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그 회사 '좋소'인지 구분하는 법 알려드림

[논픽션실화극] 첫 출근 날 팀장이 사과했다…"채용해서 미안"

2021. 06. 21 (월)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중소기업에 갓 입사하셨나요?
이 회사가 척박하고 후진적인 기업인가, 말로만 듣던 '좋소'가 아닌가 눈치를 보고 계신가요?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구분법을 가지고 계실텐데요. 제 경험을 얘기해드리자면, 회사에 '중간층'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는 게 가장 효과가 좋았어요.

제가 말하는 중간층은 경력 5년 차 이상을 말해요. 이 중간층 없이 흔히 말하는 '고인물'과 몸값이 싼 사회초년생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다들 오래 견디지 못하고 탈주했다고 보면 됩니다. 회사에 미래가 없어 보인거죠. 물론 이 이론의 근거는 다 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나름 임상을 거쳤달까요. 

제가 사회초년생 시절, 중소기업의 전형이라 볼 수 있는 이 회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했을 때 첫 출근 소감은 이랬습니다.

'다들 젊으시네?'

면접을 볼 당시 우리 회사는 대부분이 20대와 30대라 젊고 수평적인 분위기라고 자랑하던 면접관이 떠오르더라고요. 연령대가 낮은 만큼 적어도 '꼰대'는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죠.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근 첫날부터 어딘가 '싸'하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점심 시간 회사 밖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순간, 동료들 눈빛이 변했어요. 회사 욕을 그렇게 늘어놓더라고요. 여길 뭘 보고 들어왔냐, 신입에게 추천하는 회사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퇴사해라…. 팀장은 심지어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를 채용해서 미안하게 됐다"고요.

그땐 그냥 회사에 불만이 쌓인 분들이 많은가보다 했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어요. 사실 다 그렇잖아요. 회사원이 회사 욕 하는건 '국룰' 아닌가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조바심에 이곳을 선택한 스스로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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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가 비슷해서 조직 문화가 수평적인 건 맞아요. 다만 중간이 없어 신입들은 일을 보고 배울 사람이 없었죠. 체계가 없는 만큼 사원들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일했어요.

그렇다고 일이 적지도 않았습니다. 야간근무를 밥먹듯이 했어요. 물론 회사가 일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야근이 있을 수도 있죠. 규모가 작다보니 개인이 맡아야 할 업무량과 책임이 크다는 것도 이해해요. 일을 하는 만큼의 대가가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 회사 근속년수가 나날이 짧아지는 건, 바쁜 업무에 비해 성과 분배가 터무니 없이 적어서였어요.

사장님은 설립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자랑하셨는데요. 그럼 뭐해요. 월급은 그대로고, 성과금은 없는데… 늘어나는 매출 만큼 일만 많아졌죠. 승진과 연봉으로 보상해 준다고 했지만 승진을 해봐야 받는 것보다 책임만 무거워져, 승진을 기피하는 분위기였죠.

회사 상황이 좋을 땐 그렇게 입을 싹 닦으시더니, 팬데믹으로 힘들어지고 나서는 직원들에게 먼저 손을 벌렸습니다. 손쓸 새도 없이 연봉이 깎이더라고요. 

사장님이 직원에게 줄 돈만 아낀 건 아닙니다. 사장님은 유별난 '짠돌이'이신 터라 절약 정신이 투철하셨거든요. 비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며 소소한 사무용품, 심지어는 믹스커피 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A4 용지 낭비가 심하다며 질이 떨어지고 싼 제품으로 바꿨어요. 에어컨과 난방도 조금만 오래 틀었다 싶으면 잔소리가 쏟아졌고요.

일은 일대로 하는데 배울 점은 없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없으니 회사가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긴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직원들이 이런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어 하겠어요? 경영지원팀에서는 복지제도를 재정비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말 뿐이고, 그 뒤로 나아진 게 없었죠.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1599만 명이래요. 국내 근로자 10명 중 8명이라는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적지 않은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그들의 직장을 두고 '좋소기업'이라며 한탄하죠.

모든 회사가 대기업이 될 수 없다는 건 아는데요. 요즘 청년들이 눈이 높아 중소기업 입사를 피한다고 한탄하시기 전에 지금 구성원들이 무슨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살펴주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이미 퇴사했지만, 오늘도 의자에서 엉덩이 한번 못 떼고 일하고 있을 동료들을 위해 간청드립니다.
홍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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