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아이 키우기 괜찮은 회사지만, 연봉이 턱없이 낮아요

[별별SOS] 79.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인데, 계속 다녀야 할까요?

2023. 09. 22 (금) 12:41 | 최종 업데이트 2023. 09. 25 (월) 10:37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현재 이직을 고민 중이고 스스로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의견들을 듣고 싶어서 고민을 남깁니다. 사회적기업에서 3년째 홍보일을 하고 있어요. 다른 영리기업과 달리 인권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예요. 복지도 좋아요. 출퇴근 시간 조정이 가능한 유연근무제에 육아휴직, 출산휴가도 원하는 대로 조율할 수 있고, 경조사 관련 복지도 훌륭한 편이에요. 자기계발 지원도 좋고요.

다만 회사가 전체적으로 정체돼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안주해요.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도요. 인사 체계도 친분 중심이라 기준이 없어요. 성장도 어렵고 물경력 되기 딱 좋은 환경이에요. 업무적으로도 이전 직장에 비해 스펙트럼이 좁고 기회도 많지 않아요. 서로 인정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덜하고요.

월급도 정말 적어요. 업계 최하라고 보면 될 정도예요. 호봉제인데 경력이나 직급별 차이가 크지 않아, 오래 일한 경력자나 신입이나 급여는 비슷하죠. 때문에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요. 

정리하면, 기혼자를 위한 좋은 복지가 많고 워라밸도 좋지만 턱없이 낮은 월급과 물경력이 된다는 게 걸려요. 미혼이었다면 당연히 이직을 고민했을 테지만, 지금은 기혼이고 언제 아이를 낳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직을 하는 게 나을지 참고 그냥 다닐지 고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산업군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기도 했고, 그런 곳에서 결혼하고 출산한 선후배들을 봐와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보고 겪은 걸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 중 한 곳이 호봉제, 낮은 월급, 나쁘지 않은 워라밸, 성장하지 않는 환경이었거든요. 

타 업계로 이직한 경우를 살펴보면 한 살이라도 어리고, 미혼일 때 시도한 분들이었어요. 이미 아이가 있는 분들은 머물거나, 결국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거나였고요.

능력이 좋아도 당장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직을 준비하긴 힘들어 보였어요. 고연차가 되면 마치 짠 것처럼 "(한 업계에서) 다 돌고 도는 거다" "이 나이에 이제 다른데 가기 힘들지"와 같은 말들을 하셨고요. 회사가 '잡은 물고기' 취급을 한다는 말도 있었어요. '여기 아님 갈데 없지? 없을 거야' 하면서 처우 개선을 크게 신경써주지 않는 거죠. 물론 일이 좋아서 좋지 않은 처우에도 애정으로 일하는 분들도 계셨지만요. 

이런 회사는 나름의 워라밸을 챙길 수 있고, 육아휴직 후 복귀할 수 있고, (연봉이 낮은 만큼) 월급 안 밀리고, 어지간해선 나가라고 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특히 출산 후 복귀하신 분들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힘을 얻기도 하더군요. 이런 장점 때문에 현 직장에 다니시는 거라면 남으셔도 괜찮아요. 가족친화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는 분명 육아에 중요한 요소니까요.

그런데 사연을 보면 별별이님은 개인의 성장도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그러시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해도 일하는 내내 계속 생각이 나고 신경이 쓰이실 거예요. '가지 않은 길'이란 게 그런 거니까요. 

별별이님은 낮은 연봉, 정체된 회사의 상황, 물경력 가능성 등을 고민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이직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보여요. 어렵게 이직을 하더라도 처우 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고요. 

연봉을 볼까요? 낮은 연봉의 이면에는 돈을 많이 벌기 힘든 산업 특수성이나 환경도 영향을 미쳐요. 사회적기업도 많은 수익은 내기 힘든 환경일 테니, 당장 개선되긴 어렵겠죠. 낮은 연봉은 걱정하시는 것처럼 미래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어요. 연차/직무별 고정된 연봉테이블이 있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협상을 하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다른 회사들과 연봉 차이는 커질 것이고, 이직을 하더라도 지금의 낮은 연봉을 기준으로 처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죠. 

성장 기회가 적은 것도 향후 이직을 힘들게 하는 요소예요. 말씀대로 물경력이 되기 좋거든요. 물경력은 일이 쉽거나 누구나 할 수 있거나(='나'여야할 이유가 없다), 도전하지 않는 정체된 환경(=성장할 수 없다)에서 많이 발생하죠. 연차는 쌓였는데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면 다른 회사에선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세상에는 복지, 워라밸이 좋으면서 연봉도 괜찮은 회사들이 분명 있어요. 현재 있는 곳만이 정답은 아니란 거죠. 시야를 넓히면 생각보다 알지 못했던 기회가 많아요. 의외로요. 그러니 '육아를 위해서는 지금 회사'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기회들은 뭐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싶어요. 더 좋은 조건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이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거든요. 

특히나 홍보 업무를 하신다고요. 홍보는 다양한 업계에 도전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직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개인 역량도 중요하고요. 그만큼 기회가 있다는 뜻이죠.

사실 저마다 가치관, 직업관에 따라 답은 다를 거예요. 선택은 별별이님의 몫이고, 그것이 별별이님의 정답일 거고요. 지금 별별이님의 마음은 어디에 쏠려있나요? 생각을 믿고 생각하신대로 잘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7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별별이님의 고민을 한 번 더 요약해보자면, 이런 상황인 것 같아요. 저울 왼쪽에는 워라밸(현직장), 오른쪽에는 커리어와 연봉(이직)이 올려져 있는 거죠. 별별이님 자신의 기준으로만 보면 고민할 것 없이 오른쪽으로 기우는데, 미래의 출산과 육아까지 고려하자니 저울이 요동친다는 거고요.

여기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지점은 저울질하고 있는 각 명제가 타당한가? 라는 건데요. 별별이님이 설명해주신 현직장의 상황을 봤을 때, 커리어와 연봉이 중요하다면 이직을 해야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인 듯해요. 현재 몸담고 계신 산업 및 기업의 성장가능성, 사내 분위기나 업무방식, 연봉상승률 등을 따져보면 커리어와 연봉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향후 출산·육아를 위해 현직장에 계속 재직하는 것만이 답인가 하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요새는 워라밸을 보장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해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정말 많아졌거든요. 잡플래닛 리뷰를 통해 다른 회사의 실제 사내문화 및 업무량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고요. 그러니까, 워라밸을 챙기면서 커리어와 연봉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지를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 생각해볼 점은 출산·육아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단지 워라밸 뿐인가? 라는 겁니다. 물론,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워라밸이 중요한 것은 맞아요. 많은 전문가들도 우리 사회가 유자녀 근로자들의 워라밸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데는 경제적인 여건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어요.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에 따르면, 자녀 1명을 미취학 시기까지 7년간 양육하는 데 드는 생활비가 5378만 원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6년간 8712만 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요. 중학교(3년) 시기에는 5292만 원, 고등학교(3년)는 6768만 원이 들어요. 대학교(4년)에 가면 8640만 원에 달한다 하고요. 그런데 이 조사가 2017년에 이뤄진 것이니, 현재의 물가를 반영하면 지금쯤 그 숫자는 더 커졌겠죠. 

노동패널조사의 자녀 양육 시기별 생활비 지출을 비교해보면, 자녀가 커갈수록 소요비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이가 크는 만큼 식비, 교육비, 여가활동비 등이 증가하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뿐인가요. 물가는 매년 오르고 이에 따라 화폐가치도 변합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5.1%)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0년 뒤 5000만 원은 현재 기준 3040만4848원과 동일한 화폐가치를 가져요. 연봉이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실질소득 증가율은 0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된다는 의미죠. 미래의 출산·육아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워라밸 뿐만 아니라 커리어와 연봉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투자의 관점에서 삶의 계획을 미래지향적으로 그려보세요. 현실에 안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재테크로는 유의미한 자산 증식이 어려운 것처럼요.

별별이님은 아직 아이가 없고, 현직장에서 3년간 업무 경험을 쌓은 데다, 커리어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계시니, 여러모로 이직을 결심하기에 충분한 시기를 맞이한 걸로 보여요. 아이가 생긴 뒤에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현실인 만큼,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엄마를 보면 별별이님의 아이들도 분명 자랑스럽게 여길 겁니다. 부부가 함께 가정을 지키면서 커리어를 점프업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별별이님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용감하게 쟁취하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시길 온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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