법원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회사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경영성과 분석표와 만남확정표 등 업무관련 파일을 피고인(황 씨)이 작성했다 하더라도, 회사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 관리하고 있는 이상 임의로 삭제한 것은 유죄"라고 밝혔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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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저작자는 개인 아닌 회사… 복구비용까지 배상해야할 수도”
회사가 본 손해를 배상해줘야 할 수도 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김혜림 법무법인YK 노사공감 노동전문변호사는 "회사가 법인이라고 한다면 파일의 저작자 자체가 개인이 아닌 회사"라며 "포트폴리오나 기타 작업물 등을 개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소유권이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재산을 손괴한 것으로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노동전문변호사는 이어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 즉 손해배상액은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타인의 불법행위로 재산상의 손해를 본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하며 추가로 유지보수비용을 지급했거나 파일 삭제로 인한 계약 파괴 등이 있었다면 이런 것들을 포함해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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